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83)
82화
독무를 뚫고 치솟는 도기는 마구잡이로 날아들며 주변을 초토화했다.
뒤이어 반원형의 검풍이 날아들며 주위의 독무를 밀어냈다.
전각도 무너뜨리는 도기의 위력에 그 안에 숨어있던 마인들은 그대로 파묻히기도 했다.
촤르륵
쌰앙
숨어있는 곳을 귀신같이 노리고 도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에게 독인들은 모든 공격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쌍겸과 쌍륜이 머리 위를 가득 채웠으나 두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독무가 거슬리는군.”
날아오는 쌍겸을 사슬째로 베어내던 남궁혁이 중얼거렸다. 검풍으로 날려버린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밀려오고 있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길을 트지.”
남궁혁은 어기충소(御氣衝溯)의 수법으로 높게 튀어올랐다.
그 주위로 날카로운 날을 드러낸 병장기가 예광을 뽐내고 있었다.
채채채챙
남궁혁이 한 호흡에 둘러싼 병장기를 모조리 쳐내는 사이에 팽무성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남궁혁은 좌수를 내밀어 팽무성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파앙
팽무성이 손바닥을 밟고 도약하는 그 순간, 남궁혁은 장력을 뿜어냈다.
그에 힘입어서 팽무성은 더 높게 뛰어오를 수 있었다.
전각보다 더 높이 솟구쳐 오른 팽무성은 도를 눕힌 채 회전하며 사방을 베어냈다.
후우웅
풍월류호(風月流虎)가 펼쳐지며 원형의 도풍이 휘몰아쳤다. 도풍이 점차 영역을 넓히며 독무를 걷어내자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갈라지는 독무 사이로 홀로 햇빛을 받으며 빛나는 팽무성의 모습은 마치 천상의 신장과 같았다.
“놀랍군요.”
“생각보다 더 높은 경지를 밟고 있나 보오.”
무림맹 무인들은 물론이고 뒤따라온 지휘부마저 하늘에 떠 있는 팽무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본래 지휘부는 진영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지만, 이례적으로 전장에 직접 나선 이유는 팽무성 때문이었다.
이번 사천당가의 습격에도 팽무성의 공이 컸다는 소문이 있기에 남석태를 비롯한 강호명숙들이 호기심을 못 참고 나섰다.
“저 아이와 검호, 그리고 당가와 소림의 아이가 그리 무공이 뛰어나다지요.”
“안타까운 말이나 사룡은 저들에 비빌 수도 없겠군.”
유현 진인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정파 후기지수를 사룡이 대표한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강호명숙 옆에서 조용히 팽무성의 무위를 보던 오장로는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천주께 미리 보고해놓기를 잘했구나.’
팽무성과 남궁혁이 압도적인 무공을 보이며 길을 뚫어내자 뒤를 따르는 무인들의 진입이 매우 순조로웠다.
어느새 오독문의 절반을 가로지른 두 사람의 경이로운 돌파 속도에 지휘부도 각자 병장기를 손에 들었다.
“우리도 나섭시다.”
“여기까지 와서 구경만 할 수는 없지요.”
강호명숙들이 몸을 날릴 때, 저 앞쪽에서는 커다란 뇌성이 울리고 있었다.
콰르릉
붉은 뇌벽이 일며 수십의 독인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갖가지 독이 뿌려지고 함정이 발동되었으나 그 어떤 것도 두 사람의 전진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발걸음과 적아도는 절대 멈추는 순간이 없었고 독인들도 끊임없이 피로 바닥을 적셨다.
“저것이 정말 후기지수인가.”
점점 멀어지는 팽무성의 등을 보며 적철혈랑대주가 중얼거렸다.
마치 걸어 다니는 붉은 재해와 같았다.
지금처럼 아군일 때도 이리 경이로움이 드는데 과연 적으로 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철혈랑대주는 자신의 몸을 지켜주는 철갑을 쓰다듬었다. 팽무석의 도격을 보니 철갑이 얇은 종이처럼 느껴졌다.
‘적철혈랑대의 맥이 끊길 뻔했군.’
첫 만남에서 무림맹과 사도천이 정말 충돌했다면 적철혈랑대는 저 독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을 터였다.
적철혈랑대의 다른 대원들도 팽무성의 모습에 눈이 홀려 있었다. 두려움과 경외가 섞인 그들의 눈빛을 보며 적철혈랑대주가 소리쳤다.
“정신들 차려라! 남아 있는 놈들을 제압해라.”
팽무성과 남궁혁이 길을 뚫어냈을 뿐, 모든 적을 처치하고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남은 몫은 자신들과 무림맹의 몫이었다.
* * *
카카캉
팽무성은 날아드는 쌍겸을 모조리 베어버렸고 남궁혁은 교묘한 검기로 쌍륜의 회전을 흘려내어 독인들에게 되돌려 보냈다.
호흡이 척척 맞는 합격에 공격도 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독인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든 독인들을 상대하지 않고 앞만 보며 전진했다.
덕분에 전투가 시작된 지 이 각도 흐르지 않은 시점에서 오독문의 심장부인 오독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오독전의 넓은 공간에는 그 많던 독인들이 보이지 않고 단 두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팽무성과 남궁혁을 보며 눈빛을 번득인 두 명의 중년인. 독마좌사와 오독륜이었다.
“드디어 왔구나.”
오히려 반기는 두 사람의 태도에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에 남궁혁도 이상함을 느끼곤 입을 열었다.
“다른 마인은 그렇다 치고 그대들은 충분히 몸을 뺄 수 있을 텐데 왜 남아 있는 거지?”
“마군을 잃은 사자가 어디로 가겠느냐. 주인을 따라가야지. 오늘 마군의 복수를 이루겠다.”
오독괴노의 제자, 오독륜과 독마좌사가 병장기를 꺼내 들고 각자 팽무성과 남궁혁에게 쏘아졌다.
기세 좋게 덤벼든 것은 좋았으나 무공의 차이가 커서 두 사람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독마좌사는 쌍겸을 날리지 않고 손에 쥔 채 팽무성의 얼굴을 베어냈다.
이를 가볍게 막아냈지만, 팽무성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보낼 거리를 벌리며 싸우는 독마종의 싸움방식과 다른 탓이었다. 더구나 독마좌사도 무공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 있을 터.
그럼에도 거리를 자처해서 좁히는 것은 자충수나 다름없었다.
옆을 잠깐 살펴보니 오독륜도 쌍륜을 날리지 않고 직접 휘두르고 있었다.
그때, 팽무성의 눈에 독마좌사의 장포 아래로 무언가 불룩 튀어나온 것이 들어왔다.
이를 보고 팽무성의 머릿속에 빠르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 새끼들이! 벽력탄입니다!”
그 외침에 남궁혁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검은 쌍륜에 걸린 상태였다.
뒤늦게 검을 빼냈지만, 검막을 펼치기에 다소 늦은 부분이 있었다.
“이미 늦었다.”
팽무성은 독마좌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공을 가득 실어낸 적아도를 오독륜과 남궁혁의 사이로 던졌다.
적아도는 회전하며 날아가며 도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짙은 도막을 두른 적아도는 정확히 남궁혁의 앞을 막아섰다.
꽈꽈광
독마좌사와 오독륜이 폭마공을 펼치자 그 둘이 두르고 있던 벽력탄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팽무성의 눈에는 독마좌사의 몸이 잘게 갈라지며 폭발이 덮쳐 오는 장면이 느리게 보였다.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팽무성은 두 손을 내질렀다.
천천히 밀려오는 폭발에 비해 팽무성의 양손은 빠르게 움직이며 호왕투법을 펼쳐냈다.
좌수는 와호장, 우수로는 호영수(虎影手)를 펼쳐낸 팽무성은 장영과 수영으로 두터운 벽을 만들었다.
콰앙
결국, 폭염이 팽무성을 뒤덮었지만, 호왕투법의 벽을 뚫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열기만은 막을 수 없었는지 손바닥과 얼굴이 후끈거렸다.
“남궁 형님!”
벽력탄을 막아낸 팽무성은 곧장 남궁혁 쪽으로 뛰어갔다.
“쿨럭, 괜찮네. 팽 아우 덕분에 살았어.”
남궁혁은 전신이 거뭇해진 채 기침을 하고 있었다.
적아도에 생성된 도막이 일차적으로 폭발을 받아내며 시간을 벌었다.
그 덕분에 남궁혁은 검막과 더불어 검영을 쏟아내 폭발을 버텨낼 수 있었다.
팽무성이 아니었다면 남궁혁은 중상을 입거나 심각하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이놈들이 구태여 도망치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가 있었군요. 아마 위쪽에서 명령을 받았을 겁니다. 우리를 길동무로 삼으라는.”
실제로 소교주는 오독문과 독마종의 꼬리를 자르면서 독마좌사에게 따로 명령을 내렸었다.
팽무성은 정확한 근거와 확신은 없었지만, 이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독마좌사가 마군의 복수를 위해 남았다는 것부터 팽무성은 의아함을 느낀 탓이었다.
“사파도 벽력탄을 사용하지 않거늘,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놈들이군.”
두 사람이 몸을 추스를 때, 무림맹 지휘부가 오독전으로 급히 들어섰다.
오독문을 울리는 굉음에 놀란 지휘부의 얼굴에는 걱정이 어려있었다.
“괜찮은가!”
“난장판이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오덕전 내부에 가득 찬 화약 냄새에 남석태와 오장로는 얼굴을 찡그렸다.
“화약, 벽력탄이나 진천뢰인가.”
“이거 성가신 놈들이군.”
오장로는 지독한 마교의 행태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흘긋 팽무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화탄은 어지간한 고수도 감당하기 힘들어 무림에 금지된 것인데, 멀쩡해 보이는군.’
팽무성은 남석태를 보며 물었다.
“바깥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네들 덕분에 별 피해 없이 진압할 수 있었네. 저항이 제법 거셌지만 산 채로 제압한 이들도 제법 되네.”
남석태의 말에 다른 명숙들도 공감하듯 팽무성과 남궁혁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고생했네.”
“후배들이 이리 건장하니 정파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는군.”
명숙들이 두 사람을 칭찬하는 모습을 오장로는 살짝 떨어져서 지켜보았다.
정파에야 잘된 일이지만 사파 입장에서는 조금도 이득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오장로가 보기에도 사도천의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도 팽무성과 남궁혁에 비하면 모자랐다.
‘이거 걱정이로구나.’
* * *
오독문은 팽무성 덕분에 별 피해 없이 정리할 수 있었다.
무인들의 일은 끝났지만, 그 위에 있는 지휘부의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번에 생포한 이들 중 마인은 정보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무림맹에서 데려갔고,
오독문도들은 처벌과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사도천에서 데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오독문의 터였다.
“문제 될 것이 뭐가 있소? 오독문은 원래 사파이고, 그 터를 사도천에서 쓰겠다는 것인데.”
“엄연히 다른 문제요. 사도천의 사천 진출이 아니오. 이를 빌미로 사도천의 병력이 자유롭게 사천을 드나들겠지.”
“무엇이 다른 문제인지 모르겠군.”
남석태와 오장로의 언쟁은 끊이지 않았다.
오독문이 사라진 지금, 사천에 힘이 있는 사파는 전무하니, 사도천의 영향력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무림맹도 사도천 사천지부가 들어서면 사천의 구도가 크게 바뀌기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자들이 처음에 왜 무리한 싸움을 벌이려 했는지 알겠군. 처음부터 이를 노렸었나.’
남석태는 그제야 막무가내였던 오장로의 행동에 이해가 갔다.
오독문 진압에 무림맹이 나서지 않았다면 현 상황에 대한 발언권이 아예 없었을 테니 말이다.
“삼 일째 좁혀지지 않는 논쟁을 하려니 지치는군.”
남석태가 의자에 등을 가져다 대며 말하자 오장로는 결국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천주께서 사도천 사천지부 건을 철회하는 것을 대가로 조건을 내거셨소.”
사도천주가 직접 내린 조건이라는 말에 남석태는 곧바로 긴장하여 오장로의 말을 기다렸다.
“천주께서 그쪽의 후기지수를 만나기를 원하시오. 팽무성, 남궁혁, 당화련, 무각. 이렇게 네 사람이오.”
잠시 할 말을 잃은 남석태는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오!”
무림맹의 정식 사절도 안 받으면서 정파의 후기지수들을 만나기를 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언급한 후기지수들은 훗날 정파의 기둥이 될 아이들이었다. 이것은 용의 입에 먹이를 넣어주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이 문제가 중요하다 하나 이를 위해 자라나는 싹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대가 어떤 생각하는지 알겠으나 천주께서는 그들을 귀빈으로 대우하겠다 하셨소.”
남석태가 입을 꾹 다물자 오장로는 한숨을 쉬며 말을 덧붙였다.
“천주께서 말씀하시길, 무림맹에서 판단하지 말고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의지를 확인하라 하셨소. 그들은 반드시 수락할 것이라며.”
“그게 무슨…”
오장로의 말에 남석태도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녀석들을 사도천으로 보내라니… 사도천주는 무슨 속셈인가.’
천하제일을 담보로 거래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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