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56)
55화
이주각으로 향하는 팽무성의 뒤를 팽호대가 지켰다. 비무에서 팽호대도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 여겨 팽무성이 데려온 것이었다.
“공개 비무라지만 많이들 왔네. 그렇죠, 대주?”
“흠.”
연무장을 채운 가솔들의 수를 보며 덕삼은 혀를 내둘렀다. 철호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인 듯 연무장을 훑어볼 따름이었다.
“어서오십쇼, 사공자.”
“오늘 비무 기대하겠습니다.”
그사이 저들끼리 담소를 나누던 가솔들이 팽무성을 발견하곤 예를 갖추었다.
그에 팽무성은 화답하며 물었다.
“가솔들이 정말 많이 모였네.”
“이주각에서 각 조직으로 연락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가솔들에게 비무 소식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둘째 형님이 벌이신 일이었나.”
바로 어젯밤의 술자리에서 결정된 비무였다. 그런데 가솔들이 어찌 알고 이렇게 모였는지 의아했던 차였다.
“막내, 왔느냐.”
대마침 심복들과 함께 이주각을 나오던 팽중혁이 팽무성을 불렀다.
그러곤 팽무성의 옆에 나란히 서서 대기 중인 가솔들을 확인했다.
“가솔들이 많아서 놀랐느냐?”
“팽가 전체가 몰려와도 상관없습니다.”
“하하하.”
팽무성은 팽중혁의 뒤를 따르는 심복들을 잠시 마주 봤다. 호의를 가진 시선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몇 있었다.
“처음에는 의아하긴 했지만, 둘째 형님이 왜 가솔들을 모으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대답을 들은 팽중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윽고 팽무성은 고개를 돌려 연무장에 모인 가솔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이주각에는 팽중혁을 지지하는 가솔들이 전부 모여있었고 한구석에는 팽소혁을 비롯한 그의 세력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중립에 속한 가솔들이나 타격대의 무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자리했다.
시간이 남는 가솔들은 대부분 온 것 같았다.
‘이곳은 납득시키고, 증명하는 자리다.’
오랜 시간을 보필했던 공자들이 소가주 경합을 포기하고 막내에게 기회를 넘긴다면 가솔들은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공자 세력은 팽대혁이 몰락하자 유력한 세력은 자신들이라 여기며 소가주 경합에 힘을 싣고 있었다.
팽중혁은 이번 비무의 목적을 심복들에게 말을 했을 터, 방금 팽무성이 봤던 부정적인 시선도 그 탓일 것이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으니 바로 시작할까.”
“그렇게 하시죠. 둘째 형님.”
비무가 바로 시작되려는 분위기를 보이자 연무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가솔들은 중앙에서 벗어나 구석의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사공자가 무공을 펼치는 모습을 보는 건가.”
“암만해도 어디 이공자께 닿기야 하겠어?”
“이 사람아, 저번 반란에 사공자가 언가의 고수를 홀로 쓰러트린 얘기를 듣지 못했나. 풍도대 녀석들의 말로는 대단하다던데.”
“나도 들었네. 아주 호들갑을 떨던데, 직접 보면 알겠지.”
근래에 팽무성의 명성이 잇달아 치솟고 있었지만 소문을 듣기만 했을 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가솔들도 상당했다.
그랬기에 이번 비무로 팽무성의 실력을 직접 보고자 구경하러 온 가솔들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팽무성과 팽중혁도 연무장의 중앙에 살짝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했다.
그에 소란스럽던 연무장이 일순 적막감에 휩싸였다.
“판정을 맡을 이는 필요 없겠지.”
“예.”
팽무성과 팽중혁은 평상시처럼 대화하며 도를 뽑아냈다.
도갑에서 도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단숨에 그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팽무성의 유엽도와 팽중혁의 직도가 서로에게 겨누어졌다.
후욱
두 사람이 모두 익힌 혼원벽력신공, 그 극양의 기운끼리 거세게 맞부딪치자 중앙에서 뜨거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흡.”
“화끈하군.”
순간이지만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열기에 가솔들은 비무가 시작하기도 전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었다.
푸드득
내공의 충돌에 깜짝 놀란 새가 날갯짓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교차했다.
챙
쇳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두 사람은 신속하게 다시 거리를 좁혀 도를 휘둘렀다.
쏴앙
바람이 갈라지는 와중에 이보다 더 빠른 도격이 팽중혁을 덮쳤다.
팽무성의 도극이 두 줄기로 갈라지며 상단과 중단을 동시에 베어왔다.
팽중혁에게도 익숙한 초식이었다.
대호쌍조(大虎?爪).
‘맹호도법인가.’
팽가의 기본 도법인 맹호도결에 실전적인 초식과 수준 있는 깨달음을 넣어 만든 무공이 맹호도법이었다.
팽가의 무인이라면 맹호도결과 함께 반드시 거쳐 가는 무공이기도 했다.
맹렬하게 쏟아내는 맹호도법의 초식에 연환탈백도를 펼치는 팽중혁의 손도 바빠졌다.
채채채챙
어릴 적에 익혀서 훤히 꿰고 있는 초식임에도 팽무성이 펼쳐내니 상승의 도법을 상대하는 듯 막아내기가 힘들었다.
거센 도격을 받아낸 팽중혁의 손목이 찌르르 울렸다.
놀라는 것은 비무를 참관한 가솔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게 맹호도법이라고?”
“우리가 펼치는 것과 천지 차이인데.”
저들끼리 하는 얘기였지만 팽무성의 귀에는 똑똑히 들려왔다.
‘다들 잘 봐라. 이것이 팽가의 무공이다.’
철혈맹호도를 펼치지 않고 팽무성이 굳이 맹호도법을 펼친 이유가 있었다.
근래에 여러 사건으로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있는 팽가 무인들의 자부심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었다.
팽무성은 스스로 팽가 무인들의 지표가 되기로 다짐했다.
그렇기에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후웅
맹호도법을 펼치는 팽무성의 도가 일순 묵직해졌다.
팽중혁이 쏟아낸 십여 줄기의 도격이 고작 세 번의 참격에 짓이겨졌다.
팽무성은 맹호도법에서 자연스레 왕사자도로 연결해서 연환탈백도의 초식을 파훼했다.
질 수 없다는 양 팽중혁의 직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쉬쉬쉬쉭
직도가 흐릿해지며 팽중혁이 펼쳐내는 투로를 놓치는 가솔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솔들의 눈에는 간혹 팽중혁의 손끝에서 번쩍거린 붉은빛이 보일 뿐이었다.
삼면으로 쏟아지는 쾌도가 팽무성의 공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허나 팽무성의 눈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막내라면 다 막을 수 있겠지.”
팽중혁은 팽무성의 실력을 믿고 전력으로 연환탈백도를 펼쳐냈다.
한 호흡에 십여 줄기의 섬광이 팽무성의 전신요혈로 쇄도했다.
탈혼섬섬(脫魂殲閃).
게다가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아닌 중간에 투로가 교차하여 상대하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초식임에도 팽중혁은 멈추지 않고 다음 초식을 펼쳐내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팽무성도 쾌도로 대응했다.
연환탈백도에 뒤지지 않는 쾌도가 팽무성의 손끝에서 선보였다.
쐐액
섬호도법의 섬란수호(暹亂水虎)의 초식을 펼쳐내 도기를 모조리 베어냈다.
유엽도를 쥐고 있었으나 도의 형태에 대한 제약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팽무성이었다.
깡
가슴을 향해 들이밀어진 도를 쳐낸 팽중혁은 순간이지만 아찔함을 느꼈다.
“후우.”
팽중혁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직도를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자신 못지않은 쾌도를 펼쳐내니 팽중혁은 순간 놀라면서도 눈가에 호선을 그려냈다.
‘후후, 정말 무서운 막내로구나.’
팽중혁은 팽무성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비무를 제안한 것은 손을 섞어보고 싶은 호승심도 있으나 더 커다란 이유가 있었다.
팽무성이 비무 시작 전에 예측한 이유와 동일했다.
이미 팽소혁은 넘어갔고 자신마저 손을 든다면 소가주 경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허나 팽중혁은 이렇게 순탄하게 소가주가 정해져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특히 대공자가 반란을 일으켜 뒤숭숭한 지금의 팽가라면 더더욱 말이다.
팽무성의 말대로 가솔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했다.
어차피 팽무성이 소가주가 된다면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여긴 팽중혁이었다.
이를 위해서라면 가솔들 앞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도 전혀 창피하지 않은 팽중혁이었다.
순간 팽무성과 팽중혁의 눈이 맞았다.
‘막내야, 좀 더 너의 모습을 보여라.’
‘갑니다.’
두 형제는 눈빛만으로 의견을 나누고 동시에 내공을 끌어올렸다. 연무장의 곳곳을 붉은 기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무장의 대기를 찌릿하게 울리는 기세의 충돌에 가솔들은 침을 삼키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찰나의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깜빡이지 않는 이조차 있을 정도였다.
팽중혁은 흥이 돋은 듯 소매가 더욱 거칠게 흔들리며 직도를 뻗어냈다.
채채채채챙
쾌도와 쾌도가 맞붙자 눈 깜짝할 찰나에 수십여 초가 단번에 흘러갔다.
붉은 섬광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가솔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이 정도면 팔성의 성취를 얻으셨나.’
팽중혁도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상당한 기재였다. 팽무성이 보기에 언가의 소가주보다 팽중혁이 한 수 위였다.
‘이런 분을 가문을 떠나게 했던 건가.’
전생에서는 팽대혁이 가주에 오르고 몇 년 뒤에 팽중혁은 팽가를 떠났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솔들 사이에서는 가주와 팽중혁의 불화가 크다는 소문이 있었다.
팽중혁은 팽가를 떠난 이후로 무림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전생에 팽대혁의 곁을 지킨 형제는 한 명도 없었다.
‘팽대혁, 나는 너와 달리 형제들을 모두 품을 것이다.’
팽무성의 도가 또다시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투로를 따라 도가 대기를 찢어냈다.
적성도법(摘星刀法).
포효도법(咆哮刀法).
팽가의 도법을 하나씩 펼쳐내는 팽무성의 모습에 가솔들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집중했다.
간혹 자신이 펼치는 도법이 나오면 숨조차 멈추고 집중하여 바라봤다.
‘팽가의 무공이 이리 강력했구나, 내가 모자랐었군.’
‘적성도법을 저런 식으로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니.’
가솔들은 어느새 넋을 놓은 표정으로 비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본가의 무공을 통달하셨구나.”
누군가의 탄식에 이를 들은 주변의 가솔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팽무성을 바라보는 가솔들의 시선에는 어느새 존경의 감정이 실리고 있었다.
쑤와아아앙
포효도법의 마지막 초식이 펼쳐지고 팽무성의 도가 수직으로 베어졌다.
팽무성의 도에 실린 기세가 달라졌다.
거대한 초승달 형태의 도기가 팽중혁을 양단하려 했다.
이에 다섯 줄기의 도기가 연달아 솟구치며 팽무성의 도기를 밀어냈다.
“크흑.”
나름의 접전을 벌이던 팽중혁이 단발의 신음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팽무성이 드디어 철혈맹호도를 펼쳐내기 시작했다. 이에 팽중혁도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연환탈백도의 투로를 중간부터 사정없이 끊어버리는 극맹(劇猛)의 도법.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닌 위맹한 도격은 사방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빛무리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저게 소문의 철혈맹호도인가.”
“엄청난 도법인데.”
“저 도법을 정말 사공자가 만들었을까?”
철호뿐만 아니라 팽호대에서 철혈맹호도를 익히는 무인이 한 명씩 늘어나며 가솔들도 철혈맹호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팽중혁이 펼쳐내는 연환탈백도는 팽가의 수많은 도법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뽑히는 상승의 도법이었다.
그런 연환탈백도가 철혈맹호도의 도격에 맥없이 끊기고 있었다.
팽중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무시하며 오로지 직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마치 거대한 절벽을 상대하는 듯하군.’
아무리 두드려도 무너지지 않는 굳건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격차를 느꼈으나 손쉽게 도를 거둘 생각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전력을 보이는 것이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가솔들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다.
팽중혁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남은 내공을 하나의 절초에 쏟아냈다.
우웅
직도에 내공이 집약되며 도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팽중혁의 전신이 회전하며 팽무성에게 쏘아졌다.
‘막내야, 맡긴다.’
후두두두
회전과 함께 솟구치는 직선형의 도기.
마치 소나기가 내리듯 팽무성의 머리 위로 무수한 도기가 쏟아져 내렸다.
탈백호우(脫魄豪雨).
빼곡하게 쏟아지는 도기의 소나기는 피할 틈이 없어 눈앞을 붉게 물들였다.
‘잘 알겠습니다. 둘째 형님.’
말은 하지 않았으나 도를 섞으며 느껴지는 팽중혁의 마음이 있었다.
무공을 겨루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자들. 이들이 무인이었다.
굳게 닫힌 입에서 긴 숨이 뱉어지더니 어느새 팽무성의 도에는 붉은 도사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도사를 확인한 가솔들은 눈을 부릅떴다. 깜짝 놀라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 가솔도 있었다.
꽈릉
도사의 빛이 짙어지며 팽무성의 도를 따라서 한 줄기의 뇌전이 솟구쳐올랐다.
하늘거리던 도사가 곧게 펴지더니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었다.
도본결을 보고 익히며 깨달음을 얻은 팽무성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새롭게 만든 혼원벽력도의 초식이었다.
관천적뢰(貫天赤雷).
꽈르르릉
하늘은 더없이 맑았으나 우렁찬 우레 소리가 팽가를 뒤흔들었다.
* * *
“저기 보이는구나.”
여러 대의 마차를 끌고 오는 상단의 행렬이 향하는 곳은 하북팽가의 정문이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팽가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만큼 정문을 지키는 수문 무인들의 기세는 날카로웠다.
이에 사내가 대답을 하려고 할 때였다.
콰르르릉
히히힝
갑자기 하늘로 울려 퍼지는 뇌성에 말들이 깜짝 놀아 앞발을 들었고 사내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수문 무인들도 놀라서 팽가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시선을 마주하자 사내는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금적상단에서 왔소이다.”
경합의 끝.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