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51)
50화
기습하듯이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무인들. 눈으로 쉽게 쫓지 못할 속도에 흐릿한 움직임이 더해지니, 마치 유령을 보는 듯했다.
그러는 와중에 저들이 저마다 소매에서 투척용 비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는 것을 보았다.
저 움직임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
이놈들은 팽가 타격대가 말에 타고 있는 이 짧은 순간에 최대의 피해를 내려 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군인이 아닌 이상 마상 위에서의 전투는 익숙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팽무성은 거칠게 도를 뽑아내 좌우로 길게 도풍을 뿜어냈다.
파파팡
솟구쳤던 무인들은 기습에 가까운 팽무성의 도풍에 대항하여 저마다 권풍을 내질렀다.
다섯 줄기의 도풍이 순식간에 쏟아졌지만, 무인들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데 그쳤다.
상처를 입은 것은 셋에 불과했다. 그것도 가벼운 부상이었다.
그 틈에 팽가 무인들은 말에서 내려 대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팽무성은 적들의 움직임을 보며 언태균이 펼치던 귀류음영권과 추사영보를 떠올렸다.
똑같은 무공은 아니었지만, 원류는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가에서 온 놈들이다! 전력을 다해라!”
팽가 무인들에게 경고하며 팽무성은 안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클클, 어린놈이 눈썰미가 좋구나.”
언가의 무인들을 덮치려던 팽무성의 앞을 노인이 막아섰다. 동시에 노인의 권풍이 팽무성의 가슴을 격타했다.
도의 옆면으로 막아냈지만, 그 탓에 팽무성은 허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노인 앞에 착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다시 한번 주먹이 뻗어졌고, 그에 팽무성도 횡으로 도를 휘둘러 노인을 갈라내려 했다.
꺼엉
맹렬한 도와 주먹의 충돌에 주위로 거센 기파가 원형으로 쏟아졌다.
그 기파에 작은 돌이 도망치듯 굴러다니고 나무가 잘게 떨렸다.
주변에서 맴돌며 노인을 도우려 했던 몇몇 무인들도 자신들이 낄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주위를 벗어났다.
팽중혁은 팽무성의 경고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풍도대와 흑호대는 방진을 구성해라!”
풍도대와 흑호대는 좌우로 둥근 방진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팽중혁을 비롯한 팽호대는 중앙에 남아 적을 기다렸다.
풍도대와 흑호대의 방진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고 그 틈에서 팽호대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를 보는 유령대의 반응은 고요했다.
급기야 저들끼리 눈빛과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돌연 다른 방향으로 뛰쳐 가기 시작했다.
이에 순간 팽가 무인들이 의아해했지만, 순간 그 목적을 눈치채기까진 오래지 않았다.
팽가의 방진은 정면에서 적이 오는 것을 감안하여 짜여 있었다. 게다가 풍도대와 흑호대의 방진이 맞물려 있어 그 힘은 배가 되었다.
그렇기에 측면과 후방은 비교적 취약함을 지녔다. 그리고 유령대 역시 그 취약함을 노린 것이었다.
“선회하라! 선회!”
표적이 되어버린 흑호대의 방진을 지휘하는 흑호대주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촤자작
흑호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빠르게 방향을 바꿨지만, 제각기 경공을 펼치며 돌진해오는 유령대에 비하면 너무나 느렸다.
퍼퍼퍽
쿵
비수와 권풍이 섞여서 방진으로 날아들었다. 대부분을 쳐냈지만 권풍의 위력이 강해서 흑호대원들은 손목이 쓰려옴을 느꼈다.
“커컥.”
더구나 유령대는 방진을 파훼할 파괴력도 가지고 있었다. 저마다 방진으로 파고들어 방진의 핵심 무인들을 처치하니 흑호대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일 열과 이 열은 방진에서 벗어나 적의 후미를 노리고 삼 열과 사 열은 촘촘하게 좁혀서 진형을 유지해라!”
흑호대주가 거듭된 지시를 내렸지만 유령대가 방진을 뚫어내는 속도는 변함없이 빨랐다.
‘이놈들, 마치 흑호대의 방진을 이미 꿰뚫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개개인의 무공도 높았지만 별다른 지휘 없이도 저들끼리 움직이며 방진을 파훼하는 모습이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마치 이런 때를 위해 키워진 무인들 같았다.
그렇다고 흑호대주는 함부로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섣부르게 지원을 요청했다가 방진이 풀리고 타격대끼리 뒤섞인다면 그야말로 난전이었다.
‘이를 어찌해야 한다.’
쏴앙
그때 묵직한 바람소리가 들리며 반월형의 도기가 앞을 가르고 지나갔다.
“흑호대주. 우리의 수가 적으니 저놈들을 막아보겠소. 그 틈에 다시 방진을 구축하시오.”
철호와 덕삼이 흑호대의 앞을 막아섰고 그 뒤로 팽호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채채채챙
“팽호대.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 혼자서 상대하려고 하지 마라. 두 명씩 조를 이루어 상대해!”
덕삼의 지시대로 팽호대는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사람씩 상대했다.
그러니 제법 안정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고 놈들의 돌진도 힘을 잃었다.
이에 흑호대주의 눈이 반짝였다.
흑호대도 개인의 무력이 달리니 두 명 혹은 세 명이서 상대하려 했지만,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었다.
그런데 사람도 적고, 모인지 얼마 되지도 않은 팽호대가 이런 높은 수준을 보여주니 흑호대주로서는 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철호야 원래 뛰어났으니 논외지만 설마 본가에 이런 실력자들이 숨겨졌었단 말인가.’
그러나 감탄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팽호대의 말처럼 지금으로선 정비가 우선이다.’
곧이어 반파된 흑호대에 소리를 지르며 흑호대주는 다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 * *
‘언질을 듣기는 했지만, 어린놈이 벌써 이런 경지에 달했단 말인가.’
노인, 언자한은 후기지수에게 자신의 주먹이 두 번이나 막힌 것에 이마에 주름이 새겨질 정도로 놀랐다.
동시에 지르르 떨리는 도신을 보며 팽무성의 두 눈썹도 치솟았다.
‘보통 노인이 아닌데,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건가.’
후웅
팽무성의 도가 언자한의 허리를 노리고 쏘아졌고 노인은 팔꿈치로 비스듬히 쳐내 도를 흘려냈다.
그러며 언자한은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펴서 지풍을 쐈다.
푸푸푸퓽
팽무성은 장력으로 일거에 쳐냈지만 지풍에 실린 힘이 상당해서 왼손이 반동에 살짝 떨렸다.
콰카캉
팽무성이 그려낸 도기가 공간을 제약하며 언자한을 삼키려 들었다.
스르륵
이때 언자한이 보법을 밟자 신형이 희미해져 유령 같은 기이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언자한은 작은 공간에서 유유히 도기를 피해 움직이며 권영을 만들어냈다.
팽무성과 삼십여 초를 주고받자 언자한은 잠시 거리를 벌리며 살벌한 미소를 보였다.
‘적당히 해서 끝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현재의 팽가에서 팽가호를 제외하면 자신을 막을 수 있는 무인은 없다고 여겼지만, 그건 언자한의 착각임을 깨달았다.
언자한은 왼발을 쳐올려 땅을 쓰는 도를 옆으로 쳐내며 말했다.
“이놈, 물건이구나.”
언지한의 두 주먹에서 스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데 언자한의 신형은 땅에서 솟구친 양 팽무성 앞에 불시에 드러났다.
권에는 유리하나 도에는 불리한 절묘한 거리. 그 경계에 서서 언자한은 팽무성의 태산같은 육체를 두들겼다.
동수를 이루는 고수의 싸움에서는 경지에 상관없이 거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언자한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그 거리를 먼저 점해서 팽무성을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팽무성은 언자한의 생각만큼 손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꺼거겅
한 손으로 도를 회전시켜 역수로 잡은 팽무성은 넓은 면으로 주먹을 막아냈다.
다른 권영은 직접 조법을 펼쳐내어 찢어버렸다.
그러자 언자한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언자한은 손을 반대로 비틀어 도를 잡고 있는 팽무성의 손을 잡아냈다.
거센 악력으로 잠시 팽무성의 한 손을 묶어놓고는 남은 한 손으로 팽무성의 목을 노렸다.
이러니 팽무성도 남은 손으로 대응해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언자한의 노림수였다.
진주언가의 무공은 적수공권에 특화되어있지만 하북팽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한 수를 기점으로 언자한은 자신에게 유리한 전황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파파팡
팽무성과 언자한의 손과 발이 수십 번을 교차하며 뒤섞였다.
권법으로만 상대하면 이십여 초 내에 팽무성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던 언자한이었다.
‘팽가에서 새롭게 정리한 권장법인가.’
익숙한 듯 새로운 팽무성의 투로를 보며 언자한은 눈매의 주름을 찌푸렸다.
팽무성에 의해서 좀 더 다듬어진 호왕투법은 언자한이 펼치는 귀류백살권(鬼流白殺拳)과 부딪쳐도 전혀 밀리지 않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귀류백살권은 언가의 귀류음영권을 권왕이 재정립한 무학의 하나로 실전적이고 악랄한 면이 부각된 무공이었다.
평범한 언가의 가솔들은 이 권법의 존재조차 모르는, 오로지 음지에서 권왕에 의해 키워지는 무인들만이 익히고 있었다.
그만큼 권왕이 자신 있게 내민 무공이건만,
‘생각이상으로 뛰어난 무공이다.’
한낱 팽가의 이름 모를 권법에 가로막히니 언자한은 신경이 날 설 수밖에 없었다.
귀류백살권이 만들어내는 뿌연 권영을 호조수가 찢어놓았고 그 틈을 뚫고 관호호권(貫湖虎拳)의 권력이 맹렬한 바람을 뿜어내며 날아들었다.
세 줄기의 권풍을 쏟아내면서 언자한이 간신히 막아낼 때, 팽무성이 돌연 도를 잡고 있는 오른팔을 뒤로 잡아당겼다.
자신의 힘에 제압당하리라 자신했던 언자한은 순간 깜짝 놀라며 몸이 순간 앞으로 기울어졌다.
“흡!”
팽무성의 발이 묵직한 파공음을 냈다. 이에 언자한은 대경하여 급히 발을 뒤로 뺐다.
그러자 팽무성의 발은 땅에 금을 내며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쾅
본래는 언자한의 발을 찍어누르려 했지만 눈치챈 언자한이 거리를 벌린 탓이었다.
언자한의 발목이 까닥이는가 싶다가도 저렇게 거리를 벌리니 다시 봐도 기괴한 보법이었다.
언자한이 물러서고 다시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졌다. 생각보다 능숙한 대응에 언자한은 놀람을 넘어 의아함마저 들었다.
헛된 망상이지만 반로환동한 고수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쑤와아왕
살벌하게 대기를 가르는 무시무시한 도격.
땅에 깊은 상처를 남기며 닥쳐오는 붉은 도기를 본 언자한도 양 주먹을 거칠게 털어냈다.
원형으로 사방으로 흩어지듯 비산하는 권기는 도기를 삼키고 되려 팽무성을 노리려 들었다.
쿠쿠쿵
권기 사이에 섞여든 언자한은 추사귀영보(追死鬼影步)를 밟으며 팽무성의 등을 노렸다.
보법을 밟으면 나타나는 흐릿한 환영과 권기가 언자한의 몸을 가려주었다.
스스슥
하지만 팽무성은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오히려 뒤로 다가오는 언자한을 노려 도를 찔러내고 있었다.
언자한이 뻗어내는 주먹의 궤적은 유령처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팽무성은 사람이 아닌 이형의 뿌연 연기와 싸우고 있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하지만 철혈맹호도는 앞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이든 사정없이 베어내고 있었다.
몇 번이고 갈라진 뿌연 그림자 뒤로 마침내 언자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류백살권과 추사귀영보가 손쉽게 갈라지는 것을 보며 언자한의 눈은 가라앉았다.
‘이것도 처음 보는 도법이로군.’
팽가의 거의 모든 무공을 알고 있다 자부하는 언자한이지만 이런 도법은 처음 보았다.
뿌리는 분명 팽가의 도법에 있는데 이런 도법을 펼치는 팽가 무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도법의 이름이 무엇이냐.”
“노괴도 자신이 어떤 무공에 죽는지는 알아야겠지. 철혈맹호도다.”
“고얀!”
솨악
팽무성의 도발에 노호를 터트린 언자한은 어깨를 비틀어 도격을 피해내며 옆구리를 향해 권풍을 꽂았다.
팽무성은 허리가 욱신거렸지만 깊은 부상은 아니었기에 그대로 도를 올려쳤다.
‘철혈맹호도라, 들어 본 적이 없다.’
쿠콰카
거침없이 땅을 헤집고 솟구치는 도격에 언자한의 어깨가 어느샌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핏물 위로 솟구친 팽무성이 도를 내려치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분쇄하는 패기로운 도법.
언자한은 대답을 듣지는 못했으나 왜인지 팽무성이 만들어냈을 것이라 직감했다.
“훗.”
언자한은 깨달았다.
팽무성이 이번 거사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열쇠에 해당하는 것을.
“웃기게도 팽가가 아닌 이곳에서 팽가의 운명이 결정되겠구나.”
언자한의 양 주먹에서 뿌연 권기가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구름처럼 뿜어지는 권기의 뭉치가 허공에 떠 있는 팽무성을 덮쳤다.
팽무성의 도에서도 붉은 도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팽가의 운명은 우리가 만난 그 순간에 이미 결정됐다. 노괴의 명도 함께 말이지.”
팽가풍운.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