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Sunyang RAW novel - Chapter 92
“Professor! Professor Shashua.”
강의가 끝나자 앞문으로 나가는 교수를 급히 따라갔다.
이 젊은 교수가 과연 그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으니 좀 난감함도 없진 않았다.
“무슨 일이죠? 혹시 뒤늦게 들어온 학생인가?”
“늦게 들어간 건 맞는데 학생은 아닙니다.”
샤수아 교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위아래로 나를 살폈다.
“이거, 실례했어요. 그럼 나를 찾은 용건이…?”
“질문 하나만 먼저 하겠습니다. 혹시 요즘 상대표준 편차를 이용한 광학 분야 연구를 진행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는 걸 보니 이미 공개된 연구인가보다.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이 교수가 내가 찾는 그분이 맞는 것 같긴 한데…. 벌써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는 일이 상당히 진척된 건 아닐까?
이미 끼어들 자리가 없다면 이스라엘까지 날아온 건 완전 헛발질이 되어 버린다.
미래를 조금 안다는 것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저 평가된 주식을 왕창 사버리면 주가가 갑자기 급등해버려 다른 투자 기관의 주목을 받는다. 단기 투자는 사실상 어렵다.
차라리 멀리 보고 수년을 기다리며 주식을 조금씩 사들이는 게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좀 답답하다. 주식 보유가 일정량을 넘어 대주주가 되면 이 또한 주목받기에 십상이다.
제일 좋은 건 창업하기 전 친분을 쌓고 엔젤 투자자가 되는 거다. 물론 이것도 정보를 빠삭하게 줄줄 외우고 있어야 가능하지만.
아무튼, 아직 늦지 않았기를 간절히 빌며 말했다.
“좀 긴 이야기가 될듯한데,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명함을 꺼내 건네니 의외의 눈빛을 보냈다.
“Miracle Investment?”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저 표정과 눈빛은 아직 비즈니스로 접근한 사람이 없거나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네. 명함에 홈페이지 URL도 있으니 확인해 보시고 미팅을 가져도 좋습니다만….”
샤슈아 교수는 명함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두 시간 뒤, 기술 센터의 내 연구실에서 보죠. 괜찮죠?”
“감사합니다. 그럼 곧 다시 뵙겠습니다.”
내가 머리를 꾸벅 숙이자 그는 손을 슬쩍 들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두 시간 동안 학교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여유가 있으니 급히 오느라 놓쳤던 것도 보였다. 학교 정문 옆에 치워놓은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동 테러의 위협이 감지되면 검문검색이 상당하다고 한다. 방문객뿐만이 아니라 학생과 교수마저 샅샅이 수색할 정도라고 하니 화약고라는 말이 실감 났다.
히브리 대학교의 고고학과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하더니 교내의 박물관도 수준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 최고의 자랑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아인슈타인이다.
유대계 출신인 아인슈타인은 1955년에 사망하기 전 그가 설립을 주도했던 히브리 대학교에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유산으로 남겼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인슈타인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형식적으로만 소유하고 있었을 뿐이지 실제로 상업화를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베르리 힐이라는 지적 재산권 전문가를 에이전트로 고용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상업화가 진행됐다.
이 대학교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마케팅했고 이것을 사용하는 각종 이벤트나 광고에 대해서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이 한해 150만 달러가 넘는다.
사람의 이미지도 돈으로 바꿔버리는 장사꾼이 신성한 상아탑에도 침투해 있으니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학교를 한 바퀴 돌고 기술 센터로 향했다.
샤슈아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니 서너 명의 사람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죠? 이쪽으로 오시죠.”
샤슈아 교수는 나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였고, 책상과 의자마다 프린트한 논문과 온갖 카메라 렌즈가 쌓여있어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보조 의자 하나를 들고 와 그의 책상 옆에 놓더니 손을 가리켰다.
“앉으시죠.“
불편하지만 어쩌겠는가? 미래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실 분인데.
“헐리우드의 마법사께서 수학 공식이나 붙잡고 씨름하는 저를 왜 만나고 싶어 하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헐리우드의 마법사?
설마 미국 미라클의 별명인 건가? 아니면 이런 제목으로 나간 기사라도 읽은 걸까?
“헐리우드는 우리 투자 대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새로운 기술, 포텐셜 강한 신생 기업에도 늘 관심을 기울입니다.”
“혹시 코그니텐스(CogniTens)에 관심 있으신가요?”
“네? 코크니텐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 교수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놀라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들키지 말아야 한다. 나는 급히 수습에 들어갔다.
“죄송하지만 설명 좀 부탁합니다.”
그는 실망한 기색이 조금 비치며 말했다.
“코크니텐스는 금속 부품이나 조립품의 정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3차원 광측정 솔루션입니다. 이 솔루션의 이름이자 회사명이기도 하죠.”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상관없다.
창업한 아이템마다 히트친 천재 교수 아닌가?
“회사는 언제 설립하셨습니까?”
“1995년에 스타트 했죠.”
“그 회사도 제 리스트에 추가하겠습니다.”
“추가?”
“네. 제가 교수님을 찾아뵌 이유는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최소한의 오차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술에 관심 있어서입니다.”
샤슈아 교수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걸 어떻게…?”
“인공지능과 컴퓨터 비전시스템에 대한 논문을 읽었습니다. 아, 제가 읽은 건 아니고요. 우리 회사 스텝이 발견했고 전 대략적인 컨셉만 이해하는 수준입니다.”
혹시나 해서 재빨리 선을 그었다. 깊이 있는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지는 건 막아야 했다. 무식이 뽀록나면 안된다.
“그 컨셉이 바다를 건널 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합니까?”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 기술을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겠죠. 교수님께서는 이미 생각하시고 계신 분야가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미스터 진의 생각도 궁금하군요.”
교수의 눈을 보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이 기술로 딴생각을 한다면 방향을 바꿔줘야 하고, 이미 옳은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나와 의기투합하는데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자동차의 눈입니다.”
샤슈아 교수의 눈이 자동차의 라이트처럼 커졌다.
“교수님의 기술이 적용된 차를 생각해 봤습니다. 소형 카메라가 자동차 주변의 정보를 긁어모아 최소한의 오차범위 내에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면? 외부와의 접촉 전에 경고음을 울릴 수 있죠. 차 뒤범퍼에 장착한 카메라가 실내 모니터로 고스란히 보여준다면? 후진하거나 주차할 때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전방 카메라가 앞차와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한다면 충돌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교통신호를 인식하면 자동 브레이킹도 가능하죠.”
교수는 어느새 자기 생각을 떠들기 시작했다.
“차선 인식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그럼 차선 이탈도 막죠.”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하면 자동차 시스템에 녹여 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교수님께서 원하시는 최종목표는 바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신나게 떠드는 교수를 보자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교수님. 자율주행의 진정한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아니, 자율주행이 목표죠. 목표의 목표라니요?”
“전 교통사고 제로가 바로 자율주행의 진정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샤슈아 교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말이다. 그리고 먹혔다.
그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가까스로 입을 열었을 때 나온 말은 감탄이었다.
“그렇군요. 전 거기까지 생각 못 했습니다.”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교수님도 충분히 생각하셨을 겁니다.”
자율주행의 궁극적 목표가 교통사고 제로라고 말한 게 이 양반인지 구글 회장인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넓은 시야를 가진 젊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본론?”
“네. 제가 바다를 건너온 목적 말입니다.”
“설마 컨셉과 기초 이론이 전부인데 투자한다는 뜻입니까?”
“투자 조건은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놀라시면 안 됩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샤슈아 교수가 말했다.
“자, 잠시만요. 자율주행의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SF 영화에서나 등장한 겁니다. 물론 이론상 가능하기는 하나 언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특히, 과연 인간이 컴퓨터 칩에게 핸들을 맡길지도 의문입니다. 생명과 직결된 일이니까요.”
스스로 믿지 못하고 확신도 없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대가 너무 빨리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는 것도 알았다. 투자받아야 할 사람이 투자자의 시선처럼 부정적인 면을 먼저 말하지 않는가.
“꿈같은 일을 현실로 만드는 것만큼 환상적인 게 있을까요? 우리 회사 이름을 보세요. 바로 미라클입니다.”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샤슈아 교수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 놀라게 했으면 여지를 남겨두는 게 낫다.
“전 쉐라톤에 묵고 있습니다. 투자 조건 등을 신중히 생각하시고, 생각이 정리되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참, 코크니텐스도 포함입니다. 그럼….”
샤슈아 교수에게는 갑작스럽고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 상황이다.
인사를 건네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아, 실례했습니다. 쉐라톤…. 연락드리겠습니다. 미스터 진.”
그가 내민 손을 잡았을 때 힘이 느껴졌다.
손을 꽉 잡는다는 건 놓지 않겠다는 의미 아닌가? 9부 능선은 이미 넘은 것 같다.
그가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다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까 말이다.
* * *
예루살렘 시내를 구경이나 할까 하다가 그냥 호텔로 직행했다. 귀한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 한가한 생각은 말아야 한다.
그가 나를 찾아올 때까지 호텔에 머물며 기다리는 게 올바른 행동이다.
호텔에 들어서자 로비라운지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김윤석 대리가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일은 다 보셨습니까?”
“아니, 지금 여기서 뭐 하세요?”
“실장님 기다렸죠.”
우직한 건지, 융통성이 없는 건지. 아니면 비행기에서 들은 한소리가 마음에 걸려 이러는 건가?
“아, 저도 오전에는 시내 구경 했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나 검문도 많고 총 든 군인이 어슬렁거려서 영 관광할 마음이 안 생겨서 그냥 들어 왔어요.”
피식 웃음이 났다. 가끔 군인이 보이기도 했지만, 시내 구경할 마음이 사라질 만큼은 아니다.
보스가 일하는데 놀러 다니는 게 찝찝할 뿐이다.
“어차피 김 대리가 할 일은 없어요. 이번이 아니면 언제 이 나라 다시 올지 모릅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구경 다녀요. 그리고 오늘 일 잘 풀리면 내일 돌아갈 겁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넉넉하게 잡은 겁니다.”
김 대리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재미있다.
“전 방으로 올라가서 좀 쉴 겁니다. 그냥 나갔다 와요.”
여전히 망설이는 김 대리를 두고 프런트로 걸어갔다.
명함을 주며 찾는 사람이 나타나면 놓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제 발 뻗고 마음 편히 쉬어야겠다.
늦어도 저녁에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보유한, 자산가치 10조가 넘는 회사의 대주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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