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26)
25화
“독마종을 어떻게 아는 거냐?”
쌍겸과 독은 독마종의 상징이나 마찬가지.
강호의 노고수라면 모를까, 시퍼런 핏덩이가 어찌 바로 알아차렸을까. 마인의 눈에 불길한 이채가 번득였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구름.
순리를 거스르는 역천의 힘. 마기(魔氣).
전생에서 지겹도록 겪었건만 적응되지 않는 게 마기였다.
절정의 마지막 벽을 앞둔 걸까.
흘러나오는 마기만으로도 눈앞의 마인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했다.
마인, 허사영의 양팔에 감겨있는 사슬이 잘게 떨었다.
촤륵
허사영의 손에서 벗어난 쌍겸.
쌍겸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독이었다.
그리고 기화된 독은 단숨에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그에 팽무성은 바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고작 후기지수 따위가 독마종의 독을 얼마나 버텨낼까.”
사슬을 쥔 왼손을 뒤로 잡아당기자 곡선을 그리던 낫이 예리한 날을 세우며 팽무성의 뒷목을 노렸다.
도는 오른쪽 낫의 사슬에 휘감긴 상태.
팽무성이 도를 휘두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내공까지 끌어올린 상태라 사슬은 팽팽했다.
이는 후기지수의 내공 따위로 떨쳐내기는 불가능했다.
분명 그러했을 터였다.
채앵
허사영의 기대가 우습게 팽무성은 도를 휘둘러 튕겨냈다. 이에 허사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만 허사영의 내공도 보통이 아닌 듯 도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콰앙
팽무성이 발을 내딛자 족적이 그대로 박히며 섬전처럼 뻗어갔다.
팽무성은 사슬이 묶인 도를 그대로 올려치고 있었다.
꺼엉
허사영은 두 팔을 교차해서 도를 막아냈다.
두 팔뚝에 감긴 사슬이 방패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예상 이상의 충격에 허사영은 적잖게 놀랐다.
“무식한 놈이로군.”
허사영의 소매가 흔들리더니 뿌연 분진이 흩날렸다. 그러나 팽무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베려면 거리를 좁혀야 했고 독은 감수해야 했다.
펑펑
허사영은 연달아 흑색의 독무를 피워 올렸다.
이내 독무는 넓게 퍼지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너는 벌써 세 가지 독에 중독되었다. 아직도 서 있는 게 놀랍기는 하다만, 얼마나 버틸까.”
허사영의 말대로였다.
팽무성의 내부는 독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백독단과 대환단이 아니었다면 검은 피를 한 움큼은 뱉어내야 했었다.
전생에서도 제일 지긋지긋했던 게 독마종의 마인들이었다.
‘마기를 드러냈으니, 생존자는 없어야 한다. 빠르게 처리해야겠어.’
독으로 중독시킨 후 멀리서 쓰러진 적의 머리를 낫으로 수확하는 게 독마종이 싸우는 방식이었다.
허나 허사영은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샤악
독 때문인지 충혈된 팽무성의 눈이 매서워졌다.
허벅지와 옆구리를 베어오는 쌍겸.
팽무성이 손목을 부드럽게 털어냈다.
도가 물결을 타듯 흔들리더니 도신에 쌍겸의 사슬이 휘감아졌다. 팽무성은 그대로 도를 힘껏 잡아당겼다.
촤라락
사슬이 팽무성 쪽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양팔에 사슬을 감아 놓은 허사영도 자연스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쑤앙
독무를 뚫고 쇄도하는 주먹.
허사영이라고 당하지만 않았다.
흑산독장(黑?毒掌)으로 팽무성의 얼굴을 후려쳤다.
“크윽.”
허사영의 얼굴이 구겨졌다.
주먹이 허사영의 어깨에 꽂혔지만 흑산독장은 팽무성의 두꺼운 팔뚝에 가로막혔다.
고작 후기지수 주제에 찰나의 공방에서 대처가 뛰어났다.
허사영이 어깨의 충격에 잠시 휘청일 때. 팽무성은 두 다리를 노리고 하단을 그어냈다.
허사영은 훌쩍 뛰어올라 피해내면서 팽무성의 정수리에 낫을 찍었다.
까가강
두 무인이 한 덩어리가 되어 격렬히 충돌했다.
그에 중간중간 불똥이 튀었다.
얼굴이 창백한 팽무성을 보고 허사영이 눈을 찌푸렸다.
‘지금쯤이면 벌써 죽어야 하는데.’
입에서 검은 피가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걸 보니 독이 들긴 했다.
하지만 팽무성은 입가에 흐른 피를 손등으로 쓱 닦고 다시 돌진했다.
마치 금강역사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
철혈이 흐르는 듯한 굽힘 없는 기세에 허사영은 눈을 좁혔다.
촤륵 촤르륵
허사영은 사슬로 연결된 낫의 이점을 제대로 이용했다.
낫을 직접 휘두르거나 사슬로 잡아 던지기도 했다.
변칙적으로 사슬의 길이를 조절해서 팽무성의 손과 눈을 현혹시켰다.
조금이라도 집중이 흔들리면 어느 지점에서 낫이 꽂힐지 몰랐다.
독에 취해 비틀거리는 팽무성.
이를 본 허사영의 붉은 눈이 번득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낫이 팽무성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솟구치는 피와 함께 팽무성의 몸이 기울어졌다.
‘끝이다.’
마무리하기 위해 쇄도하던 마인의 눈앞으로 붉은빛이 번쩍였다.
사선으로 겹치는 다섯 줄기의 도기.
맹호오조(猛虎五爪).
허사영은 급히 쌍겸의 자루를 마주하게 하여 회전시켰다.
회전과 함께 선명해지는 막.
마기의 영향인지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호신강기의 아래 단계로 알려진 기막이었다.
절정의 극에 달해야만 보일 수 있는 공부였다.
콰콰콰쾅
급조한 탓인지 다섯 번째 도기가 기어코 기막을 뚫고 허리를 베었다.
고통이 몰려왔지만 허사영의 얼굴은 변화가 없었다.
후웅
묵직한 바람소리.
등 뒤의 독무가 일렁거림을 느끼고 허사영이 급히 고개를 꺾었다. 도가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갈랐다.
허사영의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조금만 깊었다면 목이 그대로 베였다.
‘노렸구나, 이놈이 같잖은 수를.’
흐릿했던 팽무성의 눈은 어느새 다시 번쩍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많이 베었는데, 아깝네.”
“곰인 줄 알았더니 영악한 부분이 있었군.”
팽무성은 허사영을 잡아먹을 듯 도를 휘두를 때마다 걸음을 밟으며 전진했다.
‘독마종의 독은 여전하구나.’
독이 지독해서 내공으로 태워도 지겹게 버티며 내부를 흔들었다. 역시 독마종의 독이었다.
방금까지는 연기였지만 슬슬 독이 부담되고 있었다.
마치 늪에 들어온 마냥 몸과 정신이 무거워졌다.
독의 영향일까,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허사영은 순식간에 팽무성의 뒤를 점했다.
쌍겸이 팽무성의 양어깨를 찔렀다.
팽무성은 등도 돌리지 않은 채 도신으로 쌍겸을 막아냈다.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쌍겸을 튕겨내고 허사영의 허리를 베어갔다. 하지만 도는 살짝 스칠 뿐이었다.
이 기회에 허사영은 십자형태로 낫을 그었다.
팽무성의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다.
‘이놈, 드디어 힘이 빠졌구나.’
기회를 포착한 마인의 눈은 서늘했다.
마인의 쌍겸이 다시 빛을 발했다.
검은 선과 붉은 선이 수없이 교차했다.
팽무성의 무복 곳곳이 피로 물들었다.
촤악
다시 한번 허공에 피가 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피의 주인이 허사영이었다. 허사영도 놀란 눈을 하고 팽무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독에 중독되었고 이미 여러 부상을 입었다. 이미 힘이 빠져 쓰러져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상처가 늘어날수록 팽무성의 도는 더 매서워지고 빨라졌다. 거기다 저 웅혼한 기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촤차자작
도격을 간신히 막아낸 허사영이 속절없이 밀려났다.
허사영은 몰랐지만 팽무성은 진정한 의미의 철혈맹호도를 펼쳐내고 있었다.
전쟁 속에서 창안된 철혈맹호도는 그런 무공이었다.
절대 쓰러지지 않는 철혈의 맹호.
피투성이의 호랑이는 이빨을 드러냈다.
“이런 괴물 같은.”
마치 상처 입은 호랑이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이글거리는 호안이 허사영을 노려보았다. 허사영은 순간이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왜 그러냐, 이 새끼야. 나는 아직 살아있다.”
팽무성은 웃고 있었다.
허사영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팽무성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탓이었다.
우우웅
전신으로 퍼지는 독과 늘어나는 상처.
그릇의 위태로움에 무엇인가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 팽무성이 흡수하지 못했던 대환단의 나머지 기운.
전신 혈맥에 흩어져 있던 대환단의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독을 밀어내고 팽무성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전력을 담은 도를 휘두르던 팽무성은 눈을 부릅떴다. 몸 안의 변화를 느꼈다.
까앙
이제는 팽무성이 허사영을 밀어붙였다.
전세는 어느새 기울기 시작했다.
오십여 합을 주고받자 점점 붉은 선이 공간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허사영은 급히 가슴을 젖혔다.
후웅
아슬아슬하게 도가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철쇄호아(鐵碎虎牙).
붉은 잔영을 남기는 직선형의 도기가 허사영을 덮쳤다.
낫이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허사영은 펼쳐낼 수 있는 최대의 절초를 펼쳐냈다.
콰아앙
허사영의 입에는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철쇄호아를 막아내느라 내부가 진탕되었다.
갑자기 무슨 힘이라도 솟는지 도에 실린 힘과 속도가 완전히 달랐다.
우상단에서 사선으로 내려찍는 도.
낫을 도신에 걸어 막아내려 했지만.
쩌억
결국 낫이 부러졌다.
땅에 도흔이 새겨지고 팔이 날아갔다.
‘폭마공으로 동귀어진을…’
허사영은 승세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바로 팽무성을 함께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두면 신교의 걸림돌이 될 터였다.
신교를 위해 이 목숨 바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영광이었다.
팽무성은 허사영의 눈빛을 읽곤 속내를 알아차렸다.
“그러지 마라.”
쏴앙
도의 움직임을 본 허사영의 눈이 잘게 떨렸다. 방금까지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닌 듯 도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천마시여…’
허사영은 허리가 분리된 채로 쓰러졌다.
팽무성이 단전을 아예 통째로 베어버렸다.
“후욱.”
팽무성은 도로 몸을 지탱했다. 이번 싸움은 살짝 위험했다.
갑자기 깨어난 대환단의 기운이 아니었다면 좀 더 심한 상처를 입고 이겼을 것이다.
팽무성은 허망한 눈을 하고 죽은 허사영을 봤다. 천마를 맹신하는 광신도들.
얼마나 믿음이 대단한지 이들은 어떤 고문으로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마교의 제일 무서운 점은 강력한 마공이 아니라 천마를 향한 광신일지도 몰랐다.
“시간이 부족하다.”
마교는 벌써 암중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침공하기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다. 지금은 전생처럼 무림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속셈으로 보였다.
그래도 팽무성은 여유롭지 않다고 여겼다.
충분한 강자였으나 팽무성은 고작 저런 이들을 상대하고자 다시 살아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강하지 않았고 팽가도 여전했다.
“좀 더 빨리 돌아가야 하나.”
팽무성은 본가로 돌아갈 날짜를 고민했다.
협호행은 이년이지만 본인이 충분하다 여기면 그 전에 돌아와도 문제가 없었다.
이년 전에 돌아오는 전례는 드물었지만 말이다.
* * *
팽무성이 호수로 돌아왔을 때는 이쪽도 상황이 거의 정리되고 있었다.
팽무성은 한참 싸우고 있는 당화련을 향해 걸어갔다. 손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응?”
팽무성의 눈썹이 치솟아 올랐다.
쓰러져 있던 흑의인이 꿈틀거리더니 품속에서 죽통 하나를 꺼냈다. 암기였다. 그 죽통은 당화련의 등을 향했다.
팽무성은 아닌 듯하면서도 커다란 흉터를 신경 쓰던 전생의 당화련이 떠올랐다.
-나는 상관없는데, 이런 커다란 흉터가 있으면 남자들이 싫어하겠죠?
자조적으로 웃는 당화련.
이번 생에서도 그 웃음을 굳이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팽무성의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었다.
전력으로 펼친 경공.
공간을 접듯이 흑의인의 머리 위로 나타난 팽무성.
단번에 목을 그어버렸다.
파육음에 당화련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눈치가 빠른 당화련은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당화련은 팽무성의 행색을 보고 놀랐다.
얼굴은 거무죽죽했고 전신은 피투성이였다.
“중독됐어요?”
당화련이 팽무성을 살피기 전에 먼저 말했다.
“나중에, 아직 놈들이 남았다.”
팽무성의 단호한 눈빛에 당화련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화련은 팽무성의 등을 보며 따라갔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커다랬다.
팽무성까지 합류하자 흑의인들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귀빈 여러분,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제껏 흑상의 비밀경매가 습격받은 적은 없었다.
겨우 한 번이지만 이 한 번 때문에 쌓아온 흑상의 신뢰가 깨질 수 있는 노릇이었다.
금련은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등 뒤로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후우, 손해가 막심하겠구나.’
금련은 어쩔 수 없이 강수를 둬야 했다.
“경매로 낙찰된 물품들은 사죄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낙찰 물품이 없으신 분들은 따로 위로금을 드리겠습니다.”
금련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귀빈 여러분, 정말 송구합니다.”
흑상의 무인들도 함께 허리를 숙였다.
금련의 대처가 괜찮았는지 귀빈들은 대체로 큰 불만 없이 경매장을 떠났다.
금련은 팽무성과 당화련을 따로 불러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두 분 덕분에 오늘 흑상이 고비를 넘겼습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흑상의 무인들이 무언가를 가져왔다.
“소저께서는 이 독을 얻으려고 하신 듯하여 준비했습니다.”
“감사히 받을게요.”
금련은 팽무성을 보며 물었다.
“소협께서는 원하시는 게 있으신지? 무기나 영약, 비급, 원하시는 조건을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팽무성은 말했다.
“그것보다는 다른 것을 받고 싶습니다.”
금련은 궁금한 듯 팽무성을 쳐다보았다.
이 사내는 무엇을 받고 싶어 하는 걸까.
소실봉의 여명을 보며 피워내다.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