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324
“전 언론사 사장들에게 한 장씩 돌리고 함께 미국으로 갈 기자 두 명씩 붙여 달라고 하세요. 기자 숫자 파악해서 항공사에 전세기 하나 신청하고요.”
“전용기는…?”
“기자들과 함께 이동할 겁니다. 거기 맞춰 준비하세요.”
“네. 실장님.”
“그리고 이번 미국행에는 신석호 팀장과 팀원들이 함께할 겁니다. 그렇게 준비하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김윤석 대리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읽어냈나 보다.
“그리고 나 없는 동안에 김 대리도 여유 좀 즐기고. 요즘 너무 고생만 시켰어요.”
“아닙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여유를 부리다니요? 괜찮습니다. 실장님께서 회장실에 앉으시는 거 보고 휴가 내겠습니다. 흐흐.”
그때부터는 더욱 여유가 없을 텐데라는 말은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회장이 되고 완벽한 철옹성을 쌓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HW 자동차의 조대호 사장과 전용기에 오르니 기자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대통령 순방길보다 더 많이 모인 거 아냐?”
“제가 대통령보다 훨씬 더 많은 기삿거리를 제공하니까 당연하죠.”
“떡고물이 아니라? 흐흐.”
우리 두 사람이 일등석으로 들어가자 대기하던 신석호 팀장과 팀원들이 허리를 숙였다.
“이번 출장은 그간 고생한 여러분께 드리는 휴가의 성격이 짙습니다. 그리고 전 진영준 회장과 달리 의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모두 긴장 풀어요.”
“감사합니다, 실장님. 그런데 기자들에게 뭐라도 한 말씀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실장님만 기다리고 있는데….”
신석호 팀장이 조 사장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신 팀장이 대신 전해요. 보고 들은 것만 정확히 기사로 써 달라고. 과대 포장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신 팀장이 머리를 숙이고 나가자 팀원들도 모두 자리를 비웠다.
기자들은 절대 과대 포장 기사를 쓰지 못할 것이다. 정확한 사실로도 믿기 힘든 이야기가 시작될 테니까.
* * *
당연히 뉴욕으로 갈 줄 알았던 기자들은 우리의 목적지가 캘리포니아인 걸 알고 궁금증이 폭발했지만, 호텔 연회장에서 함께 저녁 식사할 때 등장한 두 사람 때문에 궁금증은 사라지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하워드! 이게 얼마 만이지?”
“기억 안 나면 구글에 물어보던지. 하하.”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은 나를 힘껏 끌어안았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이들의 등장에 의문을 가질 틈이 없었다. 그들은 사진부터 본사로 전송하고 낚시성 제목을 단 인터넷 기사부터 올릴 것이다.
지금부터 실시간 전송 싸움이다. 누가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우리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놓치지 않으려 사진을 찍으려 할 때 신석호 팀장이 나섰다.
“식사 후 정식 회견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카메라를 꺼주시죠. 아니면 귀국행 티켓을 받을 겁니다.”
신 팀장의 협박에 기자들은 카메라를 내리고 우리의 식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식사 후 연회장에 준비된 단상에 우리 세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자, 질문하시죠.”
규모가 작은 언론사 기자들은 왜 진즉 영어를 배우지 않았을까 땅을 치며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특파원들이 영어로 질문하며 선수를 쳤다.
“두 분과 진도준 씨의 관계를 말씀해 주십시오.”
세르게이 브린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가 차고에서 창업을 준비할 때 날개를 달고 등장한 천사가 바로 스무 살의 하워드였어요. 알고리즘 논문 하나만 보고 무려 삼천만 달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했죠.”
“하워드는 구글의 숨은 창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래리 페이지가 내 역할을 정확히 말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돈이었다.
“그 파격적인 조건이란 게 뭐죠?”
“의결권은 우리에게 넘기고 경영 불간섭, 그리고 우리의 평균 지분만 요구했어요. 그 당시 삼천만 달러라면 우리는 영혼이라도 팔았을 거예요. 하하.”
“그, 그럼 지금 진도준 씨는 구글의 대주주라는 말씀입니까?”
“미라클 인베스트먼트가 6.8%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라클의 대주주가 나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보니 기자들은 구글의 주가를 검색하며 내 지분의 가치가 얼마 인지 계산하기에 바빴다.
지금이야 10조 원 남짓하지만, 앞으로 몇 배나 뛸지 모르는 최고 기업의 대주주.
누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한 특종이 이 자리에서 터져 나오자 기자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탄성만 쏟아냈다.
창업과 투자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고 옛날 전설과 다름없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나왔다.
그나마 예리한 눈길을 가진 기자가 HW 자동차의 조대호 사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혹시 조 사장님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 구글과 관계있습니까?”
조 사장도 먼 길 날아온 보람이 있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천천히 말했다.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에 우리 HW 자동차가 작게나마 역할을 맡았습니다. 오늘 그 계약을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자동차와 구글이라니, 쉽게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말씀드린 대로 비밀 프로젝트입니다. 발표 시기는 구글에서 정할 겁니다.”
이 기사가 나가는 순간 HW 주가는 폭등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내가 구글 주식으로 돈 자랑을 하기 위해 이런 쇼를 벌인 게 아니니까.
“향후 구글의 여러 하드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순양전자의 부품 사용도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것이 이번 미국 방문의 주목적입니다.”
내가 마이크를 들자마자 기자들의 플래시가 다시 터져 나왔다.
“순양전자는 지금 진영준 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혹시 두 분이 협의하신 겁니까?”
“진영준 회장이 지금 사업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어요?”
기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검찰 소환을 앞둔 걸 기자들도 잘 안다.
“그럼 순양전자를 대신할 자격이라도…….”
“자격이 중요합니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할지 모르는 비즈니스입니다. 제가 좋은 결과를 가져가면 순양 전자도 환영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남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내 말뜻을 알아챈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진영준 회장의 빈자리를 노리시는 겁니까?”
“제가 뭐가 아쉬워서 빈집털이를 하겠습니까? 하지만 주주들이 굳이 원한다면 마다하지도 않을 겁니다. 솔직히 저 말고 있습니까? 그 빈자리를 채울 사람이?”
내일 신문 1면을 채울 기사가 그려졌다.
「순양가의 막내 진도준, 순양전자그룹의 회장직 도전 선언!」
* * *
두 번째 무대에는 한국 기자들이 발붙일 곳이 없었다. 이미 미국 언론들이 인텔사의 컨벤션 센터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인텔사가 처음 들어보는 이스라엘의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 순간을 목격했지만, 그들은 왜 이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지 몰랐다.
이들이 확인한 건 인텔사가 정체도 파악하기 힘든 이스라엘의 기업을 무려 1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5조에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를 따라다니는 기자들에게는 이미 조 단위의 숫자가 익숙해져 버렸는지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계약의 당사자인 이스라엘 기업 Mobileye의 창업자이자 CEO인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박사가 등장해 나를 잃어버린 동생이라도 만난 듯 반가워하자 다시 셔터를 눌러 댔다.
“…학교로 찾아와 대뜸 천오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사라졌죠. 하워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너그럽고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는 투자자일 겁니다. 저도 하워드가 구글의 첫 투자자였다는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럼 진도준 씨의 모빌아이 지분은 어떻게 됩니까?”
“60%. 10년 만에 100배의 수익을 올린 겁니다.”
샤슈아 박사의 설명에 기자들은 내게 질문을 쏟아냈다.
“진도준 씨. 투자의 기준이 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전 세상을 변화시킬 기업에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합니다. 구글이야 이미 잘 아실 테고, 여기 모빌아이는 자동차의 미래를 바꿔놓을 기업입니다. 그래서 HW 자동차와 기술 계약을 할 겁니다. 이미 인텔의 인수 조건에 들어가 있습니다.”
“HW 그룹의 지주회사가 미라클이니 HW 자동차도 진도준 씨 회사라고 봐도 무방합니까?”
“구조상 그렇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전 전문 경영인 시스템을 좋아합니다. 순양도 금융 계열사에는 잔소리를 좀 많이 하지만 나머지 계열사는 성과 확인만 하는 정도입니다.”
“혹시 HW 그룹과 순양그룹의 통합도 생각하시는지요?”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조금이라도 효율이 올라간다면 당연히 해야죠.”
내일 신문의 헤드라인은 HW, 순양그룹 통합이다.
또한 진도준이 가장 신경 쓰는 회사는 전자와 자동차라는 기사도 뜰 것이다.
“진도준 씨. 혹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는 어떤 게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투자가치가 아니라 단순한 금액만으로…?”
“네. 흥미 위주의 질문이라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흥미 위주의 질문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뉴스 아닌가?
“아, 하나 있습니다. 파생상품에 투자한 게 있는데…. 일주일 만에 천삼백 배 정도? 일본 증시에 투자했는데 지금은 얼만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몇 년 전 결산서에는 칠조 몇천억 엔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그리 신경 쓰지 않아서….”
받아쓰는 것도 잊어버린 기자들을 보며 이 정도면 쇼는 성공이라고 확신했다.
일본 돈을 수십조 벌었다면 축구 한일전 승리보다 더 기분 좋은 뉴스 아니겠는가?
* * *
동행한 기자들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인천공항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언론은 마치 구글이 한국 기업인 양 기사를 써 갈겼고, 난 메이저리그를 제패한 박찬호나 추신수 대접을 받았다.
특히 한성일보는 나와 진영준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 기사를 연일 내보내는 중이었다. 기사는 프로와 아마추어, 성인과 어린애를 비교하는 것보다 더 신랄하게 진영준을 깎아내렸다.
이래서 갈라설 마누라가 무서운 것이다. 독기를 품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무대에 등장하기 위한 화장은 끝났으니 마지막 전투만 남았다.
“야! 난 버거워서 피똥 싸는데 넌 금의환향 놀음이냐?”
“평검사 주제에 어디서 건방을 떨어? 윗선에서 조율 다 끝냈는데. 널 스타 검사로 만들려고 내가 힘 많이 썼다.”
저녁때 집으로 찾아온 김지훈 검사는 괜한 엄살이었다.
“스타고 뭐고, 살 떨려 죽겠다. 모르는 전화가 빗발치고 집 앞에는 늘 사람들이 날 기다려. 꼭 누가 날 미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테러라도 당하는 거 아닌지 몰라.”
“허수아비를 테러하는 바보도 있냐? 담당 검사니까 회유하려고 그러는 거야. 언론이 지켜보며 생중계나 다름없으니까 법정에서 네가 구형을 낮게 해 버리면 빼도 박도 못하거든.”
겁먹은 동창 놈을 안심시켜야 했다.
“그리고 널 미행하는 사람들은 내 사람이야. 혹시나 해서 내가 붙였다.”
김 검사는 한동안 눈을 깜빡거리더니 혀를 찼다.
“야! 네 사람들 뭐가 그리 아마추어야? 나도 미행을 눈치챘는데?”
“일부러 티 나게 따라다니는 거지. 그래야 함부로 접근 못 하니까. 좀 배워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이 풀린 김지훈이 말했다.
“내일 진영준이 출두해. 이상일 의원부터 보건복지부 장관, 연기금 위원장은 전부 구속했는데…. 진영준이 구속영장 떨어질까?”
“너 내 처가를 무시하냐?”
“아는데…. 저쪽도 보통이 아니잖아.”
“내가 더 보통이 아니야. 영장 담당 판사도 사람이다.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을 것 같아?”
“너 뇌물 멕였냐? 그 판사 꼿꼿하기로 소문났는데…?”
김지훈은 화들짝 놀랐다.
“대나무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무게가 있어. 돈으로 그 무게를 만들었다. 영장은 틀림없이 나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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