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99)
198화
한적한 관도로 마차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팽 오라버니, 여기는 어디예요?”
팽무성과 팔짱을 끼고 있던 당화련은 마차에 난 작은 창으로 바깥 풍경을 보며 물었다.
당화련의 눈에 보이는 것은 펼쳐진 밭과 산, 나무뿐이었다.
“어디긴, 그냥 한적한 시골이지.”
팽무성과 당화련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궁혁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너희는 혼인해도 달라진 것이 없구나.”
“여유롭네, 여유로워. 아미타불.”
달포 전에 사천에서 혼인식을 올린 팽무성과 당화련은 사패와 함께 무림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느긋하니 마차를 타고 다니며 각지의 명승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단어 그대로의 여행이었다.
관도를 따라 천천히 달리던 마차가 멈춘 곳은 한 허름한 객잔의 앞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무각은 조금 센 바람이 불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오래된 객잔을 보며 눈살을 구겼다.
무각은 객잔을 잠시 쳐다보더니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뭐야. 팽 시주. 바로 안 가는 거야?”
“직접 보고 듣는 것도 있어야 하니.”
팽무성은 마차에서 내리면서 간판조차 없는 허름한 객잔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기가 숨겨진 맛집이거든.”
팽무성은 간판 없는 객잔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른 사패는 모르는 오직 팽무성만 아는 맛집. 전생에 팽호대를 이끌고 마교의 추적을 따돌리다가 우연히 도달한 곳이었다.
그때 사패 중 살아남은 것은 팽지혁이 유일했기에 그 누구와도 같이 올 일이 없던 장소이기도 했다.
“팽 오라버니가 추천한 곳이니 괜찮겠죠.”
“음. 먹어보면 알겠지.”
사패가 객잔에 들어서자 그 허름한 외양답게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같은 마을 사람들만 몇몇 보일 뿐이었다.
“아이고. 외지에서 오셨나 보구만.”
이 객잔은 점소이가 따로 없이 노년의 주인장이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팽무성은 전생에서 봤던 그 노인장이 객잔의 안쪽에서 나오는 것을 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우리 객잔은 다루는 음식이 별로 없는데.”
“소면에 만두, 동파육. 맞습니까?”
팽무성이 먼저 답하자 노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으시오?”
“예. 아주 예전에.”
팽무성의 모호한 대답에 노인장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내가 아무리 늙어도 손님 얼굴은 까먹지 않는데, 이상하군.”
머리를 긁적이던 노인장은 객잔에서 햇볕이 잘 드는 자리를 가리켰다.
“다시 찾아온 손님이니 더욱 신경 써야겠어.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시오.”
사패가 자리에 앉는 사이, 무각은 팽무성이 방금 나열한 음식의 종류를 떠올리더니 노인장을 향해 급히 소리쳤다.
“노인장, 설마 술을 안 파는 것은 아니겠지요?”
“허허. 술을 찾는 스님은 오랜만이네그려. 잠시만 기다리시오. 직접 담근 술을 내줄 터이니.”
잠시 뒤, 노인장은 넓은 쟁반에 음식을 가득 담아서 가져왔다.
커다란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소면을 머릿수대로 내려놓은 뒤에 한입 크기의 고기만두와 윤기가 흐르는 동파육 두 접시를 대령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인장이 직접 담근 술이 탁자 위에 올려졌다.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넉넉하게 차렸으니 마음껏 드시구려.”
“감사합니다.”
사패는 먼저 각기 앞에 놓인 소면을 맛보았다.
“으허.”
먼저 국물 맛을 보던 무각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개운함에 기이한 탄성을 흘렸다.
면을 후루룩 넘기던 당화련과 남궁혁도 소면의 쫄깃함과 입안에 가득 퍼지는 풍미에 깜짝 놀라 눈썹을 떨었다.
“뭐죠? 이 소면.”
“음. 국물의 색이나 올려진 고명을 보면 보통 소면과 특별할 것이 없는데, 이리 놀라운 맛을 내다니. 반박귀진의 경지에 도달한 소면인가.”
당화련은 더는 말하지 않고 젓가락을 놀리는데 바빴고 남궁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소면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그 사이, 동파육을 한입 집어 먹던 무각은 이마를 가득 구긴 채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시주들, 여기 이 동파육도 미친 것 같은데.”
팽무성의 추천으로 오기는 했지만, 객잔의 외양에 반신반의하던 사패는 음식에 완전히 매료된 상황이었다.
‘노인장의 실력이 전생과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군.’
팽무성은 씹을 때마다 육즙이 흘러나오는 만두를 먹으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객잔의 외양도 별 볼 일 없고 맛볼 수 있는 음식의 개수도 제한적이었지만 그 맛만큼은 천하제일에 다툴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무림으로 따지자면 이 객잔의 노인장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무공을 감추며 사는 은거고수인 셈이었다.
“팽 시주. 가르친다던 제자는 어때?”
동파육을 왕창 넣고 씹던 무각은 입안이 퍽퍽했는지 술로 입안을 적시며 물었다.
“진목이? 잘하고 있다. 곧장 잘 따라 하니 가르치는 맛도 있고.”
“힘들지는 않고?”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욱 즐거운 것이 크지.”
흐뭇하게 웃는 팽무성을 보던 무각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그래? 나도 소림사에 돌아가면 제자나 키워볼까? 이제 사숙들에게 배울 것도 없고 심심한데.”
술잔을 흔들던 무각의 중얼거림에 사패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젓가락이 움직이는 소리가 뚝 그쳤다.
음식에 집중하던 사패가 일제히 자신을 쳐다보자 무각도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뭐지? 이 이상한 반응들은?”
“좀 더 고민 좀 해봐라.”
팽무성에 이어서 다른 사패도 한마디씩 꺼냈다.
“제자에게도 술을 가르치면 큰일 나요.”
“말을 안 듣는다고 무턱대고 패는 것도 안된다.”
사패의 반응에 무각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불호를 욀 뿐이었다.
“아미타불. 시주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사패가 그렇게 식사를 즐기는 사이에 문을 열고 객잔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러 나간 노인장은 들어오는 이들의 면면을 보고는 얼굴을 굳혔지만 금세 웃음기를 띄었다.
“소문주께서 어찌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요.”
“너한테 볼 일 있는 것이 아니니 비켜라.”
무인들을 대동하고 들어선 소문주라는 사내는 객잔을 살폈고 같이 들어온 중년인이 사패가 앉아있는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말한 미인이 저 여인입니다. 소문주.”
중년인의 손을 따라 당화련의 옆모습을 확인한 사내는 곧바로 탄성을 흘렸다.
태어나서 저만한 미모를 가진 여인은 본 적이 없었다. 지금껏 다녀온 어떤 기루의 기녀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호오. 벽지의 흙냄새 나는 여인들과는 그 자태부터 다르군.”
소문주의 눈에 당화련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다.
소문주가 만족스러워 보이자 중년인은 헤프게 웃으며 간사한 얼굴을 했다.
“헤헤. 어떠십니까. 소문주. 이 정도면 괜찮으신지요.”
“꺼져라.”
소문주는 중년인에게 은자 하나를 던져주곤 사패가 있는 탁자로 걸어갔다.
소문주는 당화련이 함께 앉아있는 사패를 빠르게 훑어내며 물었다.
“근양문의 소문주. 태하전이라 합니다. 실례지만 어디에서 오신 분들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근양문이라는 단어에 사패가 한 번씩 태하전을 쳐다봤지만 태하전은 그 눈길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흐음. 무인 같기는 한데 그다지 강해 보이지는 않는군, 느껴지는 기세도 형편없고.’
태하전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 또래에 비해 무공의 성취가 뛰어났다.
이 주변에서 자신보다 성취가 높은 후기지수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태하전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저희는 사천성 구석의 소문파 출신입니다. 아마도 이름을 들어도 모르실 거예요.”
명성이 없는 소문파 출신이라는 말에 태하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강호가 동도인 것을,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여러분을 근양문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예?”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던 초대를 거절하자 태하전은 순간 당황했다.
머리에 열이 올랐지만 태하전은 당화련의 얼굴을 보곤 화를 참아냈다.
“후기지수들끼리 만났는데 서로 의기를 다지면 좋지 않겠습니까.”
“됐어요. 의기는 무슨.”
단호한 당화련의 대답에 태하전은 물론이고 뒤에 서 있던 근양문도의 얼굴도 싸늘해졌다.
“얼굴이 반반한 값을 하는구나.”
온화한 목소리를 흘리던 태하전의 태도가 돌변하자 기다리고 있던 근양문도가 사패가 앉아있던 탁자를 둘러싸며 검을 빼 들었다.
“무림맹도 사도천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 촌구석에서는 근양문을 당해낼 곳이 없다. 감히 그런 근양문의 소문주인 나의 말을 무시해?”
태하전은 미동도 하지 않는 사패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무공도 변변치 못한 허접한 것들이 배짱 하나는 좋구나. 사내놈들은 모두 죽이고 네년은 본문의 노예로 삼을 것이다.”
태하전이 당화련의 손목을 낚아채려 하자 팽무성이 그 손을 잡아냈다.
빠드득
“끄아악!”
팽무성의 악력이 단숨에 태하전의 손목을 부러뜨렸다. 아주 잘게 으깨놓았으니 이 손으로 다시는 검을 잡을 수 없을 터였다.
태하전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다리에 힘을 풀려 비명만 내지르고 있었다.
“소문주!”
경악한 근양문도들이 소리쳤으나 팽무성은 느긋하게 무각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직접 보고 들어야 한다고.”
“음. 팽 시주의 말이 맞아. 직접 보니 이놈이 그동안 어찌 살아왔는지 잘 알겠어.”
사패가 여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주변의 근양문도는 검을 뻗기는커녕 입하나 뻥긋할 수 없었다.
남궁혁의 기세가 근양문도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양문이 패악질을 저지르고 있다더니. 이 정도면 더 확인할 것도 없겠네요.”
“화련이의 말이 옳다. 근양문도 싹 정리하자꾸나.”
사패는 여행을 다니면서도 한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전쟁 이후로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무림맹의 공백을 틈타 악질적인 행동을 일삼는 무림 문파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근양문도 이와 같은 경우였다.
근양문주가 이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절정고수였고 그들의 의형제 세 명도 일류고수였다.
근방에서는 상대할 곳이 없으니 근양문은 완전히 왕처럼 군림하면서 주변의 소문파는 물론이고 양민들에게도 온갖 패악질을 벌이고 있었다.
사패가 이 마을을 찾은 것에 맛집을 방문하기 위함도 있지만 근양문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팽무성은 한 손으로 태하전을 번쩍 들어 노려봤다.
“감히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딜.”
단전을 깨부순 팽무성의 손짓이 태하전의 사지를 뒤흔들었다. 사지가 동시에 부러진 태하전은 그 고통에 아예 정신을 놓아버렸다.
쾅팽무성은 쓰레기를 버리듯 태하전을 객잔 밖으로 날려버렸다.
“정리하러 가자.”
팽무성의 말에 사패도 이를 뒤따랐다.
경악하는 객잔 노인장을 보던 팽무성은 웃으며 안심시켰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셨으니 대신 청소를 해드리겠습니다.”
노인장은 팽무성이 손바닥에 올려준 금자를 보더니 근양문으로 향하는 사패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 * *
근양문을 정리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던 도중에 남궁혁이 문득 입을 열었다.
“결정을 내렸네.”
이에 사패가 남궁혁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무림맹주를 해야겠어.”
갑작스러운 말에 사패는 깜짝 놀랐지만, 남궁혁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을 알기에 금세 수긍했다.
“직접 무림맹을 바꿔보고 싶어졌네.”
사패와 여행하는 도중에 손수 정리한 문파만 십여 개가 넘어갔다.
마교는 물리쳤지만, 여전히 무림에는 무공으로 삿된 짓을 하는 이들이 사방에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 의와 협을 실천해야 할 무림맹은 전쟁의 피해에서 허덕여 제대로 힘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
남궁세가와 무림맹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남궁혁은 무림의 상황을 직접 보고 겪으며 결국 고민을 끝냈다.
남궁세가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좀 더 넓은 무림을 위해 자신의 힘을 쓰고 싶었다.
“할아버님도 무림 대전의 상처로 많이 약해지셨지. 앞으로 맹주직을 맡을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 맹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터. 그 자리를 내가 책임져 볼까 하네.”
남궁혁의 각오에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남궁 형님이라면 잘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남궁세가는 걱정마세요. 어떤 가문인데 남궁 오라버니 하나 없다고 흔들리겠어요.”
“그렇지. 게다가 우리도 있잖아.”
남궁혁은 사패를 보며 든든한 얼굴을 했다.
“내가 이 결정을 내린 것은 너희의 영향도 크다. 사패가 뒤에 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지.”
이에 사패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패가 타고 있는 마차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종장, 하북팽가 가주.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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