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뇌기와 냉기의 격돌.
팽무성과 북해무신이 일장을 교환하자 그 주변으로 짙은 수증기가 맴돌았다.
북해무신이 주변으로 퍼진 수증기를 응시하자 수증기는 자잘한 얼음 알갱이로 얼어갔다.
쏴아아
호선을 그리며 양쪽에서 뻗어오는 빙백신장(氷白神掌). 장법의 투로에 따라 허공의 얼음 알갱이가 팽무성에게 쏘아졌다.
빙백신장을 중심으로 눈보라처럼 밀려오는 얼음 알갱이에 팽무성은 힘차게 진각을 밟았다.
콰앙
견고한 얼음 바닥에 실금을 그려내는 산왕군림보의 첫걸음.
위에서 쏟아지는 압력에 암기처럼 쇄도하던 얼음 알갱이가 일제히 바닥에 박혔다.
뒤이어 뻗어오는 빙백신장의 쌍장을 적아도가 갈라냈다.
베어낸 장력이 채 흩어져 사라지기도 전에 열두 겹의 장력이 연달아 쏟아졌다.
빙백신공이 본격적으로 펼쳐지자 그렇지 않아도 서늘했던 오 층의 온도가 계속해서 내려갔다.
이에 팽무성의 입술도 푸르죽죽해졌다.
전신에 뇌기를 두르며 냉기를 밀어내는 팽무성은 사방에서 생성되는 얼음을 일제히 갈라냈다.
뇌기에 녹은 얼음이 수증기로 화했고 그 수증기가 다시 냉기에 휩쓸려 얼음이 돼서 날아들었다.
콰카캉
극양과 극음의 무공이 충돌하자 빙궁 전체가 지진이 일어난 듯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피해라!”
“오 층에서 냉기가 내려오고 있다!”
빙백신공의 냉기는 오 층 전체를 뒤덮는 것으로 부족해서 그 아래층까지 침범하며 접하는 모든 것을 얼려내고 있었다.
이에 빙궁의 아래층에 있던 이들은 모두 대피를 위해 밖으로 빠져나와야 할 정도였다.
다른 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검선과 일장로도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두 고수의 기파를 느끼며 표정이 굳어졌다.
하나 두 사람은 서로가 자신이 믿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며 승부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극양의 내공이라, 즐겁구나!”
손을 휘저어 허공에 굵은 얼음 방벽을 만들어 도격을 막아내는 북해무신.
팽무성이 뿌리는 도격에 얼음이 우수수 꿰뚫리는 사이, 북해무신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팽무성의 머리 위에서 연달아 장력을 쏟아내는 북해무신.
수십의 장력과 수영(手影)이 일제히 겹쳐서 밀려드니 짙은 눈보라가 덮쳐오는 형국이었다.
후아앙
좌우로 길게 휘둘러지는 적아도.
뇌기를 가득 머금은 도풍이 넓게 펼쳐진 채 장력과 수영을 밀어냈다.
콰아아앙
그 자리에서 솟구친 팽무성은 폭발을 뚫고 북해무신의 허리를 향해 적아도를 휘둘렀다.
꺼엉
적아도에 느껴지는 강한 반발력에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팽무성이 베어낸 북해무신의 허리에는 짙은 푸른빛의 얼음이 맺혀있었다.
적아도는 그 얼음을 절반밖에 가르지 못하고 중간에 막혀있었다.
“단단하군.”
“어지간한 호신강기보다 단단할 것이다.”
쩌적
얼음에 박힌 적아도를 타고 흐르는 빙백신공의 냉기가 적아도의 도신을 얼려냈다. 이에 얼음에 박힌 채 완전히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적아도.
북해무신은 적아도를 허리에 붙인 채로 두 팔을 교차해 허공을 긁어냈다.
그물처럼 빼곡한 흰 선이 교차하여 밀려들자 팽무성은 좌수의 검결지로 이를 단숨에 찢어냈다.
빠지지직
그와 동시에 폭주하듯 거대한 뇌전을 흩뿌리는 팽무성의 우수.
막대한 양의 양기가 적아도를 타고 흘러가 적아도를 얼린 얼음을 녹여냈다.
팽무성이 적아도를 회수하는 틈을 노리고 북해무신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냉기가 집약되었던 바닥에서 난데없이 얼음기둥이 솟구쳐 팽무성을 삼키려 들었다.
콰앙
팽무성은 뇌기를 실어낸 오른쪽 다리를 망치처럼 휘둘러 솟구치는 얼음을 박살냈다.
화아악
북해무신의 손짓을 따라 짙은 냉기가 눈보라를 일으켰고 다섯 가닥의 도격이 이를 갈라내고 있었다.
쩌저적
뇌기와 냉기가 부딪치며 서로를 거칠게 밀어냈다. 허공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푸른 얼음이 번개 모양으로 쩍쩍 갈라졌다.
빙백신공을 받아내는 적아도의 도신에는 얼음이 맺혔다 녹기를 반복했고, 북해무신의 양 손바닥에는 냉기 대신 간혹 뇌기가 감돌기도 했다.
부딪친 좌장과 적아도가 튕겨 나갈 때, 북해무신이 쌍장을 뻗어냈고 팽무성은 적아도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쩌엉
냉기와 양기가 힘겨루기하는 사이에 지금의 대치상황을 노린 북해무신의 눈이 반짝였다.
촤아아아아
북해무신의 전신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가공할 냉기가 폭사했다.
주위 공간을 단숨에 뒤덮는 푸른 냉기.
팽무성은 수평으로 적아도를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전신이 얼어버렸다.
한순간에 얼음조각상이 되어버린 팽무성.
북해무신은 곧바로 팽무성을 향해 빙백신장을 내질렀다.
얼어버린 팽무성을 장력으로 완전히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장력을 내지르기 위해 북해무신이 팔꿈치를 굽히는 순간, 얼어버린 팽무성의 전신에 굵은 금이 그어졌다.
쩌저적
팽무성의 명치에서 시작된 실금은 위아래로 시원하게 뻗어 나가더니 단숨에 전신의 얼음을 깨트렸다.
깨지는 얼음 사이로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흘리는 팽무성을 보는 북해무신의 눈동자가 확대됐다.
‘빙혼백계를 이렇게 쉽게 깨트리다니!’
빙혼백계(氷魂白界)는 단순히 냉기를 뿜어 몸을 얼리는 절기가 아니었다.
피부를 넘어 단숨에 혈맥을 파고든 냉기는 단전부터 시작하여 모든 장기를 얼려버리는 절기.
심후한 내공을 지닌 무림인도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냉기에 빙혼백계에 당하는 이는 잠에 빠지듯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북해무신은 잠시 뒤로 물러나 팽무성이 빙혼백계를 깨트리던 그 장면을 다시 상기했다.
극양의 내공으로 빙혼백계를 녹여냈다기보다는 무언가 예리한 것으로 얼음을 쪼개는 것에 가까웠다.
마치 도로 얼음을 베어낸 것처럼.
더구나 빙혼백계의 얼음은 초월경 고수들이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겨우 흠집이 날 정도로 가공할 내구도를 지니고 있었다.
적아도나 손은커녕,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팽무성이 어찌 빙혼백계를 베어냈을까. 찰나 생각에 잠겼던 북해무신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심도(心刀)!”
슬슬 절대경의 종착지에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느끼는 북해무신에게도 팽무성이 보인 심도의 경지는 아직 요원했다.
북해무신은 전신에서 굵은 뇌기를 분출하며 빙혼백계의 냉기를 몰아내는 팽무성을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온전치는 않으나 심도의 영역에 걸친 도격을 보여내는 것도 그렇고, 빙혼백계의 냉기를 빠르게 몰아내는 극양의 내공도 놀라웠다.
“재밌는 절기로군.”
붉어진 전신에서 막대한 양의 김을 내뿜던 팽무성은 적아도로 북해무신을 겨누었다.
“나도 근래에 얻은 깨달음이 있는데 답례로 보여주도록 하지.”
별다를 것은 없었다.
적아도는 그저 사선으로 천천히 그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위로 솟구치는 적아도의 움직임에 북해무신은 빙백신공을 익힌 이후로 처음 오싹함을 느꼈다.
이를 악문 북해무신은 명치로 두 손바닥을 모아 냉기를 집약시켜 하나의 작은 구를 만들어냈다.
북해무신이 만들어낸 구가 재빠르게 팽무성에게 쏘아졌지만 적아도는 여전히 제 흐름을 이어갔다.
쩌어어어엉
빙백무신이 날려낸 빙백천구(氷白天球)의 절기가 중간에 느닷없이 갈라지며 사방으로 극한의 냉기가 쏟아졌다.
빙궁 전체를 집어삼키고도 모자랐는지 빙백천구의 냉기는 이를 넘어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 닿는 것을 죄다 얼려버리고 있었다.
“이런, 검선! 도와주시오!”
사람들이 물러나 있는 곳까지 해일과 같은 냉기가 밀어닥치자 표정을 굳힌 일장로가 소리쳤다.
그 범상치 않은 냉기에 검선마저 얼굴을 굳히고는 곧바로 극성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아아아!”
일장로는 합장을 하더니 극성으로 장력을 펼쳐내 길게 늘어지는 빙벽을 만들어냈고 검선은 그사이에 만풍진천하(萬風進天下)의 절초를 펼쳐냈다.
검선의 검극이 회전하며 거대한 질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솟아오르는 여러 줄기의 질풍이 벽처럼 늘어서며 냉기를 막아내기 시작했다.
빙벽을 넘어서서 뻗어오는 빙백천구의 냉기와 만풍진천하와 충돌하자 검선이 일으킨 검풍이 그대로 얼어갔다.
“흐읍!”
신음을 흘린 검선은 전력으로 검을 뻗어냈고 빙벽을 유지하는 일장로도 마찬가지였다.
빙백천구와 한혼빙장(寒魂氷掌)의 냉기가 양쪽에서 맞물리며 점점 덩치를 키운 빙벽은 어느새 전각의 높이까지 솟아올랐다.
그 주변으로 검선의 검풍도 회오리치는 모양새로 얼어버리니 하나의 장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쿨럭!”
“크흑.”
검선과 일장로는 힘을 합쳐 간신히 빙백천구의 여파를 막아냈으나 심각한 내상을 입은 듯 얼굴이 시퍼레져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검선은 몸을 파고드는 냉기에 전신이 오들오들 떨림에도 시선은 빙궁으로 향해있었다.
그저 여파를 막는 것임에도 초월경 고수 둘이 전력을 다해야 할 지경인데 이를 직접적으로 맞이한 팽무성은 괜찮을지 염려가 되는 검선이었다.
검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빙궁의 오 층을 쳐다보고 있을 때, 북해무신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 있었다.
호신강기 대신에 전신에 생성해낸 빙백신공의 얼음은 깔끔하게 갈라져 있었다.
거기에 혈맥을 타고 흐르며 난동을 치는 혼원벽력신공의 뇌기를 다스리느라 북해무신의 얼굴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마 빙백천구를 베어내다니.”
빙백천구는 사방으로 냉기를 퍼트려 다수를 상대하는 초식이 아닌 오직 한 사람의 절대고수를 상대하기 위한 초식이었다.
그런데 팽무성이 빙백천구마저 베어버려 그 집약된 냉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것이었다.
북해무신은 빙백천구와 더불어 자신의 얼음을 베어낸 팽무성의 단순한 그 사선 베기가 심도의 깨달음에 관련된 것임을 알아차렸다.
“음!”
뇌기를 다스리지 못한 북해무신은 몸을 비틀거렸다.
일시적으로 상처를 얼려 출혈은 막아냈지만, 내부는 뇌기로 온통 진탕되어 내상이 심각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는 북해무신을 보던 팽무성은 적아도를 거두었다.
“끝을 내지 않은 것이냐.”
“굳이 당신을 죽여서 빙궁과 무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필요는 없소.”
북해빙궁은 정사의 경계가 흐릿한 곳.
빙궁주를 죽여서 빙궁의 역사에 확실한 원한을 남기는 것은 지금 당장은 몰라도 훗날까지 생각하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그냥 살려주는 것은 아니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빙궁은 중원에 발을 들이지 마시오. 이 약조가 어겨진다면 빙궁의 멸문으로 이어질 것이오.”
“네놈이 본궁을 억제할 셈이로구나.”
팽무성이 원하는 바를 알아차린 북해무신은 입꼬리를 올렸다.
“후후. 아무리 그래도 나를 살린다면 후환이 될 것이다. 후환을 남길 셈이냐.”
이에 팽무성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북해무신을 내려다봤다.
“나는 후환을 남기는 성격이 아니오.”
단호한 대답에 북해무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의 팽무성에게 자신은 후환으로 여겨지지조차 않는다는 뜻이었다.
“도전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시오. 나는 누가 도전해도 이길 자신이 있소. 이것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이겠지.”
미련 없이 등을 돌리는 팽무성을 향해 북해무신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마교주는 나보다 강했느냐.”
이에 팽무성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가면서 답했다.
“사도천주, 그리고 당신과 겨루며 깨달은 것이 있소. 마교주를 꺾은 그 순간부터 내가 천하제일이었다는 거요.”
그 대답을 들은 북해무신은 홀로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향후 백 년은 빙궁이 무림을 노릴 수 없겠구나.”
* * *
팽무성과 검선이 다시 무림으로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북해빙궁의 일이 전 무림으로 퍼지게 되었다.
북해무신을 단신으로 꺾어내고 북해빙궁의 침공을 저지한 팽무성.
무림은 이제 팽무성을 천하제일인, 혹은 도신(刀神)이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도신이라는 새로운 천하제일인의 출현으로 무림은 조금씩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었다.
종장, 사패의 여행.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