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73)
72화
검성이 매화검의 검병을 잡는 그 순간, 기막이 퍼져나가 대연무장을 감쌌다.
초월경 고수의 충돌로 일어날 기파와 소음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또한, 기막을 유지하면서도 팽무성을 능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검성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스릉
거리를 벌리고 있는 검성이 발검과 함께 사선으로 검을 베어오는 그 순간.
코끝을 찌르는 진한 매화향이 감돌았다.
이에 팽무성은 오른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콰릉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여 움직였다. 그 순간, 빛을 흘리던 적아도가 솟구쳐 올랐다.
이를 본 참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저게 가능한가? 보지도 않고 베어버린 것 같은데?”
“반응속도가 엄청나군.”
매화가 피어남과 동시에 도를 올려쳐서 반 토막을 내버린 팽무성.
이를 본 참관자들은 경악을 흘려냈다.
참관자들에게는 매화가 피어남과 동시에 도를 휘두른 것처럼 보인 탓이었다.
“벌써 어느 정도 의기일체를 이루었구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오직 검성만이 알아차렸다. 팽무성이 단순히 반응속도가 빨라서 대응할 수 있던 게 아님을 말이다.
의기일체(意氣一體).
의와 기가 하나가 된다면 능히 마음 가는 대로 이루어질지어니. 마음으로 검을 벼려낸다는 심검(心劍)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팽무성의 성취에 짧은 감탄을 흘린 검성은 검을 비틀어냈다. 작은 떨림에 여러 갈래로 분화(分化)하는 검극.
유려하게 뻗어가는 검신은 마치 나뭇가지와 같았고 그 끝에서 매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진한 매화향이 팽무성의 코를 간지럽혔다.
‘과연, 향이 진하게 나는구나.’
화산파 제자들이 검법을 펼칠 때마다 난다는 매화향. 이는 무공 때문에 나는 향이 아니었다.
향의 근본은 바로 매화검이었다.
매화검은 전통으로 내려오는 특수한 단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그때 사용하는 매화수(梅花水)가 검에서 향을 나게 하는 이유였다.
화르륵
검극에서 피어난 매화의 꽃잎이 사방으로 뿌려져 나비처럼 어지럽게 흔들렸고, 그 사이로 회전하는 매화가 팽무성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매화접무(梅花蝶舞)와 매화토염(梅花吐艶)이 동시에 펼쳐지자 이를 보던 매화검수들은 깊은 탄성을 흘렸다.
“와아.”
“사형, 저것을 어찌 막아낸단 말입니까.”
자신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가볍게 해내는 검성의 무위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팽무성이라면 어찌 대응할까 고민하던 이들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무리다. 방도가 보이질 않아.”
매화검수들이 포기하는 사이에 팽무성은 몸소 그 해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왕군림보를 밟은 팽무성은 매화토염의 흡기(吸氣)를 역으로 이용해 빠져들 듯 매화 속으로 달려들었다.
검기로 이루어진 매화.
절로 눈길을 빼앗은 영롱한 아름다움 뒤에는 서슬 퍼런 예리함을 감추고 있었다.
쿵 쿵
걸음마다 강풍인 양 휘몰아치는 산왕군림보의 기파. 이에 휘말린 꽃잎은 힘을 잃고 하염없이 허공을 날았다.
콰르릉
비산하는 꽃잎을 꿰뚫는 도격은 마치 벼락과 같았다. 종횡으로 도를 내질러 회전하는 매화를 모조리 찢어낸 팽무성은 곧장 몸을 날렸다.
팽무성은 가만히 서서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받아내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오늘의 비무는 쉽게 얻을 기회가 아니었다.
맹렬한 불꽃처럼, 끝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팽무성은 검성을 보며 씨익 웃었다.
먼저 달려드는 팽무성에 검성도 그 의도를 알아차리곤 입꼬리를 올렸다.
“흠.”
눈앞에 보이는 저 호쾌한 웃음에 검성도 후기지수 시절의 투쟁심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이번에는 후배가 먼저 가겠습니다.”
“오거라!”
베어오는 적아도, 찔러오는 매화검.
콰앙
적아도가 매화검이 맞붙자 두 사람의 몸이 기파에 휩싸이며 연무장의 바닥을 움푹 꺼트렸다.
도검이 충돌할 때마다 주변의 매화나무와 기막이 잘게 떨렸다.
차차차창
팽무성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정면에서 검성의 검을 받아내고 반격까지 해내는 팽무성의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어느새 스물넷 초식 중 이미 절반을 받아낸 팽무성이었다.
비무를 보는 참관자 중에 절반은커녕 세 초식이라도 받아낼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팽 소협은 설마 십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건가.”
쩌저저정
매화검이 섬세하고 다양한 변화를 일으켜 그 투로가 나뭇가지와 같다면, 적아도는 거칠고 직선적인 변화라 벼락을 보는 듯했다.
상반된 도검의 변화는 서로를 삼키려 엎치락뒤치락 반복하고 있었다.
‘허어, 이십사수매화검법에 전혀 뒤지지 않는구나. 절세의 도법이로다.’
오호단문도를 가늠하던 검성은 짧은 감탄을 흘리곤 본격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더욱 빨라진 검은 휘어지는 듯 잔상을 남겼고 변화는 더욱 심원하고 그윽해졌다.
그에 팽무성은 눈을 부릅뜨며 그 변화를 읽어냈다.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는군.’
이십사수매화검법을 펼쳐내는 검성의 검은 그야말로 천변만화(千變萬化).
찰나에 벌어지는 수많은 변화는 따라가기가 벅찼다. 허나 팽무성은 망설임 없이 도를 기울였다.
파고들 수 없다면 통째로 베어내면 그만.
그러기 위한 오호단문도였다.
쑤와앙
다섯 줄기의 도격이 하나의 굵은 빛살이 되어 검성을 베어냈다.
이를 본 검성은 검을 하단으로 내려 땅을 쓸 듯이 가볍게 반원을 그렸다.
촤르륵
순간 파도처럼 일어난 꽃잎의 벽이 검성을 가려냈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제일 뛰어난 방어 초식. 매화인동(梅花忍冬).
쏴악
그러나 웅패군산(雄覇群山)의 일격은 시원한 바람 소리와 함께 기어코 매화인동을 베어내고야 말았다.
“허허. ”
양쪽으로 갈라지는 매화인동의 벽에 검성은 오른발을 뒤로 빼며 검을 거두었다.
손목을 굽힌 채 검을 등 뒤로 쭉 빼낸 검성은 짓쳐 들어오는 적아도에 맞추어 다시 검을 찔러넣었다.
붉은 빛살로 화한 검성의 찌르기.
두 초식이 충돌하기 직전, 절묘한 때에 검성이 굽혔던 손목을 펴냈다.
그 순간, 곧게 나아가던 빛살이 뱀처럼 꿈틀거렸다.
검성은 순식간에 좌우로 적아도의 날을 두들기고 다시 한번 도면을 옆으로 쳐냈다.
떠더덩
그러자 굵직한 울림과 함께 팽무성의 도가 비틀어져 튕겨 나갔다. 손목이 시큰거림을 느끼며 팽무성은 탄성을 자아냈다.
‘웅패군산을 튕기다니, 과연 검성이시다.’
매향취접(梅香醉蝶)의 한 수로 도격을 가볍게 흘려버린 검성은 암향표(暗香飄)를 밟아 신형을 이동했다.
뒤로 물러나던 팽무성의 의표를 찌른 검성은 곧장 사선으로 검을 그어 내렸다.
“매화낙섬(梅花落暹)이라는 초식이니라.”
어느새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검성의 목소리. 주위를 맴돌던 매화향이 순간 독무처럼 지독하게 느껴졌다.
팽무성이 대응하려 손을 움직일 때는 이미 매화검이 무복을 베고 하단으로 내려온 상황이었다.
그 광경에 남궁혁은 소매를 부여잡았고 무각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서걱
그 순간, 검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갈라진 무복 사이로 회색빛으로 물든 팽무성의 피부가 보인 탓이었다.
검성은 철호피공이 펼쳐진 피부를 보고 바로 외공의 종류임을 알아차렸다.
원래부터 무복만 벨 생각이었던 검성은 홀로 혀를 찼다.
“이런, 숨겨둔 한 수가 있었나. 좀 더 깊게 벨 걸 그랬어.”
그에 팽무성은 그저 쓴웃음을 지어낼 뿐이었다. 방금 펼쳐낸 철호피공은 본능적으로 펼쳐낸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검성의 검에 죽음의 위기를 느낀 탓이었다.
‘비무이기에 서로 힘을 조절하고 있지만, 역시 격차가 크구나.’
검성과 자신의 격차를 확인했음에도 팽무성은 미소를 지었다. 도달하지 못할 경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탓이었다.
‘나도 밟을 수 있다.’
팽무성은 다시 적아도를 바로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다시 가겠습니다.”
승패를 정하기 위한 비무가 아니었으니 검성도 다시 검을 들었다.
“물론이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초식이 남아 있으니.”
이번에는 팽무성이 선수를 잡았다.
빠르게 회전하며 솟구치는 적아도가 도명을 토해냈다.
쿠르릉
오호굉뢰(五虎轟雷).
다섯 줄기의 거대한 도격이 둥글게 휘몰아치며 검성을 강타했다.
검성은 자세를 살짝 낮춘 채로 지(之)자 형태로 검을 그어냈다.
낙매성우(落梅成雨)의 초식이 역으로 펼쳐지자 수십의 매화가 피어나며 두둥실 떠올랐다.
벼락과 매화가 서로를 관통했다.
콰카카캉
두 초식의 폭발을 뚫고 팽무성의 백호도간이 검성에게 쇄도했다.
검성은 오호단문도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몇 없는 상대였다. 그렇기에 팽무성은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한참 맞붙던 두 사람은 갑자기 거리를 벌렸다.
“헉헉.”
검성은 처음과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팽무성은 무복의 곳곳이 찢어지고 머리를 묶은 끈도 풀려 난발이 된 상황이었다.
“마지막 초식은 전력을 다할 것이니라. 괜찮겠느냐.”
“예.”
“도움이 될 것이다. 잘 보거라.”
검성의 뒷말은 팽무성 뿐만 아니라 숨죽이고 지켜보는 제자들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후우.”
검성의 배려에 호흡을 되찾은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내공을 쓰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던 검성이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 마지막 한 초식만은 전력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우우웅
매화검은 맑은 검명을 토해내며 더욱 진한 향을 흘려냈다.
대연무장을 뒤덮는 선명한 매화향.
이 향기를 맡은 팽무성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간혹 전장에서 경험했던 사선에 서 있는 느낌과 비슷했다.
여태 느끼지 못한 위협에 팽무성도 긴장 어린 얼굴로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대비했다.
“화산의 매화향은 만리를 퍼져나가니.”
그 말과 함께 매화검이 커다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성은 분명 천천히 검을 움직이고 있는데 기이하게도 검의 잔영은 허공에 남아 있었다.
원을 그리며 남은 매화검의 잔영은 마치 한 송이의 커다란 꽃망울을 보는 듯했다.
원을 그려낸 매화검이 잔영의 중앙에서 튀어나오는 그 찰나.
“화산의 검이 닿지 못할 곳은 없으리라.”
해일처럼 밀려오는 매화향과 함께 시야가 순간 붉게 물들었다.
광활한 대연무장을 가득 채운 백여 송이의 매화.
팽무성은 자신이 순간 매화나무 군락지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었다.
‘역시 무공에는 끝이 없다는 건가.’
어떻게 검을 펼쳐내야 일거에 이만한 수의 매화를 동시에 피워 낼 수 있을까.
마치 고등의 술법에 걸렸다고 해도 믿길 만큼 검성의 검은 초월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도달하고 넘어서야 할 경지.”
팽무성은 오직 전방만 뚫고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오방(五方)으로 쏟아지는 도격.
미쳐 날뛰듯이 휘저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매화는 아무리 베어도 더 많은 수로 불어나 팽무성 위로 쏟아졌다.
바다를 아무리 베어도 결국은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형국이었다.
매화만리향에 삼켜지기 직전, 팽무성은 도를 높게 들어냈다.
결국에 팽무성은 온전히 제어할 자신이 없어 미완성으로 남은 초식 중 하나를 꺼내기로 결정했다.
웅웅
사방에서 밀려오는 매해(梅海) 한가운데에서 적아도가 거친 도명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매화만리향을 넘어서겠다는 일념을 담아낸 적아도가 붉은빛을 터트렸다.
“오호척천(五虎陟天).”
비스듬히 쏟아진 도격.
하늘마저 꿰뚫을 기세로 솟구친 다섯 줄기의 빛줄기는 저들끼리 꼬아졌다.
* * *
대연무장을 감싼 매화만리향.
무수하게 피어난 매화는 반구(半球) 형태로 뭉쳐지며 검성과 팽무성의 모습을 가려냈다.
안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으니, 마치 보이지 않는 경계가 그어진 느낌이었다.
바깥에 있던 참관자들은 그 누구도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일향도 검성이 보여준 그 아득한 무위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스승님.’
이제 겨우 두 송이의 매화를 피우는 일향이었다.
-훗날, 분명히 너는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게다.-
-당연하죠. 스승님.-
그때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 다시 묻는다면 도저히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팽 소협은 어떻게 저리 강해진 걸까.’
일향은 왜인지 비무 내내 검성보다는 팽무성에게 시선이 가고 있었다.
나이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지닌 본신의 무위는 천지 차이였다.
검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무(武)를 논할 수 있는 팽무성이 너무나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어릴 적부터 검성이 무공을 가르쳤기에 별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익혔던 일향이었다.
자신이 검을 휘두르면 검성이 웃었기에 일향은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도 더 강해져서 팽 소협, 스승님과 검을 겨루어보고 싶다.’
그랬던 일향에게 무인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목적의식과 호승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저 검성이라는 이름의 알에 갇혀있던 일향이 그 껍질을 깨고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때, 대연무장은 물론이고 그 일대가 일제히 흔들렸다.
소리 없는 굉음과 함께 대연무장을 감싸고 있던 매화만리향이 붉은빛을 토해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알이 깨지는 모습과 비슷했다.
독에 취하는 생일잔치.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