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35)
34화
백가회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날이 되고 가문들은 하나둘 떠날 채비를 했다.
그중에서도 이른 아침에 출발을 서두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황보세가였다.
황보헌은 무신총을 대비해서 하루라도 일찍 가문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에 팽무성을 비롯해 무신총으로 가야 하는 이들도 황보세가의 행렬에 합류했다.
굳이 본가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기에 바로 집결지로 향할 셈이었다.
‘본가로 돌아가는 길에 친해져야겠어.’
황보세운은 행렬의 뒤에 있는 팽무성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행렬의 선두에 서 있던 황보헌은 눈가를 찌푸렸다.
“저 녀석들 왜 저리 모여있는 거지?”
진주언가의 정문 쪽에 후기지수들로 보이는 무리가 황보헌의 눈에 띄었다.
“너희들, 여기서 무얼 하는 게냐, 돌아갈 채비는 안 하고.”
황보헌이 묻자 맨 앞에 있던 후기지수가 허둥거리며 포권을 했다.
“아, 팽 소협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팽무성에게?”
황보헌은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회의가 끝난 마지막 날 늦은 밤에는 가주들도 모여서 연회를 가졌다.
그때 후기지수들이 비무를 하는 소리가 연회장에도 들렸었다.
연회장과 연무장의 거리가 가까운 탓이었다.
그래서 가주들이 호기심에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후기지수들이 죄다 팽무성에게 비무를 청한 것이었다.
그에 가주들은 이따금 들려오는 폭음과 철이 울리는 소리를 음악 삼아서 술을 마셨다.
‘듣기로는 밤새 비무를 해줬다는데.’
앞서가는 이가 교만하지 않고 끌어당기면, 뒤처지는 이가 질투하지 않고 따라가고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 후기지수들끼리 서로 무공을 겨루며 돕는 일은 어른으로서 기특하게 보였다.
“뒤쪽에 있으니 간단히 인사하거라.”
“가, 감사합니다.”
황보헌은 살짝 웃었지만, 워낙 험상궂은 인상이라 후기지수의 눈에는 화를 내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후기지수들은 헐레벌떡 뒤로 뛰어갔다.
“팽 소협, 이번 백가회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젯밤의 비무에서 깨달은 바가 많소, 많이 맞다 보니 절로 눈이 떠지더군.”
“무신총에 가신다던데 조심하십시오.”
후기지수들은 팽무성 뿐만 아니라 남궁혁과 당화련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팽무성이 홀로 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 없어 이 두 사람도 비무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더 강해져서 다음에 또 봅시다.”
인사를 하러 몸소 배웅 나온 후기지수들의 마음이 고마워 팽무성도 포권으로 답해주었다.
짧지만 요란했던 헤어짐이 끝나고 황보세가의 행렬은 다시 출발했다.
남궁혁은 저 뒤에서 지켜보는 후기지수 무리를 보며 감탄했다.
“내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군, 후기지수들도 자존심이 상당해서 저러기가 쉽지 않은데.”
“아마 저들도 깨달은 바가 많아서 그랬을 겁니다. 쓸데없는 시간이 아니어서 다행이지요.”
“팽 아우를 따라다니니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군, 무신총도 그러려나?”
뒤에 따라오던 당화련이 정리한 뒷머리에 암기를 꽂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신총에서는 재밌는 일이 아니라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
“하하, 그 또한 흥미롭구나.”
팽무성은 잠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 상황에서 무각만 온다면 제격이었다.
전생에서도 소림에서 제자를 파견했지만 무각은 최근에 폐관 수련에 들어갔으니 무신총에 올 확률은 낮았다.
‘아쉽네.’
* * *
하북의 경계를 넘어 산동의 제남에 오기까지 무신총에 대한 소문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다.
산동성 태산.
태산은 황보세가가 있는 제남에 가까웠기에 백가회의 병력은 별다른 피로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의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태산의 아래에 자리 잡은 마을에 들어선 팽무성은 날이 선 공기를 느꼈다.
“어쩌겠나, 죄다 무신총을 찾느라 예민해졌을걸세.”
중국 오악(五岳)의 첫 번째, 태산은 예로부터 신앙의 산으로 추앙받아 옛 유적을 보기가 쉬웠다.
그런 만큼 무림인들은 유적을 샅샅이 뒤지며 무신총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본래는 유적을 찾는 참배자들로 몰려야 할 태산이지만 지금은 허리춤에 병장기를 찬 무림인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궁에 제갈, 당가. 백가회 놈들이군.”
“어제는 무림맹 놈들이 왔더니만 정파도 별수 없구만.”
태산의 무림인들은 새롭게 나타난 백가회의 무인들을 주시하며 경계의 눈빛을 쏘아냈다.
“너무 많은 시선을 받고 있군.”
백가회의 병력을 이끄는 제갈문산은 침음을 흘리더니 이내 지시를 내렸다.
“일단 식사부터 하세.”
제갈문산의 판단은 적절했다.
백가회의 무인들이 바로 태산을 오르지 않고 객잔으로 향하자 시선이 어느 정도 분산됐다.
만약 태산에 당도하자마자 장보도를 보며 입구를 찾았다면 더 많은 무림인을 끌었을 게 분명했다.
백가회 무인들은 인근의 객잔으로 들어섰다.
원래는 한 층을 빌리려고 했지만,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자리가 있는 대로 나뉘어 앉기로 했다.
저마다 자리를 잡는 사이 팽무성은 제갈문산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동시에 팽무성은 기막으로 소리를 차단했다. 평소 내공 운용이 뛰어난 탓인지 이를 알아차린 무림인은 없었다.
“생각보다 무림인의 수가 너무 많네, 장보도의 도해(圖解)로 몰래 입구를 찾기는 글렀군.”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을 잘 퍼트렸습니다.”
제갈문산은 황보세가로 가는 시간 동안 장보도를 해석해서 입구를 가리키는 도해를 따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겠어.”
무림인들은 밤낮으로 태산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은밀한 행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들리는 소식에는 오늘 오전에 사도천에서 보낸 병력도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죄다 모이는군.”
대화를 나누던 그사이, 객잔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무리가 있었다.
흑색 무복에 가슴에는 붉은 실로 무(武)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본 팽무성과 제갈문산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객잔은 자리가 없는 듯한데.”
무리의 선두에 있던 젊은 사내는 객잔을 두리번거리더니 한 곳에 눈이 고정되었다. 팽무성이 앉아있는 탁자였다.
“백 장로는 수하들을 이끌고 다른 객잔으로 가시오, 반 시진 뒤에 봅시다.”
“예, 소궁주.”
사내의 명령에 백 장로라 불린 노인은 무리를 이끌고 객잔을 나갔다.
사내는 남은 노인과 함께 곧장 팽무성의 탁자로 향했다.
“마침 자리가 두 개가 남아 보이는데, 합석을 할 수 있겠소?”
팽무성은 제갈문산을 살폈다. 제갈문산이 끄덕이자 팽무성은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지요.”
“허락해주어 고맙소, 무천궁의 소궁주 한백유라고 하오. 이분은 무천궁의 가 장로.”
“반갑소이다.”
이에 두 사람도 자신을 소개했다.
“제갈세가의 제갈문산이오.”
“하북팽가의 팽무성입니다.”
“백가회에서 오신 게로군.”
가 장로는 팽무성과 제갈문산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갈문산은 반백의 가 장로에게 말을 높였다.
“백가회도 그렇고, 무림맹도 그렇고 자칭 협을 지키는 정파라는 자들이 이렇게 부리나케 달려왔을 줄은 몰랐소. 아니면 허울뿐인 협이었던가.”
가 장로의 언짢은 말투에 제갈문산의 목소리도 살짝 날이 섰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백가회는 혈겁과 혼란을 막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목적이 정말 그렇다 한들 무신총의 보물을 노리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잖소.”
제갈문산이 어이없어하자 팽무성이 가 장로를 보며 웃었다.
“가 장로께서는 무신총의 보물이 무천궁의 소유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무천궁은 무신의 후예일세. 후예들이 가져가야 하는 게 이치 아니겠나.”
팽무성의 웃음에 예리한 기운이 섞였다.
“그렇다면 무신총으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은 무천궁에서 책임을 져야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아니면 보물만 챙기고 그 뒤에 따르는 일은 모르쇠 하려 하셨는지요.”
“감히, 무천궁에 책임을 들먹이는가.”
“저희가 보물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주목적은 혈겁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무천궁에게 모욕 비슷한 말을 들을 필요가 없지요.”
“푸하하하.”
가만히 대화를 듣고만 있던 한백유가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이에 화를 내려던 가 장로도 어색한 얼굴로 한백유를 봤다.
“팽 소협의 말이 맞소, 무신의 후예라고는 하나 소문을 듣고 뒤늦게 찾아온 우리가 무신총의 소유를 주장할 수는 없겠지.”
“소궁주!”
한백유는 손짓 하나로 가 장로의 입을 틀어막고는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무신께서 무천궁도 모르게 무신총을 만드신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하오.”
“가령 가장 강한 자가 보물을 차지한다든가.”
팽무성이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바로 꺼내자 한백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의 무도(武道)는 대적할 수 없는 극강의 무. 무신의 무도에 제일 근접한 자가 무신의 보물을 얻게 될 것이오.”
한백유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한백유는 팽무성을 다시 눈에 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즐거운 대화였소. 무신총 안에서 봅시다. 패호도.”
한백유는 제 할 말만 내뱉고 객잔을 나갔다.
“허어, 나는 자네가 이리 말재주가 뛰어난 줄 몰랐네.”
제갈문산은 가슴 한편을 쓸어내렸다.
가 장로의 태도로 인해 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운 좋게 튀어나왔을 뿐입니다. 자, 식사하시죠.”
* * *
제갈문산은 도해를 숙지하고 있는 제갈세가의 무인을 중심으로 조를 편성하여 태산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도해와 일치하는 지형이 발견되면서 서서히 위치와 방향의 각이 잡히고 있었다.
장보도의 도해에 따르면 태산의 중턱에 위치한 오송정(五松亭) 부근으로 보였다.
이에 제갈문산은 무인들을 이끌고 오송정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정자가 오송정일세.”
순간 팽무성과 남궁혁의 시선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사방에서 빠른 속도로 어마어마한 수의 기척이 몰려오는 탓이었다.
이내 그 이유가 밝혀졌다.
“입구가 발견됐다!”
“청산문도들은 뒤처지지 마라!”
산길을 타고 수많은 무림인이 뛰어왔고 개중 경공이 뛰어난 자들은 나뭇가지를 밟고 솟구치고 있었다.
“한발 늦었나, 우리도 서두르세.”
백가회의 인원들도 일제히 경공을 펼쳐 무림인들의 뒤를 쫓았다.
한발 늦었는지 무신총의 입구 앞에는 무림인들이 가득했다. 다만 무림인들은 진입을 못 하고 입구 주변에 몰려있었다.
입구를 둘러싸고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무림맹의 요청으로 무신총에 급히 지원을 온 구파의 무인들이었다.
이미 사도천과 무천궁, 그 외 많은 무림인이 무신총에 들어섰다. 하지만 구파의 제자들은 무신총에 들어가 그들을 쫓기보다는 입구를 막는 선택을 했다.
이대로 무림인들이 끊임없이 무신총에 들어선다면 그 안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벌어질 게 뻔했다.
무의미한 혈겁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허어, 이를 어쩐단 말인가. 입구가 갑작스레 발견되어 백검단이 아직 합류를 못 했구나.’
구파의 무인 중 제일 연배가 높은 이는 소림의 현문 대사였다.
산동에서 제일 가까운 구파가 소림이었기에 무신총에 파견된 대부분이 소림의 제자였고 무당과 개방의 제자들이 몇몇 섞여있었다.
“당장 비키시오, 구파라 하여 우리를 막을 권리는 없소이다.”
“땡중들아, 이 상황에서 소림의 명성이 너희를 지켜줄 것 같더냐.”
여기저기서 무림인들의 회유와 협박이 쏟아졌다.
“크허헝!”
사자와 같은 울음소리.
심후한 내공이 섞인 울림이었다.
현문이 펼친 사자후(獅子吼)에 경지가 낮은 이들은 귀를 막아야 했다.
반면에 꿈쩍도 하지 않고 현문을 노려보는 고수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시주들, 이 많은 인원이 보물을 탐하고 들어선다면 무신총은 무신의 무덤이 아니라 우리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그걸 모르고 온 사람이 있소? 무림인이 피를 새삼스레 두려워하는 게 이상한 거요.”
“아무리 구파라 해도 여기 있는 모두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비켜라, 땡중, 말코들아.”
콰앙
느닷없이 날아든 권풍.
땡중이라 발언한 중년인의 바로 앞의 땅이 권풍에 깊이 파였다. 이에 중년인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이 미친 시주들이, 땡중? 어디 한번 땡중에게 죽도록 처맞아 볼 테냐?”
걸걸한 말을 속사로 내뱉는 무각을 보며 현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무각의 권풍은 위협적이었으나 무림인들은 머릿수에 힘입어 물러서지 않았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무림인들이 구파의 무인들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쿠콰콰
초승달 형태의 붉은 도기가 땅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무림인들은 도기를 피하고자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를 본 무각의 얼굴이 밝아졌다. 익숙한 도법이었다.
“팽 시주! 올 줄 믿고 있었다고.”
팽무성을 시작으로 남궁혁을 비롯한 백가회의 무인들이 구파 측에 합류했다.
“오, 백가회인가.”
“현문 대사, 오랜만에 뵙습니다.”
현문은 포권을 하는 제갈문산을 반겼다.
수가 배로 늘어나니 무림인들도 함부로 어쩌지 못했다.
게다가 구파와 오대세가에 속한 무인들이었다.
실력도 저마다 뛰어나니 잘못 건드리면 그 여파가 컸다.
갑작스레 등장한 친우들의 등장에 무각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너희들은 이제 뒈졌어.”
반야대능력의 기세를 마음껏 뿜어내는 무각의 말을 그 누구도 경시하지 못했다.
이를 보던 현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저 천둥벌거숭이의 입 좀 막아라, 저놈이 소림 망신은 다 시키는구나.”
광기의 무신총.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