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157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8월부터 엔터테인먼트 채널 하나를 열어. 영화, 드라마도 보여주지만 연예가 중계 같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도 하거든. 거기 첫 소식을 방탕한 재벌 3세 시리즈로 할 생각이야. 영준이랑 경준이. 친형제가 나란히 등장하면 시청률은 보자…….”
진윤기는 잠시 뜸을 들이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장담하는데 모래시계보다 높을걸?”
“겨…. 경준이? 그 애가 왜?”
진영기는 유학 간 막내아들의 이름까지 나오자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부 끝마칠 때가 돼서 어떤 자리를 마련해주나 생각 중이었는데….
“몰랐어? 그놈 LA에서 동거 중이야. 종주인이라고, 홍콩 배우지. 나이가… 아무튼 연상이야.”
LA지사에서는 별다른 보고가 없었다. 성적은 그럭저럭이지만 큰 사고 없이 잘 다닌다는 보고만 이어졌다.
그런 애가 동거라니? 게다가 홍콩 여자?
진영기 부회장은 뒷골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 엔터테인먼트 채널 운영하기 위해 기자만 서른 명 뽑았어. 전부 파파라치급 베테랑이거든. 딱 한 달 만에 이 정도 파악한 거야. 앞으로 심층 취재 들어가면 더 어마어마한 기사도 나올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형.님?”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것이 더 위협적이었다.
“너 지금 나 협박하냐?”
이를 악문 진영기 부회장이 노려봤지만, 진윤기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유산 싸움? 좋아. 하지 말라는 게 아냐. 옛날 같으면 나라를 삼키는 것과 비슷한 규모인데 어떻게 안 싸우겠어? 하지만 자식을 건드리면 안 되지. 그리고 밖으로 새어 나가서도 안 되고. 아직 정정한 아버지가 지켜보시잖아.”
진윤기는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안싸움을 전 국민이 지켜보도록 생중계하는 건 아버지 돌아가시면 시작해. 다시 경고하는데, 우리 도준이가 또 검찰청 설렁탕을 먹게 되면 기자 삼십 명 전부 형님 뒤만 쫓아다닐 거야.”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막냇동생을 보며 진영기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얌전해 보였던 저 막내의 몸속에도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도 떠올랐다.
“너! 저놈 말이 사실이냐?”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흙빛으로 변해버린 얼굴이 대답이다.
“이런 멍청한 자식!”
짝―!
더는 참지 못하고 손이 올라갔다.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엉거주춤한 자식 놈을 내버려 둔 채 진영기는 씩씩거리며 수화기를 들었다.
“비서실, 전략실, 감사실…. 아! 경영지원본부장. 전부!”
진영준은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아버지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 용서를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버지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가 그만큼 살벌했기 때문이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부회장실의 광경을 보자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망나니 아들을 보자 저 새끼가 또 사고 쳤구나 하는 표정들이다.
“전략!”
“네. 부회장님.”
“잘 들어. 이 시간부터 저놈에게 둘 붙여. 기사 하나, 가드 하나. 힘깨나 쓰는 놈으로! 24시간 감시하고 집과 회사 외에는 그 어디도 못 가게 해. 저놈이 딴 곳으로 새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막아. 하찮은 카페라도 들르면 전략실 전부 모가지야. 알아들어?”
“넵.”
“나가 봐.”
전략실장은 진 부회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빨리 빠져나갔다.
“감사실!”
“네.”
“작년… 아니 재작년부터 저놈이 돈 쓴 거 전부 찾아내. 껌 한 통 산 거까지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특히 뭉텅이 현금 쓴 게 있으면 꼭 밝혀. 알았어?”
“네.”
감사실장은 나가라는 소리를 하기도 전에 도망쳐 버렸다.
“강 전무.”
경영지원본부장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부동자세를 취했다.
“영준이가 쓰는 카드 전부 정지시켜. 저놈 명의로 된 통장 동결시키고, 저놈이 꿍쳐 둔 비자금도 다 찾아서 가져와. 아무튼 저 자식 주머니에 돈 10원이라도 나오면 넌 모가지다. 월급 통장은 내게 가져오고. 거 뭐냐? 온라인인지 뭔지 하는 거래도 다 막아.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돈을 쓰지 못하게 막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집에서 밥 먹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으면 돼. 저놈 입에 들어가는 밥알도 아깝다. 젠장.”
마지막으로 남은 비서실장은 어떤 엄중한 명령이 떨어질지 사뭇 기대감까지 들었다. 이 정도 혹독한 조치는 처음이다.
“전자 가서 내 말 똑똑히 전해. 진영준이는 내 아들이 아니다. 단순한 경력 사원일 뿐이다. 일 제대로 안 하거나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그날부로 수원 공장으로 쫓아버려도 좋다. 이해했어?”
“네. 부회장님.”
진영기는 아들을 향해 소리쳤다.
“인마! 그 계집애 이름이 뭐라고?”
“네? 아…. 겨, 경희. 이경희예요.”
가까스로 이름만 말하고 다시 고개를 떨궜다.
“들었지? 여자 탤런트라고 하는데 그년과 그년 매니지먼트 회사 싹 털어.”
“조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비서실장이 조심스레 묻자 진영기는 다시 언성을 높였다.
“털어서 묻어버리라고! 계집년은 마약쟁이고 소속사 사장은 조폭이라니까 털면 뭐든 나올 거야. 감방 보내서 몇 년 푹 썩게 만들어. 알았어?”
“네. 부회장님.”
“저 자식 데리고 나가서 전자에 던져줘.”
모두가 나간 텅 빈 방에서 진영기 부회장은 한숨만 계속 쉬는 게 전부였다.
한숨이 잦아들 때쯤 진 부회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LA 지사장, 지금 당장 아프리카 같은 데로 발령 내려. 뭐? 이 새끼야!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깡촌으로 보내라고!”
또 울화가 치미니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다.
“지금 당장 경준이 멱살 잡아끌고 데리고 와. 무조건 오늘 비행기 태워. 공항에서 딴 데로 새지 못하게 확실히 가드치고!”
진영기 부회장은 자식 두 놈을 요절낼 생각이었다.
* * *
“진영기? 순양의 그 진영기?”
“네.”
형사부의 배재환 부장검사는 소주잔을 채워주는 이강식 검사의 입에서 나온 이름 때문에 술잔을 들지 못했다.
“미쳤구나. 왜? 지방으로 쫓겨 가니까 마지막으로 분탕질해야 속이 시원하것어? 건드리긴 누굴 건드려?”
“요리 재료도 이미 받았습니다. 이걸 한번 보시죠.”
“이건 뭐야?”
배재환은 이강식이 내민 서류 파일을 펼쳤다.
“이 회사가 뭔데?”
“진영기 부회장 저금통입니다. 쿠션만 먹는 내부거래부터 비자금 창구로 쓰죠. 해외 지사는 완벽한 offshore company고요.”
“오프… 뭐?”
“역외회사, 조세피난처에 설립되는 일반적인 회사를 말합니다.”
“이 새끼야! 금융부라고 잘난 척하냐? 그냥 유령 회사라고 해!”
“아무튼, 그 회사 리스트라고요. 명확한 대상이 있으니 수사도 쉽습니다.”
“그럼? 그동안 어려워서 못했어? 재료가 부실해서 수사 안 했어? 커버치는 놈이 한둘이 아니니까 못한 거잖아! 건드려도 될 놈이 있고 안 될 놈이 따로 있다. 몰라서 그래?”
“우린 조사만 하면 됩니다. 건드리는 건 그쪽에서 할 테고요. 어떻습니까?”
“우리라는 말 함부로 쓰는 거 아니다.”
배 부장은 서류파일을 휙 던져버렸다.
“이런 뻘짓하려는 이유부터 말해봐. 무슨 일이야?”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이강식 검사는 진도준과 나눴던 이야기를 최대한 자세히 늘어놓았고, 특히 그가 미래를 확실히 보장한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양념 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최소 오십억은 약속했습니다. 변호사 생활 딱 일 년만 하면 보험금 타는 겁니다.”
“이 자식이 허파에 바람 단단히 들었구먼. 너 돌았냐? 어떤 미친놈이 조사 좀 해줬다고 그런 거금을 주고 미래까지 보장해줘?”
“부장님께서 재벌을 모르시니 그런 겁니다. 솔직히 저, 이제 알았습니다. 족보 따져가며 지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거… 그거 전부 이런 돈줄을 지들 울타리 안에 가둬 두려고 그런 겁니다.”
재벌 관련된 사건을 덮고, 증거를 인멸하고 심지어 기소유예 같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써서 보호하는 검사들.
자칫 잘못하면 검사 옷을 벗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는 건 바로 수십억의 연봉을 약속받고 재벌 대기업의 법무팀으로 옮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부장님. 우리 솔직해집시다. 어차피 부장검사가 끝 아닙니까? 운 좋아도 차장검삽니다. 검사장 윗급으로 비주류가 단 한 번이라도 올라간 적 있습니까? 어차피 고향에서 개업하는 게 우리의 마지막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겨우 대학 졸업반인 어린놈을 스폰으로 삼아 노후대책 세우자는 거냐? 이 새끼 이거, 정신 나갔구먼.”
“직접 만나보시면 되잖습니까? 만나보시면 생각 바뀌실 겁니다. 어리지만 보통 놈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부장님께서 NO 하시면 저도 미련 없이 청주 내려가서 짱박혀 지내겠습니다.”
배재환 부장은 이강식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말없이 술만 마셨다.
* * *
“몇이나 됩니까?”
“남부지검엔 대여섯 있습니다. 경기도까지 넓혀야 숫자가 좀 되죠.”
“300명, 50명, 그 외. 맞습니까?”
정확한 비율을 듣자 배재환 부장은 조금 놀랐지만 내가 그쪽 줄이라는 걸 기억해낸 것 같다.
“그렇죠. 검찰과 사법부 고위직은 서울대 출신 300명. 고려대 출신 50명. 그리고 나머지 몇 명으로 짜여 있죠. 잘 아시네요.”
“신입생 때 선배들이 자랑스럽게 말하더군요. 쪽팔리는 줄도 모르고.”
“뭐가 쪽팔릴까요? 동문인데…?”
“원래 좆도 아닌 놈이 집안 팔고, 선배 팔고, 출신 팝니다. 자신을 믿는 놈이면 그딴 걸 입에 담지 않습니다.”
배재환 부장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아주 보기 드문 재벌 3세인 내가 조금은 신선했을 것이다.
“검찰에 사람 만들려면 주류를 건드려도 될 듯한데…. 한국에서 대학 동문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있을까요? 진도준 씨가 마음먹고 접근하면 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검찰 주류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정치검사들 아닙니까? 그자들이 동문 챙기는 건 다름 아닌 돈 때문입니다. 필요할 때 돈으로 사면 되는 일인데…. 굳이 지금일 필요가 없습니다.”
“진도준 씨보다 더 돈 많은 사람이 그들의 줄이기 때문인가요? 이를테면 진영기 부회장 같은 사람?”
“잘 아시네요. 제가 부회장님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걸 알면 알아서 제 곁에 붙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비주류부터 시작하겠다?”
이 양반 보게?
앞뒤가 뭔지, 위아래가 누군지 아직 모른다. 간을 봐도 내가 보고, 맛을 봐도 내가 먼저다.
“배 부장님.”
“네.”
“제 할아버지인 순양 회장님도 단지 조사만 부탁한 검사에게 미래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가진 힘으로 할아버지를 보호해줘야 장밋빛 미래를 안겨줍니다. 전…. 이강식 검사에게 들으셨겠지만, 단지 내가 필요한 증거 좀 찾아달라는 것만으로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
하나하나 따지자 배 부장은 꿀 먹은 벙어리 흉내를 낸다.
“이 정도 조건이면 거저먹는 장사 아닙니까? 이 오피스텔에 문 열고 들어왔다는 건 물건 팔겠다는 뜻일 테고 물건값 후하게 쳐준다고 했으니 계산 끝냅시다. 검사를 프로라고 부른다면서요? 그럼 프로페셔널하게 거래 틉시다.”
검사인 척하는 놈은 필요 없다. 철저한 장사치 같은 놈이 필요하다. 장사치는 이문 남는 거래처에는 절대 등 돌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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