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94)
193화
무림 대전의 종결.
지마신과 곤세마왕이 도천과 남궁구에 패한 것에 이어서 천마휘가 전사했다는 소식에 마교의 사기는 그대로 꺾였다.
이는 마교가 빠르게 붕괴하는 것을 초래했다.
교주를 따라 자결하여 순교하는 자들도 있었고 폭마공을 펼쳐 무인들을 길동무로 삼는 자들도 있다.
마교의 상층부가 하나둘 쓰러졌음에도 무림 연합은 끝까지 힘든 전투를 이어가야만 했다.
무림은 간신히 승리했을 뿐, 그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중소 문파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절반이 봉문을 선언했다.
무림맹, 사도천, 무천궁은 각자의 영역에서 전후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림 대전 이후 무림에는 이 년이라는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 * *
“하압!”
힘찬 기합과 함께 제법 재빠른 도격이 팽무성을 향해 뻗어왔다.
팽무성은 이를 슬쩍 보더니 검지를 들어 슬쩍 도의 투로를 빗겨냈다.
분명 명치를 노렸는데 팽무성의 손짓에 갑자기 도가 멋대로 허공을 찌르니 팽진목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하나 그것도 잠시, 팽진목은 다시 냉정을 되찾으며 도를 가슴 가까이 회수했다.
그러곤 비호보를 밟으며 다시 맹호도법을 펼쳐냈다.
“그래. 그거다.”
팽진목의 수련을 봐주고 있는 팽무성은 나날이 발전해가는 팽진목의 성취에 입꼬리를 올렸다.
“비호보는 날쌔게 움직여야지 급하게 걸음을 밟으면 안 돼. 빠른 것과 급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 몸은 가벼워도 마음과 도는 진중해야 한다.”
“옙! 스승님!”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팽진목의 끈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팽무성은 문득 사패가 떠올랐다.
‘다들 지금쯤 뭐하고 있으려나.’
전쟁이 끝나고 사패는 일단 흩어져 각자의 사문으로 돌아가야 했다.
전쟁은 종결했으나 무림 곳곳에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편히 무림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패는 예전의 후기지수가 아니었다. 능력도 명성도 커진 만큼 사문에서 맡아서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늘어났다.
때문에 사패는 전쟁 후의 피해를 정리하고 무림의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로 만남을 기약해야 했다.
팽진목의 도를 다시 튕겨내려던 팽무성은 기감에 잡힌 새로운 기척을 느끼고는 검지와 중지로 도를 잡아냈다.
“손님이 오셨구나.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하자.”
“예. 스승님.”
예를 갖춘 팽진목이 물러났지만 팽무성은 전각 안에 들어가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대주각의 입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팽진목이 대주각을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노인이 휘적휘적 문턱을 넘고 들어섰다.
빛바랜 죽립을 쓰고 어깨에 걸친 장포를 망토처럼 펄럭이며 걸어오는 노인.
검선을 본 팽무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검선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무성아.”
팽무성은 검선을 대주각으로 안내했고 그 사이에 가월이 차를 끓여왔다.
검선은 가월이 끓여온 차를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 맛이 좋군. 역시 오대세가란 말이지.”
검선의 농에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중원에 돌아온 것은 일 년 전이라 들었는데 이제야 오시다니 조금 섭섭합니다.”
검선은 무림 대전이 종결되고 일 년이 지난 후에야 무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후로도 검선은 무림 곳곳을 누비고 다닌 것으로 팽무성은 알고 있었다.
“음, 그냥 놀러 다닌 것은 아니니 이해해라. 전쟁은 끝났지만, 무림은 여전히 난세라서 살필 곳이 많았다. 마교의 잔당도 찾아다녔고 말이야.”
마교의 이름이 나오자 팽무성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평야의 전장에서 싸우던 마인들은 모두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했으나 그 이후에 비어버린 흑성을 조사하면서 몇몇 무리가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간 흔적을 찾아냈다.
이후로 추적대를 편성했지만 도망친 마교의 잔당을 찾지는 못했다.
“꼭꼭 숨었는지, 참기가 힘들구나. 세외로 이미 빠졌을지도 모르지. 그것 때문에 맹주의 머리가 쏙쏙 빠지고 있다.”
그 말에 팽무성은 쓴웃음을 흘렸다.
“맹주께서는 요즘 어떠십니까.”
“아무리 절대고수라지만 그 녀석도 결국 늙은이다. 슬슬 기력이 딸려서 은퇴는 해야겠는데 마땅한 후임자가 없는 모양이야.”
팽무성은 종종 남궁구를 만날 때마다 당장 자리를 내려놓고 싶다고 한탄하던 것이 떠올랐다.
“확실히 지금 당장 무림맹주의 무게를 버틸만한 실력과 명성을 지닌 선배는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나마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검제다. 젊은 것이 아쉽기는 한데 그 아이 정도면 괜찮지.”
남궁혁이 무림맹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에 팽무성이 미간을 좁혔다.
“남궁 형님은 남궁세가의 소가주이지 않습니까.”
검선도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남궁세가 내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이제 막 무너진 남궁세가의 터전이 복구된 마당에 소가주가 무림맹으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 같겠지.”
검선의 말에 팽무성도 생각에 잠겼다.
‘남궁 형님도 머리가 복잡하시겠군.’
남궁혁의 둘째 동생이 사내이고 나름 재능도 출중하다 들었다.
그렇다 한들 이미 정해진 소가주를 이리 쉽게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검선은 골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은지 주제를 틀었다.
“그러고 보니 사패의 다른 아이들은 지금 무얼 하고 지낸다더냐.”
무각과 당화련을 떠올린 팽무성은 다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일단 무각은 나한전에 소속되어 낮에는 나한을 가르치고 밤에는 사숙들에게 가르침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나한전주가 전사한 것을 떠올린 검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기 나한전주로 내정된 모양이군.”
무공만 보자면 무각은 당장 나한전주에 올라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 이대 제자이고 무공을 제외하면 아는 것이 없기에 집중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무각이었다.
“종종 서신을 주고받는데 전쟁 때보다 지금이 더 고달프다고 하더군요.”
“그 천방지축은 그럴 것이다. 불존의 젊을 때를 쏙 빼닮았으니…”
말끝을 흐리던 검선은 돌연 얼굴을 틀어 창밖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내내 웃음을 머금던 검선의 표정이 굳어졌다. 팽무성은 이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지요. 검선께서 하신 일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습니까.”
천마신검의 봉인을 위해 장백산까지 먼길을 내달렸다곤 하나, 전쟁 중 장렬히 스러진 창성과 불존, 두 친우의 곁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내심 원망스러웠다.
팽무성의 위로에 검선은 무릎 위의 주먹을 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검선의 감사에 고개를 끄덕인 팽무성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화련이는 당가의 의원들과 함께 사천성을 돌며 곳곳의 환자들을 살피고 있다 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이년이나 지났지만, 곳곳에 전쟁의 후유증은 남아있었다. 아직 환자들은 많았고 의원의 수는 부족했다.
독과 함께 뛰어난 의술로도 정평이 난 사천당가는 주기적으로 의원들을 사천 곳곳으로 파견하여 흩어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당화련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의술을 펼친 지 벌써 일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당화련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검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물었다.
“너도 그렇고, 화련이도 그렇고 나이가 찬 지 오래되었는데 언제 혼인하는 것이냐.”
검선의 직설적인 물음에 팽무성은 잠시 헛기침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가문끼리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사천당가의 데릴사위제는 잘 넘어갔느냐?”
“예. 다만 혼인식은 사천당가에서 치르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에 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례적인 일이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니 두 가문의 합의가 잘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순탄하게 잘 진행되고 있구나. 다행이야.”
이후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팽무성은 검선에게 넌지시 물었다.
“당분간 하북팽가에서 지내시지요.”
검선은 굽어진 허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답했다.
“음. 그렇지 않아도 한동안 팽가에 몸을 맡기려고 너를 찾아왔다. 먼저 말해줘서 고맙구나.”
“바로 연락을 넣어두겠습니다.”
“그래.”
시비들의 안내를 받고 원로원으로 향하는 검선을 배웅하는 팽무성의 곁으로 가월이 다가왔다.
“소가주님. 서신이 도착했네요.”
가월은 서신 하나를 들고 와 팽무성에게 건네주었다.
그 자리에서 서신을 펴서 읽던 팽무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이것도 마무리 지어야지.”
서신을 어디서 보냈는지 알고 있는 가월은 팽무성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팽무성이 이미 천하에 손꼽히는 고수임은 알고 있었지만 팽무성이 아무리 강해진다 한들 가월의 팽무성에 대한 걱정은 절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바로 떠나실 건가요?”
“그래. 뭐 미루어봤자 좋을 게 없으니.”
“알아서 잘하시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가월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 * *
“오랜만이군.”
감숙성으로 들어와 곧바로 사도천 본성에 도착한 팽무성은 붉은 성문을 보며 처음 사도천에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와 달리 팽무성은 단신으로 사도천 본성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끼이익
붉은 성문이 열리고 철권대를 뒤에 대동한 철무련이 직접 마중 나왔다.
“어서 오시오. 도왕.”
철무련이 먼저 포권하자 뒤에 늘어서 있던 철권대도 일제히 예를 갖추었다.
“환영 해주셔서 감사하오. 소천주.”
최소한의 예를 갖출 뿐, 팽무성과 철무련은 그 이후로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말로는 환영이라 하지만 그 분위기는 제법 쌀살했다.
팽무성이 사도천에 방문한 이유를 철무련은 물론이고 사도천의 모든 무인이 알고 있는 타싱었다.
여느 때와 같이 만마전으로 안내받던 팽무성은 저 높이 언덕에 보이는 만마전의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눈에는 만마전이 무너진 것으로 보이는데.”
“맞소. 무림 대전 당시 지마신이 쳐들어와 만마전을 무너트린 잔해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소.”
철무련의 설명에 팽무성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만마전은 사도천주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곳.
그런 곳을 다시 건축도 하지 않은 채 저런 흉한 모습으로 두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주의 엄명이었소. 따로 명령을 내릴 때까지 만마전은 다시 세우지 말라는.”
철무련의 말을 듣던 사이, 만마전의 아래에 도착한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만마전이 세워진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을 중심으로 거대한 연무장이 넓게 깔려 있었다.
그 연무장에는 현재 사도천 본성에 상주하는 타격대가 모두 모여있었다.
“이곳부터는 혼자서 올라가시면 되오.”
말을 건넨 철무련은 철권대를 이끌고 연무장의 정해진 위치에 서서 대기했다.
타격대의 무인들은 연무장 한가운데로 등장한 팽무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훗.”
그 날카로운 시선들에 팽무성은 가소롭다는 듯 한 번 웃어주고는 무복을 펄럭이며 당당히 계단을 올랐다.
백 개의 계단을 올라 언덕 위에 올라선 팽무성은 만마전의 폐허를 향해 걸어갔다.
그 폐허 속 반 토막이 난 채로 빛이 바랜 태사의에 사천이 몸을 기대고 있었다.
“왔느냐. 팽무성.”
천하제일(天下第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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