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39)
38화
차차차창
세 자루의 도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
섬광처럼 번쩍하는 한백유의 도에 비해 암마군의 쌍도는 한 수 느렸다.
그래도 쌍도라는 이점을 통해 암마군은 공방을 동시에 이루어내며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암마군은 한백유의 발을 묶고 있는 사이에 좌우사자와 마인들은 무천궁의 무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후후, 이 빌어먹을 놈, 제법 하는구나.”
암마군이 귀령암마공을 펼쳐 끊임없이 한백유를 자극했지만 한백유는 눈을 껌뻑거리기만 할 뿐 명경지수를 유지했다.
이에 암마군은 괜히 마른 입술을 핥았다.
‘광도가 정보 이상으로 강하구나.’
벌써 백오십여 합을 겨루었다. 이 이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좋지 않았다.
끝을 보겠다 결정을 내린 암마군의 마기가 짙어지려던 찰나였다.
우우웅
암천비마진이 진동하더니 진법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암마군은 한백유의 도를 빗겨내면서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암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옅어진 게 눈에 띄었다.
‘뭐지? 바깥의 진축에 문제가 생겼나.’
이상직후에 암마군이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그런 암마군을 노리는 한백유의 도는 거침이 없었다.
샤앙
암마군은 허리를 비틀어 하단에서 솟구치는 도기를 피해냈다. 곧장 상황을 확인하려 했으나 다시금 한백유에게 발을 묶이게 되었다.
한백유는 단번에 암마군의 눈에 파문이 이는 것을 확인했다. 암마군의 계획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으니 더더욱 놓아줄 수는 없었다.
채채채채챙
붙잡으려는 한백유와 떨치려는 암마군.
자연스레 그 둘의 결전은 거세졌다.
좌상단에서 사선으로 베어오는 도를 보며 암마군은 발목을 비틀었다.
끼기긱
암마군은 우도로 한백유의 도를 빗겨냄과 동시에 좌도를 회전시켜 한백유의 허리에 찔러 넣으려고 했다.
파앗
순간 등을 타고 올라오는 더러운 기분.
마치 벌레 수백 마리가 기어오는 느낌에 암마군은 본능적으로 움직임을 바꿔서 급히 거리를 벌렸다.
뒤를 살피던 암마군은 불편함의 원인을 바로 발견했다.
“소림?”
암천비마진을 가로지르는 네 명.
죄다 후기지수로 보였는데 선두에서 달리는 이는 민머리에 황색 무복에 붉은 가사를 걸치니 영락없는 소림의 무승이었다.
‘저놈들이구나.’
암마군은 저 후기지수들이 진법을 무너지게 하는 원흉이라고 확신했다.
콰아앙
소림의 무승은 거대한 장력을 뿜어내며 진법의 가장 중요한 진축을 날려버리더니 소리쳤다.
“바닥을 쳐라! 그러면 진법이 깨진다!”
무각의 외침을 들은 암마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 미친놈들이 어찌 알고.”
암마군이 급히 나서려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콰콰캉
쿵쿵
곳곳에서 색색의 검기가 빛을 발하더니 폭발이 일어났다.
생존한 무림인들은 무각의 목소리를 듣고 냉큼 바닥을 깨부쉈다. 이대로면 모조리 개죽음이었기 때문에 망설이는 이는 없었다.
우우웅
스스슥
광장의 바닥 밑에 숨겨져 있던 진축까지 박살이 나자 광장을 뒤덮던 암무가 빠르게 사라졌다.
이에 암무에 숨어서 무림인들을 노리던 암마종의 마인들의 모습도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인들은 당황하지 않고 암마군의 뒤로 모여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
“이렇게 많이 죽었나.”
한편 진법이 해체되고 드러난 광경에 무림인들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마인들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었다.
지금 서 있는 무림인의 수는 진법이 펼쳐지기 전에 비교하여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크흐흐흐.”
암마군의 음산한 웃음이 광장을 울렸다.
귀령암마공을 펼친 채라 경지가 부족한 무림인은 괜히 오싹함을 느꼈다.
“어젯밤에 간신히 시간을 맞춰서 준비한 진법인데,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암마군은 살기등등한 눈으로 팽무성 일행을 노려보았다.
“상관없겠지. 죽이고 죽는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암마군의 암천마공이 펼쳐지자 방금의 진법만큼은 아니었으나 상당한 범위로 암무가 퍼져나갔다.
이를 시작으로 좌우사자와 마인들도 암영마공을 일제히 펼쳐내니 암무는 점점 덩치를 불렸다.
“죽여라.”
암무 속에서 들려오는 암마군의 명령.
일제히 암무를 두르고 쏟아지는 마인들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흑운(黑雲)이 밀려오는 듯했다.
쌔애액
쐐애앵
흑운이 밀려오며 검은 도기와 도풍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그 맹렬한 기세에 무림인들도 뭉쳐서 저들끼리 갖가지 검기와 도기 등을 뿌려내며 대응했다.
쾅
콰카캉
양쪽에서 쏟아지는 공세에 중간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진법만큼 기척과 모습을 차단하지는 못합니다. 서로의 등을 보호하며 싸워야 합니다.”
팽무성이 내공을 담아 소리치자 무림인들은 저마다 옆 사람과 등을 맞대었다.
거대한 암무가 무림인들을 삼켰고 여기저기서 쇳소리가 들리고 불똥이 튀었다.
한백유는 두 명의 장로를 데리고 암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암무군과 좌우사자를 찾는 것으로 보였다.
남궁혁은 이를 보더니 일행에게 말했다.
“무천궁이 적의 수괴를 쫓나 보다. 우리는 다른 무림인을 돕는 게 나을 듯싶구나.”
“같은 생각입니다.”
암마종의 습격에서 그나마 잘 버텨냈던 것은 무천궁에 불과했다.
사도천과 다른 무림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본 탓에 수적, 질적으로 암마종의 마인들에 비해 불리했다.
팽무성은 꿀렁이는 암무의 움직임을 주시한 채 입을 열었다.
“무림인들을 일일이 구하는 것보다는 저희가 뭉쳐 다니며 마인들을 쓸어버리는 게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스윽
뒤에서 덮쳐오는 마인을 남궁혁은 보지도 않고 무각 쪽으로 밀쳐냈다.
무각은 마인이 자신의 방향으로 날아오자 그대로 가슴에 주먹을 꽂아 날려버렸다.
“팽 아우, 자네가 중앙에 서게. 무각 아우와 내가 양익을 맡지. 화련이는 뒤를 부탁한다.”
“갑니다.”
진형이 갖춰지자 네 사람은 동시에 암무로 들어갔다.
[뭐냐. 저놈들은.] [죽여라.]느닷없이 암무로 질주하는 후기지수의 모습에 마인들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바로 쫓아가서 죽이려 들었다.
서걱
촤자자작
콰아앙
팽무성 일행을 막으려 들었던 마인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죽이기는커녕 저 후기지수들에게 마인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검은 도기가 쏟아졌으나 푸른 안개 같은 것이 모조리 막아냈다.
곧바로 거대한 붉은 도기와 금빛 권풍이 솟구쳐 오르니 마인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좌측.”
십여 명의 마인을 순식간에 베어버리고 팽무성 일행은 다시 방향을 잡고 이동했다.
초절정고수 두 명의 기감과 마기를 정확하게 탐지하는 불가의 무공.
암마군의 암천마공이면 모를까, 그 하위인 암영마공의 암무는 팽무성 일행에게 있어서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했다.
팽무성의 도가 거침없이 휘몰아치며 암무와 함께 마인들을 베어냈다.
남궁혁의 검과 무각의 주먹도 쉬지 않으니 마인들은 피를 뿜으며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마인들의 걸음과 쌍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먼저 죽어간 마인을 방패 삼아 앞으로 가고 시체를 밟으며 살기 넘치는 도를 휘둘렀다.
처절하게 덤비는 마인들의 기세.
팽무성 일행은 이를 경시하지 않고 무공을 펼쳐내야 했다.
“큭.”
“음?”
절대 소리를 내지 않고 전음으로 얘기하던 마인들의 입에서 조금씩 신음이 들려왔다.
[독, 독이다.] [어느 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텐데.]마인들 중 상당수가 독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당화련이 일행들에게서 마인들의 위치를 전음으로 듣고 무차별적으로 독공을 펼친 탓이었다.
슈슈슉
당화련은 마인이 비틀거리는 미세한 소리를 포착하여 그 방향으로 어린표를 날렸다.
마인들은 전방이 강하니 후방을 노려보려고 했으나 팽무성 일행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독이 가득했다.
잠깐이라도 머뭇거리는 순간에는 어느새 몸에 암기가 박혀있었다.
팽무성 일행이 가만히 제자리에서 싸우면 차륜진이라도 펼쳐서 대응하겠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니 마인들은 계속 끌려다니고 있었다.
마인들이 빠른 속도로 죽어가니 덩치를 키우던 암무의 영역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대등한 환경에서 싸울 수 있는 무림인의 수가 늘어났다.
[폭마공을 펼쳐라.] [존명.]암마군과 좌우사자가 아니더라도 마인들 사이에는 중간 지휘자가 있었다.
어차피 마인들이 칼질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쓸려나가는 마당이니 폭마공으로 피해를 노리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죽으러 가는 길임에도 마인들의 발걸음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마인들은 팔다리 하나가 잘려나가도 최대한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했다.
그 탓에 마인들의 공세가 살짝 물러지자 팽무성 일행은 이를 바로 알아차렸다.
“저놈들, 폭마공을 펼치려고 합니다.”
“단전을 노려야겠군.”
“무각, 너는 특히 최대한 권풍과 장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알았다. 팽 시주.”
폭마공(爆魔功).
마교를 대표하는 무공 중 하나였다.
철저한 순교자인 그들은 죽기 직전이면 목숨을 바쳐 적을 길동무 삼는 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랬기에 무림에서도 잘 알려진 마공 중 하나가 바로 폭마공이었다.
팽무성은 혈호난풍과 같은 광범위 초식을 연달아 펼쳐내 마인들이 아예 접근을 못 하게 만들었다.
남궁혁의 창무가 강물이 흐르듯 쏟아지고 무각의 백보신권(百步神拳)이 연달아 뿜어졌지만, 그 틈을 뚫고 꾸역꾸역 치고 들어오는 마인들이 있었다.
콰아앙
전신의 마기를 단전에 모아 몸을 폭발시키는 폭마공.
뼈와 육편이 하나의 암기가 되어 사방으로 쇄도했다.
일반 마인이 펼치는 폭마공임에도 그 위력은 경시할 수 없었다. 이것이 폭마공의 제일 무서운 점이었다.
쾅쾅
팽무성 일행의 전진이 처음으로 멈췄고 머리 위로 여러 마인들이 뛰어들었다.
달려드는 마인들의 눈에는 한 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폭마공이 연달아 펼쳐지기 시작했다.
콰콰캉
팽무성이 도를 크게 휘둘러 도막을 만들었고 그 위로 창무가 넓게 둘러쌌다.
연속으로 터지는 폭발은 끊임없이 창무와 도막을 두들겼다.
* * *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자 암무가 들썩였고 한백유와 접전을 벌이고 있던 암무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폭마공은 마지막 수단이다.
무천궁의 잔당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폭마공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왜?
암마군은 진법을 날려버린 후기지수들을 떠올렸다.
“그놈들인가.”
암마군은 혼잣말을 내뱉더니 한백유를 보며 웃었다.
“그래. 본교도 구마군이 있는데 너희라고 쓸만한 놈들이 한두 명만 있으리란 법은 없겠지.”
구마군(九魔君).
마교를 이루는 주요 세력인 구마종(九魔宗).
교주를 보필하는 게 구마종의 종주들이라면 구마군은 다음 대의 종주 후계자들이었다.
나이는 대부분이 후기지수 또래였지만 지닌 무위는 후기지수에 머무는 이가 없었다.
다음 대의 마교를 이끌 소교주와 구마군은 선발대의 자격으로 무림에 나와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쏴앙
한백유의 백색 도기가 암마군의 허리를 관통하는 듯했으나 암마군은 간신히 튕겨내어 큰 부상을 면했다.
반격하려던 암마군은 멈칫거리더니 사방으로 도막을 뿌렸다. 자신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기척을 느꼈다.
쿠콰콰
쐐액
암마군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쌍도를 좌우로 베어내어 붉은 도기와 푸른 검기를 받아냈다. 양쪽 다 만만히 볼 수 없는 위력이었다.
어느새 팽무성 일행은 마인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암마군의 뒤에 도달해 있었다.
암마군은 깨끗하게 사라진 암무와 곳곳에 쓰러진 마인들의 시체를 보며 웃었다.
“본종의 마인들을 정말 빠르게 죽였군.”
한백유, 남궁혁. 그리고 팽무성.
일대일로 전력을 다해 상대해도 우열을 겨루기 힘든 상대들이었다.
그런 자들에게 삼면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암마군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패호도가 이리 강했을 줄은 몰랐군.”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팽무성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암마군은 괜히 쌍도를 휘저었다.
“구마군에 맞설 후기지수는 광도, 검호, 철권 정도인 줄 알았는데 본교의 판단이 틀렸어.”
암마군은 자신의 뒤를 포위하고 있는 팽무성 일행을 흘끗 째려보며 말했다.
“최소 열 명은 폭마공을 펼친 듯했는데 멀쩡해 보이는구나, 이놈들아.”
“새까만 시주. 너는 제발 곱게 가길 바란다.”
무각이 내뱉은 말에 암마군은 눈을 껌뻑거리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큭, 이런 미친 땡중 새끼. 너는 반드시 죽여주마.”
암마군이 좌도를 무각에게 겨누자 무각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들어와라. 죽으면 지옥왕생을 빌어주마.”
한마디도 지지 않는 무각의 말솜씨에 암마군도 고개를 저었다.
광기의 무신총. (6)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