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47)
46화
혈루문의 아이들은 산영에게 맡겨서 소산원으로 보냈다.
소산원은 팽가가 하북 곳곳에 운영하는 고아원이었다.
팽가는 정파인 만큼 지역의 양민들을 위한 구호사업을 펼치고는 했는데 소산원도 그중 하나였다.
삼주각에 막 다다르니 밖에 있던 장 호위를 만날 수 있었다. 장 호위는 팽무성을 보자마자 반색하며 뛰어왔다.
“사공자. 오셨는지요. 일전의 얘기는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장 호위의 포권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이곤 물었다.
“팽소혁은?”
“안에 계십니다. 바로 알리겠습니다.”
문을 열어주는 장 호위를 등지고 팽무성은 안으로 들어섰다.
때마침 주판을 놀리던 팽소혁은 손을 멈추고는 팽무성을 바라보았다.
“무사히 돌아온 걸 보면 끝장을 보고 왔나 보지.”
“이제 혈루문은 없다.”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팽무성이었지만, 팽소혁은 속으로 다짐했다.
절대 팽무성을 건드리지 않기로.
이미 한 번 호되게 당하기는 했지만 안 본 사이에 더 괴물이 돼서 돌아온 게 실감이 났다.
“증거는 구했냐?”
“장부를 구했다. 암어로 되어있어서 해독 중이야.”
“확실한 증거 없이 팽대혁을 끌어내리기에는 무리겠지.”
그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색이 하북팽가의 대공자였고 그를 지지하는 세력도 강했다.
성급하게 달려들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팽무성은 기다렸다.
암어 해독이 끝나는 순간이 팽대혁이 몰락하는 때일 것이다.
“그렇다면 장부가 드러날 때까지 혈루문의 일은 숨길 셈이냐?”
팽소혁은 혹시 몰라 호위들의 입을 함구시킨 상태였다.
“아니, 놈들은 너와 내가 엮인 것을 몰라. 그런데 습격받은 것을 숨긴다면 오히려 의아해하겠지.”
팽소혁은 이해하곤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가닥이 잡혔다.
“더는 팽대혁의 그 불편한 미소를 보지 않아도 되는 건가.”
주판의 알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던 팽소혁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 목숨 빚을 졌어. 이 빚은 갚도록 하지.”
그에 팽무성은 미간을 좁혔다.
“그건 당연한 거고 그것보다.”
팽무성은 상체를 기울여 팽소혁을 쳐다봤다.
“이제 슬슬 정해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팽소혁은 발뺌했지만 무슨 말인지 눈치를 챘다.
“어차피 가주는 멀어졌고, 가치 증명인가?”
팽소혁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팽무성의 예측이 그만큼 예리한 탓이었다.
팽소혁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재물을 많이 벌고 사업체를 잘 만진다고 하여 가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하북팽가의 가주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팽소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성과를 쌓아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망나니가 아닌 팽소혁으로서 당당하게 팽가에 남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능력이 없어 등 떠밀려 외가로 쫓겨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소가주 경합을 길게 끌 생각이 없어. 대공자가 정리되면 다음은 빠르게 정리될 거야.”
팽소혁은 자신에게 선택지가 주어졌음을 깨달았다.
팽무성을 도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팽소혁의 생각이 복잡해졌음을 느낀 팽무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생각해보라고. 셋째 형님.”
비무에서 이긴 이후로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지 않겠다고 단언했던 팽무성이었다.
“후우.”
팽소혁은 한숨을 내리깔며 눈을 감았다.
* * *
진주언가, 권왕의 거처.
언지환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언가후의 대답을 기다렸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언지환은 몇 시진을 넘게 기다린 피로감을 느꼈다.
“삼공자의 암살은 실패. 혈루문은 멸문했다…”
언가후는 가부좌를 튼 채 언지환이 보고한 내용을 상기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혈루문을 하루아침에 멸문시킬 정도면 보통 세력은 아닌데, 장부마저 사라졌으니 큰일이군.”
혈루문을 멸문시킨 흉수가 팽가와 관련된 이라면 팽대혁은 끝이었다.
“짐작 가는 곳은 있느냐.”
“워낙 현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 정보가 별로 없었습니다. 한데 수많은 인원이 싸운 장소치곤 너무나 깨끗했습니다.”
언지환이 현장을 둘러봤을 때 이상함을 느꼈었다. 마치 얌전히 싸움을 벌인 느낌이었다.
무림인, 거기에 다수가 섞여서 전투가 발생하면 그 주변은 무공의 여파에 휩쓸려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흔했다.
몇 곳은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지만 그런 곳을 제외하면 전투의 흔적을 찾기도 힘들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고수, 아니면 똑같은 살문과 전쟁을 치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언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살수들의 무공은 일반 무공과 궤를 달리했으니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었다.
하북에는 혈루문 말고도 천살택문과 지옥련의 분타가 존재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이들이 전쟁을 나선다는 것은 연결이 잘되지 않았다.
언가후는 눈을 떠서 언지환을 쳐다봤다.
언지환은 이런 모호한 보고로 끝을 낼 녀석이 아니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나보구나.”
“혈루문에서 키우는 고아들이 사라졌습니다. 생사여부는 알 수 없으나 갑자기 소산원에 오십 명의 아이들이 맡겨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산원. 팽가. 팽무성인가?”
언가후는 팽가가 연관되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팽무성을 떠올렸다.
언가후는 일전에 만났던 팽무성을 떠올렸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고강한 무위를 지닌 놈이었다.
그런 재능을 지닌 후기지수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다른 손을 빌렸다면 혈루문을 멸문시키는 것도 충분하리라.
확실하지는 않았으나 언가후의 감은 팽무성이 흉수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만약 팽대혁의 죄가 밝혀진다면 본가의 대계는 그것으로 끝이다.”
이에 언지환의 고개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대계가 수포로 돌아간다면, 자신 또한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터였다.
언가후의 두 눈은 짙은 이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계획은 얼마나 준비되었느냐.”
언가후가 묻는 것은 팽대혁이 소가주 경합에서 떨어질 위기를 대비한 계획을 의미했다.
“연락을 보내기만 하면 마랑문의 부문주가 움직일 것입니다.”
마랑문까지 움직일 수 있다면 계획은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었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언가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정파로서 선을 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언가후도 그렇고 가주인 언사인도 정파로서의 자긍심은 없었다.
허나 진주언가는 표면상으로는 정파였기에 행동을 조심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차피 이대로 흐른다면 팽대혁은 절대 팽무성을 이기지 못한다. 계획을 빨리 실행하냐, 늦게 실행하냐의 차이인가.’
언가후는 결심을 내린 듯 일어섰다.
“이 정도 위기는 가뿐히 넘어야 하북제일가를 만들겠다고 할 수 있겠지. 실행하라.”
언지환은 고개를 숙였다.
“존명.”
* * *
이틀 뒤.
팽무성은 오랜만에 팽가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 중 팽중혁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팽중혁은 마랑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자진하여 흥륭(興隆)에 가 있는 상황이었다.
흥륭은 팽가의 영역이기도 하면서 마랑문의 경계와 걸쳐진 곳이기도 했다.
나라로 따지면 국경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보고서를 읽는 팽연후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이공자의 보고로는 흑랑대가 계속 흥륭에서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군.”
팽연후는 가솔들에게 팽중혁이 올린 보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흑랑대는 마랑문의 타격대 중 하나였다.
마랑문의 다른 타격대에 비하면 그리 강하지는 않았으나 흑랑대가 모습을 보였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현 상황처럼 오해의 소지가 큰 탓이었다.
흑랑대로 모자라 흥륭에 마랑문도들이 조금씩 수를 불리고 있었다.
반면, 팽중혁은 휘하의 무인 스무 명을 이끌고 갔을 뿐이었다.
누가 봐도 마랑문은 명백한 도발을 해오고 있었다. 이에 가솔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공자는 타격대의 파견을 요청했네.”
하북의 북쪽을 거의 집어삼킨 마랑문은 이제 슬쩍 내려오려는 기미를 보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눈치가 보여서, 누군가는 생각이 많아져 쉽게 의견을 내놓지 못할 때 홀로 또렷하게 주장하는 이가 있었다.
“당장 보내야 합니다.”
바로 팽무성이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팽무성은 가월에게 그동안 정보를 받아온 것도 있었지만 전생의 기억도 있었기에 상황을 잘 꿰고 있었다.
마랑문은 조금씩 경계로 보내는 무인의 수를 늘려서 팽가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팽가는 관망, 아니면 소극적으로 대응했으니 마랑문은 점점 과감해졌다.
전생에서는 틈을 보던 마랑문이 갑자기 경계를 침범해서 팽가는 큰 피해를 봤었다.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음.”
가솔들은 팽무성의 말을 가볍게 흘려듣지 않았다. 예전의 팽무성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협호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팽무성을 무시할 수 있는 가솔은 없었다.
“하지만 자칫하다 타격대끼리 충돌할 수도 있는 노릇이오.”
“마랑문이 지금 한참 기세를 떨치고 있는데 부딪치면 본가가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바로 반대의견이 나왔다.
대공자의 밑에 있는 가솔들이었다.
여러 명이 서로 동조하며 주장하니 발언권이 강한 팽무성의 말이라도 살짝 묻히는 형국이었다.
팽무성은 아무런 지지세력이 없었기에 그 한계는 명확했다.
이때 갑자기 팽소혁이 나섰다.
“그렇다면 이대로 구경하잔 말입니까?”
예상치 못한 팽소혁의 개입이었다. 그에 가솔들은 이상한 눈으로 팽소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논쟁이 있을 적마다 팽소혁은 그저 아무 말도 안 하며 방관했을 뿐이었다.
그런 팽소혁이 팽무성 쪽을 잠깐 보더니 언성을 높여갓다.
“흥륭에는 쏠쏠한 사업체가 세 곳이나 있는데? 이걸 다 마랑문에 넘겨주잔 말입니까?”
팽소혁이 으르렁거리자 삼공자의 세력은 저들끼리 눈을 맞추더니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그럼 손해가 클 것이오.”
“그동안 너무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팽소혁이 나서는 모습을 보며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팽소혁은 따르겠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으나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훗. 결정을 내린 모양이네.’
삼공자의 세력까지 끼어들자 회의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대공자의 세력과 삼공자의 세력이 맞붙을 때 팽대혁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사공자가 무공이 뛰어나니 사공자와 함께 타격대를 파견하시지요. 그렇다면 큰 피해 없이 일이 마무리될 것입니다.”
팽대혁의 그 한 마디가 회의장의 논쟁을 깔끔히 정리해버렸다.
대공자의 세력도 말을 멈추고 팽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팽대혁이 평소에 내비치던 생각과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저거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 아냐.’
‘무슨 속셈이냐, 팽대혁.’
팽소혁과 팽무성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팽대혁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저렇게 변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사공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팽연후의 물음에 팽무성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다만 사주각 휘하의 무인들도 데려가고자 합니다.”
마랑문도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여기서 거부를 했다가 팽대혁과 그 세력들이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차라리 자신이 직접 가서 빠르게 해결하고 오는 것이 나았다.
거기에 사주각의 일원들과 함께 움직이면 본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최소한의 대처는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타격대의 파견이 결정되었다.
“사공자와 흑호대를 보내기로 결정하겠소.”
팽연후가 결정을 내리자 팽대혁은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을 보이며 차를 홀짝였다.
* * *
팽무성은 흥륭으로 가기 전에 가월만 따로 불렀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계속 들었던 탓이었다.
“대공자의 행동이 심상치가 않다.”
가월도 회의 내용을 들었기에 진지한 얼굴들이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마. 셋째 형님에게도 말을 해놓으니 여차하면 사주각과 삼주각이 같이 움직여야 해.”
“네.”
“팽대혁 세력의 움직임을 놓치면 안 된다. 긴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서신을 보내고.”
“네. 공자님.”
팽무성은 가월에게 당부를 남기고 사주각을 나섰다.
사주각 앞에는 철호를 필두로 사주각의 무인들이 서 있었다.
팽무성이 복귀한 후 인원이 추가되어 스무 명이 된 상황이었다.
“나를 비롯한 사주각은 흥륭으로 떠난다.”
사주각에 합류하고 첫 임무였기에 팽무성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눈은 긴장과 떨림이 섞여 있었다.
“사공자. 이제 저희도 최소한의 수는 갖춰졌으니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겠습니까.”
덕삼의 말에 다른 무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사공자.”
“저희도 그럴듯한 이름 하나는 있어야지요.”
덕삼의 제안에 팽무성은 잠시 하늘을 쳐다보더니 무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팽호대(彭虎隊)다. 철호! 덕삼!”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팽무성의 목소리는 진중했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
처음 듣는 팽무성의 목소리에 무인들은 팽무성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예. 사공자.”
“옙!”
“철호는 팽호대주. 덕삼은 일조장으로 임명한다.”
철호와 덕삼은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에 뒤에 있던 팽호대원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팽호대. 첫 출진이다.”
팽무성이 그들을 지나쳐 걸어갔고 철호를 중심으로 팽호대는 오와 열을 맞추어 그 뒤를 따랐다.
팽호대의 첫 걸음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팽호대.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