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160
“부, 부회장님. 잠시만!”
진영기는 물론 십여 명의 임원 눈길이 쏟아졌지만 뛰어 들어온 비서실의 어린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리모컨을 들어 회의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대형 TV를 켰다.
「…사회 지도층 인사 십여 명의 주기적인 해외 원정 도박을 수사 중이며, 이미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증거도 포착했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연계하여 외국환관리법까지 위반한 사례가 드러난 이상, 해당 기업의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뭐야, 저건?”
“조금 전 남부지검에서 시작한 특별 기자회견입니다. 이 기사와 관련 있습니다.”
비서실 직원은 회의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간신문을 가리켰다.
「특히 이번 원정 도박은 통상의 원정지였던 마카오나 필리핀이 아니라 미국, 모로코였다는 것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카오나 필리핀은 패키지 투어로 위장하여 단체로 움직였지만, 지금 수사 대상에 오른 라스베이거스, 모로코는 개개인이 움직였고 도박 금액은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곧이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순양이라는 이름이 계속 거론되었다. 순양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진영기의 안색이 붉어지더니 마침내 직원이 들고 있던 리모컨을 뺏어 TV를 향해 던져버렸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전부 삭제하고 저거 당장 중단시켜. 그리고 저 새끼 옷 벗겨! 이 모두가 오보였다는 게 내일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전부 모가지야. 알아들었어? 빨리 튀어!”
회의실의 사람들은 더 큰 짐을 안게 됐다는 걱정보다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에 번개처럼 사라졌다.
“오세현이, 이 새끼가 진짜…!”
혼자 남은 진영기는 한참을 씩씩대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오늘 당장 중앙지검과 국세청 움직여. 미라클 압수 수색하고 오세현이 빤스까지 탈탈 털어! 어서.”
이젠 정말로 멈출 수 없다.
도박 정도로 마누라가 구속되고 실형을 받을 일도 없다. 설령 완벽한 증거가 나온다 하더라도 초범이니 벌금형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섰다.
하지만 국세청이 삽 들고 파고들면 쉽게 끝나지 않는다.
어찌 됐던 이 싸움의 최종 승자는 자신이다.
* * *
“이강식! 이 새끼가…! 너 돌았어? 미쳤어?”
퍽―!
이강식은 비명을 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지만, 손은 정강이를 만지고 있었다.
남부지검 차장검사의 구둣발이 멈추지 않고 정강이를 두들겼다.
“넌 인마, 뭐 한 거야? 애 하나 간수 못 해서 이런 대형 사고를 쳐? 나 옷 벗기고 진급하고 싶어 미치겠어?”
차장의 화실이 자신에게 쏟아지자 금융조사부 부장은 두 눈을 감고 옅은 한숨만 거푸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차장님.”
“지랄들 한다. 이제 어떻게 수습할래? 순양 변호인단 수십 명은 몰려올 거다. 그중에 검사장 출신이 10명은 넘을 거라는 데 내 명패 건다.”
남부지검 차장검사는 자개 장식의 명패를 들고 흔들었다. 그걸로 머리를 내려치지는 않을까 겁이 날 지경이었다.
“이강식!”
“넵. 차장님.”
“전임 총장님 임기 몇 개월 채운지 알아?”
“8개월입니다.”
“그래, 법이 정한 2년 중에 겨우 8개월 하고 옷 벗었다. 그게 순양 회장이 난리 쳐서 그랬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어. 그런데 일개 평검사가 그 집 맏며느리를 건드려? 너 때문에 몇 명이 옷 벗을 것 같아? 너 포함해서!”
“…….”
이강식은 머리만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질책이었지만 직접 들으니 입안이 쓰다.
일개 기업가에게 검찰 전체가 벌벌 떨다니….
“검사장님 대검에 불려 가셨어. 너 때문에, 새꺄!”
차장검사가 뒤통수를 후려갈겼을 때 이강식은 머리를 들었다.
“계좌 확보했고 박혜영 출국 기록과 대조 끝났습니다. 라스베이거스 CCTV 기록은 한인 언론사에서 확보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 아줌마는 빼도 박도 못해요. 순양그룹 환치기까지 한 번에 엮을 수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눈 안 깔아?”
차장검사는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며 항변하는 이강식을 향해 소리쳤다.
“너 왜 이래? 증거가 없어 그쪽 인간들 못 잡아넣었어? 휠체어 한 번 타면 끝나는 게 그놈들이다. 오히려 면죄부 주는 꼴인 거 몰라? 아줌마 도박 때문에 환치기까지 날려버릴 셈이야?”
재벌의 위법 사실은 증거를 모아 묵혀두어야 한다. 그리고 여론이 시끄러워 기회가 왔을 때 한 번에 터트려야 실형을 끌어낼 수 있다. 어차피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사면으로 풀려나겠지만.
딱 거기까지가 검찰의 역할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공명심에 눈이 먼 일개 평검사의 일탈로 끝내셔도 됩니다.”
이강식은 품속의 봉투를 꺼냈다. 사직서였다.
“씨발 놈이…! 끝까지 가오는 살리겠다?”
차장검사는 못마땅한 눈초리로 이강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쫓겨난 정의로운 검사, 그 끝이 뭔지 잘 알지? 전생에 나라를 구한 놈이면 여의도 금배지. 아니면 동네 이혼 변호사. 넌 나라 구할 놈은 아니니까 동네 변호사로 인생 종 치는 거다.”
이강식은 자신을 무시하는 차장검사를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
‘1년 뒤면 날 부러워하게 될 겁니다.’
* * *
“이강식 검사가 총대 멨네요.”
“그러게. 부장검사가 총대 멜 줄 알았는데. 검사질도 할 만큼 했고, 애들에게 돈도 많이 들어갈 테고. 딱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욕심에 나이가 있나요? 돈 급한 사람이 나선 거겠죠.”
나 역시 의외였기도 했고 조금 아쉽기도 했다. 배 부장 정도가 나서주면 좀 더 중량감 있는 그림이 그려졌을 텐데.
“이제 네 큰아버지는 어떻게 할까?”
“성질만 지랄 맞은 사람인지 뚝심 있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겠죠. 이 회견을 덮는 데만 신경 쓴다면 간이 콩알만 하다는 증거일 테고, 이왕 터져버린 거 수습보다 우리를 공격하는 데 집중한다면 배짱 좋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 또한 성질머리 지랄 맞다는 뜻이겠지.”
오세현은 큰아버지가 어떤 결정을 할지 확신하는 것 같았다. 국세청이 덤비는 건 기정사실이고 그 시기만 궁금한 게 분명했다.
“내일?”
“준비하는 데 시간 걸리니까 내일, 아니 모레쯤?”
하지만 우리의 추측은 틀렸다. 큰아버지의 능력인지 순양그룹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무원을 동원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 대표님. 국세청과 검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직원 하나가 사색이 된 채, 노크도 없이 뛰어 들어와 소리쳤다.
“빠르네. 진영기 부회장.”
“그러네요. 이 정도로 결단이 빠른지 몰랐어요.”
“그냥 성질이 급해서 욱한 거야. 욱해서 물불 안 가리는 거지. 너도 핏줄이라 좋게만 생각하는 거냐?”
여유 있게 찻잔을 드는 오세현을 보며 직원은 안달 난 모습이었다.
“대표님! 지금 이럴 때가….”
“야! 소리 좀 지르지 마. 귀 안 먹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오세현이 손가락을 내밀었다.
“10분이면 되겠냐?”
“삼촌은 말이 좀 많으니까 20분 하죠.”
“그래.”
오세현은 휴대전화를 들었고 직원에게 지시했다.
“나가서 그 사람들 좀 막아. 엘리베이터 끄고 비상구 계단 문도 잠가버려. 국세청이든 검찰이든 이 방까지 오는 데 딱 20분 걸리게만 해. 그럼 된다.”
“네. 대표님.”
뭔지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았다. 직원도 전화를 꺼내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오세현은 닫힌 문을 확인하고 느긋하게 번호를 눌렀다.
“진영기 부회장님. 오세현입니다.”
― 먼저 전화할 정도면 급한 일 터졌나 보네. 흐흐.
“생각보다 행동력 있으시군요. 기자회견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 공무 집행하는 공무원들이니 예의 바르게 대해요. 직원들 시켜서 몸으로 막고, 자료 파기하는 짓 따위는 하지 말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정확히 20분 안에 모두 철수할 테니까요.”
― 철수? 누구 힘 있는 분한테 부탁이라도 했나? 혹시 도준이 시켜 우리 아버지께 매달리기라도 한 건가?
“제가 애도 아니고…. 고자질 같은 건 안 합니다. 지금 제 회사에 들이닥친 공무원들 철수는 바로 진영기 부회장, 당신이 지시할 테니까요.”
―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부회장님. 전 지금 진동기 부회장을 만나러 갈 겁니다.”
― 동기? 푸핫! 겨우 생각해낸 구원자가 고작 동기야?
“말 끊지 마시고 잘 들으시라니까요.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제 손에는 양도 계약서가 있습니다.”
― 양도?
“네. 바로 순양자동차가 보유한 순양그룹 주식 17%를 전부 넘긴다는 계약서죠.”
― 뭐, 뭐야?
“두 분이 그룹 지배권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시지 않습니까? 17% 정도면 결정타는 되지 않더라도 균형은 무너질 겁니다.”
― 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야 뭐 나중에 진동기 부회장이 순양그룹을 손에 넣을 때 쓸 만한 계열사 서너 개만 얻으면 그만입니다.”
― 야! 오세현!
“말조심하세요! 내가 당신 부하도 아닌데 함부로 이름 부르는 거 아닙니다.”
오세현은 전화기 든 손을 바꾸며 말을 이어 갔다.
“제가 가진 순양그룹 지분이 제 손에 남아 있느냐, 아니면 진동기 부회장 손에 들어가느냐는 이 통화가 끝날 때 결정할 겁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 자, 잠깐!
“만약 국세청 공무원이 내 방에 한 발짝이라도 디딘다면 진동기 부회장의 그룹 지배 영향력은 17% 늘어날 겁니다. 바로 오늘 말입니다.”
* * *
진영기 부회장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17%의 주식을 넘기라고 했을 때, 아니 순양그룹과 HW 그룹의 통합까지 이야기한 것이 이런 식으로 되돌아올 줄 몰랐다.
동생인 진동기와 자신의 지분 구조는 그룹 분리와 다르다.
경계선이 모호한, 서로 관장하는 기업의 성격만 규정 지었을 뿐 계열사의 소유가 분명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버지인 진 회장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노려보고 있으니 형제가 각자의 영역에만 충실하지, 진 회장이 사라지면 언제든 침범할 수 있다.
이때 17%는 엄청난 힘을 뜻하는 숫자다.
정신 차린 진영기는 급히 입을 열었다.
“그거 내게 넘겨. 그럼 두 번 다시 국세청과 검찰 만날 일 없을 거다. 참, 쓸 만한 계열사 서너 개라고 했나? 내가 몇 개 더 얹어주지. 지분의 가격은 비싸게 쳐줌세.”
― 내가 속도 없는 놈으로 보입니까? 먼저 시비 걸고 이렇게 찔러대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줄 만큼 너그러운 사람 아닙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십쇼. 지분 들고 있을까요? 아니면 진동기 부회장에게 넘길까요?
진영기 부회장은 입술이 타들어 갔다.
―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국세청 공무원 친구들, 아래층은 건너뛰고 곧바로 내 방으로 달려올 모양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친구들이 내 방문을 여는 순간 통화 끊습니다.
“기다려.”
진영기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전화를 끊었다. 오세현이라면 허튼 허풍을 떨 사람이 아니다. 이놈이 주식을 들고 가면 동생은 얼씨구나 하며 두 팔 벌려 반길 것이다.
진영기는 힘없이 인터폰을 눌렀다.
“국세청장 연결해서 지금 당장 철수하라고 해. 빨리.”
― 철수라면 어디를…?
“야! 몰라서 물어? 미라클 말이야. 미라클!”
소리를 꽥 지른 진영기는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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