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88)
87화
당화련의 갑작스러운 선수로 시작된 대결.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으나 이공자는 침착하게 주먹을 들어 대응했다.
사파로 살면서 오만가지 기습을 당해보니 반격에 도가 튼 것이었다.
퍼억
주먹으로 장을 쳐내려 했지만 어깨를 들썩인 채 되려 밀려났다.
그에 이공자가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랐다. 쉽지는 않다고 여겼으나 이리 밀릴 줄은 몰랐다.
이공자는 두 주먹을 바삐 움직였으나 뒤로 연달아 물러나야 했다.
당화련의 손바닥에 머금은 지독한 독기는 차치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력이 상당했다.
‘이년, 아직도 힘이 남아 있나.’
사도천 이공자.
패도를 추구하는 사도천에서 이공자의 직위를 얻으려면 그만한 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이공자는 본신의 재능을 뽐내며 살아남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 덕에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는 후기지수는 무림에 몇 없다고 여겨 왔지만.
파앙
지금 눈앞의 상대는 달랐다.
나비처럼 유려한 선을 그리며 도달하는 녹연독장.
이에 철판에도 깊은 흠집을 내는 풍혈기(風穴氣)도 속수무책이라 이공자는 쩔쩔매며 막기에 급급했다.
“빌어먹을.”
당화련의 일장을 거칠게 받아친 이공자는 조금씩 혈맥을 스며드는 독기에 인상을 구겼다.
이공자의 양 주먹에는 주홍빛의 바람이 회전하고 있었다.
금사풍혈공의 풍혈기로 독장과 직접 접촉을 피했지만, 어느새 독에 중독되었다.
이공자는 조금씩 관자놀이가 쑤셔옴을 느끼며 자세를 다잡았다. 다행히 방금처럼 똥을 지리게 하는 독은 아닌 듯했다.
후우웅
이공자가 쏟아낸 권풍을 당화련은 가볍게 와해시켰다. 후기지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을 지닌 이공자였다.
허나 당화련은 후기지수의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파파파팡
독장이 연달아 쇄도하고 이공자는 끈 떨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퇴보를 밟았다.
올라오는 두통에 이공자의 집중력이 흐려진 찰나.
당화련은 그 틈을 노리고 우측으로 돌아서 이공자의 후방을 가볍게 점했다.
곧이어 이공자의 등 한가운데를 쳐냈다.
퍼억
그 귀신같은 움직임에 이공자는 그대로 등에 독장을 맞고 앞으로 꼴사납게 뒹굴었다.
내장을 뒤흔드는 암경에 호흡이 가빠진 이공자는 기침을 하면서도 사천을 올려다봤다.
‘사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오.’
사천이 두 공자에게 내린 명령은 팽무성 일행 중 아무나 한 명을 골라서 겨루어보라는 것이었다.
그 명령을 공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 분명했다.
둘 중 하나는 앞으로 사도천의 미래를 이끌 사람인데 혹여나 패배한다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터였다.
“싸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눈을 팔다니. 한심한 놈.”
사천은 턱을 괸 채 이공자의 추태를 보더니 혀를 찼다.
“당 소저. 좋은 승부였소.”
당화련과 실력 차이를 크게 느낀 이공자는 곧바로 패배를 시인했다.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인에게 당하는 창피한 모습은 더는 보이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뭐야, 사십 초식도 겨루지 않고 포기하는 건가.”
“처음에 그렇게 입을 털었으면 뭐라도 보여야지. 뭐 하는 거야. 내가 다 창피하네.”
이공자는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만 생각했지만, 관람객들은 쉽게 승부를 포기하는 이공자를 보며 오히려 맥이 빠졌다.
사천은 이 장면을 지켜보더니 철무련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철무련도 내려진 명령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 사이에 당화련은 다시 관람석으로 돌아갔고 대신 무각이 나온 상태였다.
무각을 바라보던 철무련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석의 단상을 밟고 도약했다.
계단처럼 길게 늘어진 관람석을 넘어서 등장한 철무련은 무각을 향해 걸어왔다.
“미리 정해놓은 다섯의 상대는 필요 없소. 잔챙이들은 두고 나와 겨루어봅시다.”
다섯의 상대와 싸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화련의 힘이 빠지는 것을 노렸던 이공자.
그와 반면 처음부터 자신만만한 여유를 뽐내며 승부를 청하는 대공자, 철무련.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파 무인들의 눈에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대공자! 사파의 힘을 보여주시오!”
“철권에 비하면 소림의 승려도 발톱의 때에 불과하지!”
이공자의 창피한 작태에 실망한 사파 무인들은 대공자의 이름과 별호를 외치며 응원했다.
그 모습에 이공자는 자신의 실책을 느끼곤 얼굴이 붉어졌다. 그 옆에서 청빙음마는 입을 꾹 다물곤 언짢은 기색만 흘려내고 있었다.
“사도천주의 후계를 경쟁하는 공자들이 연달아 나서는군. 이상한 일이구나.”
“어쩌면 사도천주가 명령을 내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팽무성은 남궁혁의 말을 받으며 잠시 사천을 바라보았다. 사천은 그런 팽무성을 보며 씩 웃었다.
그 웃음을 본 팽무성은 자신의 예감이 맞았음을 알았다.
‘그런데 왜지? 우리의 경지를 알고 있으니 공자들이 불리함을 잘 알 텐데.’
고민하던 팽무성은 비무대 중앙에 마주한 무각과 철무련을 내려다봤다.
‘이렇게 다시 맞붙게 되는 건가.’
전생에도 악연으로 맞붙었던 두 사람. 그러나 무각은 철무련을 이길 수 없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떠할까.
“일행 중 그대만 별호가 없던데. 이상한 일이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지라.”
무각과 철무련은 가볍게 몇 마디 주고받더니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다.
빠악
뼈가 짓이겨지는 듯 살벌한 소리가 울렸다. 무각의 주먹에는 금빛 서기가, 철무련의 주먹에는 주홍빛 풍혈기가 어렸다.
쿠앙
철무련의 주먹이 뿜어지며 권풍이 회오리쳤다. 확실히 풍혈기를 다루는 것을 보면 철무련이 이공자보다 성취가 훨씬 뛰어났다.
파앙
무각은 금강대력장의 장력을 벽 삼아 권풍을 막아내고 그 틈에 백보신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무각의 양 주먹이 허공을 연달아 격했다.
펑펑펑
철무련의 앞에서 연달아 터지는 파공음.
백보신권의 권력 하나하나가 작은 포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철무련은 백보신권의 권풍을 하나씩 일일이 깨부수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주먹을 중심으로 맹렬히 회전하는 풍혈기가 빛을 발했다.
흐트러짐 없이 주먹을 내지르며 전진하니, 괜히 철권이라 불리는 게 아님을 몸소 보였다.
백보신권으로 열 번의 주먹을 내질렀을 때, 철무련은 십 보 이내로 거리를 좁혔다.
이에 무각은 발 간격을 좁혀 자세를 바로잡았다.
후우웅
철무련의 주먹에서 솟구친 용권풍.
사천이 팽무성에게 보였던 광풍소의 초식이었다. 성인 장정의 두 배 크기를 한 광풍소는 단숨에 무각을 집어삼켰다.
일제히 손가락을 굽힌 무각은 광풍소의 흡입력과 회전력을 역이용했다.
그 힘을 더해 용조수(龍爪手)를 펼쳐낸 무각은 광풍소를 찢어내며 철무련의 앞으로 솟구쳤다.
허공에서 몸을 튼 무각은 좌수를 뻗어내 기어코 철무련의 가슴을 할퀴었다.
허나 철무련은 철판교의 수법을 펼쳐 용조수를 피해냈다. 덕분에 무복의 앞섬이 찢기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
‘권장법의 수준이 뛰어나군.’
무각의 무공을 가늠한 철무련은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철판교를 펼치던 자세 그대로 하체를 회전시켜 무각의 얼굴에 연달아 각법을 쏟아냈다.
고개를 슬쩍 뒤로 빼 각법을 피해낸 무각은 철무련의 두 발목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하압!”
공중제비를 돈 철무련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착지한 자세 그대로 철무련이 앞으로 쏘아졌고 이는 무각도 마찬가지였다.
부웅
두 팔뚝에 맴도는 풍혼기는 당장 무각을 찢어놓을 듯 맹렬한 바람 소리를 냈다.
무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금빛 권기를 두른 주먹으로 당당히 맞섰다.
오십여 초식을 겨룬 끝에 앞에서 휘몰아치는 풍혈기를 뚫어낸 무각의 주먹은 그대로 철무련의 명치에 박혔다.
파앙
우수로 장법을 펼쳐 막아낸 철무련은 좌수로 무각의 팔뚝을 잡아냈다.
쇠고랑처럼 강하게 조여오는 철무련의 악력에 무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부우웅
그대로 풍혈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리자 전신에서 풍혈기가 솟구쳐오르니 철무련이 하나의 거대한 폭풍으로 화했다.
그와 밀접하게 붙어 있는 무각은 이대로면 풍혈기에 전신이 갈려 나갈 위기에 처했다.
“재미있네.”
전신으로 풍혈기가 쏟아짐에도 무각은 그저 입꼬리를 올렸다.
카카캉
와풍을 일으킨 풍혈기가 무각의 전신을 낭자했다. 그러나 피륙을 가르는 파육음 대신에 쇳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풍혈기를 온몸으로 감당해내는 무각의 전신은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를 본 철무련의 눈이 번득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금강불괴신공.’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
무림에 금강불괴(金剛不壞)라는 단어가 떠돌게 된 유래가 되는 무공이었다.
금강불괴신공은 외공 중에서도 성취를 높이기 어려운 무공이었고 무각도 그러한 듯 보였다.
철무련은 풍혈기의 두들김에 무각의 피부가 조금씩 붉어짐을 느꼈다. 아직 금강불괴라는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철무련은 내공을 끌어올려 풍혈기를 더욱 거세게 운용했으나 무각이라고 가만히 당해주지는 않았다.
거센 풍혈기를 뚫어내고 철무련의 면전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철무련은 무각의 주먹을 받아내고 뒤로 세 걸음 밀려났다.
이에 무각과 철무련이 다시 거리를 벌렸고 두 사내는 서로를 잠시 마주했다.
철무련이 다시 공세를 이어가려 할 때 무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철 시주가 강한 것은 알겠어. 그런데 왜 철권이라 불리는지 모르겠는데.”
듣기에 따라 무례한 질문이었으나 철무련은 화내지 않고 차분히 답했다.
“이 두 주먹으로 상대했던 무림인들의 병장기를 박살을 냈기 때문이오. 그래서 철권(鐵拳)이라 불린 것이지.”
“그렇군. 그럼 내 주먹도 한번 박살 내 보시지. 누구 주먹이 더 단단한가 보자고.”
잠시 생각에 빠졌던 철무련은 무각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피식 웃었다.
“흥.”
두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했다. 권사가 주먹을 뻗기에 딱 알맞은 거리였다.
두 권사는 동시에 권법의 기본인 정권을 내질렀다.
빡
중앙에서 맞붙은 두 주먹에서 원형의 기파가 터져 나왔다.
빡빡빡
그대로 쉬지 않고 좌권을 내지른 두 사람은 양 주먹을 번갈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먹이 계속해서 충돌하며 흡사 바위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주먹의 힘을 겨루는 대결.
처음 보는 기이한 대결 방식에 관람객들은 물론이고 사천마저 태사의에서 등을 떼고 두 권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수십의 병장기를 맨주먹으로 부서 내며 철권이라 불린 철무련. 그리고 그 철권이라는 이름에 도전하는 무각.
두 권사는 한 치의 양보도, 물러남도 없었다. 오로지 상대의 주먹이 멈출 때까지 주먹을 뻗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에 관람객들은 입도 쉬이 열지 못하고 주먹의 대결을 지켜봤다.
고요했지만 묵직하고 뜨거운 싸움이었다.
빠악
백 번의 주먹질을 주고받자 무각과 철무련은 약속한 듯 동시에 내공을 끌어올려 주먹에 실어냈다.
콰앙
금빛으로 물든 주먹과 바람을 머금은 주먹이 충돌하자 이제는 폭음이 나기 시작했다.
이에 무각과 철무련의 얼굴도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백 번의 주먹질에도 조금씩 충격이 쌓였었다.
이제 주먹에 내공까지 더해지며 충돌할 때마다 암경이 혈맥으로 쏟아지니 버텨내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쾅
그저 단순한 주먹질로 우위를 가려내는 싸움.
들어보지도 못했고 무식하게 보였으나 그만큼 주먹에 대한 일념이 느껴지는 권사의 숭고한 싸움이기도 했다.
‘철권이라 불릴 만 하구나.’
무각은 속에서 올라오는 핏물을 삼키며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철무련의 주먹은 무섭도록 묵직하고 단단했다. 그야말로 철권(鐵拳)이었다.
철무련과 백번이 넘게 정권을 겨루니 무각은 두 손이 당장이라도 깨질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먹은 점점 느낌이 사라져 주먹을 휘두르는지 그냥 손을 뻗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
‘그래도 내가 질 것 같지는 않다.’
무각은 이제껏 그랬듯이 발끝에서 시작해 허리를 타고 올라오며 불어난 힘을 주먹에 온전히 담아내 내질렀다.
빠각
으레 들려오던 폭음 대신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에 관람객들은 승패가 겨루어졌음을 직감했다.
먼저 주먹이 떨구어진 것은 무각이었다.
살갗이 다 벗겨져 피로 붉게 물든 무각의 양손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에 관람객들은 환호하려 했으나 철무련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졌소. 나의 철권을 그대가 깨트렸군.”
철무련은 부러진 뼈의 고통을 참아내며 포권지례를 했다.
“철권의 명성, 주먹으로 느꼈다. 아미타불.”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포권을 취한 철무련에 무각도 포권으로 답했다.
패배를 인정한 철무련의 모습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이제껏 이어온 무패의 명성이 철권과 함께 부서졌다.
무각은 저 멀리 보고 있는 팽무성과 남궁혁에게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은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고요하던 관람석도 무각의 그 행동에 환호를 보냈다.
“정파 얌생이 치고는 시원한 싸움이었다!”
“오오오!”
이공자와 대공자가 정파의 후기지수에 연달아 패배해 해원투전의 분위기가 축 늘어질 뻔했지만 무각 덕분에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무각의 다음으로 나선 남궁혁은 빠르고 무거웠다. 검의 움직임을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는 이가 드물었다.
남궁혁은 다섯의 상대를 십초지적으로 격파해내는 신위을 보여 창천검호라는 별호를 사파에 다시 각인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서게 된 팽무성.
팽무성은 관람객을 보며 말했다.
“다섯 명이 동시에 와라.”
떠오르는 사패(四覇)의 명성.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