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91)
190화
사방으로 꿈틀거리는 마기에 펄럭이는 구룡암포. 천마휘는 한 걸음씩 오연히 걸음을 옮기며 질문했다.
“팽무성, 너는 본교의 커다란 걸림돌이다. 그런 너를 지금까지 살려둔 이유를 아느냐?”
질문에도 말없이 노려보는 팽무성에 천마휘는 웃음을 자아내며 말을 이었다.
“너는 삼천과 마신의 경지를 뛰어넘은 유일한 무인이다. 잘 여물었단 말이지. 너를 취하고 천마가 도달했다는 자연경에 오를 것이다.”
마신이나 삼천을 집어삼켜도 자연경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천마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팽무성은 천마지로의 끝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길.
천마휘는 무림 대전의 향방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팽무성을 집어삼키고 새로운 경지에 다다를 기대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훗.”
이제야 팽무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 호안은 불꽃과 같은 살기를 활활 태워내고 있었다.
그 열기에 천마휘마저 쓴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새끼, 온갖 무인의 힘을 갈취한다는 추잡한 짓을 천마지로라는 거창한 단어로 꾸미고 있었던 거냐.”
“추잡한 짓이라, 마종이라는 단어조차 부여받지 못한 작은 분파의 생존자가 어찌 소교주에 오르고 지금의 자리에 도달했다 생각한 거냐.”
단순히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저 잘난 몸뚱어리가 전부인 천마휘가 살아남기에 천마신교는 그리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니었다.
솨아아아
천마휘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는 협곡을 서서히 짙은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공간을 잠식하던 마기는 팽무성의 뇌기에 가로막혀 중간에서 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빠지직
마기와 뇌기가 파도처럼 출렁이다 흩어지는 것을 반복했다.
이 광경을 보던 팽무성과 천마휘는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단순히 이기고 짓밟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도움이 되든 안 되든 모조리 집어삼켜서 덩치를 불려야만 했지.”
무공 구결, 돈, 의복, 무기, 식량.
천마휘는 만난 상대의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뺐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그런 천마휘가 교주의 제자가 되어 익히게 된 탐천마공은 천마휘가 살아온 인생을 한 단어로 집약할 수 있는 무공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살기 위해서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재밌어졌다. 과연 나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천마휘의 말을 듣던 팽무성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개소리는 다 끝난 거냐.”
“만약 너를 취하고도 천마지로의 끝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전 무림을 집어삼킬 것이다. 이것이 나의 천마지로다.”
천마휘의 눈에 서린 검붉은 일렁임.
이를 보며 곧바로 섬뜩함을 느낀 팽무성은 내뱉은 말이 진심임을 알아차렸다.
자신을 취하고도 부족하다면 무림에 남아있는 모든 무인과 양민을 끝없이 집어삼키리라.
그래도 부족하다면 휘하의 마인까지.
능히 그럴 능력과 의지를 가진 천마휘였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거리는 가까워졌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출수하는 두 사내.
꽈아앙
천마휘의 정권을 정면에서 베어내는 팽무성. 주먹과 적아도가 부딪친 지점을 중심으로 거친 충격파가 터졌다.
원형으로 쏟아지는 충격파가 팽무성과 천마휘의 전신을 덮쳤으나 두 사람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도리어 팽무성은 산왕군림보를 밟으며 적아도를 높이 치들었고, 천마지존수로 양손을 검게 물들인 천마휘는 쌍장을 내질렀다.
꽈르릉
낙뢰처럼 길게 내리꽂힌 도격이 천마신장의 장력에 뭉개졌다. 그와 동시에 천마휘는 발을 올려쳐 팽무성의 단전을 노렸다.
이에 팽무성의 왼쪽 다리가 반원을 그리며 바닥을 쓸었다. 그렇게 뻗은 팽무성의 발끝이 올라오는 천마휘의 발목을 가격했다.
뻐억
‘단단하군.’
발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에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솟구치는 마륜각(魔輪脚)을 환호각(還虎脚)으로 받아친 팽무성은 적아도를 꺾어 수평으로 길게 베어냈다.
촤아악
좌우로 길게 뻗어진 도격은 널찍이 떨어진 협곡의 양쪽 절벽에 짙은 도흔을 남겼다.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해낸 천마휘는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튕김과 동시에 좌권우장을 쏟아냈다.
대기를 밀어내며 하늘이 그대로 쏟아지는 듯한 압박감을 선사하는 천마신장.
동시에 뻗어오는 천마진천권(天魔鎭天拳)은 주먹의 투로에 따라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콰르릉
다섯 가닥으로 갈라지는 오호단문도.
오호단문도가 정면으로 천마신공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뇌전처럼 단숨에 뻗어간 도격은 검은 주먹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고 검은 손바닥에 가로막혀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팽무성의 호안은 차분하게 번득이며 빛을 발했다. 휘둘러지던 적아도의 도극이 곧게 겨누어졌다.
좌권우장을 뚫고 유일하게 뻗어 나간 마지막 한 줄기의 도격이 천마휘의 명치를 향해 뻗어졌다.
“흐음.”
천마휘의 출수도 팽무성의 도격에 가로막힌 상황, 입꼬리를 비튼 천마휘는 미련 없이 양손을 비틀어서 도격을 튕겨냈다.
한 걸음씩 물러난 팽무성과 천마휘는 곧바로 서로의 요혈을 향해 적아도와 주먹을 뻗어냈다.
사십여 합을 겨루고 잠시 거리를 벌린 천마휘.
팽무성이 보인 오호단문도의 초식들을 상기하며 살기가 가득 찬 미소를 띠었다.
‘직접 만든 무공이 천마신공에 부족함 없이 맞서다니, 팽무성.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느냐.’
천하제일무공이라는 단어가 없듯이 무공보다는 이를 펼치는 무인의 역량이 중요한 법.
그래도 무공 자체의 격은 확실히 존재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팽무성이 창안한 오호단문도는 무림에 손꼽히는 절학이라 불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오호단문도를 창안해 낸 팽무성이 천마휘는 더더욱 탐이 났다.
저 눈부신 재능을 삼킬 수만 있다면 비록 방식은 다를지언정 오로지 천마만이 밟았다는 그 영역에 다다를 수 있을 터였다.
‘그로써 나는 완전무결해지는 것이다.’
시퍼런 입술을 혀로 한 번 핥으며 천마휘는 권력을 힘껏 쏟아내 팽무성과 그 주변을 휩쓸어냈다.
이에 적아도의 도극에서 수십 갈래의 도기가 터져 흐르며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마기를 갈기갈기 찢어냈다.
협곡을 가득 메우는 뇌기와 마기의 중심에서 팽무성과 천마휘는 다시 맞붙었다.
콰르르릉
쩌어엉
협곡에서는 뇌성과 폭음이 끊이질 않았고 검붉은 빛이 터질 때마다 솟아오른 낙호곡의 절벽과 그 대지가 떨리고 있었다.
‘이것이 천마의 무공인가.’
전생에서는 천마휘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에 그 전력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팽무성과 천마휘 모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차례차례 등장하는 천마신공은 경천동지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쩌적
마기가 협곡을 스칠 때마다 커다란 실금이 그어지고 있었다.
천마휘가 천마신공을 끌어올릴 때마다 전신에 두르고 있는 짙은 마기는 어떤 형상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 같군.’
팽무성이 호신강기처럼 둘러진 천마휘의 마기를 잠시 살피는 사이, 천마휘의 소매가 펄럭이며 거대한 장력이 땅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며 쇄도했다.
“흐읍.”
천마신장의 장력에 밀려난 팽무성이 눈앞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갈라내자 그 틈으로 천마휘의 주먹과 지풍이 파고들었다.
사선으로 짧게 끊어쳐 지풍과 권력을 베어낸 팽무성은 쪼개진 바위를 발판으로 삼아 백호도간을 펼쳐냈다.
꽈릉
붉은 뇌전이 허공을 갈랐고 그 사이에 있던 크고 작은 바위들이 일제히 반 토막이 나서 갈라졌다.
그 순간 검은빛이 번쩍이더니 팽무성의 백호도간과 격돌했다.
폭풍과 같은 기파가 터져 나오며 허공에 체공하던 바위들이 낙엽인 양 사방으로 쓸려나갔다.
적아도는 심장을 향해 뻗던 천마휘의 수도를 막아내고 있었다.
“제법 빠르군. 팽무성.”
“흥.”
검게 물든 수도를 쳐낸 팽무성은 뒤로 물러나면서 방금 천마휘가 펼쳐낸 초식을 복기했다.
‘전생에서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지.’
백호도간과 비슷하게 순간 속도를 끌어올려 거리를 격해 상대의 심장을 꿰뚫는 초식.
그저 예측이었지만 전생에 팽지혁의 심장을 꿰뚫은 마지막 초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하하하! 재밌구나!”
광소와 함께 천마휘의 쌍장에서 펼쳐진 구룡마해(九龍魔海)의 초식.
아홉 가닥으로 길게 하늘 높이 솟구치는 거대한 마기. 그 모습이 하늘로 승천하는 아홉 마리의 검은 이무기를 보는 듯했다.
솟구치던 마기가 꺾어지며 그대로 팽무성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 뒤로 수십, 수백의 장력과 권풍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날아들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협곡의 높이를 넘어선 그 검은 해일은 그대로 팽무성을 삼키려 들었다.
지형마저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위력이 내포된 것을 느꼈음에도 팽무성은 거침없이 산왕군림보를 밟았다.
쿵쿵쿵
상대가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초식을 펼쳐낸 것에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능히 자신의 도법 또한 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었다.
꽈르르릉
고막을 찢어내는 뇌성과 함께 굵은 뇌전이 연달아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뻗어내는 다섯 줄기의 도격이 저들끼리 꼬아지며 아홉 가닥의 마기를 베어냈다.
“크흠.”
구룡을 찢어내자 곧바로 마해가 몰려오며 팽무성을 맞이했다.
그 반동으로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팽무성이지만 곧바로 앞으로 뛰쳐나가 해일을 향해 적아도를 크게 찔러 넣었다.
팽무성의 시야를 가득 메운 해일은 그저 까마득하고 끝이 없었다.
수백의 고수들이 동시에 무공을 펼쳐낸다면 이런 마기의 해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주변에 가득 찬 마기를 노려보면서 팽무성은 그저 묵묵히 적아도를 휘둘렀다.
종횡으로 도격을 내질렀고 사선으로 연달아 휘둘러 앞에서 뻗어오는 모든 것을 사정없이 베어냈다.
콰르릉
마해의 중심부에서 붉은빛이 새어 나오더니 이내 마해가 다섯 가닥으로 쪼개지며 애꿎은 절벽을 덮치고 있었다.
쿠르릉
마해가 덮친 절벽은 그대로 깊게 움푹 파여 절벽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지형이 되어버렸다.
“역시.”
구룡마해의 절초를 파훼하고 허공을 나는 팽무성을 보던 천마휘는 양팔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어느새 어떤 형태를 이루던 마기는 악귀의 형상을 한 채 천마휘의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으음.”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을 때 나타나는 천마혼(天魔魂)이라는 현상이었다.
천지마신을 상대할 때조차 꺼내지 않았던 천마혼을 지금 팽무성에게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오너라. 팽무성.”
마치 갑주처럼 천마혼을 두른 천마휘의 목소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듯 기이하게 변해있었다.
“목소리가 거슬리니 입 다물어라.”
구룡마해를 뚫어내고 도달한 팽무성은 곧바로 적아도를 휘둘러 천마휘의 목을 쳐내려 들었다.
이에 잠시 멈칫거리던 천마휘는 좌장으로 적아도를 막아내고 팽무성의 왼쪽 가슴으로 우권을 꽂아 넣었다.
“후후. 실수할 뻔했군.”
목을 베어오는 도격을 그냥 천마혼으로 받아내려고 했다가 자칫 목이 베이리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급히 반응한 천마휘였다.
떠엉
와호장으로 주먹을 받아내던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더 무겁고 단단해졌나.’
예상치 못한 위력에 팽무성이 잠시 밀려났을 때, 어느새 천마휘가 팽무성의 측면에서 쌍장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에 팽무성이 허리를 비틀면서 적아도를 사선으로 크게 휘둘렀다.
쩌엉
거칠게 떨리는 적아도의 도신을 보던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악귀 형상의 마기가 단순히 호신강기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천마휘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무거워졌고 단단해졌으며 빨라졌다.
꽈가가강
천마휘의 손짓 한 번에 절벽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고 발짓에 땅거죽이 뒤집혔다.
걸어 다니는 재앙이나 마찬가지.
마치 폭주하듯 팽무성을 거침없이 후려치는 천마휘.
일거에 오십여 초를 때려 박고는 쌍장을 교차해서 천마경혼(天魔傾命)의 절초를 내질렀다.
쿠르릉
빛살처럼 뿜어진 굵은 장력에 낙호곡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그런 와중에 천마경혼의 장력을 두동강 내서 베어버린 팽무성은 번쩍이는 호안을 드러냈다.
“할만하군.”
팽무성의 짧은 한마디에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 천마휘는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천마휘는 이내 자세를 잡더니 팽무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디 한번 받아내 봐라.”
천마휘는 천마혼을 두른 채 천마백팔식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쑤아아앙
천마백팔식의 첫 번째 주먹이 팽무성의 명치로 뻗어졌다.
결전.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