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22)
21화
꽈가가강
청강석 바닥이 잘게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도와 거치도가 충돌할 때마다 폭음이 터졌다. 독안도의 도법은 전형적인 사파의 도법이라 폭급하고 살기가 짙었다.
수많은 전장을 겪으며 탄생한 철혈맹호도 또한 그에 못지않으니 적륜문은 점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힘과 힘의 충돌.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몰아치는 독안도의 모습은 한 마리의 야수와 같았다.
눈을 현혹할 정도로 쾌속한 움직임.
이를 따라가는 팽무성의 눈과 움직임은 고요했다.
도가 휘둘러 질 때 마다 독안도의 움직임은 맥이 끊겼다.
그럴 수록 독안도는 팽무성을 힘으로 누르려 했다.
잠혈폭공으로 넘치는 내공을 과시하듯 거치도의 길이를 넘는 커다란 도기를 연달아 쏟아냈다.
스스로의 힘에 취해버린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독안도의 움직임은 점점 단조로워졌다.
독안도는 거치도를 좌우로 그어내어 직선형의 도기를 뿜어냈다.
도기를 튕겨내는 팽무성의 손이 빨라졌다.
그 와중에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보법을 밟는 발이 흐릿해졌다.
마치 바람을 타는 듯한 움직임.
잠혈폭공으로 폭주하는 독안도의 속도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앞서고 있었다.
후웅
팽무성의 소매가 펄럭일 때 독안도가 쏟아낸 도기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바람을 머금은 도가 독안도의 가슴을 노렸다.
독안도는 주먹을 휘둘러 도를 쳐냈다. 동시에 팽무성의 어깨를 노렸다.
사선으로 베어오는 거치도.
팽무성을 쪼개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내려찍었다.
팽무성은 손목을 비틀어 도를 사선으로 올려쳤다.
까앙
도와 거치도가 얽히며 착 달라붙었다.
팽무성과 독안도의 신형이 고정되었다.
힘겨루기를 시작됐다. 거치도의 톱날이 번쩍거리며 팽무성을 노렸다.
“잠혈폭공을 펼친 나의 힘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으냐?”
독안도의 손목이 틀어졌다. 팽무성도 동시에 손목을 움직였다.
도와 거치도가 겹쳐진 각도가 뒤바뀌길 여러 번.
거치도의 톱날이 기울어지며 팽무성의 도신과 톱날이 맞물렸다.
톱날에 도신이 걸려서 빼내기가 힘든 상황.
독안도는 이를 놓치지 않고 힘으로 팽무성을 찍어 누르려고 했다.
까각
도와 톱날이 맞물린 부분에서 불똥이 튀었다.
독안도의 전력이 실린 거치도가 팽무성을 짓눌렀다.
팽무성은 가소롭다는 듯이 입을 비틀었다.
철혈맹호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팽무성은 기교보다는 힘과 파괴력을 선호했다.
더구나 지금 팽무성의 육체는 경지를 넘을수록 한층 더 강해지고 있었다.
도저히 질 자신이 없었다.
콰직
뒷발을 내디딘 팽무성.
발을 지탱하는 청강석 바닥에 실금이 그어졌다.
발끝에서 시작하여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힘. 팽무성의 신력이 도에 깃들었다.
까가각
팽무성의 도가 거치도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치도의 톱날이 긁히며 애처롭게 울었다.
핏발이 선 독안도의 눈은 광기로 가득했다. 그 광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큭.”
자신의 거치도가 밀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팽무성의 무복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근육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쭉 펴고 있던 독안도의 팔이 점점 굽혀졌다. 무릎과 허리도 마찬가지였다.
독안도는 급한 대로 내공을 끌어올렸으나 팽무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놈, 어떻게 내공마저 밀리지 않는 거냐.’
까각
거치도의 톱날을 시작으로 도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짓누르는 팽무성의 힘과 안에서 급하게 쏟아붓는 독안도의 내공을 더는 감당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이런.’
쩌엉
거치도가 반 토막이 나자 독안도는 도병을 놓고 쌍장으로 응수하려 했다.
독안도의 손이 움찔거릴 때 도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도는 그대로 시원하게 반월을 그렸다.
손바닥이 반 토막이 나고 뒤이어 독안도의 가슴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가슴에서 퍼지는 고통이 독안도의 정신을 말끔하게 만들었다.
“너, 정말 후기지수가 맞느냐?”
팽무성은 무시하고 다시 도를 휘둘렀다.
결국 독안도는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독안도는 얼굴을 구길 힘조차 없었다.
잠혈폭공을 쓰면 광기에 이성을 거의 놓지만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응수하던 팽무성의 움직임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쿨럭, 커헉.”
독안도는 검은 피를 계속해서 토해내고 있었다.
가슴의 부상과 슬슬 올라오는 잠혈폭공의 반동까지.
독안도는 가망이 없었다.
팽무성은 자세를 낮춰 독안도에게 가까이했다.
“구천을 떠돌며 흑적쌍사와 함께 지켜봐라. 너희가 그리 떠들던 사도천과 청빙음마가 어찌 되는지.”
팽무성은 독안도를 보며 씨익 웃었다.
하나뿐인 독안도의 눈이 잘게 떨렸다.
“흠.”
독안도의 숨이 끊어지자 팽무성은 등을 돌렸다.
아직 연무장에는 살아있는 적륜문도가 남아있었다.
“이것들은 어떻게 정리하나.”
팽무성의 중얼거림에 적륜문도들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에 모자라 머리를 박았다.
찰팍
바닥은 한때 동료였던 이들의 피로 흥건했다.
머리가 질척거렸지만 적륜문도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살려주십시오, 대협!”
“다시는 이쪽에 발도 들이지 않겠습니다.”
“듣자니 적륜문이 제법 깽판을 많이 치고 다녔던데.”
팽무성의 말에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
팽무성은 한 명도 빠짐없이 머리 박고 있는 적륜문도를 눈에 담았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 너희를 다 죽이면 너희와 내가 다를 게 없겠지.”
팽무성의 중얼거림에 적륜문도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뒷말에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인으로 죽을지, 양민으로 살아갈지. 결정할 기회를 주마.”
카앙
팽무성은 도를 바닥에 박았다.
바닥에 고정된 도신을 따라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무인으로 죽을 놈은 고개를 들어라. 고통 없이 보내주마. 아닌 놈들은 알아서 단전을 부숴라.”
“아아…”
“이런 선택지라니.”
적륜문도들은 탄식을 흘렸고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무인들은 언제나 두 가지 공포를 짊어지고 강호에서 살아갔다.
하나는 죽음의 공포.
다른 하나는 무공을 잃는 공포다.
팽무성도 무인이다.
무공을 잃는 상상은 하기조차 싫었다.
그렇기에 적륜문도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남의 손도 아니고 제 손으로 단전을 깨트리는 그 기분.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어쩌면 죽음보다 무거운 형벌일지 몰랐다.
하지만 팽무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고민할 시간은 충분했겠지.”
팽무성은 도를 뽑아 들었다.
* * *
금적상단의 사람들은 죄다 장원 밖으로 나와 있었다.
팽무성이 단 하루 만에 벌인 행보가 금적상단의 귀에도 들어간 탓이었다.
밖에 나오는 일이 없는 금용만마저 인파 속에 끼어있었다.
“저기 옵니다. 상단주.”
저 멀리서부터 상인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팽무성이 오고 있었다.
대로의 좌우로 사람들이 쫙 갈라졌다.
감탄을 하는 이도 있었고 팽무성의 이름을 연달아 부르는 이도 있었다.
가끔이지만 하북팽가의 이름이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적륜문의 횡포에 고역을 겪은 상인들이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선장군처럼 가슴을 펴고 걸어오는 팽무성에게서 금용만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이 사내가 나에게 찾아온 기연인가.’
금원일은 뒤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봤다.
뭔가 홀린 듯한 눈빛을 한 금용만을 잠시 바라보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팽 소협, 금적상단을 대표해서 감사드리오. 팽 소협은 금적상단의 은인이오.”
팽무성은 포권으로 답했다.
독안도가 죽은 지 나흘이 지났다.
그동안 팽무성은 태원의 주변을 돌며 다른 곳에 가있던 적륜문의 잔당들을 정리했다.
“다들 어서 드시오.”
저녁의 식사에는 금용만 뿐만 아니라, 상단주인 금원일, 허 무인과 총관까지 동석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오늘 하북에서 날아온 서신입니다.”
팽무성은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금원일에게 주었다. 금원일은 서신을 읽어 보고는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상단의 호위를 책임지는 허 무인에게 서신을 건네주며 팽무성에게 물었다.
“이 서신의 내용이 사실이오?”
“물론입니다, 가주의 직인도 찍혀있을 텐데요.”
서신의 내용은 간략했다.
금적상단의 호위를 보강할 무인들과 세부사항을 조율할 이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음. 서신의 내용대로라면…”
허 무인은 말끝을 흐렸다.
하북팽가는 팽무성의 말에 덜컥 무인을 보내지 않았다.
팽무성이 먼저 조건을 제시했고 월간회의에서 허락이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팽무성은 금원일이 아닌 금용만을 보며 말했다.
“소단주, 현재의 금적상단은 팽가에서 무인을 보낼 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내가 그리는 팽가에 금적상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도 본가를 설득하기 위해 커다란 것을 걸었습니다.”
금용만은 허 무인이 옆에서 내미는 서신을 받아 내용을 살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사내를 보았나.’
어지간한 일에는 꿈적도 하지 않는 금용만도 이번에는 서신을 들고 있는 두 손이 잘게 떨렸다.
하북팽가가 무인을 파견하는 기한은 이 년.
그 이 년 동안 금적상단이 세 배 이상 성장하지 못할 시 사공자는 소가주 경합 참가 자격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금용만은 본인의 능력을 잘 알았다.
자신은 충분히 상단을 성장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무모하다 생각될 정도의 행동.
이런 짓을 벌인 팽무성의 생각이 궁금했다.
“대체 뭘 믿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신 거요.”
금용만은 살짝 흥분한 듯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반면 팔짱을 끼고 있는 팽무성은 담담했다.
“소단주지, 누구겠습니까, 불가능합니까?”
금용만은 꺼낼 말을 찾지 못했다.
마주 보는 팽무성의 눈은 진중하기 그지없었다.
참으로 웃긴 사내였다.
뭘 믿고 자신을 이렇게 신뢰하는 것인지.
“이 년 뒤라면 본격적으로 경합이 시작되겠군.”
팽무성의 눈을 지긋이 보던 금용만이 손을 들었다.
엄지가 접히고 네 손가락이 펴져 있었다.
“네 배. 네 배로 상단을 키워보겠소.”
금용만의 눈은 열정과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사공자는 세력이 전무하다 들었소, 우리가 이 정도는 커야 다른 공자들과 붙어볼 만하지 않겠소.”
팽무성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드디어 금왕을 얻었다.’
금적상단의 신뢰 어린 시선들.
팽무성은 자신을 둘러싼 금적상단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잘 부탁합니다.”
포권을 하는 팽무성을 금용만은 지긋이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허리를 깊이 숙이며 포권을 했다.
“팽 소협, 상단을 구해주어 정말 고맙소. 금적상단은 팽 소협을 절대 먼저 저버리는 일이 없을 것이오.”
금왕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날개이나 시간이 지나면 팽가를 비상시키리라.
* * *
금용만의 방에 작은 술상이 차려졌다.
내일 떠나는 팽무성과 마지막을 회포를 풀기 위함이었다.
“청란주라는 술이오. 제법 향이 괜찮지. 우리 상단에서 독점으로 판매하고 있소.”
금용만은 직접 팽무성의 잔을 채워주었다.
금용만은 저번과 달리 풍성한 털이 달린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
방에도 훈훈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느낌은 어떠십니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소. 살을 에는 추위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금용만은 평소 자신의 몸을 관리하던 태원의 명의를 불러서 오월빙화를 복용했다.
귀한 영약을 먹은 만큼 효과는 굉장했다.
금용만의 몸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금용만은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술잔 안에서 찰랑거리는 청란주를 보고 있었다. 이를 보는 금용만의 눈빛은 뭐라 설명하기 힘들었다.
“술도 마찬가지요. 염왕사에 물린 이후 술을 입에 대지도 못했소.”
예전에 겪은 고역을 떠올리던 금용만은 직사각형의 철패를 건네주었다.
“천룡전장의 철패요. 팽 소협을 위해 새롭게 창구를 만들어 놓았소. 큰돈은 아니나 필요할 때 사용하시오.”
팽무성은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협호행을 떠나기 전에 본가에서 받은 금액이 그리 풍부한 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는 턱없지만, 나중에 천천히 은혜에 보답하겠소.”
다른 이가 말했다면 구색 맞추기로 하는 말로 들릴지 몰랐다.
하지만 금용만이 말하니 전혀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전생에서 금왕은 무천궁의 도움을 받아 다시 상단을 일으켰다.
강호의 상계를 휘어잡게 된 금왕은 매년 자발적으로 무천궁에 지원금을 보냈다.
그 액수가 무천궁의 반년 치 예산을 뛰어넘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내일 떠난다고 들었는데 이제 어디로 가시오?”
“하남에 일이 있습니다.”
금용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기울였다.
“하남성, 날씨가 온화해서 좋은 곳이지. 나도 여유로워지면 오랜만에 가봐야겠소.”
팽무성도 웃으며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술맛을 본 팽무성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입안에 머금을 때는 중후한 화끈함이 목을 괴롭혔다.
정작 목울대를 넘어가니 청아한 향이 감돌아 개운한 느낌이었다.
“좋군요.”
금용만은 팽무성의 반응에 만족하며 다시 술잔을 채워주었다.
“이곳에서도 계속 팽 소협의 명성이 들려오는 것을 기대하겠소. 나중에 봅시다.”
바로 다음 날에 출발이었지만, 팽무성과 금용만은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 * *
팽무성은 눈앞의 전경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드디어…”
오랜만이네, 너도, 네놈도.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