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42)
41화
“성취는 좀 어때.”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팽무성은 철호의 어깨를 한 번 두들겨주곤 뒤쪽에 모여든 사내들을 쳐다보았다.
팽무성의 시선을 느낀 철호가 등을 돌리며 소개했다.
“제가 데려온 녀석들입니다. 괜찮은 녀석들로 데려왔습니다.”
“그래.”
팽무성은 사내들을 훑어봤다. 눈에 익은 사내들이 있었다.
전생에서 팽호대로 함께 싸워왔던 녀석들이었다.
팽무성은 벅찬 감정을 추스르며 말을 이었다.
“철 호위가 무공을 봐주고 있는 건가.”
“예, 완전히 도울 수는 없지만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알려주려 하고 있습니다.”
“나도 종종 수련을 봐주도록 하지. 열심히 하도록.”
마지막 말은 뒤에서 듣고 있는 사내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팽무성의 말에 사내들은 기대로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
철호와 함께 사주각으로 들어가자 가월이 팽무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님.”
가월은 팽무성이 들어오자마자 팔을 잡으며 온몸을 살폈다.
“어디 다치시거나 흉이 난 곳은 없으시죠?”
옆에서 지켜보던 철호는 문득 가월이 마치 나이 차가 크게 나는 동생을 돌보는 누이의 모습과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회포를 푼 세 사람은 언제나 같이 앉던 탁자에 마주 보고 앉았다.
“데려온 애들은 어때?”
“나름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도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싹이 보이는 녀석들로 데려왔습니다.”
철호는 간략하게 대답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철호만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타격대에서 눈독을 들여 뺏기는 일도 있었고 대공자나 이공자의 휘하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팽무성의 명성이 자자할수록 조금씩이나마 점찍어 놓은 이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팽가는 무가(武家)이되 혈연으로 뭉친 세가(世家)였다.
현재의 팽가는 재능과 무공이 아니라 신분과 출신이 사람을 가르는 데 더 중요한 척도였다.
지닌 무공에 비해 빛을 못 보는 자도 있었고 제대로 된 지원조차 못 받는 이도 있었다.
철호가 데려온 사내들도 대부분 팽가의 기준으로 비주류에 해당하는 자들이었다.
철호는 진흙 속의 옥을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생에 팽호대를 만들 때도 지금의 철호와 같은 방식으로 대원들을 한 명씩 모았었다.
팽무성은 철호가 데려온 이들의 신상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며 덧붙였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탁하지. 우리는 재능, 무공, 인성 이렇게만 보자고.”
“알겠습니다, 사공자.”
철호의 대한 보고가 얼추 끝나자, 팽무성은 가월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가 진짜 본론이었다. 가월은 살짝 차가워진 눈으로 보고를 시작했다.
“대공자, 정확히는 언가가 공자님의 주변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어요.”
팽대혁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은 예전부터 가월의 보고로 알고 있었다.
일정 기간마다 팽무성의 행적을 꾸준히 추적했으니 말이다.
“언제부터?”
“백가회가 끝난 다음으로 예상돼요.”
팽무성의 주변이라 해봤자 철호와 가월, 당화련같은 후기지수뿐이었다.
실질적으로 가월과 철호가 주시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가월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제 신분과 과거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어요.”
서류상으로 기록된 가월의 고향부터 시작해서 가월과 관련된 모든 것이 들쑤셔지고 있었다.
“대충은 그쪽에서도 알고 있다는 거네.”
“그럴 확률이 높아요.”
그것이 아니라면 일개 시비를 계속해서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
팽대혁의 그림자인 언지환은 하오문을 비롯한 강호의 정보단체를 이용해서 팽무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되짚는 중이었다.
그에 낌새를 눈치챈 가월은 서신을 보내기 위해 마련한 천살택문의 분타를 진즉에 폐쇄시켜 버렸다.
하지만 며칠 뒤 뒤늦게 낭인들이 쳐들어온 것을 보면 언지환은 확실히 냄새를 맡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언지환이 혈루문과 접촉했습니다.”
가월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가월은 역으로 언지환의 존재를 알아차림으로써 대공자의 활동반경을 더 세세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뒤가 구린 일들은 모두 언지환이 대신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혈루문. 역한 냄새가 나네.”
하북 제일의 살문, 혈루문.
명문 정파에 속한 이들이 살문과 접촉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팽무성은 가월의 보고에 팽대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전생에서도 살수를 이용한 수작질을 좋아했었지. 이번에도 곧 일을 벌이겠네.’
“전에 말한 감찰각 일조장은 잘 지내지?”
“네, 처음에 무작정 파고들려 하기에 살짝 위협을 주었더니 알아서 몸을 사리며 조사 중이에요. 덕분에 아직 대공자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요.”
“그래. 일단 계속 주시해보자.”
대충 회의를 마무리한 팽무성은 분위기를 환기했다.
“오늘 저녁은 같이 먹어야지?”
“오늘은 사주각의 인원들과 함께 작은 연회를 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철호의 말에 팽무성이 잊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사주각은 세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사주각의 주인이 돌아왔으니 함께 자리하며 소속감을 다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자. 가월로는 힘들 테니 본가의 숙수에게 부탁을 해야겠네.”
“제가 혹시 몰라 언질은 해놓았습니다. 허락을 하셨으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철호의 깔끔한 일 처리에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 * *
언제나 사주각의 작은 탁자에 앉아 밥을 먹던 세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연무장에는 팽가의 식당에서 빌려온 긴 탁자들이 쭉 늘어져 있었고 갖가지 음식들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이야, 향이 좋네. 평소에도 밥이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냐고.”
“이번에 사공자가 드신다고 하니 숙수들이 신경을 좀 쓰던데?”
“흐흐, 우리가 사공자께 감사해야겠군.”
한참 떠들던 사내들은 사주각에서 팽무성이 나오자 일제히 입을 다물곤 그를 응시했다.
앞으로 자신들을 이끌 주군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호기심이었지만 누군가는 호승심을 보이기도 했었다.
팽무성이 상석 앞에 서자 사내들의 이목도 한데 모였다.
첫 대면의 자리였기에 좌중에 기대감이 어렸다.
과연 사공자는 자신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먹자.”
그 한 마디를 툭 내뱉곤 팽무성은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바로 옆에 있던 철호는 그럴 줄 알았단 양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반면 뭔가 당찬 포부의 연설을 기대했던 사내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순간 바위가 말한 줄 알았어.”
“사공자, 선후라 합니다.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팽선후가 먼저 일어나서 분위기를 잡자 다른 사내들도 반응을 보였다.
“사공자. 저희의 술도 받아주십시오.”
이에 팽무성이 술병을 들고 자리에 일어났다.
“내가 실수를 했네. 모두 자리에 앉아. 내가 술 한 잔씩 주지.”
팽무성은 탁자를 돌며 사내들의 술잔을 직접 채워주었다.
팽무성의 허물없는 모습에 사내들은 내심 놀라면서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던 도중 팽무성의 행동이 멈추었다.
술잔을 채우려 했는데 이미 술이 채워진 탓이었다.
이는 팽무성을 무시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이봐, 덕삼.”
“뭐 하는 거야.”
옆의 사내들이 주의를 시켰지만, 덕삼이라 불린 사내는 바위처럼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놈은 여전하군.’
덕삼은 전생의 팽호대원 중 한 명이었다.
한쪽 다리가 잘려나갔음에도 기어이 마교주에게 나아가려 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팽무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대로 덕삼을 지나쳤다. 모두의 술잔이 채워지자 팽무성은 사내들과 섞여서 술잔을 기울였다.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종종 울리며 술잔이 끊임없이 오고갔다.
“사공자가 나이는 어리신데 술이 강하시군.”
“강호를 떨게 하는 패호도가 아니신가. 당연한 일이지.”
별다른 말과 인사가 없었지만, 오늘 처음 본 팽무성과 사내들은 완벽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홀로 아무 말도 안 하며 겉돌기만 하던 덕삼이 얼굴이 붉어진 채 팽무성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사공자는 가주가 되시려는 겁니까.”
퍽 술이 들어간 뒤라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아니면 원래 물으려고 했는지는 몰랐으나 사뭇 진지한 질문이었다.
이에 웃음소리가 점점 수그러들었다.
막 술잔을 들이켠 팽무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문을 열었다.
“그래.”
“사공자가 가주가 되면 대체 무엇이 바뀝니까. 가주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까.”
이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깜짝 놀라서 덕삼을 쳐다봤다. 덕삼의 술주정에 다들 바로 술이 깬 모양이었다.
“이런, 술이 너무 들어갔군.”
“죄송합니다. 사공자, 원래 이런 친구가 아닙니다. 숙소로 데려가서 눕히겠습니다.”
허나 팽무성이 그들을 제지했다.
-대주. 우리가 이렇게 피땀 흘려 싸운다고 본가에서 알아주겠습니까.
-덕삼아. 벌써 무림에 팽호대라는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자. 본가에서도 우리를 인정할 날이 올 거다.
-글쎄요. 그렇게 쉽게 변할까요?
-그러기 위해 모인 것이 우리이고,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팽호대다.
-알겠습니다. 대주.
덕삼이 한 질문 때문인지 전생에서 덕삼과 했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덕삼이 좀 전에 왜 그리 행동했는지 팽무성은 알고 있었다.
철호에 의해 사주각으로 오기는 했지만 팽무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확신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 다른 공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여겼을 터.
“흐음.”
그저 취중진담일 수도 있지만 팽무성은 진지하게 답했다.
상대가 덕삼이라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강한 팽가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너희가 다른 고민 없이 강해지는데 열중할 수 있는 팽가를 만들 것이다.”
대답을 들은 사내들의 눈길이 죄다 팽무성에게 향했다.
팽가의 다른 가솔이 들었다면 저게 무슨 소리냐 할 것이다.
하지만 사주각에 모인 이들이기에 팽무성이 하는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재능이 있지만, 직계가 아닌 방계였기에 익히고 싶은 무공을 얻지 못한 이가 있었고.
실력이 충분했으나 팽 씨 성을 가진 가솔에게 밀려 타격대의 입단 순위에서 밀린 이도 있었다.
“큭큭.”
팽무성의 대답을 들은 덕삼은 의미 모를 웃음을 흘리더니 술잔을 들었다.
“죄송하지만 한 잔 주시겠습니까.”
팽무성이 술잔을 채워주자 덕삼은 바로 들이키고는 탁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따르겠습니다, 사공자.”
덕삼은 그대로 접시에 얼굴을 박았다.
이에 팽무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데려가라.”
“예, 사공자.”
덕삼은 사라졌지만, 연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은 상태였다.
덕삼의 돌발행동에 술이 단번에 깨버린 탓도 있었지만 팽무성의 대답을 곱씹느라 생각이 많아진 탓이었다.
덕삼은 철호가 모아 온 사내 중에서도 인망 받는 위치로써, 그가 찌른 물음이 이들의 의중이자 대변이기도 했다.
그에 팽무성의 대답과 덕삼의 반응의 여파가 일었다.
그때 연무장으로 들어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엇. 연회가 이상하게 초상집 분위기네.”
“흠, 대주.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팽무성이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흑호대와 이들과 함께 온 몇몇 가솔들이었다.
저마다 손에 음식 보따리나 술병을 챙겨온 것을 보니 연회에 참여하려고 온 것으로 보였다.
이에 팽무성이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가솔들을 불렀다.
“들어와라. 전에 약속했던 협호행의 얘기를 들려주지.”
팽무성의 말에 쭈뼛쭈뼛 서 있던 가솔들이 화색을 띠며 뛰어왔다.
“듣고 싶어 하는 가솔들이 있어서 함께 데려왔습니다. 괜찮겠지요?”
“물론.”
사람들이 모이고 팽무성이 얘기를 시작하자 다시 연회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살짝 떨어져서 지켜보던 가월이 중얼거렸다.
“변했네요.”
가월은 가솔들 사이에 둘러싸여 이야기하는 팽무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일날에 사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았소.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달라지는 과정일 뿐이오.”
철호는 말하면서 술잔을 내밀었다. 이를 본 가월도 술잔을 들어서 맞댔다.
사주각 일원들의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깊어가는 밤처럼 그들의 유대도 깊어져 갔다.
* * *
사주각에서 연회가 벌어질 때 일주각에서는 팽대혁과 언지환의 밀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으로 공교로울 때 왔군.”
“사공자가 없으면 일이 수월했겠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팽대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받았다.
“이참에 막내를 엮어버리자는 뜻인가.”
언지환은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팽가 복귀.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