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60)
59화
솟구치는 팽무성에게 풍마좌사가 검을 연달아 찔러냈다. 그에 바람에 색을 칠한 듯한 검은 선풍이 꼬아지며 허공을 들쑤셨다.
허공에 무방비로 몸을 띄운 순간을 노렸으나 팽무성은 도를 종횡으로 그어내 선풍을 양쪽으로 튕겨냈다.
‘풍마종이로군.’
검풍을 주력으로 다수를 상대하는데 특화된 풍마종은 무공의 특성상 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일으켰었다.
선풍의 측면을 갈라낸 팽무성은 천근추의 수법을 펼치며 도를 하단으로 겨누었다. 천근추의 무게를 그대로 실어내어 풍마좌사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꽈앙
묵직한 굉음이 울렸으나 풍마좌사는 검을 빗겨 들어서 정수리를 노린 도를 막아냈다.
그 여파로 검을 쥔 풍마좌사의 손아귀가 잘게 떨렸다.
‘힘이 보통이 아니군.’
왼손으로 검신에 힘을 보태고 나서야 도격을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팽무성의 도를 막아낸 풍마좌사의 발이 반쯤 땅에 파묻혔다.
촤악
풍마좌사의 손목이 위아래로 움직이니 검이 낭창하게 흔들리며 도를 튕겨냈다.
정면에서 힘을 겨루며 싸우는 것을 불리하다 여긴 탓이었다.
풍마좌사는 팽무성을 주시한 채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둘렀다. 뒷걸음질 치며 신법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빠르게 뻘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교묘히 도천과 거리를 벌리면서 마인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이러니 팽무성은 도중에 막아서는 마인들도 상대해야 했다. 허나 아랑곳하지 않고 마인들을 거침없이 베어냈다.
적아도가 춤추며 빛을 흘릴 때마다 마인들은 갈라지며 길을 열어야 했다.
‘도천은 일단 방관할 셈인가.’
풍마좌사는 팽무성을 상대하면서도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다.
마인들을 방패로 삼아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팽무성은 경이로운 돌파력을 보이며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쏴아악
팽무성이 마인의 가슴을 베어낼 때, 송곳 형태의 삭풍이 마인의 등을 꿰뚫었다.
삭풍은 그대로 가슴을 뚫고 나와 팽무성을 찔렀다.
파앙
팽무성은 와호장의 장력을 흘려내 삭풍을 흩어냈다. 앞뒤로 휘몰아치는 공격에 중간에 끼인 마인의 시체는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
“저런, 악독한!”
“역시 마인들이군.”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팽가 무인들은 수하의 목숨을 미끼 삼아 팽무성을 노리는 풍마좌사의 작태를 경멸했다.
허나 팽무성은 전생부터 많이 봐왔던 광경이었기에 차분히 풍마좌사와 거리를 좁혔다.
풍마좌사의 신법도 뛰어났으나 등을 돌린 채 펼쳤기에 팽무성에게 따라잡히긴 순간이었다.
‘지금이다!’
이를 노렸다는 양 풍마좌사의 검신이 자르르 떨렸다.
쑤와앙
급기야 검이 좌측으로 회전하며 세 줄기의 돌개바람을 쏟아냈다.
삼선마풍(三旋魔風)의 초식이 팽무성의 목전으로 펼처진 것이었다.
쾌속의 돌개바람은 삼각(三角)의 형태를 이루며 팽무성을 포함한 그 주변의 공간마저 찢어놓으려 들었다.
삼선마풍은 서로가 맞물려 회전하며 위력이 더 강해지는 초식이었다. 팽무성은 그 회전 속의 미세한 틈을 베어냈다.
카카칵
적아도가 돌개바람의 사이를 파고들자 무언가 갈려 나가는 섬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적아도의 도신에 한 치의 흠집도 낼 수 없었다.
적아도를 타고 상당한 진동과 반탄력이 느껴졌지만 팽무성의 손아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촤아악
사선으로 그어진 적아도는 시원하게 나아가 삼선마풍의 중심을 갈라냈다.
‘어찌 이렇게 쉽게 파훼한단 말이냐.’
그에 풍마좌사는 경악하면서도 손은 재차 움직여 팽무성을 떨어트려 놓으려 했다.
두 사람의 사이를 막는 몇 겹으로 덮인 검풍이 팽무성을 밀어내려 했다.
공세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조금씩 멀어지려는 풍마좌사의 행동을 보자 팽무성은 바로 그 속셈을 알아차렸다.
“련주가 무서우냐? 도망치려는 게 눈에 보이는군.”
발목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팽무성은 쏟아지는 검풍 무더기를 일도에 잘라내며 풍마좌사와 거리를 좁혔다.
공절풍마검(空切風魔劍)이 힘없이 분쇄되자 풍마좌사는 깜짝 놀랐다.
회전하며 우하단에서 솟구치는 도가 풍마좌사의 목을 노렸다.
붉은 섬광이 엄습하자 풍마좌사는 급히 검사를 흘려내며 허공에 궤적을 그려냈다.
서걱
허나 이미 어깨를 적아도가 훑었고 풍마좌사는 갈라진 상처를 부여잡았다.
제대로 싸우지 않고 도망칠 궁리만 하는 풍마좌사의 틈을 팽무성이 제대로 노린 덕분이었다.
‘본교의 평가보다 강하구나!’
마교는 살생부를 만들어 무림 고수들의 전력을 평가하고 있었다.
암마군을 벤 팽무성도 무공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살생부에 이름이 올려진 상황이었다.
살생부의 분석에 따르면 팽무성은 자신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렇기에 팽무성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몸을 뺄 기회를 노렸지만, 그것이 외통수가 되었다.
‘성장이 빠른 건가. 정말 그렇다면 상위의 마군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겠구나.’
본교의 분석은 거의 정확했다.
풍마좌사는 팽무성의 성장 속도에 초점을 맞추며 침을 삼켜야 했다.
까가가강
묵직한 충돌음이 연달아 울리며 풍마좌사는 계속 뒤로 밀려나야 했다.
‘곧 끝낼 수 있겠어.’
팽무성은 무신총 이후로도 성장을 해왔다. 작은 벽을 꾸준히 넘어왔기에 무신총 때와는 또 다른 무위를 보였다.
무신총 시절의 무공이라면 지금처럼 풍마좌사를 쉽게 압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팽무성의 성장 속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솨악
풍마좌사는 급히 엉덩이를 뒤로 빼서 허리춤을 노리고 쇄도하는 도를 피해냈다.
“크흠.”
어깨의 부상으로 이미 팽무성이 승기를 가져간 상황. 상처를 지혈할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이고 있었기에 풍마좌사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까앙
사십여 합을 겨루었을 때, 도를 막아내던 검이 반 토막이 났다.
이에 풍마좌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검신의 똑같은 부분을 노리고 연달아 쳐낸 탓도 있었지만, 적아도와 검의 차이도 컸다.
팽무성의 신력과 신병이라 불리는 적아도의 강도와 절삭력이 만나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확실히 신병이라 불릴 만 하구나.’
풍마좌사의 검도 보통 무인의 검보다 뛰어날 터, 허나 이리 쉽게 부러뜨릴 줄은 몰랐기에 팽무성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쏴앙
풍마좌사는 아쉬운 대로 부러진 검을 휘둘러 공절풍마검의 절초를 펼쳐냈다.
그러나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도사를 머금은 적아도가 쏟아지는 검풍을 뚫고 솟구치며 풍마좌사의 가슴을 베어냈다.
‘이렇게 쉽게…’
풍마좌사가 마지막 생각을 할 때 반원을 그리며 따라오는 적아도가 목을 파고들고 있었다.
“제법이군.”
바로 옆에서 일도와 삼도가 마인들의 피를 뿌리고 있었지만, 도천은 홀로 여유롭게 팽무성을 눈에 담고 있었다.
도천은 점점 팽무성에 대한 흥미가 점점 짙어짐을 느꼈다.
“풍마종은 보아라!”
팽무성은 소리치며 풍마좌사의 머리를 하늘 위로 던졌다. 땅을 향해 떨어지는 풍마좌사의 머리를 본 마인들은 급격히 사기가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전황은 불리했다.
전방을 가로막는 팽가의 타격대도 제법 강했고 후방에서 마인들의 등을 베어내는 일도와 삼도의 무공은 독보적이었다.
괜히 풍마좌사가 이렇게 병력을 끌고 온 이유가 있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마인들의 몸에서 전의가 사라지고 대신 결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인들은 이 평야에서 모두가 죽을 것이라 다짐했다.
“순교.”
“순교하자.”
순교라는 단어가 마인들 사이로 퍼지며 평야에 마기가 섞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물러서라!”
마인들의 변화를 체감한 철호와 다른 대주들은 순간 위험을 느끼며 병력을 물리려 했다.
허나 마인들은 되려 앞으로 나아가 거리를 좁히려 했다.
팽무성도 폭마공을 경고하려고 할 때 도천에게서 흘러나온 기세가 평야의 마기를 잠재웠다.
“폭마공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그걸 펼치려는 것이냐.”
단 한마디.
그 한마디에 마인들은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단전의 마기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이게 대체 무슨 수법일까.
도천에 의해 몸의 제어권을 뺏겼다는 것에 마인들은 경악했다. 무공이 극에 가까워진다면 이런 일도 가능하단 말인가.
“너희가 폭발하면 내 귀가 웅웅거릴 것 같구나. 조용히 끝내자.”
도천이 타이르듯 꺼내는 목소리에 마인들은 가슴 속에 품었던 전의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그저 공허함이 감돌며 마인들은 마주할 죽음을 기다려야 했다.
* * *
“쯧쯧.”
가주전에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팽무성이 데려온 도천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도천은 핏기가 없는 팽진연의 얼굴을 째려보고 있었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것인가, 가주.”
“면목이 없습니다.”
도천의 꾸중에 팽진연은 멋쩍은 얼굴을 했다.
“혼원벽력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 말을 했거늘.”
팽무성은 팽진연이 혼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지켜보며 놀라워했다.
‘이 두 분도 인연이 있으셨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도객을 찾아가는 문파의 구분을 두지 않은 도천이 도법으로 유명한 팽가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울러 주화입마를 얻기 전의 팽진연도 나름 명성을 떨쳤기에 도천을 만난 적이 있었다.
팽진연은 뒤쪽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팽무성을 보며 말했다.
“소가주를 보려고 오셨는지요.”
“맞네, 생각해보면 내가 팽가를 찾아온 것도 오랜만이군.”
그에 팽진연은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팽진연 이후로 도천을 만난 팽가의 가솔은 없었다. 어찌 보면 도법이 주를 이루는 팽가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오래간만에 오셨으니 천천히 여독을 푸시고 가시지요.”
도천은 팽진연이 팽무성에게 많은 가르침을 부탁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도천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나중에 봐야 알 것 같군.”
도천은 뒤에 서 있던 팽무성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 * *
하북팽가 대주각.
대주각은 대대로 소가주가 거처하던 곳으로, 소가주가 된 팽무성 역시 대주각으로 거처를 옮긴 상황이었다.
“배도 채웠으니 좀 움직여 볼까.”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도천이 중얼거리자 식사 후 차를 마시던 팽무성과 일도, 그리고 삼도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후 네 사람은 대주각 바로 앞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넓찍하니 시원해서 좋구나.”
“저와 삼도 중에 누가 나설까요.”
일도의 물음에 도천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손맛 좀 봐야겠구나.”
도천의 말에 일도와 삼도는 다소 의외라는 얼굴로 팽무성을 흘끗 쳐다봤다.
도천이 도객을 찾아 나서기는 하지만 직접 손을 섞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도천은 도객을 만나러 갈 때는 도혼련의 인물을 함께 데리고 다녔다.
그런 도천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팽무성에게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이를 벗어난 무공을 지녔지만 련주가 직접 나서다니 우리가 못 본 것이 있었을까.’
“준비는 되었느냐.”
“예.”
팽무성이 곧바로 대답하자 일도와 삼도는 가볍게 발을 놀려 연무장의 끝으로 훌쩍 거리를 벌렸다.
“시작할까.”
도천은 웃음을 띠며 도병을 잡았다.
별다른 기수식을 취하지 않고 그저 도병을 잡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도천을 감싸던 분위기가 돌변했다.
동네를 산보 하는 노인에서 하늘마저 베어버릴 극에 달한 도객으로 탈바꿈하였다.
일전에 풍마좌사가 느꼈던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과 동일했다.
‘숨이 막히는군.’
허공의 공기를 밀어내고 도천의 기세가 가득 찬 듯 호흡이 턱턱 끊어졌다. 마치 온몸이 돌처럼 굳은 듯 꿈적하지 않자 팽무성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일종의 두려움을 넘어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끼게 하는 도천의 기세에 저항하려 했다.
팽무성의 전신에서 패도적인 기세가 솟구쳐 나왔으나 도천의 기세를 밀어내지 못했다.
꿈틀
돌처럼 굳어있던 팽무성의 엄지발가락이 움직였고 팽무성은 기어코 손을 움직여 도병을 잡아냈다.
“하압!”
팽무성은 커다란 기합과 함께 발을 떼었다.
‘심지가 제법 굳건한 녀석이군.’
보다 강한 고수의 기세를 떨쳐내는 데 본신의 무공도 중요하지만, 정신력도 제법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팽무성의 무공 수준으로 도천의 기세를 떨쳐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팽무성은 그 간극을 본연의 정신력으로 메운 것이었다.
스릉
팽무성이 뽑아낸 적아도가 순간 붉은 빛을 발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팽무성은 전생에서 도천에게 받은 평가를 떠올리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팽무성은 이번에 도천에게 전력을 쏟아내어 자신을 보여줄 참이었다.
그래야만 도천도 무언가 반응을 할 것이 분명했다.
“좋은 도다.”
도천은 날을 드러내는 적아도를 보며 자신의 도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