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77)
76화
당명의 지척까지 날아온 오독장(五毒掌).
‘이리 쉽게 보내는 것은 아쉽지만 잘 가거라.’
오독괴노가 당명의 죽음을 확신할 때 당명의 소매에서 녹빛의 철선이 튀어나왔다.
후아앙
철선이 펼쳐지며 일으킨 선풍에 오독장은 당명에게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이에 오독괴노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공을 사용하는군.”
“괴노, 나이를 먹더니 더욱 치졸해졌더구나. 역시 너답다.”
당명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오독괴노가 숨겨놓은 한 수는 이미 들통난 것으로 보였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당명은 오독문의 산공독에 중독되었어야 했다. 독에 조예가 깊은 당가마저 눈치채지 못하는 오독괴노의 걸작이었다.
‘이십 년 동안 들키지 않은 놈을 갑자기 알아차렸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오독괴노는 이십 년 전에 수하 하나를 당가의 숙수로 집어넣었다.
이십 년이 지나 당가의 식사를 총괄하는 대숙수가 된 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를 수행했다.
당명이 먹을 음식에 산공독을 하독하는 것. 그러나 때를 노리던 당가 무인들에게 적발되고 말았다.
이때를 위해 오독괴노가 이십 년을 벼려온 비수는 허무하게 빗나갔다.
“어떻게 알았지?”
오독괴노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이에 당명은 철선을 촤악 펼치며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떤 기특한 아이가 알려주었지.”
당명을 노려보던 오독괴노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끈적한 독기가 흘러나와 주변의 바닥을 녹이기 시작했다.
오독괴노는 당명에 의해 빛을 잃은 왼쪽 눈을 만지작거렸다.
“차라리 잘되었다. 똑같이 왼쪽 눈을 녹이고 죽여주지.”
독 구름을 두른 채 몸을 날리는 오독괴노를 보며 당명은 소리쳤다.
“흥, 다들 물러나라!”
푸시시식
무언가 녹는 섬뜩한 소리가 연회장을 울렸다.
독공의 충돌에 주변으로 지독한 독기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를 신호로 오독괴노의 뒤에 있던 흑의인 여덟이 양쪽으로 찢어지며 검기를 날렸다.
검마가 데려온 팔마검객(八魔劍客)이었다.
“꺄아악!”
“황 문주!”
팔마검객이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객들은 이들은 단순히 원한을 풀기 위해 온 자들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숫자는 객들이 월등했으나 압도적인 무공에 완벽한 검진을 구사하는 팔마검객에 무림인의 시체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 광경을 풍마군과 검마군이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계획이 살짝 꼬인 것 같은데.”
풍마군은 당명과 손을 섞고 있는 오독괴노를 보며 말했다. 본래라면 오독괴노가 당명을 일장에 쳐 죽였어야 했다.
“상관없다.”
그에 옆에 있던 검마군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검에 좀 더 피를 묻히면 그만이지.”
그와 동시에 담장을 넘은 풍마종의 마인들이 검풍을 뿌려내며 등장했다.
촤자자작
바람을 타고 급선회하여 날아온 암기 세례에 마인들 몇은 담장을 넘다 그대로 절명했다.
“외곽에 배치해둔 무력대는 무얼 하는 것이냐.”
“지금 오독문을 막는 중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놈들인 듯합니다.”
암기를 날린 당백은 수하의 보고에 눈을 찌푸렸다.
“당가타의 상황이 정리되면 곧바로 오독문의 뒤를 치라고 해라.”
“존명.”
당백의 명령에 무인은 바로 몸을 날렸다.
‘무성이의 정보로 미리 대비했는데 이 정도라니 큰일을 치를 뻔했다.’
오독문은 당가뿐만 아니라 당가타에서도 무차별 학살을 벌이려 했다.
무려 여섯 곳에서 그런 조짐이 확인했으나 팽무성의 정보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무력대가 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독문 말고도 마인들로 추정되는 병력도 대거 등장하여 당가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암기를 날리며 전황을 살피던 당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 여덟의 검수, 그리고 저 젊은 두 놈이 특히 강하구나.’
당백은 노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검마군과 풍마군을 봤다. 그중에도 검마군은 독보적인 무위를 보이고 있었다.
‘마교, 정말 기이할 정도의 강함이다.’
직접 보니 마교에 대한 경계심이 한껏 상승한 당백이었다.
쩌엉
“이런!”
검마군을 상대하던 선유 진인이 당혹성을 터트렸다.
검마군의 검이 요사스런 변화를 보이더니 어느새 자신의 목전으로 도달한 탓이었다.
젊어 보이는 검마군에게 완전히 압도당하자 선유 진인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당백이 급히 나서려 할 때.
좌측에서 쏟아지는 창무가 선유 진인을 보호함과 동시에 검마군을 노리고 덮쳐들었다.
이에 검마군의 눈이 살짝 꿈틀거렸다.
키야아
검마군의 귀곡마검(鬼哭魔劍)이 펼쳐지자 검에서 귀곡성이 터지며 창무를 사정없이 갈라냈다.
창무를 본 검마군은 곧장 흑귀야행(黑鬼夜行)을 선보였다.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검기의 난무. 후방을 제외한 모든 방향을 빈틈없이 점하고 있었다.
이에 남궁혁의 검이 종횡으로 빠르게 그어지며 빼곡한 검기의 그물을 만들어냈다.
제왕검형(帝王劍形) 망류(網流).
허공에 자리를 잡은 망류는 흑귀야행의 검은 물결을 일제히 받아냈다.
이에 남궁혁의 검이 지르르 떨렸다.
쏴아아아
바위에 파도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두 초식이 공멸하자 검마군은 잠시 검을 거두었다.
“네가 창천검호인가. 한번 만나고 싶었다. 검마군이다.”
지금까지 무감정이었던 검마군의 눈이 처음으로 스산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창천검호 남궁혁이다.”
남궁혁은 검을 중단으로 세우며 검마군을 주시했다.
‘최소 나와 동수인가.’
짧은 통성명과 함께 두 검수는 서로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검마군이 남궁혁을 맞아 검을 겨룰 때 풍마군은 홀로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풍마종 특유의 기다란 검풍이 쏟아질 때마다 무인 대여섯의 목숨이 동시에 날아갔다.
“시시하긴.”
주변은 벌써 피로 흥건해져 풍마군의 신발을 적시고 있었다.
풍마군은 검풍으로 상대하던 노고수의 목을 쳐냈다. 목을 베고 날아간 예리한 검풍에 그 뒤에 있던 무인들도 그대로 절명했다.
풍마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팽무성! 어디에 숨은 거냐!”
기껏 팽무성을 찾아 사천까지 왔는데 어디론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꽈앙
갑작스레 정수리를 노리고 찍어오는 각법에 풍마군은 급히 검을 들어 막아냈다.
예상 이상의 위력에 어깨가 들썩인 풍마군은 몸을 회전시켜 뒤로 빠졌다.
“네놈이 팽 시주를 찾아서 뭐하게?”
쉴새 없이 피를 뿜던 풍마군의 검을 처음으로 멈춘 것은 무각이었다.
풍마군은 잠시 무각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검을 가볍게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네가 팽무성과 함께 다닌다는 땡중이구나.”
풍마군은 기수식을 취하며 무각을 노려봤다.
“네놈의 머리를 들고 있으면 팽무성이 먼저 찾아오겠지.”
“그전에 네놈의 얼굴이 피떡이 됐을 거다.”
서로 원을 그리며 때를 노리던 두 사람은 동시에 검과 주먹을 뻗어냈다.
* * *
“큭.”
단발의 신음과 함께 경계를 서고 있던 당가 무인들이 앞으로 쓰러졌다.
잠시 꿈틀거리던 무인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당가 무인들이 지키고 있던 문이 조용히 열리고 독마군과 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당가의 전력은 당가타, 당가 외곽, 연회장 이 세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중간중간 경계하는 무인들이 남아 있었지만, 본래의 철통같은 경계와 비교하면 식은 죽 먹기였다.
독마군은 혼란을 틈타서 천천히 당가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당가의 반응이 기민한데. 하마터면 외원에서 발이 묶일 뻔했다.”
“오독문 뿐만 아니라 본종의 마인들도 동원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습니다.”
독마군을 비롯한 독연대의 마인은 오독문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
기존의 오독문을 생각하고 전투에 임했던 사천당가 타격대는 상당히 고전하고 있을 것이다.
오독문과 독마종의 합공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독을 겪고 있을 테니 말이다.
조용히 계속 전진하던 독마군의 발이 드디어 멈췄다.
다른 곳에 비해 곱절은 높은 담장과 커다란 대문이 길을 막고 있었다.
사천당가의 모든 독이 있다는 만독전(萬毒展). 독마군이 위험을 무릅쓰고 당가의 심처까지 들어온 목적이었다.
“이곳인가.”
독마군은 만독전에 들어갈 생각에 들뜨는 마음을 억누르고 두 손을 내밀었다.
치익
콰아앙
독마군의 독장에 의해 녹아내리듯 박살이 난 대문 사이로 독연대가 재빠르게 침투했다.
허나 독연대는 다섯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뒤이어 들어온 독마군도 눈앞의 광경에 인상을 구겼다.
사천당가 최강이라는 독왕대.
좌우로 길게 도열한 독왕대의 중앙을 지키는 홍일점, 당화련이 독마군과 독연대를 맞이했다.
“이 난리가 벌어졌는데 독왕대가 안 나타나 이상하게 여겼는데, 이곳을 지키고 있군.”
“당신이 독마군?”
“나를 어찌 알고 있지?”
“우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 아닐까요?”
“당돌한 계집이군.”
입술을 비튼 독마군은 세워두었던 계획에 잡음이 들리고 있음을 체감했다.
독마군은 좌우로 쓱 고개를 틀며 당화련과 독왕대를 살폈다.
쉽게 우열을 판단키가 어려웠지만, 오늘이 아니면 만독전에 접근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속전속결이다.”
“한 명도 살려서 보내면 안 됩니다.”
동시에 떨어진 독마군과 당화련의 명령.
독연대는 일제히 쌍겸을 꺼내 들었고, 독왕대는 양 소매에 손을 집어넣었다.
* * *
“화련이도 시작했나.”
당화련과 독마군의 기세가 거칠게 충돌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천당가의 중앙에 위치한 전각의 꼭대기에 팽무성은 홀로 서 있었다.
당가 전체에 기감을 펼치고 있는 팽무성은 전체적인 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외곽 쪽은 밀리고 있군.”
사천당가의 외곽 쪽은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종종 폭음이 들려왔고 갖자기 색의 독연이 자욱하게 뒤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사천당가라 해도 오독문과 독마종의 협공에는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흐음.”
팽무성은 답답한 마음에 침음을 흘렸다.
본래라면 어느 곳이든 팽무성이 나서서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팽무성은 쉬이 나서지 않고 전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직감이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탓이었다.
오감 외에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육감.
흔히 직감이라 말하곤 했다.
무공을 익히며 자연의 기를 받아들이는 무인은 이 직감이 조금씩 날카로워진다.
초월경에 다다른 팽무성의 경우 불가지(不可知)와 같은 사실을 어렴풋이 감지해내는 예지의 영역에 손을 뻗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직감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했던 것이 여러 번.
팽무성은 직감을 무시하지 않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자네가 팽무성이로군.”
연회장을 살피고 있던 팽무성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으나 반대쪽 지붕의 끝에 거대한 덩치의 중년인이 서 있었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존재감이었다.
“나와 시선이 똑같은 자는 처음 보는군.”
여유로운 팽무성의 태도에 중년인의 두꺼운 입술이 미세하게 비틀렸다.
“우리가 흔치 않은 덩치를 지니기는 했지.”
쩌저적
드드득
전각의 지붕에 있는 기와들이 잘게 떨리더니 실금이 그어지며 서서히 갈라지고 있었다.
쿠웅
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하고 있으나 가감 없이 기세를 흘려내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왜 움직이지 않았나. 자네가 움직였다면 한 곳은 금방 정리가 되었겠지.”
팽무성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중년인은 홀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 선택은 옳았다. 자네가 어디를 향했든 나는 다른 곳을 향해서 다 찢어놓았을 것이니.”
이에 팽무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의 직감이 경계하던 존재가 바로 눈앞의 중년인이었음을 깨달았다.
뿜어지는 기세가 점점 강해지며 기와는 가루가 되어 흩날렸고 이내 전각 전체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마군 셋이 협력하는 기이한 상황에 감독을 나온 것인데 의외의 수확을 얻었어.”
용솟음치는 마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팽무성은 중년인의 정체를 짐작하곤 물었다.
“누구냐.”
“직위는 권마종주이나, 교인들은 나를 이렇게 부르지.”
중년인은 두 주먹을 천천히 말아쥐었다.
“괴세마왕.”
고수는 사선(死線)을 넘으며 탄생한다.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