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5)
4화
세 사람은 훈훈한 분위기를 느끼며 맛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공자님, 올해는 선물이 두 개가 왔네요.”
식사가 끝나갈 즈음 가월은 상자 두 개를 가져왔다. 하나는 비단으로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었고 다른 것은 투박한 나무 상자였다.
“이번에는 뭐가 왔을지.”
철호는 매번 온 생일 선물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귀한 선물이 왔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들게 하는 게 선물이다.
가월은 상자들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피웠다. 오늘 선물을 보내온 두 분은 매년 잊지 않고 사공자를 챙기는 고마운 분들이다.
바꿔 말하면 이번 생일에는 이들 말고는 아무도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이것 먼저 풀어 볼까.”
팽무성은 포장된 상자를 들어 조심스레 천을 풀었다.
“그것은 이공자께서 보내셨답니다.”
“둘째 형님이라.”
아직은 어색한 형님이란 단어를 읊조리며 상자를 열어보았다.
천을 펼치자 흙냄새와 향긋한 향이 뒤섞여 코를 채웠다.
“하수오로군.”
내용물을 살피던 팽무성이 하수오 뿌리 하나를 들어보며 말했다.
“크기를 보아하니 십 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철호의 말에 팽무성도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먹어봐야 큰 도움은 안 되겠어.’
하수오라고 다 영약인 것은 아니었다.
최소 백 년은 묵어야 그때부터 백년하수오라 불리며 영약 취급을 해주었다. 이것은 그저 몸에 좋은 보약 정도에 불과했다.
하수오 옆에 가지런히 놓인 서신을 펴서 읽던 팽무성의 잇새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웃음에 철호와 가월은 서신의 내용이 궁금한지 팽무성을 쳐다보았다.
그에 팽무성은 서신을 접으며 말했다.
“별 내용 아니다. 몸에 좋은 보약을 보내니 수련에 정진하라는군.”
“언제 이공자를 뵈면 인사드려야겠네요.”
가월은 기분이 좋은 듯 생긋 웃고 있었다.
대공자나 삼공자는 팽무성을 동생 취급은커녕 사람으로 대하지도 않았다.
이공자는 유일하게 팽무성을 동생으로 생각하고 신경 쓰고 있었다.
하수오 뿌리 하나를 앉은 자리에서 씹던 팽무성이 남은 상자를 들여보았다.
“흐음.”
격식을 차리기 위한 일체의 포장도 없고 상자 자체의 크기도 작았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여태 무심하게 쳐다보던 철호의 눈을 한층 크게 해주었다.
“단환이군요.”
상자를 열자 보이는 것은 기름종이로 봉해진 다섯 개의 단환이었다.
기름종이를 하나씩 벗겨내자 향기 대신에 점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심해졌다.
“이건.”
가월과 철호가 악취에 미간을 좁혔지만 팽무성만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악취를 내뿜는 검푸른 빛의 단환.
팽무성은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가월, 이건 누가 보낸 거냐?”
“해마다 이름 없이 선물을 보내시는 그분 같아요. 상자도 크기만 다르지 똑같아요.”
본가 내에서 팽무성에게 선물을 보낼 위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변변찮은 외가도 없었기에 팽무성의 의아함은 깊어졌다.
“언제나 희귀한 서책을 보내주시더니 이번에는 다르네요.”
가월의 말을 들으며 팽무성은 단환을 바라보았다. 그러며 얼마 전 살수들의 독침에 당한 사실을 떠올렸다.
팽무성은 잘 알지 못했지만 제법 독한 독이라 사경을 헤맸다고 들었다.
‘필요한 것을 맞춰서 보내주는 건가.’
대체 누구일까.
“사공자, 이 단환도 영약입니까?”
팽무성이 아는 눈치이기에 철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철호도 역시 무인인지라 영약 앞에서는 절로 호기심이 솟았다.
“영약이기는 영약이지.”
팽무성의 대답은 애매했다.
영약은 맞지만 철호가 기대하는 내공을 늘려주는 영약은 아니었다.
“백독단이라는 거야.”
백독단(百毒丹).
어찌 보면 내공을 늘리는 영약보다 더 가치가 있는 영약이다.
신의가 만든 여러 가지 영약 중 하나.
백독단을 달에 한 번씩 총 다섯 번을 먹어야 진정한 효능이 발휘된다.
내공을 늘려주지는 않지만 백 가지 독에 대한 내성.
즉 백독불침을 이룰 수 있었다.
“백독불침이요?”
놀라서 철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림의 고수들이 백독불침을 이루고자 얼마나 큰 노력을 하는지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효능을 지닌 영약이다.
실제로 백독단은 일반적인 영약 시세의 세 곱절로 형성되고는 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말 귀한 것을 받았군.”
팽무성은 상자에 가지런히 놓인 백독단을 보며 생각을 하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고개를 돌렸다.
“이놈! 내가 왔으니 당장 나와라!”
듣는 것만으로 기분을 나쁘게 하는 절묘한 억양과 말투.
이를 들은 팽무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삼공자가 오셨나 봅니다.”
목소리를 듣고 철호는 바로 알아차렸다.
“삼공자?”
“일단 나가보시지요.”
팽무성은 귀찮지만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나가지 않으면 안으로 들이닥칠 테니.
문을 열고 나가자 전각의 앞에서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팽무성은 앞에서 뒷짐을 지고 거만하게 서 있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삼공자 팽소혁.
건실한 두 형과 다르게 셋째인 팽소혁은 망나니로 유명했다.
여색과 술을 좋아하며 이에 푹 빠진 팽소혁은 그러면서도 소가주가 되고 싶은 욕심은 가득했다.
한마디로 능력은 없으면서 욕심만 가득한 유형이다.
“귀찮게 왜 온 거야.”
“너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팽무성이 웅얼거리듯 중얼거려서 팽소혁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것이 거슬린 팽소혁은 벌써 짜증을 내고 있었다. 팽소혁이 짜증을 내자 정작 뒤에 있던 팽소혁의 호위가 긴장했다.
“셋째 형님. 갑자기 무슨 일이요.”
“무슨 일이요?”
팽소혁은 뒷말을 따라 했다.
팽무성의 말투에 어이가 없던 것이다.
“야, 오래간만에 보는데 좀 건방져졌다?”
“그런가?”
무덤덤한 팽무성의 대답에 팽소혁의 볼살이 살짝 떨렸다. 화가 치민 것이다.
‘휴, 참아야지. 재미를 보려고 온 건데.’
팽소혁은 뒤의 호위에게 고개를 돌려 눈짓했다. 호위는 들고 있던 상자를 팽소혁에게 건네주었다.
“이 형님이 네가 생일이라고 준비했다.”
“호오.”
팽무성은 영혼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팽소혁의 성정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걸 챙길 놈이 아니었다. 고약한 장난이겠지.
팽소혁의 웃음을 참는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어서 열어봐라.”
팽무성은 일단 장단을 맞춰줬다.
팽무성이 상자를 여는 것과 동시에 팽소혁은 상자를 위로 들썩였다. 그러자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이 팽무성에게 튀어나왔다.
“크하하핫.”
팽소혁은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상자 안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갖가지 벌레였다. 팽무성은 어릴 적부터 벌레를 질색했다. 타고난 심성이 유약해서 그런지 계집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이것으로 자주 장난을 치고는 했었다.
팽소혁은 상자 안에 있는 벌레를 하나 잡아 던졌다. 팽무성의 얼굴에 붙었지만 팽무성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김이 샌 팽소혁이 투덜거렸다.
“뭐냐, 아무 반응도 없고. 재미없게.”
팽무성은 얼굴에 붙은 벌레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했다.
“셋째 형님, 나이가 올해로 스물다섯이요. 그런데 아직도 다섯 살이나 할법한 짓을 하고 있군. 제발 철 좀 들어.”
팽무성의 말은 어중간한 존대로 시작해서 반말로 끝났고, 이를 안 팽소혁의 얼굴은 한껏 붉어졌다.
“이놈이 이제 위아래도 없구나.”
팽소혁은 버릇처럼 손을 들었다. 홧김에 뺨을 후려치려 했다. 오히려 내심, 이 상황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어릴 적에는 많이 때렸는데 방구석에만 박혀있으니 때릴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오랜만이니 더 감질나는군.’
연달아 세 대는 때려야 속이 조금은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단 한 대도 때리지 못했다. 팽무성이 중간에 자신의 팔목을 잡은 것이다.
“이…”
팽소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팽무성의 악력이 엄청났다.
오히려 팔목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팽소혁은 허리를 비틀이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이를 본 팽무성은 실소를 흘리며 팔목을 놓았다.
“나잇값을 못 해.”
팽소혁은 욱신거리는 팔목을 부여잡고 팽무성을 노려보다 눈길이 허리로 향했다.
허리춤에 매여진 도갑. 이를 본 팽소혁의 눈이 반짝였다.
허리를 제대로 펴며 팽소혁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꼴에 요즘 다시 무공을 익힌다고 도를 차고 있구나.”
팽소혁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팽가의 자식이지. 그러니 한 번 무공을 겨루어 볼 테냐. 누가 진짜 나잇값을 못 하는지 보자.”
팽소혁은 둔재라 불리며 무공을 포기한 적이 있는 팽무성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때문에 팽무성한테 진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 단순한 새끼.’
이럴 줄 알았다.
치졸하게 웃는 팽소혁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팽소혁의 장난을 당해준 것도 적당히 도발한 것도 이런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팽소혁은 팽무성의 의도를 잘 따라와 주었다.
팽소혁은 몰랐을 것이다.
팽무성이 자신을 본 첫 순간부터 손 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팽소혁 같은 종류는 초장에 기를 꺾어놔야겠다. 약하고 순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좋다, 내가 이기면 앞으로 형님 대접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팽무성은 비무를 받아들였다.
팽소혁이 먼저 제안한 비무.
가칙에 상관없이 팽소혁을 두들겨 팰 절호의 기회였다.
‘적당히 조져야겠네.’
허공에 도만 휘두르니 손맛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오랜만에 싱싱한 손맛을 볼 때가 왔다.
격렬한 생일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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