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36)
35화
팽무성은 무각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신기하여 물었다.
“무각, 폐관 수련은 어쩌고 여기에 있는 거냐.”
“스승님께서 수라도를 경험하고 오라고 하셨다.”
무신총의 소식을 들은 현진은 묵거처에 보낼 벽곡단에 서신을 같이 보냈다.
그 서신을 읽은 불존은 무각을 내보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긴 탓이었다.
무각은 탐욕과 살의, 조급함이 섞인 무림인의 눈빛을 직시하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가히 인세에 수라도가 강림한다면 이런 광경이겠지.”
무각은 왜 소림의 무승이 무공을 익히는지, 스승님이 폐관 도중에 굳이 자신을 무신총으로 보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곳은 무림(武林)이다.
그저 입으로 읊어내는 불법으로는 무림을 비추는 등불이 될 수는 없으리라.
무림에는 그에 어울리는 불법을 행해야 하지 않을까.
현문은 남궁혁을 보며 제갈문산에게 급히 물었다.
“저기 창천검호가 아닌가.”
“맞습니다.”
현문은 남궁혁에 이어 팽무성을 바라보았다.
‘방장께서 다음 세대를 이끌 거목이 될 아이라고 하셨지.’
현문은 생각을 빠르게 정리했다.
“제갈 시주, 검호, 패호도, 그리고 무각 이렇게 셋을 무신총 안으로 들여보내야 하네.”
무천궁은 몰라도 사도천이나 다른 악인들의 손에 무신총의 보물이 넘어가면 큰일이었다.
입구도 막아야 하니 소수로 보내야 하는데 무각을 제외하면 눈에 차는 이가 없었고 무각 혼자 보내기에는 너무나 불안했다.
그렇다고 현문이 자리를 비우면 단숨에 입구가 뚫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던 차에 등장한 팽무성과 남궁혁은 현문에게 있어서 단비와 같았다.
“그리하겠습니다.”
제갈문산은 바로 이해하고 팽무성에게 현문의 뜻을 전달했다.
“화련이도 데려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그리고 이걸.”
제갈문은 작은 반합 몇 개를 건네주었다.
현문이 소림에서 가져온 요상약과 금창약이었다.
“다들 가시죠.”
팽무성을 선두로 세 사람이 그 뒤를 따랐다. 나머지 백가회의 전력은 현문과 구파의 제자들과 함께 입구를 지켰다.
“저놈들이!”
“위선적인 정파 놈들!”
쿠웅
현문은 내공을 실어 쥐고 있던 철봉으로 땅을 찍었다.
현문이 흘리는 무게감에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무림인들은 조금씩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러니 입구를 막는 이들도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야 했다.
이를 본 팽무성은 결정을 내렸다.
“형님, 입구를 부수시죠.”
“입구를?”
“현문 대사라도 언제까지 저들을 붙잡아 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팽무성의 말이 맞았다.
입구 앞에 모인 무림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태산 근처의 무림인들이 죄다 몰려온다면 구파와 백가회의 연합이라도 막아내기는 불가능했다.
남궁혁도 괜찮은 판단이라 여겨지자 검을 뽑아냈다.
“내가 좌측, 팽 아우가 우측.”
“알겠습니다.”
당화련과 무각은 두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채고 먼저 무신총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콰가가가각
촤차자자작
팽무성과 남궁혁은 입구에서부터 시작해서 각자 맡은 벽을 사정없이 베어내고 부수며 들어갔다.
“저…저!”
“미친놈들이로군.”
쿠르르릉
양쪽 벽이 검기와 도기에 갈라지자 끊임없이 돌먼지를 뱉어내던 무신총의 입구가 바깥쪽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허허.”
현문은 들어가자마자 입구부터 무너트려 버리는 후배들의 결단력에 감탄하며 당황하는 무림인들을 향해 말했다.
“시주들, 잠시 머리나 식힙시다.”
* * *
‘드디어 다 모였구나.’
전생의 사패가 한자리에 모였다.
괜히 팽무성은 들뜨는 듯하여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편 무각과 남궁혁은 걸어가면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자네가 그 무각이군, 말은 많이 들었네. 상상하던 그대로군.”
“팽 시주가 형님으로 부른다고 하니 나도 형님이라 부를게.”
호칭은 형님이라 하는데 말투는 여전히 반말이었다. 남궁혁은 무각의 괴짜 같은 행동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거 재밌는 친구로군. 그렇게 하시게. 무각 아우.”
“서로 인사를 나눴으니 속도를 내야겠습니다.”
팽무성 일행은 경공을 펼쳐 무신총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성인 세 명이 나란히 걸어갈 넓이의 통로.
팽무성 일행은 빠른 걸음으로 통로를 걸어갔다.
“횃불을 쓸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군.”
남궁혁은 일정한 간격으로 천장에 박혀있는 야명주를 보며 말했다.
야명주의 빛 덕분에 어느 정도 어둠을 몰아낼 수 있었다.
“저거 하나에 가격이 얼만데, 괜히 무신의 무덤이 아니네요.”
당화련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야명주의 빛을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무신총에도 역시 여러 기관과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탓에 당화련이 앞장섰다.
슈슈숙
벽면에서 날아오는 세침.
허나 그 위협은 어린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제법 빠른 속도였지만 당화련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튕겨냈다.
당화련은 땅에 떨어진 세침을 주웠다. 그러고는 벽에 숨겨진 기관도 조심스레 살폈다.
“세침, 기관의 상태가 마치 새것 같네요. 기름칠도 새로 했는지 냄새도 나고. 마치 누군가 먼저 들어와서 보수한 것처럼요.”
아무리 정밀하게 만들어진 기관이라도 오랜 세월을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었다.
꾸준히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설계대로 작동을 못 하거나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당 시주 말대로라면 구린내가 나는군.”
팽무성은 당화련의 말을 듣곤 마교를 떠올렸다.
‘시간은 끌었지만 결국 입구를 찾고 먼저 들어온 건가.’
남궁혁은 고심하는 팽무성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가보면 알게 되겠지, 계속 가세.”
중간에 길이 몇 갈래로 갈라지기는 했지만 팽무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 하나를 골라서 계속 나아갔다.
“팽 오라버니, 이렇게 막 가도 돼요?”
“괜찮아.”
어느 길로 가든지 끝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탓이었다.
바닥을 밟은 팽무성은 발끝으로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쿠웅
“바닥 조심!”
팽무성 앞뒤의 바닥이 안쪽으로 갈라지더니 날붙이가 빼곡하게 꽂힌 함정이 드러났다.
먼저 이 길을 지나간 몇은 당했는지 피로 물든 시체가 보였다.
그와 동시에 옆면에서 누런 독이 묻은 세침이 연달아 쏟아졌다.
채채챙
세침에 대해 반응이 가장 빠른 것은 역시 암기와 기관에 해박한 당화련이었다.
기관이 움직이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자마자 대침을 날려 세침의 궤도를 엉뚱한 곳으로 바꿔버렸다.
무신총에 진입하기 위해 당백에게서 어린표 말고도 다른 암기를 충분히 받아온 당화련이었다. 암기의 수는 여유로웠다.
팽무성 일행은 가볍게 함정을 돌파하고 다시 전진했다.
“점점 기관의 위험성이 증가하네요.”
무공의 뛰어남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함정을 경계해야 했다.
자연스레 팽무성 일행은 점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무신총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곳곳에 시체가 있었고 점점 핏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마음을 단단히 먹거라.”
남궁혁은 제일 연장자답게 아우들을 다독였다.
남궁혁이 꺼낸 말은 실상 무각과 당화련에게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팽무성과 남궁혁과 달리 무각은 처음 무림에 나섰고 당화련은 어린 만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무공의 수준에 상관없이 피와 죽음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형님.’
무각은 시체를 볼 때마다 작은 목소리로 불호를 외고 당화련은 그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팽무성은 저들이 충분히 마음을 잘 다스릴 것이라 믿었다.
팽무성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피냄새, 첫 번째 광장인가.’
피냄새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살기가 섞여서 통로를 채워오고 있었다. 팽무성은 도병에 손을 가져갔다.
무신총에는 총 세 개의 넓은 광장이 존재했다. 광장을 지날수록 길은 줄어드니 무림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즉, 어느 길로 들어서든 광장을 거쳐서 다음 광장으로 향해야 했으니 무림인들 간의 사투는 피할 수 없었다.
통로의 끝에는 환한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광명 속으로 빠져들자 거대한 넓이의 광장이 보였다.
광장의 드높은 천장에는 크고 작은 야명주가 무수하게 박혀있어 마치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켰다.
굳이 무신총의 보물이 아니더라도 저 야명주만 빼가도 평생을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거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채채챙
“크아악!”
푹
바로 위의 천장에 낭만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건만 고개를 내리니 보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다.
광장의 곳곳에는 시체와 치명상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러한 아비규환에도 여전히 칼부림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눈에 띄는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서로를 치지 않고 오히려 약한 이들을 상대로 협공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언월도로 상대하던 이의 목을 쳐낸 중년인이 광장에 들어선 팽무성 일행을 쳐다보았다.
“이런, 다 정리한 줄 알았더니 새로 온 손님이 있었나.”
옆에서 조법으로 상대의 심장을 뽑아내고 있던 반백의 노인이 말을 받았다.
“행색을 보아하니 오대세가의 자제에, 소림의 제자인가? 정파의 명문 제자들이군.”
언월도를 든 중년인은 용두도(龍頭刀)로 불리는 이름 있는 낭인이었고, 노인은 추심혈노(抽心血老)라 불리는 사파의 고수였다.
그 외에도 정사에 상관없이 십여 명의 고수들이 추심혈노를 중심으로 모였다.
“백산검과 형혼권 아니십니까. 왜 그쪽에 계시는지요.”
남궁혁이 언급한 이들은 정파에 속한 고수들이었다.
그것도 협행과 무공으로 나름 이름을 떨친 이들이었다.
이에 남궁혁은 살짝 놀란 얼굴로 두 고수를 바라보았다.
정작 그 두 사람은 남궁혁이 자신들을 알아봐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왜겠나? 무신총의 보물을 얻기 위해서지.”
“정파에서 명성을 떨치는 두 분이 이런 의미없는 학살에 동참하시다니요.”
백산검은 되려 남궁혁에게 소리쳤다.
“검호, 순진한 소리는 하지 말게, 이런 곳에서 협과 정의를 지키며 보물을 얻을 수 있을 듯싶은가?”
“그만, 처음부터 든든한 배경을 안고 태어난 놈들이 우리의 심정을 어찌 알겠나.”
추심혈노는 백산검을 제지하고 형형한 눈빛으로 팽무성 일행을 살폈다.
하지만 팽무성은 이를 신경 쓰지 않고 광장을 쳐다봤다.
광장의 절반이 피와 시체로 채워져 있었다.
지금은 정파가 때를 맞춰 입구를 막은 덕분에 전생에 비해 피해가 줄었다.
전생에서는 첫 번째 광장에서 무림인 사이에 섞인 소수의 마인들이 분란을 조장해서 처음부터 커다란 혈투가 벌어졌다. 그 때는 광장 바닥 전체가 시체로 가득 찼었다.
“다른 이들은 이미 안쪽으로 들어간 듯한데 당신들은 왜 여기 있는 거요.”
팽무성은 죽여도 되지 않을 이들을 학살하며 굳이 시간을 버리는 게 이상했다.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들 사도천과 무천궁을 상대로 보물을 얻을 수 있겠나. 보물을 얻고 나오는 한쪽을 노리는 게 확률이 높지.”
추심혈노는 품속에서 장보도 조각을 꺼냈다.
“이 장보도 조각에는 무신총의 끝이 그려져 있다. 이것을 보면 따로 나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가 보물을 얻는지는 몰라도 이곳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할 것이야.”
팽무성은 저 장보도 조각을 통해 추심혈노가 여기 모인 고수들을 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전생에서는 이런 일이 없이 무림인들이 끊임없이 들어와서 죽고 죽이는 살육이 벌어졌었다.
팽무성은 자신의 행동에 의해 사건의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보아하니 후기지수치고는 한 가닥씩 하는 듯한데, 우리와 손을 잡겠느냐, 외부의 시선은 걱정하지 마라, 모조리 죽여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할 테니.”
추심혈노가 굳이 장보도 조각까지 보여주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창천검호라면 만만치 않은 놈이다, 이렇게 싸움이 벌어지면 손해다.’
추심혈노는 벌써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상황이었다. 물론 진심으로 팽무성 일행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방심한 때를 노려서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추심혈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후기지수들이 아니었다.
“형님, 이런 곳에서 시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 빠르게 정리하세.”
팽무성과 남궁혁은 동시에 각자의 허리춤에서 병장기를 뽑아냈다. 무각도 자신의 주먹을 맞부딪쳤다.
“보아하니 다 마귀들뿐인데 오늘 살계를 열어도 되겠다.”
당화련은 말없이 어린표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었다.
후기지수들이 오히려 먼저 병장기를 꺼내 들자 추심혈노의 살기가 짙어졌다.
“이래서 어린놈들은 말로 하면 안 되는 법이거늘, 내가 실수했구나.”
쏴아악
추심혈노를 비롯한 고수들이 팽무성 일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광기의 무신총.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