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40)
39화
카카카캉
쐐애액
암마군은 미친 칼춤을 선보이며 사방으로 검은 도기를 쏟아냈다. 피땀을 흘려내며 암마군은 끊임없이 광소를 내뱉었다.
암마군은 여유로운 듯했으나 전보다 격정적인 웃음에서 마음이 쫓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콰앙
한백유는 아직도 승부를 내지 못한 장로들을 도우러 갔고 암마군을 팽무성 일행이 둘러쌌다.
전생에서도 암마군은 한백유와 싸웠으나 종국엔 후퇴하며 무신총을 빠져나갔다.
무신총의 보물을 얻었고 엄청난 수의 무림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기에 암마군은 미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에 암마군이 도망칠 일은 없을 것이다.
암마군은 손목으로 눈가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팽무성을 주시했다.
가만 보면 상황마다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것도 저놈이었다.
“네가 독마종을 막았다는 그놈이구나.”
암마군이 팽무성에게 칼날을 뻗었다.
저놈만은 죽여야겠다는 살심이 올랐다.
순간적으로 암무가 솟구치며 쌍도의 궤적을 가렸다. 이러면 지척에서야 눈으로 식별 가능했으니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까가강
하지만 팽무성은 손쉽게 받아냈다.
팽무성의 반응속도로는 암무는 그저 귀찮은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에 암마종의 암마쌍귀도(暗魔雙鬼刀)는 전생에서도 숱하게 봐왔다.
되려 팽무성이 쌍도의 틈을 기가 막히게 찔러내자 암마군은 기겁해서 쌍도를 뒤집어 거칠게 도를 튕겨냈다.
꺼겅
팽무성은 손아귀에 힘을 주어 힘으로 반탄력을 억눌렀다. 뒤로 밀려나던 도가 갑자기 솟구치니 암마군은 급히 어깨를 비틀어냈다. 어깨가 살짝 베이며 핏물이 번졌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팽무성은 훌쩍 뛰어올라 암마군의 머리를 도로 찍어눌렀다.
위에서 쏟아지는 무게에 암마군은 순간 다리가 잘게 떨렸다. 하마터면 한쪽 무릎을 꿇을 뻔했다.
팽무성이 좌각을 뻗어 암마군의 얼굴을 찼지만 암마군은 옆으로 몸을 회전시켜 피해냈다.
‘크흐흐. 일개 후기지수 따위가 어지간한 고수보다 공방의 수준이 높구나.’
암마군은 이를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중원의 후기지수들이 문파와 가문의 비호를 받으며 쉽게 무공을 익힌다면 마교는 스스로 무공을 배울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암마군은 다섯 살 때부터 수많은 경쟁자를 죽이고 또 죽여 구마군의 자리에 올랐다. 다른 구마군도 마찬가지였다.
마교에는 혈연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태어난 이후로는 오로지 강자존(强者存)이요, 적자생존(適者生存)뿐이었다.
암마군은 궁금해졌다.
팽무성이 왜 이리 강한 것인지.
어째서 구마군과 같은 수라장을 이겨낸 눈을 하고 있는지.
할 말이 없으면 웃음소리라도 흘려내던 암마군의 입이 꾹 닫혔다. 입을 벌리는 그 사소한 신경조차 쌍도에 쏟아붓기 위함이었다.
채채채챙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두 사람의 생사결로 기울어졌다.
동시에 암마군의 신경도 오로지 팽무성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한편 남궁혁도 암마군을 감싸던 공기가 바뀌었음을 느꼈다.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저 두 사람은 저들만의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뿐 싸움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솨아아아
암마군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암천마공의 암무가 팽무성을 삼켜냈다.
암천마공의 암무는 암천비마진이 만들어내는 암무와 똑같았다.
암무에 팽무성은 모든 소리가 차단되고 시야가 어두워짐을 느꼈다. 그럴수록 팽무성의 털이 조금씩 솟아오르며 감각이 벼려지고 있었다.
암마군은 암무를 유영하며 팽무성의 사방에서 예측할 수 없는 궤적으로 쌍도를 휘둘렀다.
시야와 소리를 차단하는 암무 때문에 바로 앞에서 도가 갑자기 나타나는 착각이 일었다.
전방에서 도격이 날라옴과 동시에 후방에서 등을 찔러오니, 공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채채채챙
마치 야밤에 수십의 살수들과 싸우는 듯했다.
쌍도는 예측 할 수 없는 방향에서 쉴 새 없이 팽무성을 두들겼다.
팽무성은 미세한 암무의 일렁거림을 눈에 담으며 전신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갑자기 세 방향으로 여덟 줄기의 도격이 쏟아졌다.
제각기 궤적도 다르고 실린 힘도 달랐지만, 어느 하나 경시할 수 없었다.
팽무성이 알고 있는 초식이었다.
암천분영(暗天分影).
암마쌍귀도의 성취에 따라 도격의 수가 늘어나는데 극성을 이룬 암마종주가 펼친 암천분영은 단번에 열두 개의 도격을 분출했었다.
콰카카칵
도를 휘둘러 튕겨냈으나 기어이 팽무성의 팔뚝을 긁어냈다. 그에 기세를 머금은 암마군이 연달아 배와 가슴에 쌍도를 휘둘렀다.
팽무성은 손목을 비틀어 넓은 면으로 막아냈다. 그대로 도를 회전시키며 올려쳤다.
쌍도가 반원을 그려내며 도를 옆으로 쳐냈다.
‘생각 이상으로 고강하구나.’
죽일 생각으로 절초를 시전했지만 경미한 부상에서 그쳤다. 암마군은 마치 높은 절벽을 상대로 도를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후웅
막기만 했던 팽무성의 도가 암무를 찢어냈다.
까강
도격의 끝에는 쌍도를 교차해 막아낸 암마군이 있었다. 팽무성은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전진하며 암마군을 몰아붙였다.
팽무성이 한 걸음 나아가면 암마군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쾅쾅쾅
끊임없이 떨리는 쌍도를 보며 암마군은 내공을 끌어올리며 도병을 힘껏 잡았다.
저 폭풍같은 도격을 백 오십여 초나 받아냈더니 슬슬 손아귀도 아려왔다.
허를 찌르듯이 팽무성의 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쉬쉭
팽무석의 도격은 교차하는 쌍도를 스윽 지나가며 암마군의 발목을 베어냈다.
한백유의 쾌도 만큼은 아니었으나 갑자기 급변한 도에 암마군은 급히 허리를 뒤로 빼며 쌍도를 회전시켰다.
촤악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와 땀이 허공에 비산했고, 이를 다시 도가 베고 지나갔다.
암마군의 발목을 베었지만 얕았다. 팽무성은 그대로 하단에서 도를 올려쳤다.
암마군은 쌍도를 단전으로 내린 채 천근추를 펼쳐서 막아냈다.
그런데도 몸이 잠깐이나마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광마군과 힘이 맞먹는 놈은 처음이군.’
암마군은 그대로 몸을 띄우며 공중제비를 돌아 팽무성의 머리 위로 쌍도를 가로 그었다.
십(十)자 형태로 교차한 검은 도기와 직선형의 붉은 도기가 충돌했다.
팽무성은 쉬지 않고 착지하는 암마군의 허리를 노리고 도를 횡으로 베었다.
암마군은 쌍도를 비틀어 도를 막아냈지만, 그 충격에 옆으로 밀려나 비틀거렸다.
곧이어 와호장의 장력이 암마군을 덮쳤다.
콰앙
“크흐.”
장력을 갈라버린 암마군은 짧은 웃음을 흘렸다. 입에서 단내가 난 지 오래였다.
체력도 내공도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암마군은 연달아 마기를 끌어 올려 절초를 뿜어냈다. 잘게 떨리는 쌍도를 타고 검은 도사가 피어올랐다.
쌍도는 미친 듯이 도기와 도풍을 뿜어내며 팽무성을 삼키려 들었다.
내공을 마음껏 사용하는 만큼 적당히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팽무성도 철혈맹호도의 절초로 맞서냈다.
콰카카캉
암마군은 무신총에서 살아나가겠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였다. 다만 확실히 팽무성을 죽이고자 했다.
도를 맞대며 확신했다. 폭마공 따위로는 팽무성을 확실히 죽일 수 없었다.
직접 쌍도로 목과 심장을 갈라내야 했다.
그렇기에 암마군은 단전을 말끔하게 비워내며 모든 마기를 쌍도에 집중했다.
쌍도에서 흘러나온 도사는 주변의 암무도 빨아들이며 몇 배 길이로 늘어났다.
암마군은 그것을 그대로 크게 휘둘렀다.
쏴아앙
두 줄기의 도사는 중간에 교차하며 하나로 합쳐지더니 덩치를 불렸다.
마치 거대한 흑빛의 화살이 날아오는 듯하더니 수십, 수백 갈래로 갈라졌다.
암천흑시(暗天黑矢).
검은 도사를 담아낸 쌍도는 단번에 수십의 도흔을 남겼다.
팽무성을 잘게 조각낼 듯이 빼곡하게 채워진 빛살이 공간을 채웠다.
마치 별들이 쏟아지는 듯했다.
팽무성의 손등에 굵은 힘줄이 솟았다.
웅
내공이 도신에 집약되며 도가 작게 울음을 터트렸다.
쿵
팽무성의 다리가 거목처럼 단단히 땅에 박혔다. 발끝에서 시작된 작은 힘은 허리와 어깨를 타고 도에 머금어질 때는 막대해졌다.
눈이 부실 정도로 뭉쳐진 붉은 도사가 팽무성의 도에 집약되었다.
쏴아아악
암마군이 그려낸 칠흑의 별무리에 팽무성이 다시 붉은 하늘을 칠했다.
적천단아(赤天斷牙).
단 하나의 참격에 혼을 밀어 넣었다.
순간 굉음이 이는 듯 강력한 진동이 일어났으나 두 절초의 충돌이 소리마저 삼켜버렸다.
그저 충돌을 알리는 거대한 울림이 무신총을 흔들 뿐이었다.
먼지구름이 걷히고 드러난 두 도객의 모습은 겹쳐있었다.
“쿨럭, 크흐.”
암마군은 자신의 단전에 박힌 팽무성의 도를 보며 웃었다.
몸에 힘이 빠진 암마군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쌍도를 놓아주었다.
팽무성은 암마군을 쳐다봤다. 암마군은 그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크흐흐. 평생을 죽이며 피투성이로 사냥개처럼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터져서 죽으면 내 인생이 뭐가 되느냐.”
암마군은 피를 토해내며 고개를 서서히 떨구었다.
* * *
팽무성이 암마군을 처치할 때 무천궁 측도 마무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좌우사자를 상대하던 가 장로는 왼팔을 잃었고 백 장로는 약간의 내상을 입었다.
한백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가 장로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참담하군.”
주위에 널린 무림인과 마인의 시체를 보며 남궁혁이 중얼거렸다.
한백유는 숨을 고르더니 세 번째 광장으로 향하는 길을 바라보았다.
길은 고작 두 갈래였다.
한백유는 광장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보며 물었다.
“길은 이제 두 개뿐이오. 어떤 길을 통해도 이전 처럼 다음 광장으로 이어질 터. 다음 광장에서도 어지럽게 개싸움을 벌이느니 깔끔하게 여기서 정리하고 갑시다.”
사도천은 궤멸했고 무천궁과 팽무성 일행. 그리고 그 외 살아남은 무림인뿐이었다.
무림인들은 한백유와 팽무성 일행을 번갈아 보더니 등을 돌렸다.
저들이 싸우는 모습을 봤다.
자신들을 뛰어넘은 다른 차원의 고수들이었다. 저들 중 누가 살아남는다 한들 자신들에게 승산이 없음을 알았다.
이미 팽무성 일행에게 구명마저 받은 마당에 더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과욕이었다.
각자 보물을 포기하는 속도는 달랐지만 결국 살아남은 무림인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제 광장에는 무천궁과 팽무성 일행뿐이었다.
“결국, 이렇게 남게 되었소. 패호도.”
도병을 만지작거리는 한백유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자신과 같은 후기지수에 이만한 도객이 있었던가. 한백유는 곧장 승부를 가리고 싶었다.
그때 한백유의 생각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의 상처를 치료한 가 장로였다.
“이보게, 팽 소협. 객잔에서 말했었지. 혈겁과 혼란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이 정도면 백가회와 무림맹의 목적은 충분히 이루었다고 생각하네만.”
가 장로의 말에 팽무성을 제외한 다른 일행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물에 빠진 것을 구해놨더니, 오히려 보따리를 뺏어가려 하지 않는가.
“이 꼰대가, 우리가 다 했는데 마지막에 먹고 튀시겠다?”
무각이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 자세를 잡자 남궁혁이 무각의 어깨를 잡았다.
“무각 아우, 진정하게.”
“가 장로!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소리요.”
“소궁주, 이 앞은 본궁의 오방신병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절대 외인에게 뺏길 수 없는 신물들입니다.”
단호한 가 장로의 태도에 한백유는 백 장로를 쳐다보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백 장로도 똑같은 마음인 듯 고개를 저었다.
이에 한백유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붉어졌다.
“가 장로, 내가 객잔에서도 분명히 말했지만.”
이때 팽무성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한백유의 말을 끊어냈다.
“가 장로의 말씀이 맞습니다. 혈겁의 피해도 줄였고 마교의 음모도 분쇄했습니다. 일행 중에 승려도 있으니 저희는 이곳에 남아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겠습니다.”
“허어.”
팽무성이 쉽게 물러서자 다른 일행들은 놀라서 팽무성을 쳐다보았고 한백유는 더욱 붉어져 얼굴이 터질 지경이었다.
‘부끄럽구나.’
한편으로는 보물을 포기하면서도 자신이 내뱉은 말과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팽무성의 올곧음과 배포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내가 진 것이나 다름없다.’
한백유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취했다.
“팽 소협과 여러분. 무천궁의 소궁주로서 감사 인사를 드리오. 무천궁은 이날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외다.”
한백유는 무언가 억누르는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고는 냉큼 등을 돌려 사라져버렸다.
무천궁 측이 세 번째 광장으로 향하는 통로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일행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팽 오라버니, 오늘은 오라버니답지 않았어요. 오라버니 성격이었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 당 시주의 말이 맞아. 오늘은 전혀 시원시원 맛이 없다고! 팽 시주의 말대로 넋이나 달래야겠다.”
무각은 투덜거리면서 어디서 꺼낸 것인지 목탁을 들고 있었다.
“너무 그러지들 말거라. 우리가 설령 보물을 얻었어도 무천궁과의 사이가 멀어졌을 거다. 팽 아우도 그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생에서는 무림맹과 무천궁의 동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끝까지 경쟁해서 보물을 얻는다 한들 나중을 생각하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만, 세 번째 광장 너머의 보물을 양보할 수는 있어도 숨겨진 보물은 넘겨줄 수가 없었다.
팽무성, 정확히는 사패에게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무천궁의 장로들이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면 충분히 타협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미 물 건너간 일이었다.
남궁혁이 투덜거리는 두 아우를 달래는 모습을 보며 팽무성이 씨익 웃었다.
무표정했던 팽무성의 입가가 씰룩이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설마, 팽 오라버니. 아니죠?”
팽무성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눈치 빠른 당화련이 재빨리 물었다.
“가시죠. 무신총의 진짜 보물을 찾으러.”
팽무성의 보는 방향은 무천궁이 사라진 세번째 광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팽무성은 마교인들이 등장하는데 사용되었던 비밀통로를 가리켰다.
팽가 복귀.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