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238
“회, 회장님. 흥분하지 마십시오. 그냥 뜬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소문만으로 끝났습니다. 실제 그룹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예상 밖의 반응에 손훈재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아님에도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
진 회장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했다.
“됐어. 자네도 이만 가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참, 회사 그만두면 종종 와서 말벗이나 되어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회장님. 또 찾아뵙겠습니다.”
손훈재 사장이 물러나자 진 회장은 대기하던 비서에게 소리쳤다.
“이학재 빨리 들어오라고 해!”
곧 죽을 날짜 받아 뒀다는 회장이 불같이 노하자 병원이 발칵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큰소리에 몰려온 의사들은 진 회장을 침대에 눕히고 혈압을 재니, 링거를 꼽니 하며 야단법석이었다.
침대에 누워 화를 삭이던 진 회장은 급히 달려온 이학재를 보자마자 다시 소리쳤다.
“넌 알고 있었어?”
“회장님. 고정하시고….”
“알고 있었냐고? 두 놈이서 지분 장난질 치려 했다는 거 말이다!”
“아, 그거….”
이학재 실장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진 회장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아 그거…? 이 친구가 지금 제정신인 거야?”
“회장님. 두 부회장의 장난질 정도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순양이 아닙니다. 너무 노여워 마시고…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학재 실장이 차분히 말했지만 진 회장의 노기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뭐야? 자네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소리야?”
“두 사람은 계획을 제게 털어놓았고 도움까지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왜? 왜 내게 일언반구도 없었던 게야!”
“실행 불가능한 무의미한 계획입니다. 전 도와줄 생각이 조금도 없고요. 그러니 굳이 보고할 필요조차 못 느꼈습니다.”
이학재 실장은 펄펄 뛰는 진 회장을 진정시켰다.
“가뜩이나 심장도 좋지 않으신데 괜히 불편한 이야기 들으시고 더 나빠질 것이 염려되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진 회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병실에서 새어 나오는 큰소리 때문에 또 한 번 의료진이 달려왔지만 매섭게 노려보는 진 회장의 눈길에 조용히 물러났다.
한동안 숨을 가다듬은 진 회장은 이학재 실장이 떠다 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물었다.
“그래, 그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던가?”
“현재의 복잡한 구조가 취약점이라고 생각해서 굳건한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속셈은 딴 데 있겠지?”
“미라클과 도준이의 지분을 무력화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주회사 지분 55% 정도를 두 놈이 가지고?”
“네. 정확하십니다.”
“정신 빠진 놈들. 그게 말처럼 쉽다면 진즉에 복잡한 구조 버리고 지주회사를 만들었지. 그리고 또?”
“진상기 이사장도 참여시키겠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상기를?”
“네.”
갑자기 진 회장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요노무 새끼들. 내가 상기 그놈에게 재산을 물려준다고 하니까 그것까지 눈독 들이는구먼.”
셋째를 끌어들이는 이유가 돈? 이것은 이학재 실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추측이지만 두 아들의 욕심은 진 회장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지분을 미끼로 재단까지 꿀꺽하려는 건 순양 전부를 갖고 싶어 하는 장남의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자네는 뭐라고 했나?”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줄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까요.”
“잘했네.”
이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을 깬 건 진 회장이었다.
“그런데 자네의 진심은 뭔가?”
“네?”
“내가 가고 나면 정말 은퇴할 생각인가? 아직 한창인 자네가?”
“그럼 회장님께서 책임지십시오. 하하.”
대수롭지 않게 웃는 이학재에게 진 회장은 눈을 부라렸다.
“이 친구가…! 계열사 몇 개 이리저리 엮어서 자네가 맡으라고 했잖나? 필요하다면 계열분리까지 해서 온전히 자네 것으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한 건 바로 자네야. 내가 더 이상 어떻게 책임지나?”
“아, 그럼 어쩝니까? 회장님 밑에서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만 해왔고 모두 제 앞에서 머리 숙이며 눈치 봅니다. 그런 일만 하다 평범한 경영자로 변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리지만, 회장님 안 계시면 그 자리도 사라집니다. 그러니 저도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총리 하다가 장관은 못하겠다?”
“그런 셈이죠. 하하.”
안타까운 표정의 진 회장 앞에서 이학재는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회장님. 염려 마십시오. 제가 회장님이 바라시는 게 뭔지 모를 리 있겠습니까? 도준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내가 가고 나면 그놈들 구박이 심할 텐데?”
“견제는 할지언정 대놓고 절 박대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진 회장은 잘 안다.
온갖 잡다한 불법적인 일들을 지시하고 실행한 건 바로 이학재다. 하지만 이런 일도 그룹 승계 과정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동원된 모든 편법과 불법, 이 세부 사항을 가장 정확히 아는 자는 이학재다.
자신이 이 일의 실행자이니 문제가 불거지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의 입은 다 같이 자멸하는 스위치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학재는 두 부회장이 자신을 어찌할 수 없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진 회장은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이닥친 진상기 때문이다.
“아, 이 실장님도 계셨네요.”
이 실장은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단순한 문안 인사차 들른 것이 아닌 걸 알았다. 긴장과 흥분, 그리고 허탈함까지 배어 있는 얼굴이었다.
눈치 빠른 진 회장은 이미 못마땅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실장님.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아버지와 단둘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만.”
“아, 그러시죠. 저도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이학재 실장이 돌아서려고 할 때 진 회장 그를 붙잡았다.
“자네는 그냥 있게. 어차피 이놈 표정 보니 내 병세를 살피러 온 건 아닌 게 분명해. 부자간의 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면 공무지. 이 실장 자네는 공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사람이야.”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내 말이 틀렸어? 상속 문제 때문에 온 거 아니냐?”
속을 들킨 진상기는 대꾸를 못했다.
“그래, 말해봐. 또 뭐가 불만이기에 이렇게 달려온 게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자식들이 불만을 터트리며 떼쓰는 모습, 이학재 실장이 수도 없이 봐왔던 모습이다.
하지만 생명의 불꽃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노쇠한 사람을 앞에 두고 조금도 변하지 않은 자식을 보니 기가 찰 지경이었다.
더 놀라운 건 진 회장의 태도였다.
그는 상속 문제까지 회사 일처럼 공무라고 말한다. 과연 이 사람에게 사적인 일은 무엇일까?
“아, 아버지. 정말 죄송한데요. 상속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확인 좀 하고 싶은 게 생겨서요.”
“그러니까 말해 보라고.”
진상기는 이학재의 눈치를 슬쩍 살핀 후 말했다.
“오늘 변호사들이 다녀갔는데… 그 사람들이 말하기를 건물과 땅, 현금 조금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혹시 개인 변호사를 몇 분이나 두셨습니까?”
“오늘 찾아갔더냐?”
“네.”
“셋 아니었어?”
“네. 맞습니다.”
셋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진상기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설마설마했는데 그게 전부라니…….
“그놈들이 전부다. 왜 생각보다 적어서 그러는 게냐?”
열불 난 속에 기름을 붓는 말이었지만 진상기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는 절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분명히 더 있다. 지금은 분통을 터트릴 때가 아니라 더 받아내기 위해 노력을 할 때라는 걸 믿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다. 단지 아버지의 개인재산치고는 너무 초라해서 확인하고자 했던 것뿐입니다.”
“머라? 초라해? 이놈아! 빌딩에, 땅에, 현찰 삼백억이 초라하다고? 남들은 평생 일해도 모으지 못하는 돈을 월세로 받게 해 줬더니…. 그 정도면 어딜 가더라도 갑부 소리 들어. 게다가 재단까지 더하면 재벌 소리까지 듣는다. 이놈이 말이면 단 줄 알아?!”
진 회장의 큰소리에 진상기는 두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아이고, 아버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확인차….”
“시끄럽다. 네 얼굴에 훤히 다 써 있는데 무슨…!”
이학재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삼백억? 고작 삼백억만 줬다면 나머지 돈은?
조세 회피처인 해외 계좌와 국내 차명계좌를 관리하던 이학재였다. 그 자료 전부를 진 회장에게 전달했는데 행방이 묘연하다.
설마 아직까지 쥐고 있을 리는 없고…. 역시 진도준인가?
그 엄청난 돈을 진도준이 손에 쥐었다면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매년 정관계에 뿌리는 순양 장학금이 얼만가?
그 돈은 출처를 찾을 수 없는 돈이어야 하는데 두 부회장은 아직 충분한 비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진도준이 먼저 장학금을 뿌린다면 그가 실질적인 후계자임을 알리는 셈이다.
이학재는 진도준이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몹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 *
“이 자식은 왜 감감무소식이야?”
“아무래도 거절한 것 같은데? 우리 조건이 마음에 차지 않나?”
진영기, 진동기 두 형제는 가타부타 말이 없는 이학재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졌다.
“전자 사장 자리보다 더 나은 게 어디 있어? 아예 순양그룹 회장 자리 주랴?”
진영기의 말이 틀리지도 않았다.
그들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던졌고 이학재가 거부했을 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손으로 하자. 이학재가 그랬잖아? 지 밑에 있는 놈들은 뛰어난 인재니까 거둬 달라고. 그놈들 데려오고 세무, 주식 쪽으로 빠삭한 로펌에서 난놈들 싹 쓸어 와서 시작하자고. 아예 맡겨도 되고.”
“좀 위험하지 않을까? 이학재가 데리고 있던 놈들이 간첩질하면? 이학재 그놈이 대번에 알 텐데?”
진동기가 불안한 듯 말했지만, 진영기는 머리를 저었다.
“알면 어쩔 건데? 아버지 돌아가시면 그놈은 백수야. 권력 떨어진 놈한테 충성 바칠 사람은 없다.”
“그 양반 마음 상하면? 우리 그룹 비밀을 속속들이 알잖아. 고춧가루 뿌리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사람이 이학재잖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진영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어떻게 간뎅이가 벼룩만 하냐?”
“흘려듣지 마. 그놈이 빈정 상해서 작정하고 덤비면 우리도 크게 다쳐.”
“도대체 넌 아버지에게 뭘 배웠냐?”
“무슨 소리야?”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밟아서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포자기했을 때 슬쩍 손을 내미는 거…. 몰라?”
“이학재를 밟자고?”
“그래. 이 일이 아니더라도 가만히 놔두면 두고두고 화근이야. 아버지께 충성하던 놈들 정리해야지. 딴 영감들이야 퇴직금 두둑이 주면 감지덕지할 테지만 이학재는 아냐. 그놈은 밟아야 해.”
“어떻게?”
“그놈 손에 묻은 흙먼지가 태산이야. 확 털어버려야지.”
진동기가 놀라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우리까지 다쳐!”
하지만 진영기는 여전히 여유 만만했다.
“너 나랑 내기할래? 아버지 안 계시면 내가 바로 순양이야. 장남이잖아. 칼질은 이학재까지만이다. 번뜩이는 칼날은 우리 앞에서 멈춰.”
진 회장과 순양그룹이라는 배경이 사라진 이학재는 단순한 민간인일 뿐이라고 굳게 믿는 진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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