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139
“큰아버지 직접 보시니까 어때요?”
“진동기 부회장?”
“네.”
“뭐, 특별할 게 있나? 그냥 재벌 2세지, 뭐.”
“단지 그 정도?”
“재벌 2세는 다 거기서 거기야. 어릴 때부터 귀족처럼 살아서 특별해 보이지만, 까 보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아. 단지….”
오세현은 눈을 깜빡거리며 기억을 떠올렸다.
“태도가 좀 다르긴 해. 신중하고 겸손한척하고. 그런 게 특별해 보이지.”
“너무 야박한 평가 아니에요?”
“정확한 평가지. 보통 사람이라는 게 폄하하는 게 아니야. 좀 똑똑한 사람, 그저 그런 사람도 다 보통 사람이니까. 진동기 부회장은 좀 똑똑한 보통 사람이야. 하지만 재벌 2세라는 옷을 입고 있으니 특별해 보일 뿐이지. 나도 보통 사람인데 뭐.”
미라클의 투자 수익이 상위권이다 보니 돈 좀 굴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재벌 축에 들어가는 고객도 많았고 그들을 위해 전담반도 운영한다. 오세현은 그들과 비교하여 큰아버지를 평가했다.
“특별한 놈은 너뿐이야. 아, 네 아버지도 좀 특별하고. 정반대의 기준이지만.”
내가 특별한 건 재벌 3세라는 옷을 입어서 그렇다.
옷 속의 나는 미래를 조금 아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아, 독하게 이 악물고 덤비는 점은 좀 특별하긴 하다.
“큰아버지와 손발 맞추는 게 어렵지는 않아요? 그분 탐색전이 장난 아니실 텐데?”
“나보다 네 살 위던데 계속 존대야. 편하게 말씀하라고 몇 번 권했는데도 태도를 안 바꾸는 거야. 그건 좀 신선했어. 그쪽 부류들은 다들 아래로 보잖아.”
형 동생 하지 않는 이상 편안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공식적인 일 이야기가 전부다. 탐색은 없다는 뜻인데… 좀 의외다.
“참, 그 양반은 대놓고 널 경쟁자라고 하던데?”
“그래요?”
“진영기 부회장은 널 찍어 누르려 한다고 했지? 그런데 이 양반은 널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모양이더라. 장남과 차남의 차이인가?”
“성격 차이겠죠. 좀 더 두고 보죠.”
이때 매니저 한 명이 보고서를 들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 보고서는 바로 뉴 데이터 테크놀러지에 주가 현황이었다.
1,480원으로 상장한 뉴 데이터 테크놀러지의 주가는 쭉쭉 치고 올라갔다. 순식간에 만 원을 넘겼을 때 열 배인 만오천 원까지 금방 올라갈 것처럼 보였지만 만 원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가는 이 정도 주가면 성공이라는 평판이 자자했고 상장빨이 끝나는 대로 오, 육천 원대에 안착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주식 팔고 나가는 놈들이 속출하면 다시 작전 붙을 거야. 오만 원대까지 등락을 거듭할 거고 그때마다 손해 본 사람들은 주가가 오르면 땅을 치며 후회하다 다시 매입하고, 또 떨어지면 허겁지겁 팔아 치우며 계속 손해 볼 거야.”
개미투자자들의 특징이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는 게 아니라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사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를 계속한다.
오세현 같은 전문가들은 개미투자자들의 정반대 패턴으로 사고팔고를 되풀이하며 그 와중에도 매매 차익을 남기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들도 주가가 오만 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 고모가 등장하기를 목이 빠지라 기다렸다.
이상수 사장이 말한 대로 순양전자가 투자한다면 그 정보를 분명 사전에 입수할 것이다. 이런 고급 정보를 듣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
가뜩이나 자금부족에 시달리는데 공돈이나 다름없는 돈벌이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아직 순양전자의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걸까?
* * *
“확실해?”
“네.”
“오빠가 결정한 거야?”
“아닐 겁니다. 겨우 200억 투자하는데 부회장님까지 결재가 올라가겠습니까? 작년에 적극적인 벤처 투자 지시만 내리셨고 그 뒤부터는 실무진이 진행하죠. 전체 투자 금액만 결재하셨을 겁니다.”
진서윤은 경영관리 상무가 전해주는 정보에 귀가 솔깃했다.
“그런데 임 상무, 순양전자는 사내 벤처팀만 투자하는 거 아니었나? 어떻게 외부 기업까지 투자해?”
“저도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단지 지금 이 정보를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차명으로 주식 끌어모은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임 상무는 끊임없이 눈알을 굴렸다.
그가 진서윤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는 건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순양전자의 투자가 확실한지 진서윤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고, 만약 투자가 실제 일어날 경우 이 정보를 먼저 알아냈다는 자신의 정보력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투자 발표 날짜는 알아냈어?”
“그게 좀….”
“왜?”
진서윤은 눈알만 계속 굴리는 임 상무를 노려보며 혹시 모를 꿍꿍이를 파악하느라 신경을 집중했다.
“날짜를 정한 게 아니고 주가에 맞춰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만 원대를 찍었을 때 발표한다고….”
“이만 원? 지금은 얼마야?”
“만 원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벌써 손 털고 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임 상무!”
“넵!”
매서운 목소리에 임 상무는 저도 모르게 부동자세를 취했다.
“알아 오려면 확실히 알아 와야지! 뭐야, 이게? 부족한 회사 자금 충당하자고 꺼낸 말 아냐? 만약 잘못되면 더 큰일만 생기잖아. 이렇게 멍청한 소리만 해대면 내가 당신 믿을 수 있겠어?”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이틀 줍니다. 정확히 파악하세요. 만약 어정쩡한 모습만 보인다면 임 상무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할 겁니다. 명심해요. 임원은 1년짜리 임시직일 뿐이니까.”
임 상무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는 듯 머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진서윤은 두 숫자에 집중하며 머리를 굴렸다.
주가가 이만 원에 진입하면 순양전자가 투자한다. 이 말은 주가는 무조건 이만 원까지는 오른다는 뜻이다. 게다가 순양전자의 투자가 알려지면 주가는 또 폭등한다. 최소한 두 배.
즉, 사만 원까지는 문제없다는 의미다.
“네 배라…….”
이 기회를 놓친다면 바보다. 하지만 빠듯한 자금 사정을 생각하면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그녀는 핸드백을 챙겨 들고 인터폰을 눌렀다.
“차 대기시켜. 여의도로 갈 거야.”
* * *
사무실에 들이닥친 고모는 인사도 생략한 채 다짜고짜 회사 이름부터 들먹였다. 급하긴 급한가 보다.
“뉴 데이터 테크놀러지. 이 회사가 요즘 핫하다면서요?”
오세현은 생끗 웃는 진서윤을 보며 어이가 없는지 헛기침까지 했다.
“오 대표님 혹시 모르시고 계셨어요? 그렇다면 실망인데요?”
“진 사장님. 핫한 종목은 늘 있었습니다. 그 회사도 그중 하나고요.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이번 건은 특별한데 정보가 늦으시군요.”
고모는 오세현과 나를 번갈아 보며 기다렸다.
우리가 뭔가를 내놓아야 그녀가 가진 것을 풀겠다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세현은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저었다.
“진 사장님, 분명히 당부하는데 찌라시에 속지 마십시오. 지금 사오백짜리 찌라시 받아보실 텐데, 그거 믿으면 큰일 납니다.”
“오 대표. 찌라시 아니에요. 다른 곳에서 흘러나온….”
“아무리 정확한 정보라고 해도 절대 주식 투자할 생각은 마십시오. 사장님 사재도 담보로 잡혀있고 회사 주식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괜히 회사 돈에 손대시면 정말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냥 경영에만 집중하세요. 이건 채권자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투자 전문가이자 긴밀한 관계자로서 드리는 말입니다.”
말리는 오세현이 고맙기 그지없다. 말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자기 생각을 더 굳게 확신하는 게 철없는 재벌 2세들의 특징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고모는 발끈하며 목소리가 올라갔다.
“오 대표. 지금 착각하는 거 아니에요? 오 대표는 채권자일 뿐이에요. 주주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리고 회사 자금을 잠시 사용하는 게 불법은 아니잖아요?”
“손실이 발생하면 어쩌려고요? 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사실 확인하려고 온 거잖아요. 이렇게 다짜고짜 화만 낼 게 아니라구요!”
말이 통하지 않는 고모를 보며 오세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 이럴 게 아니라 서로 의견을 한번 교환하는 게 어떨까요? 팩트부터 체크하면 고모도 생각을 달리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세현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자 고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때요? 오 대표님. 도준이 생각이 좋지 않아요? 제가 먼저 알려드리죠. 순양전자에서 곧 200억 투자합니다. 주가는 또 오를 거예요. 이걸 아는데 가만있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요?”
“진 사장님. 우리도 이미 그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투자자라는 건 현찰이 통장에 꽂힐 때까지는 절대 믿을 수 없어요. 투자 계약서 사인까지 한 경우에도 어그러지는 일은 이 바닥에서 다반사라니까요.”
오세현은 멋모르는 초보자를 설득하듯 말했지만, 고모는 콧방귀만 꼈다.
“오 대표, 참 답답하네요. 저도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고 캔슬한 적 많아요. 그 정도 기본은 저도 알아요. 그러니까 자신 있게 말하는 겁니다. 200억, 투자해요. 순양전자에서 200억이면 휴대전화 디자인 용역비 수준인데 뭘 망설이겠어요?”
이미 원하는 대답만 들으려 이곳에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야 한다.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주가가 이만 원일 때 순양전자의 투자를 공시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최소 이만 원까지는 오른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투자 공시가 뜨면 곧바로 두 배. 내 말이 틀려요?”
“지금 만 원에 사서 사만 원에 팔고 싶다, 이 말이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말만 골라서 하는 고모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그럼 진행하시면 되지 왜 저한테 알려주시는 겁니까?”
“일말의 불안감 해소…? 그런 이유죠.”
오세현은 짧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 사장님. 지금까지 주식 투자한 적 많죠?”
“그럼요. 절 아마추어 개미투자자로 보시면 큰 실수하시는 겁니다.”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부족한 돈을 쥐어짜서 투자한 적 있습니까? 투자 실패가 큰 후폭풍을 몰고 올 만큼요.”
고모는 씩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아니까 그 정도만 하세요. 벼랑 끝에서는 도박하지 마라, 돈이 아니라 목숨을 잃는다. 이 말 아닌가요?”
절박한 심정으로 주식 차트를 바라보면 돈을 따든, 잃든 이성을 잃어버린다. 잃으면 말할 것도 없고, 돈을 따면 그 돈 전부를 잃을 때까지 도박판을 떠나지 못한다.
“아시니까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만 원일 때 전부 파세요. 제가 할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오세현은 두말하기 귀찮다는 듯 탁 뱉었다.
“사만 원이라는 거죠? 오랜만에 의견 일치군요. 저도 그 정도 생각했어요. 호호.”
“네. 다행이군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여긴 대단한 작전 세력이 붙었습니다. 주가가 더 오른다고 해서 따라가다가는 언제 폭락할지 모릅니다. 사만 원이라고 해도 네 배 아닙니까? 더는 욕심부리지 마세요.”
“저도 그 정도까지만 생각했다니까요. 잔소리 그만 하세요.”
고모는 마침내 원하는 말을 들었다. 오세현 같은 전문가에게 자기 판단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계열사 돈을 전부 끌어모아서 뉴 데이터 테크놀러지 주식을 사 모을 것이다.
그리고 네 배의 이익을 얻고 나면 흥분에 휩싸일 것이고 오세현의 당부는 까맣게 잊어버릴 게 틀림없다.
그렇게 번 돈을 또 올인할 것인지 잠시 망설이겠지만, 다시 춤추는 주가를 보면 불같이 일어나는 욕심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막다른 길로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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