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8)
187화
사패가 십만대산의 주둔지를 찾아낸 이후 전 무림의 역량이 십만대산으로 향했다.
당화련이 구해온 흑성의 지도에 척후가 얻어온 정보를 더해서 십만대산 바깥쪽의 대략적인 지도를 만들어낸 무림 연합.
흑성으로 진격하기 위한 진로를 미리 짜낸 무림 연합은 병력을 삼군(三軍)으로 나누어서 진군했다.
남궁구와 도천, 낭왕이 삼군에 흩어져서 십만대산으로 들어섰다.
살왕과 천살택문은 십만대산 곳곳에 매복한 마인들이나 함정, 진법 등을 찾아다니며 세 방향으로 갈라진 삼군의 연락책을 도맡았다.
삼군이 들어오기 앞서서 십만대산을 수색하던 살수들의 보고를 듣던 살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삼군에 연락을 보내라.”
“존명.”
살왕의 명령에 십영들이 직접 움직였고 그 소식은 삼군을 이끄는 지휘부에 빠르게 전해졌다.
협곡의 위를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일군을 이끌고 있던 남궁구는 진영의 보고에 눈을 찌푸렸다.
“흑성이 비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진로를 따라서 흑성으로 진격하는데 앞을 막는 마인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살왕께서 직접 흑성의 진법까지 진입하셨는데 흑성이 텅텅 비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마인들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흑성의 반대 방향 부근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건가.”
남궁구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듣고 있던 문상전주가 입을 열었다.
“성과 진법이라는 이점을 스스로 버리는 것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흑성의 공성전을 대비한 문상전의 책략은 모두 쓸모없게 되었군.”
사패에 의해 흑성의 성벽이 무림맹이나 사도천보다 훨씬 높다고 보고 받은 문상전.
공성 병기가 없는 무림인이 큰 피해 없이 성벽을 넘기 위해, 문상전이 여러 계책을 준비했지만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미 십만대산에 들어온 것부터 마교에게 주도권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마교의 장단에 맞추시지요.”
문상전주에 조언에 고민하던 남궁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다른 쪽의 의견도 들어보도록 하지.”
천살택문에 의해 의견을 빠르게 교환한 무림 연합은 흑성이 위치한 십만대산의 북쪽 대신 살수들의 인도를 받아 북동쪽으로 향했다.
북동쪽으로 향하자 그저 한산하던 십만대산의 지세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흡사 잡초밭을 보듯이 곳곳에 솟아오른 봉우리의 수가 줄어들었고 대신 평평한 대지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그 지형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던 팽무성이 중얼거렸다.
“전면전에 자신이 있나 본데.”
“어쩌면 흑성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에 대꾸하던 남궁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협곡의 저 끝에 일단의 무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복색과 연령대가 모두 제각각인 것이 마교의 타격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저들은?”
“천살택문에서는 마교에 투신한 무림인들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일군의 선두를 이끄는 백호단주는 수하의 말을 듣곤 싸늘한 눈으로 앞을 막는 무리를 노려봤다.
“전쟁이다. 손속에 자비를 둘 필요는 없다. 지금은 옆의 동료를 지키는 것만 생각해라.”
“존명!”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의외로 먼저 달려드는 것은 협곡의 입구를 막던 무리였다.
“음?”
선두에서 이를 맞이하던 백호단은 곧바로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투신한 무림인들의 수가 제법 되었지만 일군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였다.
그저 시간 벌이에 불과한 개죽음임을 저들도 알고 있을 터인데 조금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어떤 감정도 얼굴에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인형을 상대하는 느낌.
“이놈들, 상태가 이상합니다!”
“지닌 무공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신중하게 대응해라!”
푸욱
백호단원의 검이 가슴을 관통했음에도 무림인은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는 무림인에 도리어 백호단원이 섬뜩함을 느꼈다.
그때, 가슴이 관통당한 무림인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콰아앙
벽력탄의 폭발이 주변의 무인들을 무차별로 집어삼켰고 다른 곳에서도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푸슈슉
여기저기서 독마종의 독연이 피어올랐고 대량살상용 암기가 갑자기 터지기도 했다.
환마종의 환술과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독마종의 독이 마교에 투신한 무림인들을 완전한 전투 병기로 바꿔놓았다.
“찌르지 마라! 일거에 목을 베어내라!”
백호단을 지휘하며 직접 목을 치던 백호단주는 저 뒤쪽의 무림인이 등에 메고 있는 것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사람 머리만 한 거대한 폭탄.
그 정체로 유추되는 것이 머릿속에 떠오른 백호단주의 눈이 잘게 떨렸다.
벽력탄의 다섯 배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그것은 벽력탄의 열 배 정도의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진천뢰였다.
‘진천뢰는 분명 백 년 전에 실전되었다고 들었거늘, 이놈들이 어찌!’
무림인의 손이 진천뢰로 가져가자 백호단주는 전력으로 신법을 펼쳐 무림인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재빠르게 무림인 십여 명을 돌파한 백호단주는 무림인의 목을 베어냄과 동시에 진천뢰를 낚아챘다.
부드럽게 진천뢰를 회전시킨 백호단주는 내공을 실어 최대한 위로 던져냈다.
꾸아아아앙
백호단주의 투척에 솟구친 진천뢰는 협곡 위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덕분에 폭발은 직접적으로 피했지만 협곡의 일부가 무너져 낙석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바위가 우르르 쏟아지며 무인들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어엇!”
이에 대경실색한 무인들이 급히 출수하려 할 때였다.
콰르릉
협곡을 흔드는 뇌성과 함께 붉은 벼락이 협곡 내부를 가로질렀다.
벼락이 스치고 지나간 바위는 잘게 쪼개져서 돌가루가 되거나 자잘한 돌멩이가 돼서 떨어졌다.
“와아아아!”
단숨에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낸 팽무성에 무림인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훗.”
무림인들의 외침을 듣던 남궁구는 피식 웃더니 검병에 가져갔던 손을 슬며시 내렸다.
후열에서 납도하는 팽무성을 보던 남궁구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교가 치졸하게 나오는군.”
문상전주는 남아있는 무림인을 빠르게 처리하는 백호단을 보며 대꾸했다.
“애초에 수단을 가리지 않던 곳입니다. 오늘의 전장도 다르지는 않겠지요.”
“음.”
환술에 걸린 무림인을 모두 베어낸 일군은 그대로 협곡을 빠져나왔다.
협곡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것은 산맥이라는 지형과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평야였다.
그 평야의 끝에는 높이 솟아오른 절벽이 있었고 그 뒤로 여러 봉우리가 뻗어있었다.
그리고 절벽을 등지고 마교의 병력이 포진하고 있었다.
마교의 총병력이 일제히 뿜어내는 마기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무림 연합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진득했다.
“흐음.”
제일 먼저 협곡을 빠져나온 일군을 시작으로 이군과 삼군도 협곡을 빠져나와 합류하기 시작했다.
다시 온전한 모양새를 이룬 무림 연합.
“십만대산이라 하더니 안쪽에 이런 지형이 있는 줄은 몰랐군.”
무천궁주와 함께 지휘부에 합류한 도천은 평야 너머로 포진하고 있는 마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곳을 전장으로 삼다니, 무림 전체를 상대로 자신 있나 봅니다.”
실제로 모든 병력이 한곳에 모여있는 마교의 위용은 무림 연합에 비교해도 크게 떨어짐이 없었다.
“이군과 삼군의 피해는 어떻소?”
“이군은 괜찮습니다.”
“삼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휘부가 병력을 재정비할 때, 무림인들은 마교라는 단체의 비정상적인 비대함을 다시금 체감하며 전의를 가다듬어야 했다.
“무림 곳곳을 동시에 공격하더니만 더럽게 많군.”
“그러게 말입니다, 숫자로는 우리가 크게 압도할 줄 알았더니 그 정도는 아니었군요.”
“아주 지독한 놈들이니 다들 조심하시오.”
이렇게 잠시 대기하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사패에게로 도천이 다가왔다.
“팽무성.”
“예. 련주.”
도천은 팽무성을 말없이 쳐다보더니 주먹으로 어깨를 툭 쳤다.
“너는 도를 뽑지 말고 무림 연합의 뒤만 따라라.”
“마교주 때문에 그러십니까.”
도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는 네가 상대하는 것이 맞다.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단 한 번이라도 헛되이 도를 휘두르지 마라. 마교주에게 온전히 모든 전력을 쏟아내야 할 것이야.”
팽무성이 말없이 응시하자 도천은 말을 이었다.
“무림 연합은 너 하나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 나머지 마교의 떨거지들은 우리가 맡을 테니 걱정 말고 집중해라.”
도천은 팽무성이 마교주에 닿을 때까지 앞을 가로막는 모든 이를 단칼에 베어낼 셈이었다.
“내가 어떻게든 길을 열어줄 테니.”
이것이 도천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도천의 다짐에 팽무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재정비를 끝낸 무림 연합은 마침내 평야 너머의 마교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무림 연합이 다가오자 마교는 더욱 진한 마기를 흘려냈고 이에 대응하여 무림 연합도 각기 기세를 풀어냈다.
이내 백 보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된 무림 연합과 마교.
“좋군.”
그때, 마교의 뒤쪽에서 울려 퍼진 음산한 목소리가 평야를 뒤덮었다.
평야에 쭉 늘어선 무림 연합을 보던 천마휘는 앞쪽에 나란히 펄럭이는 세 깃발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무림맹, 사도천, 무천궁을 중심으로 무림이 온 힘을 모으다니. 정말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이 아닌가.”
천마휘의 목소리가 들리자 네 번째 대주가 되어 의룡단을 이끄는 용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스승의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뛰쳐나갈 수 없는 현실이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를 악물던 용진은 말없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일향을 보며 간신히 마음을 다스렸다.
‘부탁드립니다. 팽 대협.’
지금의 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팽무성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그사이에 천마휘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무림 연합과 천마신교. 이곳에 수라도가 강림하겠구나. 크하하하!”
천마휘의 광소에 눈을 찌푸린 남궁구가 무어라 대꾸하려 할 때, 그 웃음이 뚝 그쳤다.
“우리는 그 수라도 위에 뜰 새로운 하늘을 정해야 하지 않겠나. 팽무성.”
방금까지 들려온 천마휘의 음성이 그저 장난스러운 가벼운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짓누르는 위엄이 실려있었다.
실제로 마기가 실린 천마휘의 음성을 접한 몇몇 무림인들은 잘게 떨리는 눈빛 사이로 공포가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이 협곡의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할 말을 끝낸 천마휘는 마교가 지키고 있는 협곡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 끝을 내야겠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팽무성은 적아도의 도병을 부여잡았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천마휘를 대신해서 마교 병력의 지휘를 맡은 지마신이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무림 연합 쪽에서 쩌렁쩌렁한 노성이 터졌다.
“무림 연합! 이기는 것만 생각하라! 돌격하라!”
그 외침과 동시에 전열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마대가 동시에 먼지구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붉고 푸른 두 개의 기마대.
무림맹의 청운파기대.
사도천의 적철혈랑대.
서로를 향해 치고받기만 했던 두 기마대가 처음으로 마주 달리며 평야를 주파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바싹 붙어서 달리던 두 기마대가 서서히 벌어지며 한가운데 틈을 만들어냈다.
그 틈에는 청운과 적철의 기마대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않은 이들이 말의 고삐를 잡고 있었다.
“하하. 생각보다 재미있는 인사로군.”
새롭게 등장한 이들의 면면을 확인하던 지마신은 웃음을 터트렸다.
청운파기대와 적철혈랑대와 나란히 내달리는 육십여 명의 기마대.
그 선두에는 남궁구가 검을 뽑아 들고 있었고 그 뒤로 무림맹주를 호위하는 호천대, 무림맹 장로원의 장로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맹주님!”
“허어, 정말로 선봉에 나선 것인가.”
그 모습을 무림 연합의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의룡단은 찰나의 감탄도 흘리지 않고 그런 남궁구의 등을 똑똑히 눈에 새겨내고 있었다.
-전장에는 선배들이 앞장설 것이니 그 뒤를 후배들이 받쳐주게.
천룡대회를 마무리하며 남궁구가 후기지수들에게 당부했던 마지막 말.
남궁구가 그 말을 온전히 실천하는 것을 보고 의룡단은 가슴에서 무언가 뜨겁게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의룡단이 제대로 뒤를 받쳐야 합니다.”
일향의 단호한 목소리에 다른 의룡단 대주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주나 되는 자가 선봉에 서다니, 아니 무림맹주가 아니라 검존으로서 전장에 나섰는가!”
지마신이 감탄을 흘려냄과 동시에 남궁구가 하늘 높이 든 검에는 거대한 검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쿠와아앙
“와아아아!”
남궁구의 검기가 마교의 전열을 휩쓸었고 그 폭음을 신호로 무림연합이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무림 대전.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