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원역사보다 두 배 이상의 사상자를 낸 미합중국이 얼마나 더 먼로스러워졌는지 난 모른다.
허나 영국. 난 이 나라에 대해서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여긴다.
절대 적으로 돌려선 안 되는 국가.
인도의 반란 같은 일로 실시간 패권이 무너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남은 것만 까먹어도 앞으로 반백년은 떵떵거릴 국가.
비정상적으로 해군에 치중된 전력과 그에 걸맞게 지킬 게 많은 나라.
그래서, 아주 겁이 많은 나라.
예전부터 너무 지켜야 할 게 많았고, 하나 지키자고 달려들었다가 대전쟁이란 결과를 맛보았다.
그런 저들이, 과연 다시 한번 대전쟁을 하려고 할까?
‘능동적인 대처가 불가능하지.’
덩치는 지구에서 가장 크나 담은 아일랜드만도 못하게 되어버렸는데 주도적일 수 있을 리가.
이러한 영국의 모습을 종합해 볼 때, 내가 꾸준히 밀어야 하는 스탠스는 하나다.
“프랑스라. 프랑스.”
다 치워지고 내 앞에는 술잔이, 처칠 앞에는 찻잔이 놓여 있다.
페탱이 날 세워두고 자주 그랬던 것처럼 난 손가락으로 책상을 반복적으로 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더는 동맹이 아닌 겁니까?”
“아니, 어찌 대화가 그리되오?”
“더글러스, 아니라는데?”
“자넨 천생 군인이라 몰라서 하는 소리야. 군인의 말은 감히 홀로 감당하기도 무겁지만 정치인의 말은 수많은 유권자들이 나눠서 책임진다네.”
“그게 무슨 말인가?”
“무슨 말이긴, 어제 자신이 한 말조차 좆도 신경 안 쓴다는 말이지.”
설명 고맙고. 다음은 우리 처칠 의원님의 변명 차례다.
“그렇다는군요. 알다시피 전 돌려말하는 것도, 비유나 은유적 표현도 잘 못 합니다. 그러니 부디 정확히 말씀해주시죠.”
베르게르는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하는 신입이라 잘 모르겠는걸. 네 입으로 직접 말해봐.
너흰 우리 편이야?
그 증거는?
아직 답하지 못하는 처칠에게 난 약간의 힌트를 주었다.
“전 되려 영국이 우리 편을 들 줄 알았습니다. 우리 프랑스가 홀로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며 독일을 견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베르사유의 약속은 어디 갔습니까?”
“모헬 원수, 그래서 우리가 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 아니오?”
“그렇다면 해군을 움직여 주셔야지, 왜 육군을?”
너희, 솔직히 독일과의 관계를 아직도 포기 못 했지?
‘여전히 프랑스와 독일 누구 손을 들어줄지 간을 보네.’
괜찮다. 아니, 더 간을 봐도 된다. 당장 내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한들 그 말이 절대 몇 년 뒤에도 이어지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안다.
왜냐면.
‘독일은 재무장할 거니까.’
난 영국이 준비되어 있지 않길 바란다. 당연히 독일 견제를 위한 재무장? 아아, 할 거면 하든가. 그래봤자 이제 와서 우리가 군함 건조하는 거랑 다를 바 없겠지만.
친독과 반독. 당연히 따라오는 친프와 반프.
너희가 스스로가 얼마나 전쟁을 무서워하는 쫄보인지 모르는 지금, 재무장 같은 말이 전부가 허세라는 것을 난 잘 안다.
그러니.
“절 어찌 보실지 모르지만, 독일과의 전쟁은 최대한 안 나는 방향으로 전 노력할 겁니다.”
“…정말이오?”
“예, 헌데 그럼에도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건 제 책임이 아닐 겁니다.”
처칠, 넌 나의 새로운 투자 종목이야. 앞으로 10년은 묻어 둘 소중한 동전 주식.
“모헬 원수, 나중에 내가 다시 찾아 왔을 때도 그 말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소?”
“전쟁이 끝난 지 10년도 지났는데 평화를 위한다는 말이 그리도 의심스럽습니까?”
“의심이 아니오! 그저 의회에서 꼭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는 자들이 있어서, 하하.”
무력으로 분쟁을 해결하지 않는다는 조약에 참여도 안 하니까 불안했었구나? 괜찮아, 난 절대 전쟁광이 아니야.
“처칠 의원님이 아니라 누가와도 전 똑같이 말할 겁니다. 선제공격은 절대 없습니다. 기분 나쁘지만, 그래요. 나중에 조약이라도 써드리지요. 뭐, 제가 그런 위치에 오르게 된다는 ‘가정’하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하! 좋소, 아주 좋소!”
네놈이 상장하게 될 때.
영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려나.
***
처칠과의 첫 만남을 다행히 웃으면서 나오는 길.
함께 차를 탄 맥아더는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도와줬으니 갚아라.”
“뭘?”
“뭘? 뭐어얼? 초대라면서 링에 세워놨으니까 파이트머니 내놓으라고.”
“얼마?”
“나중에 제대로 청구하지.”
쩝, 넘어가나 했는데 맥징징이 여기서 쪼잔하게 나올 줄은 몰랐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어 보이는데.”
“이 말은 꼭 해야겠네. 만약 프랑스가 해군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미합중국은 홀로 일본 제국을 상대하게 될 거야.”
“포기는 하지 마라?”
“최소한의 움직임이라도 보여주는 게 좋다는 조언이지. 식민지 국가인 주제에 해군을 소홀히 하는 이 나라가 비정상인 거야.”
“그렇긴 하지.”
이 부분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긴 해. 차마 나도 ‘식민지 그까이꺼 그냥 포기하자!’라고 말하고 싶다만 그랬다간 나라도 안티가 마구마구 생성될 거다.
굳이 그런 오물을 뒤집어쓸 필요는 없지.
워싱턴 조약에 의거해 순수 해군력으로만 보자면 미국이 10, 일본이 7이다.
여기에 나와바리 버프가 더해지면 사실상 미합중국은 당장 붙으면 일본 제국을 이길 수 없다.
여기까진 그냥 겉으로 보이는 시나리오고 실상은 약간 다른 것 같다만… 알아서 해결할 문제지.
“자네가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
“외교관도 아니고 더 할 말이 뭐 있겠나. 아, 하나 더 하자면 사업 접으라고. 돈 몇 페니 더 벌려다 괜한 오해 사지 말고. 의회에서 자넬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좋지 않아지고 있어. 직접적인 개입이야 어렵지만… 자네도 알지 않나. 얼마든지 다른 방법은 넘쳐나. 특히나 자네가 더 이상 군인이 아니라면 말이지.”
“몇 페니 수준이 아니던데…”
재팬 머니! 너무 달달했다! 1억 신민들의 육군 성금을 꿀꺽 삼켰을 때의 그 달콤함이란!
애국심이 약간 깃들었지만 날 위한 진심 어린 조언에 나도 하나 답했다.
“나도 하나 알려주지. 일본 제국은 생각보다 더 미친놈들이야.”
“…무슨 말인가?”
“난 당장 내일 일본이 전쟁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보네.”
원수 임명식 끝나고 한 일본 측 외교대사가 나한테 다가와 ‘아앗! 모헬 원수님이 가르치신 적보다 한발 빠른 움직임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습니다!’라고 하더라고.
난 선제 타격 이야기는 꺼낸 적도 없는데 언제 우리 포슈 원수님의 사상이 거기까지 변질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다만,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일본,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자신감이 넘친다.
진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기에 약간의 경제 원리를 더하자면 영국과 미국이 블록 경제로 공황을 벗어나려 하는 걸 본 일본이 어떻게 하겠나?
당연히 본 그대로 하려고 할 거다. 그게 바로 일본한테는 중국인 거고.
“그거야 우리도 잘 알지. 마치 그게 새로운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군? 필리핀이 아니라 설마 중화민국 이야긴가?”
“난 말해줬네.”
만약 내가 미합중국이었다면 난 장제스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을 거다.
지금 같은 깔짝 지원이 아니라 아예 장제스의 독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겠지.
그러나 제국과 독재 사이에서 지금처럼 애매하게 한 발만 담그면…
‘돈 날리는 거지.’
주식이 떨어지고 있어? 나름 지원해줬는데도 내전이 안 끝나?
그럼 물을 더 타야지 이 친구야. 달러로 중화를 덮을 때까지 지원해보라고. 필리핀 따윈 알래스카처럼 팔아버리게 될 테니까.
골똘히 내 말을 곱씹지만 여전히 더글러스는 반문할 질문조차 정하지 못한 듯 보였다.
물론 나도 미합중국 나라 특성상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제국.
공산.
독재.
셋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난 무조건 독재다.
미합중국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아마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지 않을까.
***
어렸을 때, 그런 기억이 있다.
페탱 할아버지가 저녁 식사에 쳐들어오셨고 아버지는 부스스한 차림으로 노인네 기어코 왔다며 소름끼친다는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한 자리였다.
그땐 너무 어렸던 터라 페탱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고 아버지를 괴롭힌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밥먹는 내내 노려보며 대답도 안 했고 꾸준히 찾아올 때마다 인사도 안 했었다.
나중에서야 아버지 직장 상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아무튼, 어렸을 때는 그냥 그랬다.
아버지는 동화에서 나올법한 영웅이셨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언제나 정의롭고.
매우 현명하며.
세상을 구하는 그런 영웅.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던 나이 때부터 찾아본 신문에도 아버지는 언제나 대단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나라를 든든히 지키는 남자.
모든 이웃들이 어린 자신에게 친절했으며 만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자신에게 했던 것 같다.
물론 15살이 된 지금은 알 것 다 안다고 자부한다.
아버지는 아군에겐 든든한 방패였지만 적에겐 가히 공포스러운 존재였을 거다.
그 과정에서 분명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있었겠지.
물론 아버지는 그 당시의 일을 말하기 꺼려 하시긴 한다만, 가스파르가 보기엔 그런 무심한 태도가 되려 멋있었다.
가스파르는 오랜만에 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본래 이 방은 사용인들도 출입할 수 없지만 어머니 방에 청소를 위해 열쇠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 그는 조용히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온갖 서류들과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다.
‘평소에 정리 좀 하시지.’
어머니가 비슷한 잔소리를 종종 하시면 자신은 언제나 부관이 있어서 그런 일은 안 한다고 떵떵거리시며 걸레를 찾으신다.
최근 원수직.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군인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는 다시 바빠서 집에 자주 못 오시니 들킬 염려는 없다.
가스파르는 가장 먼저 아버지가 앉았을 의자에 앉아 방을 둘러봤다.
무언가 약간 다른 느낌. 넓은 방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고양감은 짜릿할 정도였다.
책상 바로 아래 서랍을 하나 열어봤다.
드르륵 열리며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관리가 잘 된 한 피스톨이었다.
“….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도 집에 이런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기관단총과 수류탄 같은 물건들이 오를레앙 저택 곳곳에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서랍을 닫고 의자에서 일어나 이번엔 바로 뒤 책장으로 향했다.
재미없어 보이는 전문 서적들은 관심이 안 갔지만 한 제목도, 장식도 없는 양장본 시리즈에 눈길이 갔다.
“오오.”
그래 이거다. 응당 비밀 서적의 냄새가 풀풀 나는 이런 것을 찾아 아버지 방에 몰래 들어온 거다.
손가락으로 양장본을 지나치며 쓸어보니 좌측으로 갈수록 오래된 책임이 분명하다.
가스파르는 책장 좌측에 가까운 한 권을 꺼내보았다.
꽂혀있을 때는 안 보였는데 책 표지에는 오직 숫자 네 개만 적혀 있었다.
[1917]1917년? 그때라면 아버지께서 한창 전쟁터에 나자 계셨을 때 아닌가.
‘전쟁 기밀? 비밀문서? 전략이나 전술 일지?’
두근거리는 마음에 보물상자 대하듯 무거운 양장본 커버를 넘겼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아버지의 사진.
집에서는 잘 안 피시지만 사진에서는 줄곧 보이는 담배를 입에 물고 계셨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심하게 어느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는 한 군인.
절묘하게 아버지의 얼굴이 반밖에 안 나온 게 스쳐 지나가다 어느 종군 기자에게 찍힌 사진 같다.
머리를 뒤로 넘겨 잘생긴 아버지의 젊을 적 모습에 가스파르는 감탄이 나오려 했으나….
[올해 최고의 단독샷]“…?”
분명 자연스러운 사진이 맞는데, 저 문구 하나로 갑자기 사진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설마… 에이, 누군가 찍어서 아버지한테 드린 것이겠지.”
그런 것 치고 양장본이 꽤 많다. 가스파르는 무언가 잘못된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펼쳐보기로 했다.
재빠르게 손에 집히는 아무 양장본 책을 한 권 더 꺼내서 펼쳤다.
“1919.”
2년이 지난 시점이다.
바로 펼쳐보니 이번에는 한가운데 앉은 아버지와 수십은 넘을듯한 인원들이 거대한 방 안에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에 뒷모습이 많은 것으로 보아 뒤에 앉은 누군가가 찍은 것 같다.
사진 아래에는 짤막한 한 줄 설명이 적혀 있었다.
[깝치던 독일, 오늘부로 컷!]“…….”
이, 일단 하나는 확실하다.
“절대 아버지가 이딴… 것을 만드셨을 리 없어.”
아버지를 존경하는 누군가가 만들어서 선물한 걸 거다.
묘하게 고귀함과 천박함이 깃든 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던 찰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해가 지고 나서 이리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면 분명 아버지밖에 없다.
재빨리 책을 꽂아 넣고 방문을 잠근 뒤, 가스파르는 거실로 걸어나왔다.
그곳에는 아버지와 여동생이 보였다.
“우리 따아아알!”
“아빠 술 냄새나!”
“허억! 아빠 냄새 안 나!”
“아냐, 나!”
여동생을 껴안으려는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는 엘리나에게 약간의 상처를 받으셨는지 살짝 뒤로 물러나셨다.
허나 포기를 모르는 분답게 가슴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짜잔! 무려 프랑스 전군을 통솔하는 유일무이 원수를 증명하는 원수패! 달고만 나간다면 대통령도 도망치고 총리도 꽁꽁 숨게 하는 옵션까지 들어있지!”
“그게 뭐야?”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반짝이는 패에 엘리나는 관심을 가지며 손을 뻗었다.
“어허, 그냥은 안 되지요!”
팔을 벌리며 원수패와 포옹을 매매하려는 아버지의 모습. 이를 계단에서 내려오며 멈춰 본 가스파르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아났다.
눈살이 찌푸려지고.
속이 울렁거리며.
약간은 실망감과 어이없는 듯한 느낌.
‘아버지가… 전쟁 영웅?’
아까 서재에서 발견했던 검은 양장본 책.
혹시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자꾸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