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202
「Hurray! World Big 4」
4강 진출을 예언한 광고 그리고 1,000대의 자동차 선물, 확연히 드러난 신차의 모습.
광고가 나가자 4강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반, 신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머지 반이었다.
900cc급 경차라는 게 밝혀지자 실망하는 사람도 꽤 많이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손 닿을 수 있는 가시거리의 저렴한 가격에 열광했다.
22일 저녁, 믿기 힘든 대표팀의 4강 진출 확정에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였다.
토요일 주말 저녁이다 보니 밤을 잊은 젊은이들은 새벽까지 거리를 활보하며 승리를 즐겼다.
그 시간.
3일 뒤면 열릴 4강전에 대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얘기하고자 모두 모였다.
조대호 사장은 물론이고 홍보팀, 마케팅팀, 전략실 임원까지 모두 흥분에 휩싸인 채 최고의 기획을 뽑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만약 결승에 진출하는 기적만 나온다면 어떤 이벤트로 시선을 확 끌어야 할지 앞다퉈 의견을 내놓았다.
이래서 흐름을 탄다는 게 무서운 것이다.
연승 행진을 계속하니 4강전 상대가 전통의 강호 독일이라는 것도 잊고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하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을 꺾은 것도 기적이다. 3번의 기적이 연속으로 나오면 4번째도 기대하는 게 사람의 심리 아닌가?
“도준이 생각은 어때? 대대적으로 해야 할까?”
조 사장이 냉정을 잃지 않고 내게 의견을 물었다. 지금까지 엄청난 효과를 본 원인이 바로 나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하죠.”
“뭐?”
“이번 월드컵에서 비용 대비 몇백 배의 효과를 뽑았습니다. 더 해봤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어요. 이미 관심은 준결승전에서 이기느냐, 만약 이긴다면 결승에서 누구와 맞붙을 것이냐로 모아졌습니다. 우리가 또 한 번 예언 같은 광고를 한다 하더라도 리스크만 커집니다.”
“리스크?”
십여 개의 의아한 눈빛이 내게 쏠렸다.
“지금 여러분들은 이기는 게 당연한 듯 말씀하시죠?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 광고가 승리를 예견한다 해도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해요. 그런데 진다는 예언은 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만약 4강에서 진다면 그 책임은 대표팀이 아니라 바로 우리 HW 자동차가 다 짊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패배를 예언한 적이 없다.
조별 예선의 유일한 무승부 한 게임만이 아쉬운 광고였지만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를 맞았으니 화살을 맞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린 예언자가 아닙니다. 패배를 예언하고 그 예언이 정확하게 들어맞으면 좋은 홍보 전략입니까? 불길한 예언인데? 잘 생각해보세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라는 걸 모두 인식한 것 같다. 전 국민이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 있을 때 이 자리의 우리들은 그 국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네 의견은 결승 진출 실패?”
모두 입조심할 때 나를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는 오세현이 웃으며 물었다. 경직된 회의 분위기를 풀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온 것도 기적이에요. 독일을 이길 정도라면 기적이니, 새로 쓰는 신화라느니 하는 말이 필요 없죠. 전 진다는 데 한 표 겁니다.”
“그럼 패배를 가정하고 전략을 짜야겠구먼.”
조대호 사장도 조심스레 말했다.
“관심을 끌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전략 아닐까요?”
다시 회의실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홍보팀과 마케팅팀은 섣불리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충분히 생각한 뒤 입을 여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어쩌면 호기심을 자극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전략으로서는 좋은 것 같습니다.”
“익숙한 것이 사라질 때 호기심은 극에 달하죠. 매 경기마다 등장했던 우리 광고가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겁니다. 과연 준결승전의 결과가 어떻길래 광고를 싣지 않았나 하고요.”
그 뒤로도 많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젠 이들 같은 전문가가 맡아야 할 시점이다. 난 마지막 의견을 내놓고 일어섰다.
“이젠 4강전 결과에 상관없이 두 경기 남았습니다, 이기면 결승전, 지면 3, 4위전. 29일 서울시청 광장 사용신고를 끝마쳤습니다.”
“가만, 그날은 3, 4위전 아냐? 넌 확실히 진다고 생각하는구나!”
오세현이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어차피 결승전은 일본입니다. 만약 결승에 올라간다면 사전 축제를 즐긴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시치미를 뗐다.
“이제 순위와 상관없습니다. 여기까지 온 대표팀에게는 칭찬과 후원이 쏟아지겠죠?”
“그래 봤자 최고 인기 스타 두 사람은 우리와 계약했어. 하하.”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선수, 두 사람과 광고 계약을 일찌감치 끝낸 조대호 사장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스탭진에게 감사를 전합시다. 그들에게 신차를 선물하기에는 좀 없어 보이죠? 경차니까요. 대신 HW의 중형 세단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스탭진이라면…?”
“코치진, 테크니컬 코디네이터, 물리치료사, 체력 담당 트레이너, 비디오 분석관, 장비 담당, 통역, 언론 담당관 등등…. 꽤 많은 인원입니다. 이들은 음지에서 묵묵히 일했어요.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때 우리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그거 괜찮은데요? 세심한 배려…. 훈훈하잖습니까?”
“제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해당 부서의 전문가들께서 잘 풀어 나가시기를….”
* * *
25일 아침, 우리의 광고가 보이지 않자 의견이 분분했지만, 오늘의 운세가 빠진 허전한 신문 같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작한 준결승전은 독일의 승리로 끝났다.
HW 자동차의 광고가 없을 때부터 짐작했다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만든 대표팀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의견이 가장 많았다.
우리 직원들이 어떻게 풀어 나가나 지켜보니 다음 날 26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써 내려간 대표팀께 감사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님부터 대표팀의 먹거리를 챙겨주신 조리사님까지 우리 HW 자동차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광고문구 아래에는 중형 세단 사진이 큼지막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저녁 뉴스는 백여 대의 자동차 행렬로 시작했다.
이 자동차 행렬의 목적지는 파주 NFC였다.
비록 감독과 선수들은 뉴스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코칭스태프부터 파주 NFC의 경비 아저씨까지 모두 나타나 자동차 키를 받는 모습이 몇 분간 이어졌다.
아주 고맙게도 파주 센터의 식당 아주머니 몇 분이 눈물까지 흘려주셨고 뉴스 카메라맨은 이 광경을 놓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사전 마케팅이다.
컨셉카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한국과 해외에 충분히 선보였다.
이미 해외 딜러들의 관심도 폭발하여 정식 출시 시기를 앞당겨달라는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고 들었다.
이제 3, 4위 결정전 저녁, 서울 광장에서 를 직접 선보이는 이벤트만 성공리에 끝나면 한 달에 걸친 프로모션은 끝이다.
터키를 상대로 이겼으면 참 좋으련만, 아쉽다.
29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대구 구장에서 펼쳐질 경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기 위해 오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시청 광장을 빙 둘러싼 십여 대의 작은 쿠페, 바로 였다.
“괜찮습니다. 마음껏 보세요. 실내도 확인하고 시트에도 앉아보세요.”
십여 명의 도우미들이 구경하는 사람들을 안내하거나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우리만의 모터쇼가 열린 것이다.
인기 가수들의 공연으로 시청 광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엄청난 인파 때문에 전시 차량을 철수하는 것도 힘이 들 정도였다.
시청 광장의 통제를 맡은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철수를 끝냈을 때, HW 자동차의 홍보팀과 마케팅팀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주 오랜만에 집으로 향했다.
월드컵과 함께한 한 달 동안의 프로모션이 성공리에 끝났음을 뿌듯해하면서.
* * *
브라질의 우승으로 끝난 2002 월드컵은 많은 것을 남긴 국제적 행사였다.
FIFA 위원인 정치인 한 명이 대선 후보급으로 급성장했으며, 한국에서는 비주류인 록밴드 하나가 국민가수 반열에 올라버렸다.
외국인 축구 감독은 당장 대선에 출마하면 대통령 당선은 문제없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국민 영웅이 되었으며, 월드컵 이전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젊은 선수 몇 명은 해외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스타덤에 올랐다.
몸값이 오른 사람이 있다면 추락한 사람도 있다.
“스폰서 비용만 1억 달러, 국내 이벤트 비용 사백억 원, 맞나?”
질문인지 질타인지 구분하기 힘든 대현자동차 주태식 회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뭐야? 왜 아무도 대답이 없어?”
“마, 맞습니다.”
“그런데? 돈은 그렇게 처발랐는데 왜 아진과 순양 같은 떨거지 집합소인 HW가 이렇게 떴지? 그놈들은 수천억, 수조 원이라도 퍼부었나?”
“그, 그게 광고 때문에…….”
“광고? 무슨 광고?”
몰라서 되풀이하는 하는 게 아니다. 경기 결과를 귀신 들린 무당처럼 딱딱 맞춘 HW 자동차의 광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 노스트라다무스도 울고 갈 그 광고?”
임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마냥 대답하지 않자 주태식 회장이 스스로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공부 안 하고 탱자탱자 놀았다지만, 그 광고는 지독히 머리 굴린 거지 예언이 아니라는 것쯤은 읽을 수 있어. 조대호 인터뷰 안 봤어?”
“회장님.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정말 무당이라도 데리고 있지 않으면 그런 광고 못 합니다. 월드컵 아닙니까? 매일 아침 그날 경기 결과를 맞혀버리는데 그걸 어떻게 누릅니까?”
주태식 회장에게 말대답하는 놈 덕분에 임원들은 속이 다 후련했다. 저놈이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놈이 저런 시건방진 행동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주태식 회장이 가장 아끼는 장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무당 한 놈 데리고 와? 미아리 갈까?”
“아뇨. 미아리가 아니라 HW 자동차로 가야죠.”
“뭐?”
“이번 광고 기획한 놈, 그놈을 데리고 와야죠. 회장님 말씀대로 예언과 국민의 마음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했던 그 광고문구 만든 놈. 그놈을 데려와야죠.”
주태식 회장의 장남은 아주 괜찮은 생각임을 확신한 듯한 것 거만한 표정이었다.
“좋다. 그럼 그 광고 기획한 놈을 네가 데려올 수 있겠지?”
“맡겨만 주십시오. 그리고 넉넉한 예산도요. 돈을 아가리에 처넣어서라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들이 가슴이라도 탕탕 칠 기세로 자신 있게 말했을 때 주태식 회장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보였다.
임원들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직감했다. 저 미소 뒤에는 손에 잡히는 건 뭐든 집어 던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무것도 던지지 않았다. 아들이라 봐주는 건가?
“돈을 아가리에? 그런다고 그놈이 올까? 만만치 않을 텐데?”
“네?”
“우리나라 이십 대 이하 최고 부자라던데? 알려진 개인 재산만 천억 원이 넘고 우리나라 최고 금융사 서너 개를 물려받은 차세대 최고 경영자. 그런 놈을 네가 데리고 오려면 얼마를 아가리에 처넣어야 할까? 1조 원? 2조 원?”
“서, 설마 그놈이…?”
주 회장의 장남은 당황해서 입을 떡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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