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84)
83화
사천당가 가주전.
팽무성 일행을 비롯해 당백과 남석태가 자리한 가주전의 분위기는 썩 밝지는 않았다.
남석태가 사도천주의 얘기를 전하자 당백은 단번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이 좋아서 귀빈 대우지 당백의 귀에는 묶어둘 인질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거기에 당화련의 이름이 들어있으니 당백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무림맹의 입장은 어떻소.”
“맹주께서는 최악의 경우 사천지부가 들어서는 것도 고려할 생각이십니다.”
무림맹주도 사도천주의 말을 곧이곧대로 신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무림맹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막아야 할 일이나, 후기지수를 팔아서까지 얻어내는 이득은 의미가 없다는 무림맹주의 판단이었다.
“사도천주가 저희를 부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팽무성이 묻자 남석태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네, 일단 오장로에 의해 자네와 검호의 정보가 사도천주에게 직속으로 보고되었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빈약했다. 남석태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감숙에 등장한 광마군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네.”
광마군이라는 이름에 듣던 이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남석태의 얘기를 듣던 남궁혁은 감탄을 흘렸다.
“이름 그대로 미친 자입니다. 사도천의 본성이 있는 감숙에서 사도천의 간부들을 죽이고 다녔다니.”
“거기에 뒤를 쫓던 사장로까지 중상을 입었다니 사도천이 제대로 창피를 당했군요.”
팽무성의 말을 듣던 당화련은 남석태에게 질문했다.
“그럼 광마군은 결국 못 잡은 건가요?”
“감숙을 빠져나갔다고 하네. 그래서 지금 사도천의 분위기가 지옥 같다 하더군.”
남석태는 차 한 모금으로 입술을 적시곤 말을 이었다.
“사도천은 마군 하나에 농락을 당했는데 이쪽은 후기지수가 하나씩 마군을 맡아 격퇴했으니
사도천주의 관심을 끌기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네.”
남석태의 의견도 상당히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결국 진짜 이유는 사도천주 본인만 알고 있을 터.
팽무성은 세 사람과 눈빛을 맞추곤 당백과 남석태에게 말했다.
“저희는 사도천으로 가려고 합니다. 오장로가 저와 남궁 형님에게도 따로 찾아와 말을 했었습니다.”
지난밤, 팽무성 일행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사도천 행을 결정 내렸다.
“저희끼리 의논을 했습니다. 단순한 후기지수의 치기로 가겠다 하는 것이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거기에 남궁혁까지 덧붙이자 남석태는 고민에 잠겼고 당백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무림맹을 위해 가는 것이면 그럴 필요 없네.”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다, 애들아.”
당백도 당화련을 보며 말했지만, 당화련은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위험하지만, 그만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팽무성의 말에 사도천 행을 반대하는 두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정사대전 이후 사도천과 아예 교류가 끊겼지요. 이번에 오독문에 관한 서신을 보낸 것이 이십 년 만의 연락이 아닙니까.”
“맞네, 지부 간의 자잘한 소통은 이루어져도 공식적인 연락은 끊겼지.”
팽무성은 마교에 대비해 사파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이번에 사파와 대화할 물꼬를 터볼까 합니다.”
“하아.”
남석태는 한숨을 내뱉었다. 기특한 생각이나 아무래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다.
여태 폐쇄적인 태도를 일관하던 사도천이다. 이번에도 오독문이 관련되어있지 않았다면 답장조차 날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방안은 있는가?”
“도천께 받은 서신이 있습니다. 그 서신으로 사도천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는데 이를 이용해볼까 합니다.”
정파에서 사도천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당연히 도천과 용천일 것이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오자 당백과 남석태의 눈이 커졌다.
두 사람이 말을 잇지 못할 때 무각과 당화련도 당차게 말을 이었다.
“여차하면 저희도 탈출하겠습니다, 그 미친놈도 단신으로 탈출했는데 저희라고 못 할 건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아버지. 정파의 후기지수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을 사파에 보여주고 올 테니.”
당백과 남석태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네 명의 후기지수를 바라봤다.
그 누구도 한치의 두려움이 없는 당당한 눈빛을 보였다. 두 사람은 그 호기로운 눈빛이 참 눈부시게 느껴졌다.
‘참 젊구나, 아니면 내가 늙은 건가.’
그 눈부신 젊음과 호기에 두 사람은 더는 팽무성 일행을 설득할 수 없었다.
* * *
무림을 돌아다닐 때 지금껏 직접 발로 걸어 다녔던 팽무성이었다. 헌데 지금은 편안히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사도천에서 사천당가까지 직접 보낸 마차였다. 덕분에 팽무성 일행은 편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마차 안은 붉게 치장되어 있었고 제법 넓어서 네 사람이 전부 들어가도 쾌적했다.
“대우해준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후기지수가 받기에는 과분하네요.”
거기에 적철혈랑대의 일부가 마차의 호위를 맡았으니 팽무성 일행은 확실히 귀빈 대우를 받고 있었다.
“사도천주라는 이름의 무게가 있으니 번복되지는 않을 거야. 다만, 사도천에 입성한 뒤가 문제겠지.”
사도천주가 부르는 목적을 알 수 없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이를 듣고 있던 당화련이 갑자기 심호흡했다.
“막상 사도천에 간다는 실감이 나니 좀 떨리는데요?”
“거기도 뭐 사람 사는 동네일걸, 설마 마귀들만 바글바글하겠어.”
무각은 하품하면서 나른하게 말했다.
이에 남궁혁도 차분한 얼굴로 마차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즐기도록 하자꾸나.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니.
이십 년 만에 사도천에 처음 발을 들이는 정파인이 우리라니 멋진 일이 아니냐.”
팽무성은 일행들을 둘러보며 웃었다.
“사도천에 우리의 족적을 남기고 오자.”
팽무성 일행이 서로를 보며 다짐하는 사이에 마차는 어느새 감숙성 난주(蘭州)에 도달했다. 사도천의 본성에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사도천이 있는 곳이라 뭔가 분위기가 험악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당화련은 마차에 난 창으로 양민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대로를 따라 쭉 늘어진 좌판과 활력 넘치는 사람들.
딱히 사파의 중심에 있다 하여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말했잖아,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근데 좀 험상궂게 생긴 놈들이 많이 보이긴 하네.”
무각도 반대쪽에 난 창으로 밖을 구경하며 당화련의 말을 받았다.
이때, 밖에서 적철혈랑대의 무인이 말을 걸었다.
“이제 곧 사도천 본성에 도착하오. 내릴 준비를 하시오.”
일다경이 지나자 끊임없이 질주하던 마차가 부드럽게 멈췄다.
밖에 있던 적철혈랑대원이 문을 열어주자 팽무성 일행은 마차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거대하네요.”
“무림맹의 성벽보다 높구나.”
당화련과 남궁혁이 고개를 꺾어서 높게 들어야 성벽의 끝이 간신히 보였다.
반면 무각은 성벽에는 관심이 없고 마차의 옆에 있던 적철혈랑대원에게 다가갔다.
“빨간 시주, 이 주변에 맛있는 술을 파는 객잔이 있으면 좀 공유합시다.”
내리자마자 술을 찾는 무각을 보며 적철혈랑대원은 당황하면서도 위치를 설명하며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팽무성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르릉
기관이 움직이며 성문을 여는 소리에 적철혈랑대는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붉은 성문이 열리자 그 사이로 일단의 무리가 팽무성 일행에게 다가왔다.
제일 선두에 있는 사내는 팽무성 또래로 보이는 한 사내였다.
입고 있는 붉은 장포 위로 탄탄하게 각진 몸을 엿볼 수 있었다. 보이는 육체의 형태로 보아 권사로 보였다.
“사도천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소. 사도천의 대공자 철무련이오.”
검호, 광도와 같은 반열로 평가받는 철권.
철무련이 바로 철권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전생에서는 천살불의 기연을 얻어 무각이 분통을 터트리게 한 사내이기도 했다.
전생에서 무각은 끝내 철무련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할까.
‘지금의 무각은 철무련에 비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철무련은 나란히 선 팽무성 일행을 보고 표정에 변화는 없었으나, 그 단단한 눈빛의 이면에는 미약한 떨림이 있었다.
‘정파에 이리 인재가 많았던가.’
내심 팽무성 일행을 우습게 보던 철무련이었다. 이전부터 자신과 같은 선으로 평가받던 검호를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다 여기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권사로 보이는 무각을 살피던 철무련은 그 옆의 팽무성을 보곤 슬며시 주먹을 쥐었다.
‘패호도라 했던가. 이 자는…’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은데 왜인지 팽무성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짙은 운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드높은 산맥을 보는 듯했다.
철무련은 운무 너머 진짜 모습을 보려 했으나 그의 경지로는 아직 부족한 일이었다.
‘뭔가 있는 듯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팽무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참 바라보자 뒤에서 철무련의 수하가 입을 열었다.
“대공자?”
팽무성을 보고 상념에 빠져있던 철무련은 수하의 부름에 정신 차렸다.
“흠흠, 손님들을 오래 세워두었군. 실례했소. 들어갑시다.”
사도천의 안으로 들어서자 드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고 그 뒤로 고루전각들이 쭉 세워져 있었다.
광장에는 인부들이 자재를 옮기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팽무성 일행의 눈이 광장으로 향한 것을 보고 철무련이 설명해주었다.
“지금 비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오.”
“비무대? 대회라도 열리는 것이오?”
남궁혁의 물음에 철무련은 입꼬리를 꿈틀거렸다.
“무림맹의 천룡대회와는 비교도 안 될 것이오. 그대들은 때를 잘 맞춰서 온 것이오. 해원투전을 관람한 정파인들은 그대가 처음일 것이니.”
“해원투전?”
처음 듣는 소리에 무각이 눈을 굴렸다.
“쉽게 말해서 묵힌 원한을 푸는 자리요.”
해원투전(解怨鬪戰).
사도천에서 오 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로, 이름 그대로 싸움으로 원한을 푸는 자리였다.
비무대에 오른 이는 원한을 가진 이를 지명해서 불러내어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다만, 비무가 아닌 생사결이오. 상대가 패배를 인정해도 승자는 패자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오.”
만약 하급자가 상급자를 불러내어 승리할 경우, 그 직위마저 차지할 수 있기에 원한이 없어도 출세를 위해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해원투전에는 사도천에 속한 누구든지 불러낼 수 있기에 이를 이용해 사도천주의 자리를 차지한 이도 있었다.
‘해원투전이라…’
팽무성은 철무련의 말을 조용히 들으며 설치 중인 거대한 비무대를 지켜봤다.
‘그러고 보니 사도천에 아직 남아 있는 악연이 있네.’
팽무성은 강호초출 때부터 부딪쳤던 사도천의 삼장로, 청빙음마를 잠시 떠올렸다.
* * *
사도천에 도착하고 하루의 휴식을 취한 팽무성 일행은 사도천주의 부름을 받아 만사전으로 향했다.
만사전(萬邪展)에는 사도천의 주요 간부들이 거대한 금빛 태사의를 중심으로 양쪽에 쭉 늘어서고 있었다.
만사전에 팽무성 일행이 들어서자 간부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적의였고 간혹 호기심이 섞여 있을 뿐이었다. 만사전이기에 감히 기세를 뿜지는 않았으나 노려보는 눈빛이 워낙 사나웠다.
허나 팽무성 일행 중 그 누구도 위축되는 이가 없었다.
보란 듯이 위협적인 시선을 감내해내자 간부 중 일부는 슬며시 살기마저 흘려내고 있었다.
팽무성은 도중에 한 노인과 눈을 마주쳤다. 청색 장포를 걸친 백발의 노인이었는데 그 눈에 서릿발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청빙음마로군.’
팽무성의 눈이 호선을 그리자 이를 본 청빙음마의 눈썹이 치솟았다.
팽무성과 청빙음마가 한참 눈싸움을 벌일 때, 태사의 아래에 서 있던 무인이 소리쳤다.
“천주께서 드셨습니다.”
쿵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사도천의 간부들은 일제히 부복했고 태사의 뒤쪽에 난 계단으로 발걸음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붉은 바탕에 한 마리의 금룡이 수놓아진 화려한 장포를 입은 중년인.
머리카락 대부분이 흑발인데 위쪽의 끝부분만 서리가 내린 듯 하얬다.
이를 본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반로환동을 하고 있는 건가.’
태사의에 드러눕듯 몸을 맡긴 사도천주는 만사전에서 지금 유일하게 서 있는 팽무성 일행을 내려다봤다.
“너희는 누구냐.”
사도천주, 무림에서는 달리 사천(邪天)이라 불리는 절대자와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천하제일을 담보로 거래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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