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28)
27화
대기를 찢어버리는 주먹.
선풍을 일으키는 도.
주먹과 도의 투로가 겹쳐졌다.
깡 까가강
피륙이 뭉개지는 소리가 아닌 병장기끼리 부딪칠 때 들리는 철의 비명이 울렸다.
“진짜 미쳤나 봐.”
만나자마자 칼부림을 벌이는 미친 두 사내에 당화련이 감탄하는 것도 잠시였다.
슬쩍 손을 소매에 집어넣어 어린표를 만지작거렸다.
겨루어 보고 싶은 상대를 만났을 때 보이는 당화련의 버릇이었다. 팽무성이 상대하고 있는 무승은 한눈에 봐도 보통이 아니었으니.
특히 철 소리가 울리게 하는 수준 높은 외공.
그에 과연 자신의 어린표가 뚫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꽈득
무승이 주먹을 쥘 때 뼈가 긁히는 듯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주먹의 끝이 세 갈래로 나뉘어졌는데 담긴 힘은 더욱 강해졌다.
팽무성이 한 번의 참격을 그어내자 튕겨 나가는 건 되려 주먹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도가 춤을 췄다.
질풍처럼 몰아치는 도풍에 무승은 잠시 뒤로 물러나려 했다. 허나 무승이 움직이려 하는 방향에는 이미 도가 빛을 뿜고 있었다.
“흡.”
허리를 접어 피해냈지만 무승의 앞섶이 갈라졌다.
이에 무승의 넓은 이마에 박힌 계인이 꿈틀거렸다.
젊은 무승, 무각은 환희에 찬 외침을 내뱉었다.
“좋다, 사형들보다 강하군.”
그 한마디와 함께 무각의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청아한 금빛 기운이 맴돌았다.
범접할 수 없는 순수한 기운, 고결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
소림에서도 난해하다 일컬어져 현재 익히는 이가 불존(佛尊)과 무각 뿐이었다.
소림의 무공은 불법(佛法)에도 능해야 하는데 무각은 어찌 익혔는지 볼 때마다 신기했다.
오오옹
무각을 감싼 반야대능력의 기운은 마치 거대한 촛불을 보는 듯했다.
허나 팽무성의 심법도 이에 못지않았다.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
넘실넘실 솟구치는 붉은 기운.
심법의 성취가 오른 덕분일까.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하늘에 붉은 벽력이 요동쳤다.
웅혼하고 패도적인 기운은 만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대 뒤지지 않을 두 내공이 충돌했다.
짜작
대기가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이에 맞서 내공을 끌어올린 당화련은 마른침을 삼켰다.
누가 이 내공을 보고 후기지수를 떠올릴 수 있을까.
무림인들의 우위를 내공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나 나이에 비해 저 두 무인의 내공은 정말 대단했다.
당화련도 또래보다 월등한 내공을 지녔지만, 저 두 사람에게는 턱도 없었다.
내공의 힘겨루기에 신이 난 무각이 호쾌한 웃음을 흘렸다.
팽무성과의 비무가 퍽 즐거운 눈치였다.
“다시 간다, 덩치 큰 시주.”
팽무성과 무각은 다시 맞붙었다.
콰자작
쿠릉
두 사람 다 물러섬을 모르니 애꿎은 땅과 절벽이 대신 고생하고 있었다.
도기가 쏟아지는 금빛의 권력을 쳐내고 솟구쳐 올랐다.
무각은 나한십팔장(羅漢十八掌)의 초식으로 도기를 깨부쉈다.
‘흐음.’
팽무성은 무각의 움직임을 살폈다.
소림의 무공은 용맹하고 굳건하다.
거기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으니 뿌리 깊은 보리수나무와 같다.
그런데 무각의 무공은 살짝 달랐다.
강맹하고 굳건하나 중심이 없었다.
정(靜)적인 소림의 무공과 달리 동(動)적인 색채가 짙었다. 미묘하게 틀어진 상황.
무각의 선천적인 성정 때문이었다.
정파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무인이 사파의 무공을 익히면 본신의 재능에 맞는 성취를 얻기가 힘들었다.
전생에서도 무각은 이런 이유로 고생했고 무공의 경지가 답보한 시절도 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팽무성에 의해 소림에 돌아온 천살불의 심득. 현 소림사의 제자 중에 제일 어울리는 이는 당연히 무각이었다.
‘무각, 이번에는 광승이 아니라 광불(狂佛)이라 불려라.’
정면으로 곧게 뻗어가는 정권,
그만큼 무서운 위력이 실리나 팽무성 앞에서는 무용지물과 같았다.
무각의 주먹이 수없이 뻗어와도 팽무성은 모조리 받아쳤다.
팽무성의 도법은 날카롭고 위협적이다가도 철벽같은 견고함을 보였다.
“크흠.”
금강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무각의 움직임이 조금씩 변했다.
후웅
다시 말아쥔 주먹에 와류가 담기자.주변의 흙과 돌이 떨리기 시작했다. 팽무성도 잘 알고 있는 권법이었다.
아라한신권(阿羅漢神拳).
하나라도 제대로 익히기 어렵다는 소림칠십이절예의 무공이 튀어나왔다.
부아앙
사방을 빨아들이는 와류를 머금은 빛무리가 팽무성에게 쇄도했다.
팽무성은 망설임 없이 와류의 중심에 도를 찔러넣었다.
“하압!”
와류에 도가 크게 흔들렸지만 팽무성의 억센 악력이 도를 진정시켰다.
중심에서부터 갈라버리는 팽무성을 보고 무각이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하, 정말 마음에 드는 시주잖아.”
팽무성과 무각은 그 자리에서 칠십여 합을 더 겨루었다.
흥이 나는 듯 무각은 권풍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팽무성은 권풍을 베어내다 발을 비틀어 권풍을 피해냈다.
쾅
“아?”
쉴새 없이 내지르던 무각의 주먹이 돌연 멈췄다.
팽무성이 피해낸 권풍이 구석에 있던 모옥의 한 귀퉁이를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파편이 되어 떨어지는 기와가 무각의 눈에 크게 들어왔다.
동시에 들떠 있던 무각의 얼굴이 빠르게 죽어갔다.
무각은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스승님한테 죽었다. 아미타불…”
* * *
모옥이 박살이 난 탓에 갑작스레 시작한 비무는 갑작스럽게 끝났다. 무각은 표주박 두 개에 물을 담아왔다.
“미안하다, 시주들. 대접할 게 이것뿐이다.”
무각은 부서진 모옥을 보더니 다시 한숨을 푹 내뱉었다.
“휴우, 스승님이 폐관수련 중이라 망정이지. 하마터면 오늘 극락행을 떠날 뻔했군.”
“그런데 스승님이라는 분이 누구신가요?”
“불존.”
불존(佛尊).
십대고수 중에서도 상위에 속했다.
가족을 잃은 무각을 거두어서 키우고 가르친 은인이기도 했다.
당화련의 질문에 무각은 별거 아닌 듯 답했다. 정작 이를 들은 당화련은 눈알이 요동치더니 팽무성에게 향했다.
팽무성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당화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배분이…”
불존은 방장인 현진보다 한 배분 높은 범(凡)자 배분이었다. 그런 불존의 제자이니 팽무성과 당화련에 비하면 배분이 높았다.
“아, 편하게들 말해. 스승님도 배분이 복잡해진다고 나에게 무(無)자 배분을 받게 하셨으니까.”
무(無)자 배분이라면 소림사의 산문을 지키던 젊은 무승들과 같은 배분이었다.
이에 당화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시주들은 여기는 어떻게 온 거냐.”
“방장께서 보내셔서 왔다.”
팽무성은 천살불의 심득이 적힌 비급을 무각에게 건네주었다. 어리둥절하며 비급을 살피던 무각의 얼굴이 일순 진중해졌다.
“덩치 큰 시주. 이 비급은 뭐냐?”
“천살불께서 남기신 비급이다. 들어본 적은 있겠지.”
모를 리가 있나.
무각이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소림의 사조를 고른다면 불존과 천살불이었다.
“그런데 이 비급을 왜 나에게 주는 거야.”
“방장께서 맡기셨다. 불존께서 폐관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홀로 사색해보라고 하시더군.”
현진의 판단은 옳았다.
무각의 경지라면 천살불의 심득을 곡해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막히는 부분이 많겠지만 그 부분은 나중에 불존의 가르침을 받으면 되었다.
팽무성에게서 앞뒤 사정을 듣게 된 무각은 비급을 소중히 감쌌다. 그러고 남은 손으로 반장을 했다.
“덩치, 아니 팽 시주. 정말 고마워.”
“당연한 일이다.”
무각은 팽무성이 마음에 드는지 눈썹이 호선을 그렸다.
“방장께서 말씀하셨다니 모옥에서 같이 지내자고, 마침 방이 비었으니.”
무각은 고개를 틀며 모옥을 보다 말을 멈췄다. 그 비어버린 방은 무각의 권풍에 날아간 지 오래였다.
“흐음.”
무각은 아무것도 없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거친 콧숨을 내뱉었다.
“내일 수리해야겠어.”
다음 날 오전이 돼서야 목수들과 목재를 어깨에 짊어진 무승들이 찾아왔다. 전부 무각의 사형제들이었다.
“사형들, 어서들 오라고.”
“이놈, 제발 사고 좀 그만 쳐라.”
“도와주러 와서 고마워, 수리 끝나면 숨겨둔 곡차나 한 모금씩 할까.”
무각의 말을 들은 사형제들은 질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각 사제, 진짜 우리보다 무공이 강한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낄낄, 무전 사형은 나를 때리려면 한참 멀었지.”
팽무성은 사형제들 사이에 섞인 무각을 바라보았다.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사형제들끼리 사이가 좋아 보였다.
“아이구, 그래도 예쁘게 부숴놔서 얼마 걸리지는 않겠구만.”
“바로 시작하자고.”
목수들은 견적을 잡더니 바로 수리를 시작했다.
“무륜 사형, 저쪽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래, 알았다.”
“무각, 이놈, 너도 빨리 와서 도와라.”
옆에서 무공을 익힌 소림 제자들이 도우니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던 도중에 한 무승이 팽무성에게 찾아왔다. 무자 배의 대사형인 무진이었다.
무진은 목재를 들고 있는 무각을 보면서 말했다.
“사제가 다짜고짜 권풍을 날렸다 들었습니다.”
“알고 계시는군요.”
어제 그 광경을 목격한 동자승에 의해 소문이 퍼져있었다.
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많이 별난 놈이지만 심성은 착합니다. 팽 시주께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나중에 따로 불러 단단히 혼을 내겠습니다.”
“아닙니다. 수련 도중이었으니 그럴 만했습니다.”
자신의 수련을 보이고 싶어 하는 무인은 없었다. 그렇기에 타인의 수련 장면을 보는 행동은 무림의 금기였다.
무각의 마음을 헤아리면 낯설면서도 강한 기척이 느껴지니 일단 권풍을 날려보잔 심정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놈이었다.
팽무성의 말에 무진은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이리 너그럽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 *
쐐애애앵
쾅쾅
모옥 앞에서는 당화련과 무각이 뒤엉키며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어린표를 거대한 와류가 삼켜버렸다.
“하하, 당 시주, 어제보다 못 한걸.”
“뭐요!”
오늘로 벌써 스무 번째 비무였다.
무각이 네 번 더 이겨서 앞서고 있었는데 당화련은 이를 따라잡고자 전력을 쏟고 있었다.
당연히 이를 상대하는 무각도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후우.”
그 사이 팽무성은 모옥의 뒤편에서 철호피공(鐵虎皮功)을 수련하고 있었다.
비급을 찾아왔으니 이름을 정해달라는 방장의 요청이 있었다.
팽무성은 고민 끝에 무공의 이름을 철호피공이라 명명했다.
철호피공은 기본적으로 외공에 속했으나 일반적인 외공과 달랐다.
기본적으로 전신의 피부가 질겨지긴 했지만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공을 끌어올려 일정 부위, 시간에 따라서 육체의 강도를 비약적으로 높인다는 건 기본적인 외공과 차별을 달리했다.
성취가 올라갈수록 철호피공을 쓸 수 있는 육체의 범위와 유지 시간이 늘어났다.
이 정도라면 외공을 수련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으로 찰나에 목숨을 구할 수단 하나를 얻는 셈이었다.
무복의 상의를 벗은 팽무성의 등판으로 땀이 흘렀다. 갈라진 근육을 타고 내려간 땀이 땅을 적셨다.
팽무성의 근육은 철호피공을 수련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자극한 팽무성의 몸에서 열기가 솟아올랐다.
팽무성은 옷을 벗고 바로 옆에 있는 나무통으로 들어갔다.
나무통에는 소림의 의약당에 준비한 약물이 들어있었다. 팽무성이 들어가자 약물이 팽무성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음.”
전신을 불로 지지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철호피공의 성취가 오르면서 고통이 덜어졌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강한 화염에 휩싸이는 듯했다면 지금은 다소 화력이 낮아진 느낌이었다.
팽무성은 그 상태에서 철호피공의 구결대로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약물과 내공이 동시에 육체를 자극했다.
‘단순히 육체의 강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다.’
철호피공을 수련할 때마다 육체를 단련시키면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내공의 운용에 신경을 써야 했다.
이렇게 내공과 외공을 조화롭게 수련하니 단순히 철호피공의 성취를 올리는 게 아닌 무인으로서 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팽무성은 일단 철호피공을 집중적으로 수련하고 다른 무공 쪽을 파고들 셈이었다.
‘좋구나.’
조금씩 바뀌는 것을 체감하며 팽무성은 운기에 빠져들었다.
* * *
모옥 앞에는 무승들이 바글바글했다.
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한참 비무를 벌이던 팽무성과 무각이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형, 사제들, 왜 이리 다 몰려온 거야.”
무각은 중간에 비무가 끊긴 것에 눈알을 부라리며 사형제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진은 무각을 무시하고는 팽무성에게 다가갔다.
“저기 팽 시주…”
소실봉의 여명을 보며 피워내다.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