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69)
68화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팽무성과 무각을 막는 마인들은 더는 없었다.
요란하게 일을 벌였으니 식마종도 이변을 알아차렸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감옥에 있던 마인들 이후로 동굴에 마인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팽무성은 동굴 안쪽 제일 넓은 공간으로 한데 모여 꿈적하지 않는 마인들의 기척을 확인했다.
‘무슨 수작인지.’
식마군이 어떤 계책을 부리든지 통째로 부숴버릴 자신이 있었다. 허나 팽무성은 방심하지 않고 경계를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무각의 상태를 살폈다. 평소라면 벌써 몇 마디 떠들고 있어야 할 그였지만, 웬일인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동굴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공동이 드러났다. 제법 공간이 넓은 그곳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는지 다른 석굴과 달리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디어 왔나.”
공간을 살피던 중 팽무성과 무각을 발견한 식마군이 암중에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 방정맞은 태도에 무각의 이마엔 힘줄이 솟았다.
한편 공동 제일 안쪽에 앉아 있는 식마군을 중심으로 좌우사자들이 양옆을 지켰다.
그리고 그앞을 식마군의 마인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놈들이 왔군.”
식마군은 팽무성과 무각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입술을 핥았다.
그러며 수하의 보고를 듣고 설마 하는 생각에 마인들을 이 공동에 집결시킨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팽무성, 너는 정말 본교와 인연이 깊구나?”
식마군은 팽무성과 무각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팽무성은 벌써 세 곳의 마종과 만나지 않았던가.
“독마군과 풍마군이 너에게 이를 갈고 있다.”
그 말에 팽무성이 코웃음을 쳤다.
“제깟 놈들이 이를 갈아봤자지. 그 둘이 동시에 와도 상관없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식마군은 팽무성을 따라 웃고 있으나 눈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기질을 하고 있었다.
‘역시 암마군보다 강하구나.’
팽무성은 곧바로 식마군의 무위를 파악했다. 그러곤 그 옆의 좌우사자의 수준도 읽어내고 있었다.
같은 구마군이라 하여 서로의 경지가 같지 않았다. 이는 마종도 마찬가지였다.
마종 사이에도 우열이 있어서 마군을 보좌하는 좌우사자나 마인들의 수준에도 차이가 있었다.
식마종은 구마종 중에도 상위에 속한 마종이었다. 그런 탓인지 좌우사자나 마인들의 수준이 다른 마종에 비해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 탓인지 마인들 중 제일 위협이 되는 건 식마군이 아닌 좌우사자였다.
좌우사자를 살피던 팽무성은 식마군의 발아래 포개져 있는 두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는 무각도 마찬가지.
“저 시주들도 네가 한 짓이냐.”
무각의 말에 식마군은 간악스레 웃으며 발 앞에 놓인 시신의 머리를 지그시 밟았다.
“그래,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저 역겨운 말을 더는 들어줄 필요가 없었기에 팽무성은 곧바로 도병으로 손을 가져갔다.
탁
그때, 무각이 팽무성의 팔을 잡아내며 식마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팽 시주, 저놈은 내가 족치게 해줘.”
무각의 표정을 보던 팽무성은 침을 삼켰다.
‘이놈, 결국 뚜껑 열렸구나.’
표정은 평온했으나 두 눈은 실핏줄이 가득 올라 살기가 가득했다.
전생에서도 저 얼굴을 무림에 몇 번 보이자 무각의 별호는 자연스레 광승이 되었었다.
“힘들 거야. 저놈 꽤 강하다.”
식마군의 현 무공 수준을 보아하니 무각 보다 한 수 위였다. 자칫하다가는 되려 무각이 당할 수도 있었다.
“괜찮아. 내가 찢어놓을 테니.”
팽무성의 충고에도 무각은 물러서지 않았고 이를 듣던 식마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휴.”
한숨을 내뱉은 팽무성은 곧장 마인들 사이로 천장에 닿을 법한 커다란 도기를 날렸다.
마인들은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해 양쪽으로 갈라졌고 무각은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에 식마군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무각을 보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좌우사자들은 나서지 마시오.”
아울러 식마군의 명령에 좌우사자들은 군말 없이 따랐다.
식마군의 명령도 명령이지만,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무각보다 천천히 걸어오는 팽무성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 탓이기도 했다.
“이 새끼!”
허공에 뛰어오른 무각은 곧바로 식마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파앙
주먹과 장이 맞부딪치고 두 사람은 뒤엉켜 서로의 급소를 노렸다.
무각과 식마군이 싸우는 모습은 광인 두 명이 치고받는 것을 보는 듯했다.
퓨퓻
무각은 좌수로 지풍을 날려 식마군의 양 눈을 노림과 동시에 가슴의 사혈을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서슴없이 살초를 뿌리는 모습에 식마군은 광소를 터트렸다. 정파, 더구나 후기지수가 이런 과감한 살초를 펼치는 것은 처음 본 탓이었다.
“크하핫, 이거 재밌는 땡중이네.”
식마군은 좌장을 비틀어 주먹을 받아냄과 동시에 우수로 무각의 팔을 긁어냈다.
무각의 주먹이 묵직해 식마군은 뒤로 밀려났지만 식마군 역시 무각의 팔에 기다란 상처를 남겼다.
마치 맹수의 발톱에 할퀴어진 것과 비슷했다.
제법 깊게 파여 피가 흥건하게 흘렀지만 무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공을 펼쳐냈다.
상당한 부상이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하며 주먹을 내지르자 되려 식마군이 막기에 급급했다.
콰아앙
이십 합을 겨루던 식마군은 손을 회전시키며 무각의 가슴을 긁어냈다.
무각은 급히 뒤로 물러나 앞섬이 찢기는 것으로 무마할 수 있었다.
“이 미친 놈이…”
식마군은 손가락에 묻은 무각의 피를 핥으며 왼팔을 내려봤다.
권력이 상당해 충격이 상당했다. 얼얼하여 떨리는 자신의 왼팔을 느끼며 식마군은 웃음을 흘렸다.
“흐흐, 너는 제법 별미일 것 같구나.”
“이 버러지가! 입이 찢어지고도 웃나 보자.”
피를 흘리는 무각의 주먹에서 금빛 권력이 휘몰아쳤다.
* * *
콰아앙
카카칵
공동 뒤쪽으로 무각과 식마군이 싸우는 소리에도 좌우사자들은 오로지 팽무성에 집중하고 있었다.
별다른 의견은 나누지 않았으나 두 사람은 팽무성에게서 기묘한 위압감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팽무성이 설마 자신들보다 높은 경지에 올라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죽여라.”
식마좌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인들이 달려들며 손을 뻗었다. 단체로 탐정마공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팽무성은 이를 무시하고 그저 앞으로 걸을 뿐이었다.
푸학
허공에서 터진 핏방울이 사방으로 퍼졌다.
팽무성에게 달려들던 마인들의 피가 허공에 뿌려졌다. 팔다리가 잘려 나간 것은 기본이고 제대로 시신을 유지한 이들이 없었다.
이에 마인들의 눈은 물론이고 좌우사자마저 눈을 크게 떴다.
‘도가 움직인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실제로 팽무성이 들고 있는 도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팽무성은 앞으로 걸음을 밟았다.
오늘, 팽무성의 손속이 유독 매서웠다.
“너희도 온전히 시신을 남기고 죽을 생각은 마라.”
팽무성의 목소리에 실린 살기에 달려들던 마인들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화악
팽무성의 기세가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마인들은 물론이고 좌우사자조차 꼼짝하지 못했다.
산왕군림보를 펼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기세를 흘린 것만으로, 호랑이 앞의 토끼 마냥 마인들은 벌벌 떨었다.
좌우사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서로를 쳐다봤다.
좌우사자는 마기를 극성으로 끌어내 팽무성의 기세를 간신히 떨쳐냈다.
그러곤 두 손을 뻗어 마인들의 뒷목을 잡아냈다.
팽무성의 무위를 확인한 이상 이 자리에서 마인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곧바로 정혈을 흡수해서 내공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았다.
“끄윽.”
마인들은 살려고 발버둥 쳤지만 좌우사자가 정혈을 빨아들이는 속도는 엄청났다.
목내이가 돼버린 마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곤 빨아들인 정혈을 그대로 이용해 거대한 장력을 뿜어냈다.
좌우사자가 뿜어낸 장력은 평소에 펼치던 것보다 두 배는 더 커져 있었다.
본래는 정혈을 빨아들이고도 단전의 내공에 녹아들게 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좌우사자는 곧바로 무공을 쓰는 데 사용했다.
그런 만큼 무공의 위력은 증대하여 팽무성을 위협했다. 양쪽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장력에도 팽무성은 그저 가볍게 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쏟아지는 도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단숨에 장력을 베고 지나간 붉은 빛줄기는 위력이 조금도 쇠하지 않은 채 그 뒤에 있던 좌우사자에게 쇄도했다.
쐐앵
좌우사자들은 마인들을 방패로 삼은 것으로 모자라 급히 손바닥을 넓게 펼쳐 검은 기막을 펼쳐냈다.
미리 흡수한 풍부한 정혈 덕분인지 호신강기에 버금가는 두터운 기막이 만들어졌다.
콰앙
그러나 빛줄기가 충돌하자 기막은 곧바로 금이 간 채 부서지고 말았다.
“크흑.”
그러고도 식마좌사는 다리를 베였고 식마우사는 내상으로 안에서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느껴야 했다.
식마우사는 옆에 있던 마인의 정혈을 빨아 내상을 치료하며 소리쳤다.
“모두 동귀어진해라!”
남아 있던 마인들은 폭마공을 펼쳐내며 팽무성에게 돌진했다.
콰카캉
팽무성의 주위로 검붉은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잘게 갈라진 뼈와 육편이 팽무성의 전신을 노렸다.
허나 연쇄적으로 폭마공이 펼쳐졌음에도 팽무성에게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파팍
폭마공의 폭발로 어수선할 그때였다.
갑자기 팽무성 발아래로 흙이 솟구치더니 돌연 사람의 팔이 튀어나왔다.
폭발이 멈추고 공동에는 먼지구름에 시야가 가려졌다.
그 틈을 노려 토룡운시공(土龍運?功)을 펼쳐낸 좌우사자가 흙으로 이루어진 바닥을 파고든 것이었다.
발목을 잡고 튀어나온 좌우사자는 몸을 뒤집으며 팽무성의 양팔을 잡아냈다.
노림수가 먹힌 것을 확인한 좌우사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곧장 탐정마공을 펼쳐냈다.
‘네놈이 우리보다 강한 것은 인정하마.’
‘그래도 너같이 어린놈이 우리를 내공으로 이길 수는 없겠지.’
더구나 좌우사자는 십여 명의 마인을 빨아들여 평소에 비해 내공도 넘쳐흐르는 상황이었다. 고작 후기지수에게 내공이 밀린다는 상상은 할 수가 없었다.
쏴아아
양팔의 맥문을 중심으로 팽무성의 내공이 좌우사자의 탐정마공에 의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팽무성의 내공을 확인한 좌우사자가 속으로 감탄을 흘렸다.
‘극도로 정순한 극양의 기운이다.’
‘이놈의 정혈을 먹으면 벽을 넘을지도 모르겠어.’
좌우사자들이 즐거운 꿈에 부풀어 있을 때 팽무성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탐정마공으로 타인의 정혈을 빼앗으려면 보다 압도적인 내공을 지녀야 하지. 그래서 네놈들이 탐정마공을 처음 익힐 때는 작은 동물을 상대로 정혈을 뺏어서 성취를 올리는 것이고.”
이에 좌우사자는 화들짝 놀랐다.
탐정마공을 펼치고 있는 자신들조차 입을 열지 못하는데 정혈을 빼앗기는 팽무성이 어찌 말을 한단 말인가.
게다가 팽무성은 식마종의 무공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다.
“너희들은 정말 내 내공을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우웅
팽무성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혼원벽력신공이 본격적으로 운용되면서 단전의 막대한 내공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큭.”
“흐읍.”
자신들의 탐정마공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내공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좌우사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좌우사자는 급히 손을 떼려고 했으나 팽무성의 내공에 의해 맥문을 잡던 팔이 찰싹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이놈 설마…’
좌우사자는 그제야 팽무성이 자신들에게 일부러 잡혔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단번에 내공 싸움으로 양상이 바뀌었고 좌우사자는 마인의 정혈은 물론이고 그동안 모아온 내공을 모조리 끌어내어 팽무성의 내공에 대항했다.
“타인의 목숨을 업으로 쌓아 만든 힘이 얼마나 강할 것 같으냐.”
내공 싸움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계속 입을 여는 팽무성. 입을 열기는커녕 전신의 몸을 떨고 있는 좌우사자를 보면 이 싸움의 우위가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괴물 같은.’
‘어떤 영약을 처먹었길래 우리 둘을 상대로 이렇게…’
팽무성은 초월경을 밟으며 자연의 기를 빌려 단전에 내공을 쌓는 것에서 벗어났다.
그릇을 깨고 단전이 아닌 온몸으로 자연과 소통하며 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밟고 있으니 팽무성은 서서히 내공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런 팽무성에게 내공으로 승부를 걸고자 한 좌우사자의 판단이 결국 패착을 불렀다.
“우웁.”
“쿡.”
팽무성의 내공이 혈맥을 하나씩 찢어놓으니 좌우사자의 내상은 점점 커져 갔다.
동시에 굳게 다문 입 사이로 검은 피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좌우사자는 전신의 고통에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살아있는 채로 몸의 내부가 파괴되는 고통은 피륙이 찢기거나 베이는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좌우사자는 간간이 신음만 흘릴 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혼원벽력신공의 내공이 절정에 달할 때.
파팍
팍
내공 싸움을 하는 중인 세 사람에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바로 팽무성의 내공에 의해 좌우사자의 단전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겨우 이 정도냐. 마치 모래성과 같군.”
내공을 갈무리한 팽무성이 눈을 떴을 때 좌우사자는 이미 칠공으로 피를 쏟으며 선 채로 절명한 상태였다.
팽무성은 그대로 손을 휘둘러 좌우사자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렇게 마인들을 모조리 처리한 팽무성은 무각이 싸우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아하니 저쪽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후두둑
“크흡.”
피가 바닥에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신음에 팽무성은 눈을 찌푸리며 걸음을 옮겼다.
식마군.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