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96)
195화
하북팽가의 정문을 박차고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는 무리.
팽무성은 팽호대를 이끌고 하북의 동쪽으로 이동하여 만성(滿城)이라는 지역에 도착했다.
만성은 요녕성의 경계에 제일 가까운 위치였다.
그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대기를 하는 사이에 정찰을 보낸 팽호대원이 돌아와서 보고했다.
“발견했습니다. 만성의 동쪽, 이십 리 바깥쪽에 있습니다.”
“가자.”
비호각의 정보가 맞음을 확인한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이곤 발을 박찼다.
팽무성을 필두로 팽호대가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나아가자 곧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피난 가듯 작은 짐을 들고 줄지어서 이동하는 사람들.
그 선두에 있던 이들은 팽무성과 팽호대를 발견하고 경계하는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북팽가다.”
“팽호대!”
병장기를 뽑으며 경계하던 무인들은 팽무성과 팽호대의 무복을 보곤 경계를 풀었다.
이들은 요녕성에 자리잡은 모용세가의 가솔들이었다.
“팽 대협!”
선두에서 가솔들을 이끌고 있던 모용세가 소가주, 풍룡 모용준은 언덕을 내려오는 팽무성을 보고 눈을 붉혔다.
팽무성은 줄줄이 늘어져서 걸어오는 모용세가 가솔들을 보며 눈가를 좁혔다.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한 것인지 모용세가 가솔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끄는 모용준의 얼굴도 심히 지쳐 보였다.
“모용 소협,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팽무성의 질문에 모용준을 이를 갈며 말했다.
“북해빙궁입니다.”
“북해빙궁?”
팽무성은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미간을 좁혔다.
팽무성은 황학루에서 검선에게 들은 얘기를 떠올리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북해무신. 그자가 움직인 건가.’
검선의 말로는 무림 정복에 대한 야욕이 큰 인물이라 했으니 무림 대전으로 무림의 힘이 빠진 지금이 북해빙궁을 움직일 적기일 것이다.
“모용가주께서는?”
대충 상황을 파악한 팽무성의 물음에 모용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모용세가의 전력만으로는 북해빙궁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님은 다른 가솔들과 함께 남아서 시간을 버셨습니다.”
모용준의 말에 팽무성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 무림 대전 당시에 심각한 내상을 입었던 모용가주가 아니던가.
일이 년 내로 회복할만한 내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멀쩡한 몸도 아니고 내상을 입은 몸으로 남았다면 생존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일단 본가로 가시지요.”
“감사합니다. 팽 대협.”
팽무성의 명령으로 팽호대가 모용세가 가솔들의 호위를 맡았다.
팽무성은 모용준의 옆에 붙어 북해빙궁에 대해서 물었다.
“그렇다면 모용세가를 친 병력이 겨우 선발대란 말입니까.”
“예. 저들의 입으로 스스로 말했으니 맞을 것입니다.”
“고작 선발대가 무인의 수가 육백에 초월경 고수까지 포함되어 있다… 만만치 않군요.”
오대세가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모용세가는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세가였다.
그런 모용세가를 하룻밤에 무너트리는 전력이 고작 선발대에 불과하다니.
“본가를 무너트렸으니 이제 하북으로 올 것입니다. 미리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겠지요.”
대답하는 팽무성의 눈에는 냉기가 서리고 있었다.
* * *
요녕을 넘어서 하북을 넘어선 북해빙궁의 선발대.
선발대를 이끄는 이장로는 하늘에서 수북하게 떨어지는 눈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때는 마침 겨울인데 북쪽에 위치한 하북이라 눈까지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환경이면 북해빙궁의 빙공이 더욱 위력적으로 발휘되리라.
“마침 눈마저 떨어지니 때가 좋구나.”
“맞습니다. 하늘이 본궁의 손을 들어주시는 모양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용세가를 무너트렸지만 커다란 피해 없이 병력을 보존한 덕분에 선발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선발대의 무공이 뛰어난 덕택도 있지만 초월경의 경지에 오른 이장로의 활약이 컸다.
모용가주를 비롯한 장로들이 이장로의 한 수에 모두 얼음조각상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팽무성을 비롯한 하북팽가가 나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수하의 염려에 이장로가 콧방귀를 꼈다.
“걱정 마라. 우리가 진주언가를 무너트리면 도리어 좋아할 놈들이다. 우리가 하북에 들어선 것을 알아도 진군하는 방향을 보곤 가만히 구경만 할 것이다.”
북해빙궁은 무림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하면서도 은밀하게 수족을 움직여 꾸준히 정보를 모아왔다.
하북팽가와 진주언가의 껄끄러운 관계를 알고 있는 이장로는 이를 이용해 하북팽가가 나설 가능성을 배제했다.
실제로 북해빙궁 선발대는 하북팽가에서 멀찍이 떨어져 이동하면서 진주언가로 접근하고 있었다.
‘하북팽가, 네놈들이 진주언가를 가만히 두는 것은 정파라는 위치 때문이겠지. 우리가 대신 움직일 테니 네놈들은 구경이나 해라.’
문파 대전 이후로 서서히 몰락하던 진주언가는 무림 대전에서 권왕을 잃고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약해진 진주언가는 북해빙궁의 선발대에 있어 그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이제 곧이다. 준비해라.”
지도를 가진 수하에게 위치를 확인한 이장로는 선발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반 시진 이후면 진주언가에 도착할 거리였다.
“진주언가만 무너트리고 잠시 물러나서 본궁에 본군의 출진을 요청해야겠군.”
현 무림은 확실히 전쟁을 겪고 약해졌다.
요녕에서 하북으로 진격하면서 직접 새로 정보를 갱신하고 무림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이장로는 지금이 바로 북해빙궁이 나설 때라고 확신했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웃음을 머금으며 중얼거리던 이장로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저 앞에 낮은 성벽처럼 길게 솟아오른 언덕. 저 언덕만 넘어선다면 진주언가의 코앞이었다.
그런데 그 언덕 위에 길게 도열한 병력이 북해빙궁의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설마 진주언가의 병력인가.”
“아닙니다! 저 깃발은…”
수하의 말에 이장로는 언덕 한가운데에서 드높이 펄럭이는 깃발을 확인했다.
붉은 바탕에 어금니를 드러내고 있는 용맹한 대호가 수놓아진 깃발.
하북팽가의 깃발 아래에 팽호대를 비롯한 타격대가 언덕 위에서 북해빙궁의 선발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장로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늘게 뜬 눈으로 깃발을 응시했다.
“이곳은 진주언가의 앞마당이다. 그런데 어찌 하북팽가가 나타난단 말이냐!”
그때, 언덕 위에서 철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팽호대주 철호다! 북해빙궁! 더 이상의 진격은 용납하지 않겠다.”
철호의 일갈에 잠시 당혹스러워하던 이장로의 눈이 빠르게 서늘해졌다.
안력을 끌어올린 이장로는 언덕 위에 도열한 무인들의 얼굴과 기세를 꼼꼼히 살폈다.
“팽무성은 직접 나서지 않았나 보군. 일개 대주 따위가 감히!”
이장로의 손짓에 북해빙궁의 무인들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돌진! 쓸어버려라!”
철호의 명령에 팽호대를 비롯한 하북팽가의 타격대도 일제히 언덕을 내려가며 북해빙궁을 향해 뛰어나갔다.
제법 쌓인 눈밭이 무인들의 발에 밟히며 사박거리는 소리를 냈다.
쩌정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한기를 머금은 빙장(氷掌)과 도기가 쏟아졌다.
장력을 베어낸 철호는 도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한기에 하나 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철호는 내공을 끌어올려 단숨에 한기를 밀어내며 장법을 뻗은 무인의 목을 쳐냈다.
“빙공에 의한 내상을 조심해라!”
곳곳에서 얼음이 솟구치고 빙장에 스친 눈보라가 커다랗게 덩치를 불려 우박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북팽가는 북해빙궁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북팽가 가솔들이 도를 뻗어낼 때마다 얼음이 쩍쩍 갈라지며 북해빙궁 무인들이 피를 쏟고 있었다.
“이쪽이다! 흑호대 이조는 밀집대형으로 파고들어!”
“냉기를 이겨낼 수 없다면 곧바로 물러서라!”
하북팽가의 심법이 양기에 치중되어있고 일시적으로 양기를 북돋는 약을 신의에게 받아서 복용한 덕택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하고도 하북팽가 타격대의 무력 자체가 뛰어났다. 빠르게 무너지는 전열을 보며 이장로의 눈이 구겨졌다.
‘역시 모용세가와는 다르군. 타격대의 수준이 달라.’
새하얀 눈밭 위로 북해빙궁의 피가 뿌려지는 경우가 늘어나자 이장로는 슬쩍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하북팽가 무인들의 수준이 제법 높다 한들 초월경 고수인 자신이 펼치는 빙공 앞에서는 그저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이장로의 쌍장에 한기가 몰아칠 때, 선발대의 뒤쪽에서 난데없이 뇌성이 울렸다.
짙은 눈보라를 갈라내고 쏟아지는 붉은 벼락. 이에 일시적으로 주변의 날씨가 맑아졌다.
눈보라가 걷히고 따뜻한 햇빛이 내려옴에도 이장로는 도리어 등이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꼈다.
이장로가 뻣뻣해진 고개를 돌릴 때, 붉은 뇌전이 뿜어지며 후열에 있던 무인들의 팔다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도격으로 선발대의 맨 끝에서 자신에까지 이르는 길을 만들어낸 팽무성의 위용에 이장로는 입을 잘게 떨었다.
쿠웅
“꺼억!”
“이 무게는 대체!”
팽무성이 쏟아내는 산왕군림보의 압력에 선발대의 후열에 있던 무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거나 땅에 처박혀 일어나지 못했다.
산왕군림보를 펼쳐 수백을 단숨에 제압한 팽무성은 이장로의 앞에 마주 섰다.
“노인장이 선발대를 이끄는 수장이군.”
“팽무성…”
이장로는 무어라 입을 우물거렸지만, 말을 내뱉지 못했다.
팽무성이 내뿜는 기세에 한 번의 저항조차 못 하고 압도당한 이장로는 눈보라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용세가를 밀어버렸다고 들었다, 진주언가도 그럴 셈이었나.”
이장로의 눈이 잘게 떨리자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굳이 방향을 크게 틀어서 진주언가를 치는 것을 보니 본가가 좋아하며 모르는 척할 줄 알았나 보지.”
터억
눈밭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이장로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내렸다.
자신의 발 옆에는 언제 베였는지 모를 자신의 오른팔이 떨어져 눈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크윽!”
이제야 팔이 베인 것을 느낀 이장로는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하북팽가를 아주 우습게 봤구나. 북해빙궁 이 머저리들이.”
뻐억
“꺼허헉!”
팽무성의 발길질에 단전이 깨진 이장로는 그대로 기절해 앞으로 푹 쓰러졌다.
눈을 뒤집고 기절한 이장로를 쳐다보던 팽무성의 옆으로 철호를 비롯한 타격대의 대주들이 달려왔다.
“피해는?”
“전투가 빠르게 끝난 덕택에 거의 전무합니다. 자잘한 내상을 입은 이들이 몇 있을 뿐입니다.”
팽무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철호가 아직도 산왕군림보의 압력에 고통받는 무인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소가주. 살아남은 놈들은 어찌할까요?”
팽무성은 비호각을 통해 보고받은 모용세가의 피해를 떠올렸다.
가주를 비롯해서 모용세가에 남아서 저항하던 이들의 시신은 모두 선 채로 꽁꽁 얼려져 북해빙궁의 위세를 과시하는 용도로 전락했다고 했던가.
팽무성은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단전을 모조리 깨부숴서 본가의 뇌옥에 가둬라.”
* * *
팽무성의 말을 듣던 검선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북해에 말이냐?”
“예. 직접 갈 생각입니다.”
“흐음.”
북해빙궁의 만행은 이미 들어서 아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북해빙궁으로 직접 가는 것은 위험했다.
“궁주가 괜히 북해무신이라 불리는 것은 아닐 것이야. 아무리 너라 해도 힘들 수가 있다. 게다가 거기는 북해가 아니더냐.”
중원에서 북해무신을 싸우는 것보다 북해에서 맞서는 것이 당연히 불리했다.
사시사철 눈이 쏟아지고 얼음이 가득한 북해에서 펼치는 빙공은 더욱 위력적일 터.
거기에 그 주체가 북해무신이라 불리는 자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장로라는 자의 말을 들어 보면 북해빙궁의 본군이 무림에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더군요. 차라리 그전에 막는 것이 무림에 피해가 적을 것입니다.”
팽무성은 생각에 잠긴 검선에게 다시 부탁했다.
“함께 북해로 가주시지요. 검선 어르신.”
홀로 북해빙궁에 들어가 북해무신을 만나고 돌아온 검선만한 길잡이도 또 없을 것이다.
팽무성의 부탁에 검선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어쩔 수 없구나. 가자. 북해로.”
북해무신.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