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2
장난감 미스터 김은 싱긋 웃으며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피팅룸에서 사모님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잉, 그만해. 간지럽단 말이야.”
매장 직원들이 킥킥 대기 시작했고 여비서의 볼은 부끄러워 빨갛게 달아올랐다.
점입가경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기 시작한다.
피팅 룸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는 사라지고 더 야릇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흠… 아-! 허억…….”
얇은 배니어판으로 만든 피팅 룸이 조금 흔들리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 미친 할망구! 설마!
하지만 밝히는 할망구와 젊은 장난감 새끼가 저 좁은 피팅룸에서 떡 치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제야 왜 사모님이 갑자기 다른 그룹의 백화점을 기습적으로 방문한 이유를 알았다.
평상시라면, 명품 브랜드가 출시했다면 자택으로 부른다. 업체는 모든 옷을 차에 싣고 거대한 집의 거실에 디스플레이 하고 가운 차림의 사모님은 그 자리에서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늘 백화점 매장을 직접 방문한 이유는 바로 짜릿한 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새로 장만한 장난감 남자와 공공장소에서의 색다른 섹스를 즐기려는 음란한 생각이 불현듯 들었을 것이고, 지금 그 판타지를 현실로 옮기는 중이다.
젠장, 마누라 생일날 이런 추잡한 현장을 지키고 서 있어야 한다니!
***
순양그룹.
연 매출은 400조에 육박하며 영업이익만 30조가 넘는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계열사의 시가총액 합계 역시 국가 예산을 훌쩍 넘는 440조7천억이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순양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27% 수준이다.
자동차와 전자를 필두로 통신, 중공업, 화학, 유통, 패션, 식품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그룹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편의점, 떡볶이, 김밥집에 이르는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 나가는 현시점에서, 한국 경제와 순양그룹은 공동 운명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순양그룹이지만 그 출발은 금, 은 세공 기술을 배우던 가난뱅이 두 형제로부터 시작했다.
1920년대 초,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진순철, 진양철 두 형제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금은방에서 세공기술을 배우며 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손재주가 뛰어난 형 진순철과 눈치 빠르고 셈이 빠른 진양철은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였다.
형 진순철은 정교한 세공이 가능할 때쯤 미량의 금가루를 빼돌렸고 동생 진양철은 그 금가루를 팔아먹는 루트를 개발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농사지을 땅을 알아보던 중에 해방을 맞이했다.
만약 해방 전에 두 사람이 땅을 샀다면 아마도 오늘날의 순양그룹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평범한 농사꾼으로 한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방과 동시에 시작한 적산(敵産) 불하(拂下)의 소식을 접한 동생 진양철은 자작농(自作農)의 꿈을 버렸다.
적산이란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떠난 재산을 뜻한다.
미 군정 및 대한민국 정부는 적산을 적당히 민간에 불하하였는데, 대표적으로는 적산가옥이다.
일본인들이 살던 집이라면 당연히 넓은 땅, 고급 가옥이었기에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진양철은 집이 아니라 창고를 불하받았다.
바로 조선미곡창고였다.
농사지어 쌀을 재배한 것이 아니라 살을 보관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무려 150만 석의 쌀을 보관한 조선미곡창고를 불하받았을 때 쌀의 재고량은 정확한 기록이 없었다.
해방이 되자 조선인들이 창고를 습격하여 쌀을 가져갔고 도망치던 일본인들도 그동안 쌀을 몰래 팔아먹은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재고 장부를 다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진양철이 노린 것은 바로 그 쌀이었다.
형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쌀의 정확한 양을 파악하기 전에 재빨리 팔아 치웠고 엄청난 돈을 거머쥐었다.
그 돈으로 적산 가옥과 기업을 다시 사들였고 그것이 바로 순양그룹의 모태가 되었다.
그 후로도 이문에 밝고 판단력이 빠른 동생 진양철은 미 정부의 원조금을 싼 이자로 정부로부터 빌렸고, 구호물자인 설탕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형은 불하받은 기계 회사를 기반으로 중공업의 기초를 다질 기술력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두 형제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로 순양그룹은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않듯이 형제가 사이좋게 돈을 나눌 리 만무했다.
기술자와 장사꾼이 기업이라는 재산을 놓고 싸웠을 때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순양그룹의 모든 회계를 도맡아 하던 진양철은 형 진순철이 운영하던 회사의 결산을 조작했고, 군부 정권의 부정축재자 척결 대상이 되어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 후, 동생 진양철이 순양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며 형제의 난은 끝났다.
진순철은 억울한 원한을 풀지도 못한 채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자식들은 지금 어디서 사는지도 모를 만큼 잊혀진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진양철 회장은 순양그룹을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시켰고 7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남일녀의 자식과 12명의 손주를 남겼고 현재의 순양그룹 회장은 진양철의 장남 진영기(76세)다.
부회장은 바로 진영기의 장남 진영준(50세)이며 나는 부회장을 보필하는 미래전략기획본부의 일곱 명 실장 중 한 명이다.
나름대로 꽤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미 눈치챘듯이 회장일가의 온갖 지저분한 일을 조용히 처리하는 소위 뒷간 청소, 똥 치우는 일이 주된 업무다.
하지만 무시하지 마시라.
비록 지금은 머슴과 다를 바 없지만 7만 순양 직원들 모두가 나의 위치와 업무를 부러워한다.
그들은 나보다 더 낮은 등급의 머슴 아니, 노예들이다.
그들은 노예로 살다 언젠가는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날 테지만 적어도 나는 머슴에서 집사로 승격할 기회라도 있다.
그리고 꼭 집사가 될 것이다.
비록 내가 지방대학 출신이지만, 순양그룹이 주관한 공모전에서 인력운용 방안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순양그룹의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 아버지는 친척들을 불러 조촐하나마 잔치를 벌였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학을 다녔으니 당연히 지방 사업장으로 배치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세상에나!
거대한 순양그룹의 컨트롤 타워라고 일컬어지는 미래전략기획본부로 발령 났다.
없는 살림에 아버지는 또 한 번 잔치를 벌였다.
“역시 순양그룹이야. 지방 촌놈이라도 인재를 딱 알아보잖아. 너희들도 알지? 미래전략 어쩌고 하는 곳은 바로 천하의 인재들만 모이는 곳이라고. 서울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곳 아냐? 허허.”
감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아버지는 거나하게 취해 친척들을 향해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출근 첫날 알아버렸다.
왜 지방대 출신의 내가 컨트롤 타워에 들어왔는지…….
컨트롤 타워에도 청소부는 필요한 법이었다.
학벌 좋은 놈들은 자존심이 상해 버틸 수 없는 업무. 그래서 그런 일이라도 감지덕지할 놈들만 골라 뽑은 곳이 바로 미래전략기획본부 총무실이었다.
내게 떨어진 첫 업무는 바로…….
“야! 잔디랑 잡초 구분도 못 해? 그리고 민들레는 꼭 뽑아. 그놈들은 순식간에 퍼진다고!”
내게 이런 호통을 내리는 자는 과장도, 실장도, 부장도 아닌 바로 회장님 저택의 정원사였다.
정원수를 다듬는 정원사는 총무팀 신입 사원 세 명에게 계속해서 잔소리를 퍼부었다. 난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뽑아야 했다.
결국, 입사 동기인 지방대 출신 두 명은 반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난 이를 악물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을 벗어나 머리로 때우는 일을 맡을 때까지 고3 수험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잡역부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유학파 놈들이 지껄이는 영어를 완벽히 알아듣고 산더미처럼 쌓인 사업 기획서가 한눈에 들어올 때쯤 나도 머리를 쓰는 업무를 시작했다.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시선이 달라졌다.
항상 깔보던 표정 속에 경계의 눈빛을 담기 시작했다.
잘난 그들에게 없는 나만의 무기를 깨달은 것이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 바로 회장님 일가의 집이다.
로열 패밀리 중 내 이름 윤현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들이 아쉬울 때 항상 찾는 이름이 바로 나였다. 또한, 나만큼 로열 패밀리의 감춰진 진면목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입사 8년 만에 실장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고 입사 12년이 지난 지금, 부회장이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에 소주 한잔 걸치고 싶을 때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 되었다.
내 나이 마흔, 앞으로 10년 안에 머슴에서 집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내 목표는 허황한 꿈이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집사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왔다.
“윤 실장. 출장 좀 다녀와야겠다. 갑작스럽지만 준비 좀 해.”
“네. 부회장님. 그런데 제가 내용을 몰라서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몰도바.”
비자금 문제다.
아직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만진 적은 없지만, 서류로 드러난 숫자는 훤히 꿰고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검찰에서 해외 유출자금 내사 들어갈 거야. 일주일 뒤부터 시작한다는 정보 들어왔어. 계좌 트고 전액 인출해서 지네 계좌로 옮겨.”
“제가 말입니까?”
믿기지 않았다. 조용히 서류만 전달하는 게 아니고 천문학적인 돈에 내 손을 담그라고 하다니.
몰도바에 묻어둔 돈은 조 단위다. 내가 기억하는 숫자만 10억 달러에 육박한다. 1조 원이 넘는 돈이다. 이 돈을 내 명의로?
“내가 마누라는 못 믿어도 현우 넌 믿잖아. 그 자금, 잠시 맡을 사람은 너뿐이야.”
부회장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 빙긋 웃었다.
“왜? 그 돈 들고 튀려고? 자네 명의로 바꾸고 쬐그만한 유럽 어느 구석에 짱박히면 자넨 귀족 행세하며 살 수 있으니까?”
“그럴 리가요. 농담이 과하십니다.”
“아무튼, 인출한 다음 푹 쉬다가 내가 지시 내리면 버진아일랜드 내 계좌로 옮겨. 검찰 수사는 사라진 자금으로 종결 치기로 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자네 가족한테도. 그냥 출장이라고만 해. 몰도바라는 소리는 꺼내면 안 되는 거 알지?”
“물론입니다.”
부회장실을 나오자 꽃 같은 그녀가 서류봉투 하나를 전해준다.
“출장에 필요한 건 그 속에 다 있어요. 아, 부럽다. 몰도바라니!”
“생각 있으면 같이 갈까? 난 언제나 환영인데….”
“풋. 꿈 깨시죠. 전 일등석으로는 안 돼요. 전용기라면 몰라도.”
맞다. 부회장과 함께 전용기 타고 돌아다니는 여자다.
현우야, 꿈 깨자.
다음날, 대한항공 일등석에 당당히 올라타고 몰도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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