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정확히 한 달 뒤, 우리 오를레앙당은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의 의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보다 정확한 통계는 없었고 확실한 투표 숫자 앞에서 고개 뻣뻣이 들 수 있는 의원은 없었다.
슬슬 기지개를 켜려고 준비 중인 와중, 한 인간이 날 찾아왔다.
“슈텍 총리님?”
“원수! 아니, 당수! 나 좀 살려주시오!”
“누가 보면 제가 죽이기라도 하는 줄 알겠습니다?”
“날 쫓아낼 것 아니오!”
“그거야 당연하지요.”
굳이 과반이 아니어도 총리 교체는 가능하겠더라고. 그럼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둘도 아닌데 빨리 움직여야지.
바닥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처럼 저자세로 나온 테오도르 슈텍 총리는 우리로선 조금 불편하다.
대통령의 개인 식민지 장관이었고, 정부 부처 장관과 의원으로 우리 군부와 가장 많이 충돌하는 인간 중 하나였다.
특히나 그가 급진당 핵심 멤버이자 절대 내가 손 안 잡는 놈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토록 좋아하시던 SFIO 애들은 어쩌시고?”
“내 그딴 공산당 놈들과는 다시 상종하지 않겠네!”
SFIO(French Section of the Workers‘ International: 노동자 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사회주의 계열이고 공산주의를 외치는 놈들이다.
급진당이 흡수하여 그간 집권여당으로 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데… 다 흡수해도 절대 하지 않는 놈들이 바로 이놈들이었다.
아무리 나여도 이쪽 애들을 감화 혹은 교화시키는 것은 무리다. 그나마 비빌만한 부류가 우리 프랑수아 형님이 이끄는 불의 십자단인데…
‘요즘도 인터내셔널 놈들 때려잡고 다니시나?’
경찰도 감히 못 건드는 인터내셔널을 우리 프랑수아 형님은 직접 쥐잡듯 박멸하는 일도 하신다.
아무튼, 일부 노동자 표는 포기해도 대세에는 지장 없으니 와도 안 받아주는 게 SFIO 쪽이다.
“으음, 너무 늦게 오신 것도 있고. 총리님은 이미 때가 타서 저랑은 좀 안 맞으십니다.”
“이미지야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이고 과거는 잊혀지기 마련이네!”
“그렇게까지 총리가 되고 싶으십니까?”
“드디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찌 여기서 몰락하겠나! 나도 한 손 거들어 보겠네!”
입은 청산유수다만… 고개 돌리면 배신하는 급진당에서 소련 냄새까지 묻은 너희는 좀 아닌데…
허나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세탁 당해서 써먹히고 싶다면 난 기회는 주겠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진 않죠.”
“뭔가! 원수, 말만 하게. 내 무엇이든 하겠어!”
눈을 부릅뜨고 부려만 달라는 우리 하루살이 총리의 모습에 난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급진당 출신 총리로 발표 하나만 하시면 됩니다. 그럼 그 자리는 유지해드리죠.”
“무슨 발표?”
“아아, 대본은 써서 드리겠습니다.”
학자 출신으로 군에 대해 모르면서 한껏 나대다가 식민지 총독과 장관을 거쳐 총리까지 오른, 너에게 아주 적당한 발표.
당신의 생명은 연장되었다고 토닥이며 그를 돌려보내고 며칠 뒤.
12월, 슈텍 총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드레퓌스 사건보다 더한 갈라치기 주제의 탄생이었다.
***
가장 무서운 독재자, 그건 아마 시민들이 본인의 입으로 독재를 요청하게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 프랑스는 도대체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 건가?”
“저, 저희도 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습니다.”
“딱히 숨기지도 않는 나라인데, 파악하지 못했다?”
미합중국 29대 대통령 허버트 C. 후버는 소집한 정부 인사들의 입에서 기대한 답이 하나도 나오지 않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현 미합중국의 최대 과제는 경제 회복이고 여전히 먼로의 향기가 태평양 하와이에서부터 저 알레스카까지 깔려있다지만 아예 눈과 귀를 닫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가 있고.’
다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실이 후버를 미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베르게르 모헬 원수. 아니, 오를레앙당 모헬 당수. 뭐라 부르든 그 악마 놈은 한 손에 군권을, 다른 손에 정권을 쥐고 있는 놈이다.
헌데 왜 곧 쫓겨날 슈텍 총리의 입에서 친독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란 말인가?
“마지막 발악 아니겠습니까? 반전 여론을 등에 업고 평화를 외치며 살아남으려는 겁니다.”
“조슬린, 프랑스 국민들이 다 자네처럼 멍청한 줄 아나? 반전? 지금 저 나라는 안보라는 개념 자체가 베르게르 모헬이란 인간 하나로 이해하고 있는데 반전? 장난하나?”
“…. 죄송합니다.”
대변인이라는 놈의 일차원적인 생각은 군을 잘 모르는 자신이 보아도 말이 안 된다.
“캘로그 장관, 외교는 자네 전문이지 않나. 난 지금 프랑스의 미세한 변화도 놓쳐선 안 된다고 보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간 프랑스의 반독과 평화. 이 두 가지 워드의 결말은 오직 ‘방관’이었습니다. 허나 누구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모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또 한 번의 전쟁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고, 국민들의 지지까지 함께하는 인간이 말입니다.”
국무부 장관 켈로그는 군사 강국이 약한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 상황을 좀 더 크게 보고자 했다.
‘아직도 총리가 교체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를레앙당과 입을 맞췄다는 거야.’
다만 과연 저것이 진정한 권력자, 베르게르 모헬이 원하는 바인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급진당은 살아남을 겁니다. 정치에서 전통과 출신은 절대 지울 수 없으니까요. 다만, 이번 사건을 대통령을 비롯한 오를레앙당, 그리고 모헬 원수가 방관한다면… 평화는 이뤄질 겁니다. 설령 그게 일방적인 평화여도 말입니다.”
“후우, 최소한 전쟁은 아니란 것인가.”
켈로그의 분석에 후버는 한숨 돌리며 진짜 주제를 꺼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밀고 있는 군비 감축은 가능할 것 같나?”
“….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 군비 감축을 감히 꺼낼 인간이 이제 있겠습니까마는 지금 분위기가 또 다르게 흘러가고 있잖습니까.”
안 그래도 줄였던 군을 더 줄여야만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해군만이 아닌 육군도 이에 포함되었다.
이 말은 즉, 미합중국의 외부 개입능력 및 영향력이 거세되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전 세계가 여기에 동참한다면 모두의 평화는 유지될 테지만…
‘프랑스인들은 대전쟁을 기점으로 강력한 군사력만이 그들을 지켜준다고 믿지.’
그 기점이 아마 마른 전투가 아닐까 싶다. 무려 수도가 무너지기 직전이던 시기였으니까.
그런 과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만, 그럼에도 현 프랑스의 외부 개입 능력은 과하다 싶을 정도다.
특히나 그들 주변에 있는 국가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이웃임을 감안하면 저들의 육군은 어느 정도 제지당할 필요가 있다.
스무트-홀리 이후로 프랑스와의 무역이 현저히 줄어든 지금 과연 미합중국이 주도하는 군축에 그들이 참여할 것인가.
냉정하게 켈로그는 전쟁 영웅 출신 권력자가 군비를 늘리지만 못하게 해도 성공한 계획이라 봤다.
“무언가 변하고 있어. 비단 이번 공황 때문이 아닌, 시대 흐름이 바뀌고 있단 말이야.”
불안한 마음에 반쯤 홀로 중얼거리듯 후버는 자신이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내뱉었다.
경제적 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17년 전처럼 무역이 끊기고 시장이 박살난 것.
일본이 중화를 침범하고 괴뢰국을 세운 것.
프랑스를 중심으로 묘한 기류를 뿜고 있는 유럽 대륙.
심지어 웅크리고 있으나 전 세계에 뻗어있는 빨갱이들까지.
정말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당장이라도 나서서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할 것만 같은데…
‘정작 중요한 것을 모르겠으니 미쳐버리겠군. 아주 재채기를 몇십 년 참는 기분이야.’
그런 후버의 찝찝함을 알아서일까, 또 하나의 프랑스발 소식이 백악관을 강타했다.
그날, 후버의 찝찝함은 불안증세로 악화되었다.
***
“키에에엑! 모헬이 독재를 시작한다!”
“파리에 나폴레옹이 돌아온다!”
“유럽 통일! 제국 전쟁! 대륙 봉쇄에에!”
미합중국이 다리를 달달 떨며 약물 치료를 요할 때 영국은 전통적인 PTSD 증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프랑스가 그간 어떤 나라였나? 정부가 왼손을 들라고 하면 국민들은 오른손을 들며 정부가 호통치면 국민들은 쟁기와 횃불을 든다.
말 안 듣는 국민 1순위에 뽑히는 국가이자 참으로 애매한 공화국.
마냥 미국처럼 자유주의도 아니고, 개입주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국처럼 식민 제국이라긴 부족한 국가다.
농수산, 공업 등 산업 전체가 단계별로 흩뿌려져 있고 육해군 딱 하나 강점으로 삼지 못했다.
애매한 국가. 그게 지난 반세기 동안 프랑스의 평가 아니었나.
허나 딱 최근,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프랑스는 변하였다.
회귀. 그들은 과거로 회귀했다.
“미친 새끼들! 식민지 따위 다 빼앗겨도 상관없다는 거냐!”
“저들은 이미 해군 군축 따위 관심도 없소! 이젠 육군 군축! 나아가 군비 감축을 논의해야만 막을 수 있소!”
“허나 그게 프랑스를 되려 자극하는 게 아닐지….”
과연 누가 저 모헬 원수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
적어도 각국의 군비 감축 이야기를 꺼낸 후버 대통령은 아닐 것이다.
결국 프랑스와 가깝다는 이유로, 전 세계 국가들의 시선을 한껏 받으며 영국의 손에는 방울이 쥐어졌다.
“…역시 진작에 개입했어야 하오.”
“총리 각하, 개입은 대전쟁 이래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전쟁 직후의 분위기가 어땠던가? 수틀리면 혼자라도 베를린으로 돌격할 것만 같던 게 프랑스다.
재정, 군사, 피해 등 모든 분야에서 분명 심각한 무리가 갈 게 뻔해 보였지만, 당시의 프랑스는 지휘관 전성기라 봐도 무방했다.
필리프 페탱, 베르게르 모헬, 그리고 페르디낭 포슈까지.
세 사람이 모두 존재하는데 누가 불가능하다고 코웃음을 칠 수 있었겠는가.
대전쟁 참전을 반대하였던 맥도널드의 입장에서 지금 프랑스는 이전 정권들의 업보였다.
그들이 방관해왔던 결과다.
누가 전쟁이 끝났으니 서서히 대육군의 힘이 빠질 거라 낙관했던가?
그들은 이제 홀로 대독전을 치를 만큼 성장해버렸다.
‘분명 저 군비는 무리가 갈 터인데…’
영국이었다면 조지 왕이 직접 내각을 해산시켜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이제 프랑스는 그럴 가능성조차 사라졌다.
독재자에게 권력의 근원을 축소하라는 말은, 사실상 전쟁하자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
“후우, 어쩌면 좋겠소. 말이라도 해보시오.”
“아직 완전히 정부를 삼키지 않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설령 해군 카드를 쓰는 한이 있어도 대육군을 막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모두 프랑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당장 입법 선거만 끝나도 베르게르 모헬은 헌법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일각 부작용을 감수해서라도 당장 개입하자는 의견이 튀어나왔지만 이 또한 모두가 찬성하진 않았다.
“저어얼대 안 돼에에에에!”
“다들 미쳤어! 대전쟁에 참전한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모헬 원수는 건들면 설령 자기가 죽는 한이 있어도 달려든다고! 우리 통일당은 무조건 반대다!
“린리고스 후작, 지금 너무 흥분-”
“여기의 늙은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정치인이 아니오! 자극? 협상? 그는 사람을 딱 두 가지로만 구분하지. 적, 혹은 아군!”
“그럼 이대로 이전 정부처럼 방관하자? 아주 프랑스 제국의 부활 선언까지 기다려주지 그래!”
맥도널드 총리는 겨우 추진력 있는 영국 정부를 구성했다고 생각해왔으니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니다.
대체적으로 군에 복무하거나 해외 식민지 파견 이력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방울을 다는 순간 유럽 전역에 공포의 종소리가 울린다고 외친다.
반면 이번 군비 감축을 필두로 한 ‘프랑스 개입 능력 축소’를 외치는 이들은 방울이 아닌 거대한 무게추. 혹은 닻이 될 거라며 적극적인 찬성을 보냈다.
냉정히 볼 때, 역시 반프랑스 여론이 큰 것은 사실.
맥도널드 본인도 이대로의 방관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군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육군은 대체적으로 반대를.
“미쳤군. 프랑스 육군과 우리 육군의 전력 분석? 징집병들은 모헬 원수가 낫을 들고 목숨을 수확해버릴 텐데.”
해군에서는 드디어 때가 왔다고 말한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린 프랑스 어느 항구에서든 상륙이 가능할 겁니다!”
“누가 우리를 막겠습니까! 바다로 수장된 대양 함대? 녹슨 구식만 항구에 장식한 프랑스 해군이? 우린 세계 최대 최강입니다!”
해군 인사들의 하나같이 넘치는 자신감에 맥도널드는 되려 적당한 개입 따윈 쉽지 않을 거란 사실만 되새겼다.
이미 프랑스는 대전쟁 이래로 매번 뒤에 전쟁이란 수를 두고 있다.
‘대영제국은 전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전에 물어봐야 할 질문.
과연 대영제국은 또 한 번의 대전쟁을 치를 의향이 있는가.
맥도널드는 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