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59)
58화
여느 때처럼 팽가의 창호전에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회의장의 상석을 차지하는 팽무성의 위치였다.
소가주 취임과 동시에 팽무성이 가주 대리의 역할까지 맡게 된 덕분이었다.
그로 인해 팽연후는 팽무성의 곁에서 보조를 자처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팽연후가 계속 가주 대리를 맡으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팽무성이 스스로 능력을 증명했고 가솔들도 인정했음에도 아직 어린 나이에 연륜과 경험이 부족하다 여긴 탓이었다.
허나 팽진연과 팽연후는 팽무성이 가주 대리를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옆에서 보는 것과 직접 체감하며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흐음. 분위기를 이끄는 데 능숙하구나.’
팽연후는 회의를 진행하는 팽무성의 옆모습을 보며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마치 도를 휘두르듯 거침없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한편 무후각주는 팽무성이 방금 한 말을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러니까 소가주께서는 본가의 가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팽무성은 무후각주에게서 시선을 돌려 회의장에 모인 가솔들을 보며 말했다.
“팽가가 오대세가에서 방출되고 가세가 기우는 것을 단순히 혼원벽력도의 유실 때문이라 여기는 분은 없을 겁니다.”
대답은 없었지만 가솔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오랜 시간 내려왔다 하여 무조건 전통이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시대에 맞지 않은 가법은 새롭게 바꿔야 합니다.”
“소가주께서는 어떤 가법을 바꾸기를 바라시오?”
“팽가는 무가이니 무공에 관한 것부터 바꾸고자 합니다.”
팽무성의 설명이 시작되자 이를 듣는 가솔들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기도 했고, 불안 섞인 우려있는 눈빛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무공과 제일 관련 깊은 무후각주는 생각이 많아진 듯 눈을 감고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오로지 재능과 능력으로 장서각의 제한을 정한다…”
팽무성은 그동안 자신이 제일 문제 있다고 여겼던 가법부터 바꾸고자 했다.
“제일 폐쇄적인 당가도 무공에 관해서는 팽가보다 유연합니다. 당 씨 성을 주거나 가솔과 혼인시켜 묶어두는 방식으로 인재는 우선 확보하자는 방향입니다.”
무공의 유출을 막기 위해 데릴사위제까지 사용하는 당가이지만 재능있는 무인이 무공을 익히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오대세가도 마찬가지였다. 형태와 방식이 다를 뿐, 혈통에 얽매이지 않고 재능을 추구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언젠가 도태될 뿐이었다.
“그리고 본가 무인들의 무공 수련체계를 손볼 것입니다.”
“생각해 놓은 것이 있으십니까.”
무후각주의 질문에 팽무성은 바로 답했다.
“타격대에 속한 가솔들은 타격대에 정해진 무공으로 수련을 하지요. 그렇다면 타격대에 속하지 않는 일반 무인들은 어떻습니까.”
무후각주는 팽무성의 말을 바로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알아서 장서각의 무공을 골라서 스스로 수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타격대에 속한 가솔들보다 차이가 벌어질 수 있지요.”
쉽게 말해 팽가에는 소외된 무인들이 상당했다.
“이러하니 팽가에 대한 소속감은 적어질 수밖에 없고 수련에 대한 열의도 다소 부족해지니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으음…”
“팽호대의 대원도 대부분 그런 이들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다들 들어서 아시겠지만 어지간한 타격대에 비해 부족함이 없습니다.”
회의장의 누군가가 뱉은 침음에는 근심이 섞여있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져있던 가법이 아닌가.
그렇기에 당연하게 여겼던 그들이었다.
“소가주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상당히 급진적인 변화라 생각되오.”
“아마 일부 가솔들의 반발과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팽무성은 담담하게 웃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본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 년. 천천히 반응을 보며 적용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를 들은 가솔들의 얼굴이 굳었다.
봉문으로 무림의 비난을 피해낸 언가.
봉문을 풀고 나올 때는 잔뜩 칼을 갈고 나올 것이 분명했다.
언가가 팽가의 반란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은 팽가의 모두가 아는 사실. 이미 팽가는 언가를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팽가도 이제 변화할 때가 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성장통은 감수해야 합니다.”
팽무성은 무작정 밀어붙이지 않고 자신이 해왔던 생각을 천천히 풀어내며 가솔들을 설득했다.
“확실히 팽가도 변하지 않으면 지금과 그대로일 것입니다.”
“소가주,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말하지 않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가솔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그에 팽무성도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재능, 무공을 판단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없습니다.”
“구파가 강한 이유는 무공도 있지만, 사제관계를 통해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덕이 큽니다. 실제로 남궁세가도 외부에서 검객을 교관으로 초청하기도 하지요. 본가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팽무성이 생각했던 것을 꺼냈고 이를 들은 가솔들은 의문점을 묻거나 살을 붙여 보완하기 시작했다.
여러 의견이 나오며 하나로 맞춰지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회의를 통해서 팽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가솔들의 머릿속에도 명확히 그려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덜컥
회의가 마무리되던 그때, 회의장의 문이 덜컥 열렸다. 입고 있는 무복을 보아하니 비호각에 속한 이였다.
“소가주님.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급보로 도착한 정보가 있습니다.”
비호각주가 팽무성을 보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져오거라.”
무인이 가져온 서신을 읽던 비호각주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곤 이내 팽무성에게 보고했다.
“정체불명의 무인들이 남하 중이라고 합니다.”
비호각주는 깔끔하게 요약해서 보고하기 시작했다.
보고에 따르면 검은 무복으로 통일된 무인들이 소수로 짝을 지어 이동 중이었다.
원래라면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으나 똑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무인들의 수가 식별된 것만 육십이 넘었다는 것이었다.
‘하북에서 정체불명의 무인이라니.’
하북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비호각의 정보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 비호각이 무인들의 출신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아예 외부인을 봐야 했다.
순간 팽무성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하북에서 마인들이 보인 적은 없었다.’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전생에는 이런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전생과 많이 다른 상황이었다.
마랑문은 내부의 일로 외부에 신경 쓸 틈이 없었고 진주언가는 봉문 중이었다.
하북의 여러 곳에 구멍이 뚫렸다는 말이었다.
“현재 놈들의 위치는 어디쯤이겠습니까.”
“관도로 이동하지 않고 산길 등으로 이동한다고 하니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충 이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호각주는 회의장에 있는 하북성의 전도를 손으로 콕 찍었다.
비호각주가 예상한 위치와 시간을 가늠하던 팽무성은 결정을 내렸다.
왜인지 팽무성은 직접 나서야겠다는 감이 들었다. 팽무성은 경지에 오른 무인의 감이 의외로 잘 들어맞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이에 잠자코 있던 팽연후가 팽무성을 말렸다.
“소가주의 마음은 알겠으나, 이제 사공자가 아닌 소가주로서 책임을 짊어진 입장이오.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 소가주는 더더욱 가문에 있어야 하지 않겠소.”
팽연후는 정체불명의 적을 상대하는 데 있어 소가주가 직접 나서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혹여나 그들 중에 팽무성을 상회하는 고수가 있다면 낭패였다.
“이런 상황이기에 제가 나서야 합니다. 위험한 상황이라도 제가 있으면 타격대가 별 피해 없이 빠져나올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팽무성의 무위는 어느새 팽가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였다.
팽무성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팽연후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부디 조심하시오.”
* * *
도천이 인피면구를 벗을 때 이를 본 중년인은 심장이 덜컹거렸다.
‘설마 진짜 도천인가?’
황색 무복의 중년인, 풍마좌사의 부릅뜬 눈은 잘게 떨렸다.
본교의 구마존은 각자의 방식에 따라 활동하고 있었고 풍마군은 상당히 커다란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다.
도천의 도혼련(刀魂聯).
도혼련은 여느 무림 문파처럼 문도를 모집하지 않았다. 오직 도천의 인정을 받은 도객만이 도혼련에 들어올 수 있었다.
도천은 직접 무림을 떠돌며 이름난 도객을 찾아다녔다.
그러니 도를 잡은 무림인들 중에는 도천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도객들이 하나둘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도혼련이었다.
도혼련의 도객들은 도천의 제자이자 수하였다. 그렇기에 풍마군은 도천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도혼련부터 잘라낼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삼천은 천외천의 존재들.
아무리 구마존의 이름이 높다고 하나 초장부터 도천을 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도천과 마주하다니.’
풍마좌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도천의 얼굴을 확인하며 물었다.
“나이도 지긋하신 노인네가 엉덩이가 가벼우시구려. 하던 대로 도혼장에서 도객들이나 가르치시지.”
“원래 하북의 새끼 호랑이를 보려고 온 것인데, 재밌는 장난이 떠올라서 말이다.”
풍마좌사는 여유를 가장하여 도천에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풍마좌사가 이끌고 온 백 명의 마인.
겨우 일백으로 도천을 상대한다? 턱도 없는 소리였다.
‘이건 개죽음이다.’
풍마좌사의 심중을 꿰뚫어 본 것일까. 도천의 눈이 거친 호선을 그렸다.
“답답한 인피면구를 쓰고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대어는 없지만, 송사리들은 제법 많아.”
도천의 장난기 섞인 눈이 마인들을 훑자 도천을 둘러싼 마인들이 쥐고 있던 검이 떨렸다.
급기야 누군가는 검을 떨구고야 말았다.
흔한 노인처럼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는 도천이었으나 그저 눈길을 향한 것만으로 마인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느꼈다.
풍마좌사는 도천의 말에 자신들이 입수한 정보가 조작된 것임을 알았다.
‘이런 얕은수에 당하다니. 체계가 없는 도혼련이라 너무 쉽게 생각했다.’
풍마좌사가 공격 명령을 내리려 할 때 도천의 손이 허리춤의 도병을 향했다.
삭
도병을 감싼 가죽과 도천의 까칠한 손가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천의 손에 감긴 흰색 도병을 본 순간 풍마좌사는 알 수 있었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는 순간 죽음이 엄습한다는 것을.
도병을 쥔 도천의 손을 노려보는 풍마좌사의 눈에 실핏줄이 올랐고 풍마좌사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내렸다.
독사 앞에 놓인 생쥐 마냥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를 뽑을 것 같던 도천은 도병에서 손을 거두었다.
“크학!”
풍마좌사는 구토하듯 거친 숨을 토해내며 비틀거리던 몸의 중심을 잡아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풍마좌사는 몇 배는 더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이게 삼천… 마치 마신을 뵐 때와 비슷하다.’
도병을 잡은 것만으로 풍마좌사의 정신을 흔들어 놓은 도천은 마인 너머 평야의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되었군.”
도천의 말에 마인을 경계하던 일도와 삼도도 고개를 돌려 도천이 보는 방향을 향했다.
과연,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작은 먼지구름이 보였다. 이제 겨우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먼 거리에 있었지만, 도천은 진즉에 알아챈 것이었다.
두두두두
잘게 떨리는 땅의 진동에 풍마좌사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후미로 돌진해오는 이들을 쳐다봤다.
대충 오십이 넘는 수였다.
허나 풍마좌사는 뒤에 따라오는 무인들은 눈에 두지도 않았다.
그가 담은 존재는 오로지 하나.
제일 선두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거구의 어린놈을 주시했다.
“팽가, 그래. 저놈이 패호도인가.”
말의 고삐를 힘껏 쥐고 있던 팽무성은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이 마교 새끼들이,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하북에 겁 없이 발을 디딘 거냐!”
말을 타고 일갈한 팽무성의 모습은 마치 군을 이끄는 패장(覇將)을 보는 듯했다.
팽무성의 고함에 귀를 후빈 도천은 주변에 적당한 솟아오른 바위를 찾아 앉았다.
“이런 곳에서 보게 되는군. 어디 한번 볼까.”
순간 팽무성과 도천의 눈이 마주쳤다.
도천의 얼굴을 본 팽무성의 눈이 점점 커졌다.
‘련주.’
갑자기 도천의 등장이라니.
전생에 팽진연이 아비와 같은 존재였다면 도천은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다.
한동안 정체되어있던 도왕의 경지를 이끌어준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 도천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뵙는구나.’
팽무성은 놀람과 반가움이 앞섰지만 이내 투기를 드러내며 도를 내밀었다.
인사는 잠시 뒤로 미루고 눈앞의 적에 집중했다.
콰앙
팽무성의 적아도와 풍마좌사의 검이 격돌하며 두 병력도 거칠게 맞부딪쳤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