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난 개인적으로 미합중국의 정치를 매우 좋아한다.
주요 정당도 둘이고, 딱 서로 반대되는 성향이 대부분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이해하기도 쉽더라고.
시민들도 요놈 아니면 저놈이니 딱히 헷갈릴 이유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내 편은 선, 아니면 악이라는 구도를 세우기도 좋다.
그런 미국한테 내가 묻는다.
“저들 모두 정규군이라니 안심입니다. 근데 어째서 군대의 핵심인 ‘통일’이 안 되어 있을까요? 저야 다양한 회사의 무기를 구경하는 게 좋긴 합니다만.”
무기사의 교과서를 새로 창조했다는 브라우닝 총이야 뭐 너희 전쟁부가 채택했으니 당연히 있어야지. 근데 그런 거 치고 좀 종류가 많다?
‘우와, 저거 스프링필드 시리즈야? 뭐 시대별로 다 있네? 그라데이션 발전인가?’
다시 말하지만, 저거 전부 정규군이다. 아직 징집병들은 오지도 않았다니 벌써부터 기대감에 눈이 절로 감기는구먼.
이에 우리 위대한 동맹국의 고위 사령관 헌터 리겟(Hunter Liggett)께서 말씀하신다.
“저기 절반 이상이 주방위군 출신이네. 어쩔 수 없어! 그래도 무기는 곧 통일될 거니 걱정 말게!”
“아니 곧이라니. 지금 벨기에 전선까지 찾아와서 하는 말이 곧? 뭐, 적이 쳐들어와서 무기 뺏어가면 그때 새로 통일할 겁니까?”
그간 세계정세를 힐끔힐끔 봤던 시간이 있기에 미국 정세는 좀 안다.
공화당 유니버스에서 변종으로 정권을 자리잡은 보수 진보 혼합물의 민주당.
그 민주당이 오랫동안 밀어준 군대 체계는 바로 지역주의란다.
각자 주의 재정, 환경에 맞게 알아서 병과나 규모를 정해 운용하는 거다.
당연히 포병은 멸종한 거 같고 보병이 대부분인 미군인데 그 보병의 무기가 참 각양각색이다.
나도 기관단총 쓰면서 탄 통일 안 돼서 고생깨나 했는데 우리 연합국 탄 보충해준다는 놈이 이리 나와? 혹시 무기 시연해서 팔아먹으려는 목적인가.
헌터 리겟 소장.
우리 프랑군이 지난 3년간 죽은 사람 메우기 위해 계급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맞이했다면 미군은 오랜 기간 동안 계급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곳이다.
그런 와중에 소장이라면, 아마 파리로 떠난 퍼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인물.
‘어째 그런 양반이 나한테 자꾸 질척거린다 했어. 막 말도 까고, 담배도 같이 피고.’
2차 원정군과 함께 찾아온 리겟은 오자마자 노골적이었다. 나 또한 동맹과 친해져 나쁠 게 없다는 주의였다만 내가 설마 동맹한테 다단계를 당할 줄이야.
“그래요. 내 다 이해합니다. 온갖 상황이 펼쳐지는 전장에서 무기 종류가 많을 수 있죠. 근데 파비앵이 오늘 아침 재밌는 이야기를 하던데.”
“하하, 막 참전한 우리의 무장이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더라고.”
“기관단총을 달라더군요. 미치셨습니까? 뭐 쓸 줄은 알아요?”
“그건 이제 배워야지.”
“누구한테.”
“…만든 사람한테?”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입만 벌리고 있자 리겟 소장은 지지 않고 똘망똘망한 눈망울 만들기 작전을 시행했다.
“오, 페탱 중장님. 세상에 이리 도둑놈들이 많은 험난한 곳에 어째서 절 버리셨나요….”
“어차피 우린 아직 규모가 적어서 사실상 구경꾼에 불과하지 않나! 이때 많이 배워야 벨기에를 해방하고 베를린도 가지. 그래서 말인데 모헬 대령, 전차나 항공기에 대한 부분도 도와주게. 아, 요청한 기관단총은 차우챗 같은 비주류여도 좋아!”
아니 언제부터 차우챗이 비주류인데. 호치키스 사의 기관단총이 우리 프랑스 주류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개량된 차우챗이 안 좋은 건 아니다.
“차우챗은 아직 돈값 하는 총입니다. 수량이 적을 뿐. 아니, 그리고 좋습니다. 돈 주고 구매한다는데 제가 도와줄 수야 있죠. 근데 지금 지휘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교육까지 맞습니까? 애들 교육은 여기가 아니라 학교를 가셨어야죠.”
“내가 육군사관학교 학교장 출신인데? 내가 가는 곳이 곧 학교지. 그리고 섭섭하게 이럴 건가?”
“여긴 전장이란 말입니다! 전장에서 가르치는 건 또 무슨 경우입니까?”
와, 진짜 이게 미국이라고? 내가 아는 미국 사령관은 손짓 한 번으로 수백 대의 항공기와 전함, 그리고 막대한 병력을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리챗, 당신이 소장인 곳이라니. 도대체 미군은 어떤 곳이란 말인가.
요지부동한 나의 칼답에 리챗은 페탱 연배 주제에 토라진 채 중얼거렸다.
“모내시 경이 분명 어제 그랬는데… 모헬 대령 찾아가면 알아서 교육해준다고.”
“아오, 모내시 사령관이 범인이었어?”
호주 육군 사령관 존 모내시(John Monash). 호주군이 싸웠다 하면 떼죽음 당하던 시절부터 있던 양반인데 갈리폴리 이후로 호주군 사망률이 너무 높아 보여서 몇 번 도와준 적이 있다.
그때 알려준 건 딱히 특별한 것은 없고 최대한 안 죽는 법과 무기 활용 방법이 전부였는데 나름 효과가 있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근데 그때의 은혜를 이리 갚아?’
그리고 이 인간. 나한테만 질척거린 게 아니라 벌써 모내시 사령관한테까지 손을 뻗은 거야?
이쯤 되면 왜 퍼싱 장군이 이 인간 남겨두고 파리로 갔는지 알겠다.
친목질에 끝판왕인 리챗 소장이라면 여기저기 마구 씨를 뿌려댈 테고 자기가 돌아올 때 즈음 수확이 가능하단 계획이 아니었을까.
“내 교장도 해보고 필리핀에서 원주민 군대도 키워봤으니 얼마나 힘든지 잘 아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함을 알기에 이리 부탁하는 게야. 마침 벨기에 전선이 덜 바쁜 지금이 적기 아닌가?”
“아….”
말이 안 나와. 입술은 떨리는데 어이가 없어서 입은 안 떨어져.
우리가 왜 공세 안 하고 조용히 있는데. 니들 오면 본격적인 드잡이질 좀 해 볼라 했더니 대서양 거는 족족 빈 깡통이잖아.
“크흠,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그만 말하시죠.”
“그, 전차라는 물건이. 이게 참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더라고. 아마 아군의 희생을 줄여주는 효과 때문이겠지?”
“그딴 효과 없습니다. 전차는 가는 적진에 가는 족족 파괴당해요. 이 모헬이 보증하니 믿어도 됩니다.”
“암, 당연히 자네가 만든 전차인데 믿어야지!”
우리의 대화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진지하게 통역 끼고 걸러 듣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옆에서 들리는 장문의 ‘오, 위대한 전차! 우리 미군의 운명과도 같은 물건!’ 연설을 해대니 난 귓구멍이나 후비며 귀지를 후 불어 날렸다.
씨알도 안 먹힐 소리. 이제 겨우 전차 군단이 내 손에 들어왔는데 그걸 나누자고? 이게 미쳤나. 내가 브뤼셀 공세 빼면 애지중지하며 아끼고 아끼는 놈들이다.
이젠 쳐다도 안 보고 언제 끝나나 싶은 개소리가 잠시 뚝 끊기자, 난 리챗 소장이 정신 차렸나 싶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이한 대치 아닌 대치는 몇 초 더 이어졌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나 바라는 게 많은 리챗 소장이었다.
“자네, 회사를 운영한다더군. 영국의 탱크도 자네 회사에 로열티를 내고 있다 들었네.”
“저와 베이강 대령이 구상한 물건이니까요.”
“우리 미국이 사지, 여기 벨기에에 있는 놈으로.”
“안 됩-”
“아, 가격은 생산가의 세 배를 쳐주지. 기술은 앞으로 꾸준하게 로열티를 낼 테니 걱정 말게. 미안하지만 어차피 본토에서 이미 카피캣을 만들고 있어.”
“이런 뻔뻔한.”
“로열티는…. 이 정도?”
가슴팍의 만년필을 꺼내 옆에 있던 냅킨에 숫자를 스윽스윽 적어대던 리챗 소장은 마지막에 달러라는 표시까지 남겼다.
‘으음? 폭망한 프랑이 아니라 달러네?’
그리고 생산가의, 세 배? 잠시만. 그럼 얼마지? 이게 육지의 드레드노트라는 별명이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특히 생샤몽은 금으로 도금한 수준이었는데.
일단 로열티만 얼마 떨어질지 대충 짐작 때려보니….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럼 기갑 교육은?”
“어우,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그 유명한 6사단 출신 기갑 지휘관이 붙을 겁니다!”
“후후, 좋아. 역시 동맹의 전우애는 위대하구먼!”
뭐야, 리챗 소장? 나 방금 미합중국의 파워를 맛봐 버렸어. 이게 미국 스타일인 거야? 너무 좋잖아.
전우애가 위대한지 돈이 위대한지는 모르겠고 르노 몇 대 내주는 건 괜찮겠지.
안 그래도 군단 1개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메차쿠차 늘어버린 전차에 승무원이 못 따라가는 실정이긴 했어.
현 세계 압도적 1위 생산 국가면서 바로 자발적 바가지를 청하다니.
현지 구매 조달은 내 눈에도 위대해 보였다.
아니지. 이 경우에는 조달 수준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병과 창설이다.
‘미합중국은…. 진짜구나.’
그래, 난 처음부터 너희들의 진가를 알아봤어. 나무 공사 안 된 참호 바닥은 물 고이면 지나다니기 힘들다고 그냥 통조림 캔으로 메꿔버리는 놈들이었잖아.
“이런 말이 있습니다. 훈련은 실전처럼.”
“아무리 대비해도 힘은 훈련장과 실전은 크게 차이 나니까 그런 거겠지.”
“제가 이래 봬도 야전 지휘관을 꽤 오래 뛰었습니다. 그런 제가 볼 때 이제 와서 하나하나 가르친다는 건 말도 안 되고요. 음, 일부는 실전 투입하시고 나머지는 교육받는 걸로. 이렇게 하시죠.”
“…그 일부 실전이라면?”
“문자 그대로 실전이죠. 대신 빠르게 배울 겁니다. 뭐 그만큼 죽어나가겠지만요.”
지금 애들 잘 키워놔야 나중에 배 타고 올 애들을 가르칠 거 아닌가. 땀 흘릴 시간 없으면 피 흘려 배워야지. 여기서 거절하면 난 손 뗄 거다.
동맹이니까 이 정도 배려하는 거다. 세상천지에 싸울 줄도 모르는 것들을 실전에 데려가는 군대가 어딨어?
그래도 개전 초기의 협상 동맹 가릴 거 없이 개판이던 기억을 떠올리면…. 어우, 지금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긴 해.
“그 과정에서 나오는 피해의 책임은 당연히 안 집니다.”
“으음, 일단 나도 보고를 올려야 하긴 하겠으나 아마 가능할 거 같군.”
“본격적인 여름 시작되면 이럴 시간도 없어서 지금이 마지막입니다.”
참호를 나오지도 아예 전처럼 꽁꽁 숨지도 못하는 독일군.
여전히 소극적 공격, 적극적 방어를 채택하긴 했는데 그래 봐야 속속히 도착하는 미군 때문에라도 우리한테 끌려다니는 실정이다.
우리가 공격하면 방어하고.
우리가 완전 잠시 방어만 하면 그제서야 주섬주섬 참호 나와 몇 번 찌르고.
‘생각해보면 최고의 환경 아닌가.’
미국 참전에 자동으로 중앙 전선은 나가리. 답답하다고 기존 협상국끼리 밀고 나가긴 여전히 쫄리니 이건 나쁘지 않은 소일거리 아닐까.
그리 난 동맹국 교관직을 수락했다.
***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리챗에게 맡겨진 임무. 그건 바로 전쟁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미 육군을 어떻게든 키우는 것.
이를 위해서라면 퍼싱은 그 어떠한 조건을 내걸어도 좋다고 선언했다.
탄 몇 상자 내주고 베테랑들의 피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포탄 몇 발 얹어서 그들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미군으로서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여긴 거다.
리챗은 처음 이 임무를 하달받았을 때부터 오직 한 사람을 노렸다.
대서양을 건너서까지 들리는 위명. 그의 나이 고작 28살에 참전 전 자신과 같은 계급을 달았고 그 계급이 무의미하게 막대한 권한과 권력, 국민적 지지를 얻는 한 청년.
이토록 젊은 이가 수백만 독일군을 두렵게 만드는 이라니. 참으로 안 믿기는 광경이지만 그 콧대 높은 대영제국군의 태도만 봐도 드러난다.
“히히,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방독면이오. 효과는 아주 좋은데 문제는 쓰고 끈으로 완전히 조이는 데 한 30초 가까이 걸리더군.”
“아주 다 뒈질라고 환장을 하셨구먼. 뭐, 시체 담게 우리 프랑스산 마대자루 좀 줘요?”
“우하하, 알겠소! 다시 만들어 오겠소!”
더글러스 헤이그 사령관. 미 육군과 비슷하게. 아니, 어쩌면 더 처참하던 섬나라 육군을 고작 3년 만에 세계적인 군대로 키워낸 걸물.
‘그런 사람이 자존심도 없나? 저 인간 그냥 가스 마신 거 아냐? ’
자꾸 웃으며 어디 지적받고 싶어서 안달 난 양반처럼 구니 젊은 청년이 짜증을 낸다. 근데 이를 더욱 좋아라 하며 받아들이는 헤이그 사령관의 태도는 지켜보는 리챗이 다 불쾌할 정도였다.
“한 국가를 대표한다는 인간이 자존심까지 버렸나.”
아무리 함께 싸워온 동맹이라지만 사이가 나쁘면 나빴지, 좋을 리 없는 프랑스를 상대로 저런 저자세라니. 리챗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런 리챗의 태도는 브뤼셀 방어전에서 이뤄진 미군의 첫 데뷔 이후 뒤바뀌었다.
“아핫! 모헬 대령 아니신가? 이리 좋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다니 역시 사람이 부지런하군!”
“지금 오전 10시인데요.”
“저런! 어제 밤새도록 일하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했던 모양이지?”
“전시여도 제 정시 퇴근은 못 건듭니다.”
혼잣말로 ‘페탱 중장님도 없는데 무슨 야근이야…’라고 중얼거리는 태도는 순간 이마의 핏줄을 확장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데뷔전 성적이 그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방어전임에도 허무하게 죽어나갔지. 어리바리하게 얼 타다가 죽고 무서워서 제대로 조준도 못 하는 추한 꼴이었어.’
그 옆에서 함께 싸우던 프랑스군은 불과 몇 미터 거리에 포탄이 떨어져도 능숙하게 헬멧을 정비한 뒤 무표정하게 적을 조준했다.
프랑스의 북부군. 현 연합국 내부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강군 집단.
리챗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존심을 내세울 상황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니 지금 그의 역할은.
“모헬 대령, 이게 진짜 남자 몸에 좋은 건데… 아 이걸 말로 하기도 그렇고. 일단 잡숴봐.”
“…줘보십쇼. 맛만 보게.”
아군을 살리기 위한 필사적 호감작업을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