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168
“10%?”
“네. 부회장님. 주력 계열사 네 곳, 그리고 여섯 개의 관계사를 승계했습니다. 지배 지분은 순양생명이 쥐고 있습니다.”
진영기 부회장은 일단 한시름 놨다.
핏줄 중에 그 정도로 애정을 보인 적이 없어 노심초사했지만, 그간 아버지가 보인 애정을 생각하면 의외다.
“지분 관계 정확하게 뽑은 자료입니다. 한번 검토해보시죠.”
진영기는 비서가 공손히 내미는 서류 몇 장을 재빨리 낚아챘다.
진영기 36%
진동기 33%
미라클 16%
진도준 10%
“나머지 5%는 임원이야?”
“그렇습니다. 전부 34명인데 은퇴하신 분이 21명, 현직 13명입니다. 세부 명단은 뒤에 있습니다.”
진영기 부회장은 명단을 쭉 훑어본 후, 얼굴을 찌푸렸다.
“니기미…. 전부 아버지 수족이구먼.”
“네. 그 주식을 되찾아 올 수 있는 분은 회장님뿐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공로를 인정해서 나눠 준 것이기 때문에 되찾아 오실 생각은 없으실 겁니다.”
“지금 당장 이 사람들 접촉…. 아니다. 좀 더 지켜보자. 괜히 들쑤셨다가는 아버지 귀에 들어가.”
“그렇습니다. 아직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움직이셔도 될 듯합니다.”
비서는 서둘지 않는 진영기를 보며 안심한 표정이었다. 어제 일어난 일이다. 5%의 주식을 쥐고 있는 임원들에게 오늘 당장 전화라도 한 통 하면 곧바로 진 회장의 귀에 들어간다.
분명 경박한 놈이라고 오지게 욕만 얻어먹을 게 뻔한 일 아닌가?
“동기 움직임 잘 감시해. 사람 더 붙이고, 누구 만나는지 한 명도 빼먹지 말고 보고하도록.”
“네. 부회장님.”
진영기는 진도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꼬맹이가 가진 주식을 뺏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충실한 개로 만들면 된다. 개는 주인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앞으로 항상 인자한 큰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천천히 내 사람으로 만든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10%의 지분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 * *
“내가 필요한 건 눈에 드러난 지분 구조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순양그룹 주식이 이것밖에 없어?”
진동기 부회장은 비서실장이 내민 서류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그룹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외부기관이나 개인을 전부 파악하라고. 그놈들이 똘똘 뭉치면 순양그룹에서 진씨 성을 가진 놈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쫓겨난다는 거 몰라?”
“부, 부회장님. 그건….”
비서실장은 예민해진 진동기 부회장의 억지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다.
어차피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주주들 아닌가? 순양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을 어마어마하게 가진 은행, 투자기관, 공공기관은 그룹 내부 경영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기관들이 순양그룹의 주식을 보유하는 이유는 은행 예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산 투자의 한 부분으로 대기업 주식에 돈을 묻어 둘 뿐,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주식을 확보한 건 아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한 개인은 재산의 일부로 생각할 뿐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주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지금 변수는 임원들이 가진 지분과 미라클 그리고 진도준이 전부다.
“왜? 파악 불가능하다고 우는소리라도 하려고?”
“아, 아닙니다.”
“잘 들어. 분명히 차명으로 분산한 주식이 존재해. 넌 아직 내 아버지를 모르겠어?”
진동기는 비서실장을 죽일 듯 노려봤지만, 그 시선은 사실 그의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다.
진 회장의 권력욕은 보통의 인간들이 꿈꿀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생명의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그 권력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분명 회심의 일격을 먹일 수 있는 마지막 한 줌은 손에서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 한 줌을 기관이나 개인에게 숨겨놓았다.
“부회장님. 솔직히 기관들은 회장님의 뜻에 따라 움직일 겁니다. 아직까지는요. 하지만 그놈들은 권력의 이동을 귀신처럼 알아챕니다. 부회장님께서 힘을 키워 나가면 자연스럽게 부회장님을 지지할 겁니다.”
진동기는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눈길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흥분한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비서실장의 긴장한 표정을 보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고맙다.”
“송구합니다.”
비서실장은 진동기 부회장의 한마디에 담겨 있는 그의 진심을 느꼈다.
“그래도 개인 주주는 파악해야겠지?”
“네. 특히 장기 보유자 명단은 꼭 파악하겠습니다.”
“그래. 아 참, 차명으로 된 놈들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행방을 찾기 힘든 놈들, 이를테면….”
“거주지 불명, 이민자, 장기 외국 체류자들을 중심으로 파악하겠습니다.”
“그래. 꼭 찾아내.”
“넵. 그리고 부회장님. 적어도 안전장치는 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전장치?”
“네. 조카인 진도준과 미라클 말입니다. 제 생각엔 이 두 주주의 연결 고리는 동생이신 진윤기 사장님입니다. 그분과 좋은 관계만 유지한다면….”
“53%! 내가 순양그룹의 주인이지.”
“그렇습니다. 그룹의 향방은 진윤기 사장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에게 칼자루 맡길 수는 없지 않겠나? 내 회사들의 자금을 총동원해서 시장에 흩어져 있는 지분을 사들이는 것도 추진해봐.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허리를 숙이고 나가자, 진동기는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일단 동생의 심중부터 파악해야 한다.
* * *
진상기 이사장은 연거푸 담배만 피워댔다.
진양철 회장의 셋째며 엄연한 아들이다. 허접스러운 계열사 몇 개라도 안겨줬다면 이 정도 모멸감은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별히 잘못한 적도 없고 사고 친 적도 없다.
아이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자기 아들과 딸은 이 집안 누구보다도 얌전하다. 흔하디흔한 음주운전 한 번 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그런 자신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제 겨우 어린애 티를 벗기 시작하는 조카에서 주력 계열사 네 곳을 안겨주다니!
이상하게도 이 분노가 조카와 아버지로 향하지 않았다.
진상기의 분노는 큰형인 진영기를 향했다.
“씨발, 내가 따가리 노릇을 너무 오래 했어.”
그 때문에 존재감이 없어졌다.
아버지와 대화할 일도 없다. 큰형님이 도맡아 했으니까.
아버지 서재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
아버지가 찾은 적도 없다.
그 결과가 바로 돈 안 되는 재단 이사장 자리다.
처음 이사장이 되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재단 보유 재산을 샅샅이 뒤졌다. 보물찾기하듯.
아버지가 주식을 숨겨놓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애들 줘야 할 코 묻은 장학금이 전부였다.
진상기 이사장은 당연히 받아야 할 자신의 권리를 형에게서 얻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 *
대학 시절이 끝났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아버지가 신신당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를 몰았다.
“시험 끝났다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은 안다. 하지만 연말연시를 늘 같이 지낼 수 없을 만큼 바쁘잖아. 너도, 나도……. 그러니 오늘 저녁만이라도 우리 가족끼리 오붓하게 하자.”
종강 파티를 함께 즐길 만한 친구가 없다는 걸 모르시지 않을 텐데 꼭 시간 내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하신 거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저녁 식사 장소는 상암동의 한 빌딩이었고 그곳 최상층은 꽤 그럴싸하게 꾸민 퓨전 레스토랑이었다.
“시험 잘 쳤냐?”
상준 형은 웃으며 나를 반겼다.
“낙제만 안 하면 되지 뭐.”
“수고했다. 이제 졸업만 남았네.”
어머니는 내 등을 토닥이며 자리를 내어주었다.
가장 늦게 도착한 아버지는 오랜만에 다 모인 가족의 모습 때문인지 환하게 웃었다.
“여보. 여기 어때? 분위기 괜찮지 않아?”
“좋은데요? 그런데 왜 손님이 한 명도 없어요?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장사가 안 되나?”
“흐흐. 크리스마스이브가 오픈이야. 아직 정식 영업이 아니라서 그래.”
“혹시…?”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하자 아버지는 어머니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상암동 관계자들 중요한 미팅 장소가 없는 것 같아서 준비했어. 당신 이름으로.”
“네?”
“여기 총괄 매니저가 유능한 사람이야. 거금 주고 스카우트했으니까 당신은 가끔 얼굴만 비춰주라고. 이제 애들 다 컸는데 소일거리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오! 우리 아버지, 로맨틱한데?
“축하해요. 엄마.”
상준 형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어머니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밝게 변했다.
“자자, 식사부터 하자고. 이곳 대표 메뉴라 할 만한 것들부터 맛보고 다들 품평해봐. 주방장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제대로 공부한 분이니까 괜찮을 거야.”
요리를 먹는 동안 아버지는 내가 순양의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은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분명 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순양그룹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 머물기를 간절히 원하는 분 아닌가?
이제 내가 태풍의 눈이 됐다는 걸 알면 밤잠을 설치실 것이다. 가장 심각한 내용을 꺼내지 않았으니 가족 간의 대화는 그 여느 때보다 온화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아버지. 혹시 이 건물 통째로 쓰실 겁니까?”
“응?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모를 수 있나? 빌딩 로비 안내판에 붙은 회사 이름이 전부 아버지의 회사였다. 게다가 빌딩 이름은 ‘현(HYUN)’.
바로 어머니 이름 이서현의 현 자가 아닌가?
“아버지. 글자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상준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하하. 오세현이 다리 잡고 늘어졌었지. 싸게 빌렸다.”
“지주회사 시스템으로 바꾸십니까?”
“그래. 라고 이름 지었어. 내년에 시작할 거야.”
아버지는 다정스레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이름 붙은 건물 보니까 어때?”
손발이 오글거린다.
쉰 넘은 나이에 이런 유치한…….
난 아무래도 어머니 피를 더 많이 받았나 보다. 소녀처럼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한숨을 쉬신다.
“애들 앞에서…. 그 정도만 해요.”
어머니의 매서운 눈길에 아버지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
“제작사, 기획사, 케이블 방송 등 전부 이곳으로 모으려고. 강남에 흩어져 있는 회사도 같이. 그래야 관리하기 편하겠더라고.”
일부러 내 졸업 시기를 맞춘 것 같다.
아버지 편하시도록 상암동에 집이나 한 채 지을까 생각할 때 생각이 통했는지 아버지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이제 도준이도 졸업하니까 내년부터 너희 둘은 집에서 나가는 게 어때? 다 큰 놈들 밥해줘야 하는 내 마누라를 보니 속이 아프다. 그만 부려먹고 독립해라.”
“여, 여보!”
화들짝 놀란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류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언제까지 우리가 끼고 있을 수는 없어. 때가 되면 부모 둥지 떠나는 게 이치에 맞아. 먹고사는 걱정이야 이놈들 문제고 우리는 이제 신혼 때처럼 재미나게 살자고.”
더 이상 반가울 수 없을 만큼 기쁜 명령이다.
“우리 집도 줄이고 적당한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은데 방문하는 손님들 때문에 그건 힘들고….”
“순양호텔 객실 하나 비워놓을 테니까 가끔 들러서 신혼 기분 만끽하세요. 제 독립 기념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야, 우리 아들 통 큰데? 기꺼이 잘 써주마. 하하.”
호탕한 아버지의 웃음에도 함께 웃지 못하는 상준 형은 머리를 숙인 채 음식만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다.
“상준아. 머리 들어. 죄졌어?”
죄인이나 다를 바 없는 심정일 것이다.
동생은 벌써 엄청난 돈을 주물럭거리며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됐는데 형인 자신은 천덕꾸러기 신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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