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6)
5화
“이봐, 철호. 말려야 되는 거 아닌가.”
팽소혁의 호위가 철호에게 말했다.
호위이기에 그 인성을 잘 알고 있었다.
팽소혁이 가만히 비무를 할 리가 없다.
비무를 가장한 폭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했다.
어디 하나 부러지는 것으로 멈추면 다행이었다. 철호도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정작 걱정해야 할 철호는 무덤덤했다.
“사공자도 생각이 있으실 거야.”
“허.”
단호한 대답.
철호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팽소혁의 호위는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 다시 무공을 수련한다지만 반년도 안된 사공자다.
도를 잡는 손에 굳은살이나 제대로 박혔을까. 팽소혁의 호위도 이제 모르겠다는 듯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팽소혁은 유쾌한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비무를 할 때 자신에게 도를 못 휘두르겠다며 울음을 터트린 팽무성이다.
“지금은 남에게 도를 겨눌 수 있냐?”
이에 팽무성은 보란 듯이 도를 꺼내 팽소혁을 향해 겨누었다.
“호오, 어릴 때보다는 나아졌구나.”
도를 어깨에 걸친 껄렁한 자세로 쳐다보는 팽소혁.
그는 화끈거리는 손목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아직도 팽무성이 잡은 손자국이 붉게 남아있는 만큼, 팽무성의 완력은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이놈이 어릴 적부터 힘은 대단했지.’
단순히 육체만 따지면 어릴 적부터 팽무성은 형제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래서 어른들의 관심도 한몸에 받았다.
그 관심도 결국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팽소혁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작은 웃음을 흘렸다. 아주 옛날 일이다.
팽무성은 결국 무공을 포기했고 자신은 계속 도를 잡았다. 자신이 진다는 상상은 결코 할 수가 없었다.
“이 형님이 다섯 수는 양보해주마.”
“그래?”
팽소혁의 자신감에 팽무성은 웃었다. 형이 양보하면 받는 것이 동생의 도리.
팽무성의 신형이 앞으로 쇄도했다.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는 가벼운 움직임.
팽소혁의 몸이 커다란 그림자에 덮였다.
“어?”
깜짝 놀란 팽소혁의 도가 어깨에서 떨어졌다. 팽무성은 이미 바로 앞에 도달해 있었다.
쩌엉
정수리를 거침없이 양단하는 도.
팽소혁은 도를 빗겨 올렸다.
간신히 막아냈지만, 도신을 타고 내려오는 충격에 허리와 무릎이 흔들렸다.
조금만 늦었다면 그대로 머리가 두 동강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놈이 이런 과감한 공격을 하다니.’
팽소혁은 이를 악물고 도를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덩치만 크지 속은 부실하네.”
팽소혁의 하체가 떨리는 것을 보며 팽무성이 말했다. 처음이니 가볍게 휘둘렀다.
“이…”
팽소혁은 긴장으로 얼굴이 굳어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위협을 느낀 것이다.
팽무성이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둘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팽소혁은 미간을 좁히며 도를 휘둘렀다.
이미 한 번 봤으나 이 속도는 아직 적응되지 않았다.
덩치에 맞지 않는 탄력적인 움직임.
팽소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쏴앙
대기를 찢고 들어오는 도를 막을 때마다 손아귀가 찢겨나갈 것 같았다.
별다른 초식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기본 중의 기본인 횡베기와 종베기.
팽소혁은 이 단순한 참격을 맞지 못해서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뭐해, 막기만 할 거야?”
도를 휘두르며 여유롭게 말하는 팽무성.
이를 보자 팽소혁의 얼굴에 서린 긴장은 분노와 창피로 바뀌었다.
정신없이 막기만 하던 팽소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그대로 도에 실어냈다.
“개자식이!”
쩌엉
처음으로 팽무성을 밀어냈다.
하지만 팽무성은 충격을 받지 않은 듯 여전히 가벼운 움직임을 보였다.
팽소혁은 용호십삼보를 밟으며 돌진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팽무성은 여유로웠다.
마치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듯이.
강맹한 힘이 실린 도가 팽무성을 덮쳤다.
단번에 세 갈래에서 날아오는 도격. 팽무성도 알고 있는 초식이었다.
혼원벽력도의 삼뢰낙산.
본래는 세 개의 투로를 중심으로 무수한 변화를 주는 초식이다.
그 모습은 마치 세 줄기의 우레가 사방으로 뻗어가는 형태라고 한다.
하지만 팽소혁의 성취가 부족했다.
그저 도격을 세 방향으로 나눈 것이 고작이었다.
깨달음도 없이 고유의 형(形)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팽소혁의 도.
두려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
철혈맹호도를 펼칠 필요도 없었다.
하북팽가의 기본 무공.
맹호도결이 팽무성의 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솨아악
무심하게 휘두른 도가 바람을 갈랐다.
아무렇지 않게 휘두른 참격.
흐름이 끊긴 세 줄기의 도격은 허무하게 힘을 잃었다.
삼뢰낙산을 찢고 곧게 뻗어오는 도.
그대로 팽소혁의 가슴을 향했다.
“맹호도결 따위로 어떻게.”
팽소혁의 눈이 처량하게 떨렸다.
혼원벽력도가 맹호도결 따위에 밀리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큭.”
팽소혁은 도면으로 급히 가슴을 가렸다.
그 사이에 팽무성의 도는 호선을 그리며 날을 틀었다.
막는다면 다른 곳을 노리면 그만.
도가 허벅지를 스치며 지났다.
하의가 갈라지며 붉은 얼룩이 생겼다.
따끔한 고통.
비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팽소혁은 자신이 말리고 있다는 부담에 마음이 급해졌다.
“건방진 놈이!”
팽소혁은 뒤를 생각하지 않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팔과 손목이 바쁘게 움직였다.
도는 필요 이상으로 현란해졌고 쓸데없이 가벼워졌다.
수많은 도영이 팽무성을 에워쌌다.
몸이 난자될 위기에 처했지만 팽무성은 그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검을 들지 그러냐.”
도의 특징과 이점을 스스로 버리고 있다.
팽소혁의 도는 한 단어로 말할 수 있었다.
추태.
하북팽가의 도라 칭하기 너무나 부끄럽다.
팽무성은 비무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굳건히 버틴 두 다리는 땅에 뿌리를 박은 듯 흔들리지 않았다.
도가 움직이며 전신이 조금씩 비틀어졌다.
마치 팽무성의 몸이 한 번의 참격을 위해 일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전신의 힘은 한치의 흘림도 없이 그대로 도에 실렸다.
팽무성은 그대로 도영을 향해 도를 그어냈다.
* * *
“큭.”
삼공자가 펼쳐낸 도영을 보던 철호가 이를 악물었다. 순간이지만 도영에 가려져 사공자가 보이지 않았다.
삼공자의 수가 과했다.
당장 나서고 싶지만 절대 참견하지 말라는 사공자의 전언이 있었다.
팽무성을 믿고 있으면서도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철호는 자신의 도병을 세게 잡는 것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철호는 믿었다.
팽무성이 수련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저런 가벼운 도에 밀릴 리가 없었다.
솨악
팽무성은 그저 사선으로 도를 휘둘렀다.
강맹한 힘을 담은 단 한 번의 참격.
일도에 도영이 갈라지며 틈이 벌어졌다.
그 틈으로 팽무성의 모습이 보였다.
도병을 세게 쥐고 있던 철호의 손에 힘이 빠졌다.
이렇게 완벽한 일련의 자세가 있을까.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경이가 일었다.
철호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팽무성의 시선은 팽소혁이 아닌 철호를 향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팽가의 도라고 말하듯이.
쿵
힘이 실린 진각이 연무장을 울렸다.
산왕군림보의 첫걸음.
쿠웅
두 번째 걸음에서 바닥에 금이 갔다.
걸음을 밟는 것과 동시에 발을 중심으로 원형의 기파가 퍼져 나갔다.
기파에 밀려 사방으로 휩쓸리는 도영.
산왕군림보는 단순한 보법이 아니다.
걸음마다 패도(覇道)의 기파를 내뿜는 상승의 무학.
성취가 높아지면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보법을 밟는 것만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지금 펼치는 산왕군림보는 패왕진보의 정수가 섞여 그 힘이 더욱 압도적이었다.
팽소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따위가 그 무공을 어떻게 익힌 거냐.”
팽소혁도 예전에 산왕군림보를 익히려 했다. 하지만 워낙 난해하여 익히지 못했다. 팽소혁의 실력으로는 용호십삼보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 산왕군림보를 팽무성이 익혀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팽소혁을 향해 팽무성은 걸음을 옮겼다.
급히 도를 다시 드는 팽소혁의 오른손을 손날로 후려쳤다.
그 충격에 팽소혁은 도를 손에서 놓고 말았다.
“아주 대단해, 무시하던 동생한테 전력을 다하고 말이야.”
퍽
“억.”
팽무성의 주먹이 팽소혁의 배에 꽂혔다.
전신으로 퍼지는 고통에 팽소혁은 입을 닫지 못했다.
“도는 충분히 봤으니 이제 맨손으로 놀자. 이 망나니 새끼야.”
권장법이라 해도 팽무성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몇 초식을 버티던 팽소혁은 그대로 자세가 무너져 단어 그대로 처맞고 있었다.
퍽
“팽가의 자손이라는 놈이 굼벵이처럼 몸을 말고 맞고 있네. 맷집 자랑해? 안 일어나?”
퍽퍽
팽무성은 말을 하면서도 손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럴 수가.”
삼공자의 호위는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본분을 자각했다.
팽무성을 말리러 가는 호위를 철호가 막아섰다.
“멈춰.”
“왜 이러는 건가. 더는 비무라 할 수가 없네. 비키게.”
“애초에 성립할 수 없던 비무를 제안한 건 삼공자다. 그리고 삼공자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으니 끝이 난 것이 아니지.”
“허… 참.”
단호한 철호의 말에 삼공자의 호위는 그저 입을 달싹이기만 했다.
게다가 철호의 말이 맞았다. 틀리더라도 자신은 나설 수 없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눈앞의 철호를 뚫고 지나갈 수 없었다.
“휴우.”
삼공자의 호위는 그저 한숨만 내뱉었다.
앞으로 난동을 칠 삼공자를 생각하니 끔찍했다.
팽소혁은 대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그저 몸으로 때우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힘을 모아서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만, 그만해라.”
“싫은데?”
팽무성의 주먹은 오히려 더 빨라졌다.
“이제부터 내 앞에서 형님 소리 꺼내지 마라. 알았어?”
“알았다. 알았다고. 제발.”
두 팔을 방패 삼아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팽소혁의 얼굴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팽무성은 슬슬 그만 때리려고 허리를 폈다.
그러다 팽소혁이 벌레를 던진 것과 자신을 때리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너는 동생이 심심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냐?”
팽무성은 팽소혁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다.
“악!”
그대로 팽소혁은 공이 된 마냥 연무장을 뒹굴었다.
* * *
운기를 마친 팽무성은 눈을 떴다.
단전의 충만함을 느끼며 팽무성은 고민에 빠졌다.
‘슬슬 영약을 하나 먹어야겠는데.’
비무에서 팽무성은 별다른 무공을 펼치지 않았다.
마지막에 산왕군림보를 두 걸음 걸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단전의 내공이 바닥을 보였다.
넓고 깨끗한 혈맥 덕분에 운기의 효율이 높았다. 빠르게 내공이 쌓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현재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이 팽무성의 제일 커다란 문제였다.
팽무성의 단전에는 현재 십오 년 치의 내공이 있었다. 내공이 쌓이는 속도는 빠르나 절대적인 양이 부족했다.
직계이니 어릴 적 영약을 몇 개 받아먹었을 법도 하지만 팽무성은 어린 나이에 무공을 포기했다.
이러니 본가에서는 팽무성에게 영약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
“어디 영약을 구할 만한 곳이.”
팽무성은 고민에 빠졌다.
턱을 괴고 전생의 기억을 되짚었다.
미래의 기억이 있다는 것은 최대의 이점이다. 팽무성은 영약에 관련된 기억을 뒤지고 있었다.
멍하니 기억을 뒤지던 팽무성의 눈이 번득였다. 지금의 팽무성이 얻을 수 있는 영약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곧 월간회의이니 그때 노려야겠어.”
조만간 영약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팽무성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공자님, 운기는 다 끝나셨는지요.”
밖에서 들려오는 철호의 목소리.
“그래, 무슨 일 있냐?”
웬일로 철호의 목소리에 살짝 긴장이 서려있었다.
“팽영대주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팽영대주?”
하북팽가 가주의 명령만 받는 친위대.
팽영대의 대주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철호가 긴장한 것도 당연했다.
팽영대주의 행동에는 언제나 가주의 뜻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사주각에 들어온 팽영대주는 간단히 예를 갖추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공자, 가주께서 찾으십니다.”
선언.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