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92)
91화
“컥.”
팽무성이 무지막지한 악력으로 목을 조르자 요마종의 여인은 그저 격한 신음을 뱉을 뿐이었다.
‘대체 누구…’
정협문주를 내보내고 느낌이 이상해 몰래 나선 것인데 갑자기 목을 잡히고 말았다.
여인은 간신히 실눈을 떠서 자신의 목을 잡은 사내의 얼굴을 봤다.
허나 밤이라 얼굴의 윤곽만 보이는 정도였고, 그 가운데 짐승의 눈처럼 번쩍이는 안광만이 눈에 들어찼다.
이러니 마치 호랑이의 눈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곧이어 눈이 마주치자 여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기를 두 눈에 집중했다.
그러자 여인의 눈에서 분홍빛의 짙은 요기가 발산되었다.
요섭마안(妖攝魔眼)을 펼쳐낸 여인은 팽무성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했다.
‘나를 놓아라!’
팽무성이 자신의 목에서 손을 떼자 여인이 안도했으나 잠시뿐이었다.
짜악
목에서 떨어진 손은 곧바로 여인의 뺨을 후려쳤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뺨은 벌에 쏘인 듯 크게 부풀어 올랐다.
“한 번 더 잡기술을 부린다면 앞을 못 보게 만들겠다.”
팽무성은 바로 점혈부터 짚고 입안을 확인해서 폭마공이나 독공으로 자결할 가능성을 없애버렸다.
‘슬슬 요마종도 활동을 시작했나.’
다른 마종과 달리 요마종은 무림 전역을 무대로 활동했다.
요마종의 대부분은 하나같이 미모가 빼어난 여인들이었다.
요마종은 타고난 미모와 남자를 현혹하는 마공을 이용해 무림 문파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러며 얻은 정보를 마교에 꾸준히 보내면서도 문파를 마공으로 조금씩 타락시켰다.
정협문도 그러한 경우로 서서히 바뀌었을 것이다.
팽무성은 기절한 여인을 허리에 들쳐메고 지붕 아래로 몸을 날렸다.
갑작스레 사라진 팽무성이 여인을 끌고 나타나자 모여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특히 정협문주는 노발대발하여 소리쳤다.
“그 여인은 내 첩실이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인가!”
“요즘 무림 문파의 첩실은 야밤에 전각 지붕을 날아다니나 보군요.”
팽무성의 말에 정협문주는 말끝을 흐렸다.
“말도 안 되는…”
보아하니 정협문주는 첩실이 무공을 익혔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보였다.
이에 무림인들은 첩실이라 불린 여인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팽 소협. 그 여인의 정체를 아시오?”
“마교에 요마종이라는 마종이 있습니다. 거기에 속한 마인으로 보입니다.”
“요마종!”
“허어. 마인이 정체를 숨기고 숨어들었단 말인가.”
그때, 정협문주가 기습적으로 검을 뽑더니 팽무성에게 쏘아졌다.
“그녀를 모욕하지 마라!”
정협문주는 일류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보인 몸놀림은 절정 고수에 못지않았다.
지닌 무위에 비해 더 뛰어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마공의 힘 덕분이리라.
실제로 무공을 펼쳐내자 정협문주의 눈은 안개가 낀 듯 완전히 혼탁해져 있었다.
정협문주는 첩실의 허리를 잡고 있는 팽무성의 왼팔을 노리고 있었다.
정협문주의 검에는 본래의 빛을 잃은 듯한 탁한 색의 검기가 흐릿하게나마 맺혀있었다.
“저급한 마공을 익히면 감정 조절이 힘들고 쉽게 이성을 잃습니다. 지금 당신처럼.”
“크윽.”
기세 좋게 뻗은 정협문주의 검은 팽무성의 두 손가락에 잡혀있었다.
정협문주는 검을 빼내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마치 강철 집게에 잡힌 마냥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따앙
팽무성이 검신을 잡은 채 손목을 돌리자 검이 둥글게 휘어지더니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흠…”
“완전치는 않지만 검기를 두른 검이었는데, 그걸 맨손으로…”
사패는 무덤덤하게 쳐다봤지만 팽무성의 무위를 처음 보게 된 다른 무림인들은 눈을 끔벅거리며 믿을 수 없단 표정들이었다.
“이놈을 죽여라!”
손쉽게 검이 부러지자 정협문주는 주변에 모인 문도들에게 명령을 내렸으나 헛수고였다.
팽무성이 문도들을 쓱 한 번 훑어보자 감히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고작 눈빛 하나에 문도들이 제압당하자 정협문주가 다시 입을 열려 할 때였다.
퍼억
팽무성이 날린 장력에 정협문주는 끈 떨어진 연처럼 낮게 날더니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한 방에 제압된 정협문주를 보며 문도들은 희미하게 남아 있던 전의마저 놓아버렸다.
“무기를 버리고 꿇어라.”
내공이 섞인 팽무성의 선언이 정협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귓속으로 바로 꽂혀버리는 팽무성의 목소리에 정협문도들은 화들짝 놀랐다.
앞다투어 개구리처럼 엎드리는 정협문도들의 모습을 보며 사패와 함께 온 무림인들은 입맛을 다셨다.
“이거 혼자 다 처리하는구만.”
“어쩌다 보니 구경만 했습니다.”
아무래도 소수가 문파를 상대하는 것이기에 격렬한 싸움을 예상했지만 팽무성이 압도적인 위용을 보이며 정협문을 쓸어버렸다.
“사도천의 소문이 허황한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구려.”
무림인들은 자신들이 나설 자리가 없어 아쉬워하면서도 새롭게 솟아오르는 신성(新星)의 활약을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되어 즐거워했다.
* * *
다음 날 정오에는 이십 명의 무인이 정협문을 찾았다.
“한영입니다. 무림맹 안강(安康)지부에서 왔습니다.”
한영은 자신 앞에 앉아있는 네 명의 후기지수를 보며 살짝 들뜬 얼굴이었다.
‘이들이 사도천주의 인정을 받은 후기지수. 사패로구나.’
정파, 특히 무림맹에서는 사패의 이야기가 연일 화제였다.
사도천주의 제안에 당당히 사도천에 입성하여 이름을 떨치며 돌아왔으니 정파의 자랑이나 다름없었다.
“하북팽가의 팽무성입니다. 예상보다 빨리 오셨습니다.”
팽무성은 정협문을 제압하고 해가 뜨자마자 가까운 무림맹 지부로 전서구를 날렸다.
밤에는 전서구가 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래도 보통 사안이 아니니 말을 바꿔 타면서 최대한 빨리 왔습니다. 내일이면 서안에서도 추가 지원이 내려올 것입니다.”
“일단 그동안 저희가 확인을 했는데 정협문의 대부분이 마공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팽무성의 말에 한영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믿을 수가 없군요. 문도의 대부분이 마공을 익혔다니.”
팽무성은 삼현심법(三玄心法)이라 적힌 비급을 한영에게 보여주었다.
“마공인지 모르고 익힌 인원이 많습니다. 비급이 정파 무공처럼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졍협문도가 익힌 마공은 잠마공(蠶魔功)이라는 마교의 하급 교도들이 익히는 무공이었다.
그런데 비급의 이름은 삼현심법이었고 초반 구결이 변형되어 마공임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녀가 우연을 가장해서 이 비급을 정협문주에게 넘긴 것입니다. 정협문주가 무공을 익히고 문도들에게 전수했고요.”
정협문주는 느린 정파 무공과 달리 빠른 성취를 보여주는 잠마공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을 것이다.
수련할수록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좀먹는 마성이 커지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잠마공이 문도들에게 퍼지며 정협문은 점점 기존에 걷고 있던 정도(正道)에서 멀어졌을 터였다.
팽무성의 설명을 들으며 만들어진 보고서를 읽던 한영이 물었다.
“이 보고서는 팽 소협이 작성한 것입니까.”
“그건 남궁 형님께서 정리를 도와주셨습니다.”
“아, 남궁 대협께서 쓰셨군요. 정말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남궁혁이 쓴 보고서는 무림맹 보고 양식에 맞춰서 정리되어있었다. 무림맹에 머물며 보고서를 작성한 경험 덕분이었다.
한영의 칭찬에 남궁혁은 손을 저었다.
“과찬이시오.”
한영은 보고서를 다 읽고 감탄을 흘렸다.
사패가 대부분의 일을 해결해 놓아서 자신들이 할 일은 적어 보였다.
‘사패가 단순히 무공이 뛰어난 것이 아니구나. 무림맹에 커다란 도움이 될 인재들이다.’
한영이 보고서를 다 읽자 팽무성은 한 장의 서신을 건네주었다. 이에 한영이 서신을 받아들며 물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요녀를 심문하면서 얻은 정보인데 요마종이 노리는 문파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팽무성의 말에 서신을 펴본 한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나같이 무림에 명성이 자자한 문파들이었다.
사실은 심문한 정보가 아닌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적어놓은 것이었다.
요마종은 무림 전역에 산발적으로 손을 뻗었기에 팽무성이라고 모든 문파를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팽무성은 자잘한 문파는 제하고 전쟁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문파를 주로 적어놓았다.
“이미 요마종이 손을 뻗었을 수도 있고, 아직 기회를 엿보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무림맹과 해당 문파가 인지하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마종은 이번에 정협문의 일이 발각되었다고 하여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다.
요녀를 심어놓은 문파가 발각되지 않으면 마치 썩은 살처럼 무림을 천천히 좀 먹을 것이다.
발각된다 한들 문파 하나를 풍비박산 낼 수 있고 불신을 심어줄 수 있으니 어느 경우이든 좋았다.
이것이 요마종이 무림을 상대하는 방법이었다.
“중요한 정보로군요. 책임지고 총지부장께 전달하겠습니다.”
한영은 보고서와 서신을 잘 갈무리하곤 일어나서 포권을 취했다.
“무림맹도로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사도천의 일에 더불어 큰일을 하셨습니다.”
한영의 진심 어린 인사에 사패도 일어나서 포권으로 답했다.
* * *
사패는 한영에게 정협문의 인수인계를 마치고 다시 길을 떠났다.
“마교는 그냥 다 때려 부수는 줄 알았더니 요마종 같은 자들도 있었네요.”
문파에 파고들어 서서히 마교의 색으로 물들이는 요마종의 방식.
당화련은 대놓고 무력을 과시하며 살생을 벌이는 다른 마종보다 요마종을 더욱 위협적으로 느꼈다.
“더 무서운 것은 마교의 전력이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았다는 거다.”
팽무성의 말에 다른 이들도 동감했다.
무림 곳곳에 마종이 하나씩 모습을 보이었으나 본 전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전력이 나타나는 순간 전쟁의 발발이었지만 언제 일어날지는 팽무성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귀들이 양지로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겠지.”
무각의 말에 팽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팽무성에 의해 많은 사건이 바뀌었기에 작금의 무림은 조금씩 전생과 다른 흐름으로 흐르고 있었다.
전생보다 전쟁이 일찍 터질 수도 있고, 나중에 터질 수도 있었다.
채채챙
마교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을 때, 멀리서 들려온 금속음에 사패가 동시에 말을 멈췄다.
제법 거리가 있는 듯했지만 사패는 그 소리마저 들을 만큼 경지가 오른 상황이었다.
싸우는 이들이 많은 듯 쇳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고 중간중간 비명도 섞여서 들렸다.
이에 눈빛을 맞춘 사패는 일제히 몸을 날렸다.
경공을 펼쳐서 두 개의 언덕을 넘자 반쯤 기울어진 마차를 지키는 표사들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습격한 이들은 행색이 제각각이었는데 평범한 강도가 아닌 듯 출중한 무공을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마차 주변에 쓰러진 이는 표사가 대부분이었다.
팽무성은 마차에 달린 표기를 보고 어떤 사내가 떠올랐다.
전웅표국. 일전에 정협문을 칠 때 도움을 줬던 이들 중에 이 표국에 속한 표사들이 있었다.
“팽 시주. 저 사람들 우리를 도와줬던 사람들 같은데?”
무각도 떠오른 듯 말하자 팽무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생각났다. 가자!”
팽무성과 무각은 정면으로 돌진했고 남궁혁과 당화련은 반대쪽으로 돌아 퇴로를 차단했다.
“뭐야, 이놈들은!”
“웬 놈들이냐!”
마차를 포위하고 천천히 표사들을 죽이던 낭인들은 갑자기 등장한 사패에 크게 당황했다.
어지간한 일에도 꿈적하지 않는 이들이었지만 사패의 손짓 한 번에 두 명이 쓰러지니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마차를 습격한 이들은 최소 일류의 경지를 밟고 있는 낭인이었으나 사패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팽무성은 자신이 맡은 상대를 장력으로 치워버리곤 마차에 다가갔다.
“어떻게 당신들이…”
부러진 검신을 옆구리에 꽂은 채 피를 토하던 표사는 팽무성을 보며 방금의 낭인들과 같은 얼굴을 했다.
“습격한 이들이 보통 놈들이 아닌 것 같은데 위험한 표행을 하고 계시나 봅니다.”
팽무성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표사는 주변에 쓰러진 표사들을 살펴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팽 소협.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소?]표사가 갑자기 전음을 보내자 팽무성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왜 갑자기 전음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웅표국은 흑상이 직접 운영하는 표국이오. 흑상으로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오.]갑자기 예상치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자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뜻밖의 표행.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