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66)
65화
팽무성은 삼 년 만에 가월과 철호와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 탁자에 올려진 여덟 가지 요리는 전부 가월이 손수 준비한 것이었다.
이제 식사를 직접 챙길 필요가 없었지만, 가월은 여전히 팽무성의 식사만큼은 자신이 직접 차리려고 했다.
“하아.”
오향장육을 한 젓가락 먹은 팽무성은 입안을 감도는 향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삼 년간 먹었던 벽곡단의 악몽이 이제야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
“소가주님, 천천히 드세요.”
젓가락질 한 번에 고기를 서너 점씩 집어가는 걸 본 가월이 웃으면서 직접 접시에 덜어 주었다.
“삼공자가 소단주께 많이 배운 것 같더라구요. 이제 혼자 사업체도 관리하세요.”
식사하면서 팽무성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짤막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언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쉬지 않고 움직이던 팽무성의 젓가락도 멈추었다.
“그놈들이 바로 튀어나왔었단 말이지.”
고기를 씹는 팽무성의 턱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 년 만에 봉문을 푼 진주언가.
흔히 책임 때문에 봉문을 했던 문파는 봉문이 끝나도 한동안은 무림의 눈치를 보며 움직임을 조심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언가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이 년 동안 팽가에게 빼앗긴 영역을 수복하기 위해 곧장 두 개의 타격대를 파견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알리지 않은 거야.”
“가주께서 당부하셨어요. 폐관 중인 소가주님의 신경을 어지럽힐 필요가 없다고요.”
실제로 팽진연의 명령 하에 본가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영역의 경계를 방비하던 풍도대가 분타의 병력과 힘을 합쳐 시간을 버는 사이에 팽가는 급히 지원을 보냈다.
그 지원에는 철호가 이끄는 팽호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로 전투가 몇 번이나 벌어졌지만 언가는 팽가를 밀어내기는커녕 커다란 피해를 입고 말았다.
철호에 의해 대주 하나와 부대주 둘의 목이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철호의 활약에 팽가오호라는 이름이 무림에 처음으로 알려진 전투였다.
예상치 못한 커다란 손실에 언가는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팽가의 전력을 체감한 언가는 그 이후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이후로 팽가 가솔들에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확신이 생겼으니 본가는 더욱 강해질 테지요.”
철호는 그때를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언가의 격퇴는 팽가에 있어서 고무적인 일이었다.
특히 타격대를 이끄는 대주의 자리에 있는 철호는 더욱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네, 팽가가 강해지고 있어서.”
팽무성은 팽가의 근황을 들으며 자신이 결정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아직 식사 중임에도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 * *
식사를 마친 팽무성은 바로 대무각으로 향했다. 지난 삼 년간 대무각이 어떻게 뿌리 내렸는지 확인하고 싶은 탓이었다.
“하앗!”
대무각으로 들어서자 힘찬 기합이 들려왔다. 아직 앳된 목소리였으나 그 안에 실린 기백은 여느 성인에 못지않았다.
대무각의 연무장에는 어린아이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서서 함께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이전의 팽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아이들의 투로를 보아하니 맹호도결을 익히고 있었다.
“사초식!”
단상 위 교관의 호령에 아이들은 일제히 맹호도결 사 초식을 펼쳐냈고,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교관들이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아이들의 구렛나루에 맺힌 땀방울을 보며 흐뭇하게 입꼬리를 올린 팽무성은 교관들과 눈인사를 나누곤 대무각으로 들어갔다.
“막내야, 오랜만이구나.”
“삼 년만이오.”
미리 연락해놓은 덕분에 대무각에는 팽중혁과 일도, 삼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은 도혼장으로 돌아가지 않으셨군요.”
일도와 삼도가 아직도 팽가에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이 년만 교관직을 수행하겠다던 두 사람이었다.
“기초부터 애들을 가르쳐서 성장시키니 나름의 보람이 있소. 마치 제자를 키우는 느낌이랄까. 이미 경지를 이룬 도객을 가르치는 것과 다른 재미가 있더군.”
의외로 일도는 그동안 팽가에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거기에 도혼장은 우리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그와 달리 팽가는 아직 우리가 필요하니까, 가끔 휴가를 받아서 도혼장에 들리는 것으로 충분하지요.”
삼도도 팽가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렇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포권하는 팽무성을 보며 일도와 삼도는 슬쩍 눈빛을 교환했다.
‘대체 어떤 경지에 오른 거지?’
‘이제 기도를 읽을 수도 없습니다.’
삼 년 만에 만난 팽무성은 자신들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팽무성은 대무각의 실적과 계획을 들으며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팽중혁은 대무각을 아무런 잡음 없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역시 둘째 형님께 대무각을 맡기길 잘했습니다.”
“훗, 나를 믿고 맡겨준 네 덕분이지.”
실제로 무공에 흥미가 많은 팽중혁에게 대무각의 집무는 잘 맞는 편이었다.
즐거워 보이는 팽중혁에게 팽무성은 품속에서 비급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비급의 앞면에는 벽력도법(霹靂刀法)이라는 글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옆에 있던 일도와 삼도도 비급에 관심을 보였다.
“이건?”
팽중혁도 팽무성이 오호단문도라는 새로운 도법을 창안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팽무성이 보여준 것은 전혀 다른 이름이었다.
“오호동의 도흔을 연구하면서 혼원벽력도의 도흔만 따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아직 온전치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무각에서 연구를 해봐야겠구나.”
팽중혁은 팽무성이 비급을 준 의도를 바로 이해하고 있었다.
“혼원벽력도의 도흔을 기반으로 한 것이니 잘 연구한다면 괜찮은 도법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눈을 반짝인 팽중혁은 비급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무각도 온전하게 자리 잡은 것을 봤으니 걱정이 없군요.”
오랜만에 팽중혁과 회포를 나누던 팽무성은 슬슬 일어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사천으로 갈 준비 때문에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폐관에 나오자마자 바쁘구나.”
폐관에 나온 팽무성은 서신 두 장을 받았다. 하나는 당가, 다른 것은 남궁혁이 보낸 서신이었다.
사천당가는 몇 달 뒤에 태상가주인 당명의 구순(九旬)을 축하하는 생일잔치와 동시에 금분세수의 행사가 예정되어있었다.
하북팽가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달라는 내용의 배첩을 받은 상황이었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소가주인 팽무성이 직접 가는 것으로 결정이 떨어졌다.
“너는 본가의 행렬과 따로 간다고 들었다.”
“예. 남궁 형님과 무각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남궁혁이 보낸 서신도 생일잔치와 관련이 되어있었다.
하북팽가, 남궁세가, 소림사가 모두 배첩을 받았으니 오랜만에 셋이 뭉쳐서 함께 가자는 내용이었다.
세 사람 모두 어른들께 허락을 받았으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당화련은 없었으나 오랜만에 사패끼리 모일 생각을 하니 팽무성도 기대가 컸다.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팽중혁의 걱정에 팽무성은 예를 갖추고 대무각을 빠져나왔다.
사흘 동안 삼 년간 달라진 팽가의 모습을 직접 확인한 팽무성은 채비를 갖추곤 따로 길을 떠났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팽무성은 경공을 펼쳐 약속 장소인 낙양으로 향했다.
* * *
낙양에 도착한 팽무성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눈에 익은 길을 걸었다.
이전에 당화련과 함께 먹었던 만두를 파는 가게를 가는 길이었다.
이번에 사패와 만날 약속 장소로 정해진 곳이기도 했다. 낙양에서 사패를 만나서 섬서를 거쳐서 사천으로 가기로 미리 계획을 세워둔 참이었다.
“벌써 군침이 도네.”
저 멀리 만두 가게의 간판이 보이자 기대를 품고 있던 팽무성의 걸음은 한층 빨라졌다.
만두 가게를 열 걸음 정도 남겼을 때, 팽무성을 노리고 날아오는 것이 있었다.
이를 눈치챈 팽무성은 보지도 않고 허공에서 낚아챘는데 그 정체는 바로 호리병이었다.
호리병을 가볍게 흔들자 안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팽 아우, 목말라 보이는군. 목 좀 축여.”
벽에 몸을 기대고 비스듬히 서 있던 남궁혁은 팽무성을 보며 씨익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남궁 형님.”
남궁혁은 안 본 사이에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입가가 거뭇해진 남궁혁은 이제 노련한 중견 고수의 무게감을 흘리고 있었다.
호리병의 마개를 따자 익숙한 연향주의 향이 올라왔다. 여전한 남궁혁의 취향에 팽무성은 웃으며 연향주를 들이켰다.
“호오.”
팽무성을 보던 남궁혁은 짧은 감탄을 흘렸다. 이내 남궁혁의 내공이 꿈틀거렸다.
부드럽게 흘러나온 기파가 사람들을 피해서 팽무성에게 쏘아졌다.
무당파의 도사들도 쉬이 따라하기 힘들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운용이었다.
이에 팽무성도 피하지 않고 남궁혁의 기파를 마주했다. 허공에 기파가 맞부딪치자 그 여파로 돌연 바람이 일었다.
후우웅
“뭐시여.”
“에잇 갑자기 뭔 바람이.”
갑자기 좌판을 덮친 강풍에 상인들은 흐트러진 물건을 정리하며 불평했다.
반면 그 주범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띨 뿐이었다.
‘팽 아우의 기도를 전혀 읽을 수 없구나. 벽을 넘어섰나.’
남궁혁도 무신총 이후에 수련에 정진하여 괜찮은 성취를 얻어냈다.
이제 초절정의 마지막 벽을 보고 있으니 이것만 넘는다면 새로운 경지를 밟을 수 있었다.
자신도 난해하다 생각된 이 벽을 팽무성이 먼저 넘어섰으니 남궁혁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한 아우였다.
‘곧 있으면 초월경에 오르시겠군. 역시 남궁 형님이다.’
팽무성 또한 남궁혁의 성장 속도에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전생에 비해 몇 년은 더 빠른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역시 전생에 검제라 불리던 남자다웠다.
“아, 혹시나 해서 뛰어왔는데 역시 남궁 형과 팽 시주였어.”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 사이로 무각이 뛰어내렸다. 무각은 돌연 기파의 충돌을 느끼곤 건물을 밟고 날아오던 참이었다.
“오랜만이네.”
“무각 아우, 왔는가.”
오랜만에 만났으나 세 사람은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두 사람을 살피던 무각은 미간을 구기더니 돌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내 앞에 수라가 두 명이나 있군.”
이 년 넘게 불존과 함께 폐관수련을 하며 결국 초절정의 경지를 밟아낸 무각이었다.
천살불의 비급과 권본결은 무각에게 넘치는 영감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야말로 몇 계단을 단숨에 뛰어오른 괴물 같은 성장세에 스승인 불존마저 놀랐으나 그런 무각도 저 두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는 기대감을 품고 만남을 고대하던 무각은 여전히 저 멀리 있는 두 사람을 보며 투기를 흘려냈다.
무각의 투기에 난데없이 한기를 느낀 양민들은 무각을 이상하게 보며 피해가기 바빴다.
물론 무각은 이를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이거 의욕이 샘솟는데.”
주먹을 쥐며 야차와 같은 얼굴을 한 무각을 보며 팽무성과 남궁혁은 못 말리겠다는 얼굴을 보였다.
“다 모였으니 들어가세, 팽 아우가 그리 극찬했던 만두 맛 좀 봐볼까.”
남궁혁은 여전히 기세를 흘려내는 무각의 뒷목을 잡은 채 가게로 끌고 갔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에 코를 킁킁거린 무각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남궁 형이 사는 거야?”
“하하, 내가 아우들을 배불리 먹일 능력은 있네.”
팽무성은 자연스레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웃으며 따라갔다.
* * *
팔짱을 낀 채 화전민 마을을 바라보는 도사의 소매에는 붉은 매화가 수놓아져 있었다.
반 각이 지나자 도사와 똑같은 검은 도복을 입은 도사들이 마을 안에서 뛰어왔다.
“사형, 아무도 없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사형이라 불린 도사. 일현은 사제들의 말에 미간을 좁히더니 입을 다물었다.
섬서는 화산과 종남이 휘어잡고 있는 곳.
구파의 두 곳이 자리 잡았기에 섬서에서 감히 사마외도의 무리가 날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섬서에서 조용히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벌써 세 번째. 보통 일이 아니구나. 설마 그놈들인가.’
무신총 이후로 잠잠했던 마교의 활동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화산파도 알고 경계하고 있었다.
이를 떠올린 일현은 불안감을 누르기 위해 허리춤의 매화검을 불끈 잡았다.
“다음 마을로 가자.”
도객, 주당, 땡중.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