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프랑스가 6사단을 꺼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본인들의 독점 무대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절대 안 돼! 스페인은 우리 이탈리아 패권의 핵심이라고!”
차라리 프랑스가 아예 빠졌더라면. 그랬다면 무솔리니는 느긋하게 협상하며 프랑코를 지원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너무나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프랑스의 의지에 무솔리니의 계획은 시작도 전에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 이 새끼들이…. 그냥 함께 스페인 조리하면 되는 건데!’
분명 함께 적절히 지원을 미끼로 스페인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탈리아 홀로는 불가능하지만, 프랑스가 가세한다면 이번 내전을 통해 필요한 항구나 지중해 패권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단 말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전쟁이 늘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국제 여단이 도착하자마자 곧장 병력 지원으로 노선을 틀었다.
당연히 무솔리니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우리도 병력을 준비하게. 최소 사단 두 개로!”
“허나 두체, 그랬다간 비용이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상관없다고! 그럼 프랑스가 스페인을 홀라당 먹게 놔둘 건가? 당장 발표부터 하라고!”
프랑스가 국경을 통해 바로 스페인 내부로 진입한다고 하였던가.
스페인과 국경이 맞닿아 있지 않은 이탈리아 입장에선 함께 움직이려 했다간 되려 끌려다니기만 할 것이다.
“우린 모로코에 있는 프랑코와 함께 스페인 본토 상륙을 준비한다.”
이 수단밖에 없다.
프랑스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스페인으로부터 항구를 얻기 위해선 프랑스가 할 수 없는 작전을 선보여야 한다.
지금 스페인 반군은 둘로 나눠져 있다. 프랑스 국경과 맞닿은 북쪽 지역 반군과 모로코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식민지군으로.
북쪽 반군은 아마 프랑스와 함께하게 되겠지만 핵심은 어쨌든 모로코에 있는 프랑코 아닌가.
본래보다 빠른 전개.
계획보다 더 큰 지원.
그러나 이미 눈이 돌아버린 두체는 이미 프랑코보다 내전에 진심으로 변하여 버렸다.
두체의 말은 곧 법이요 진리로 여기는 이탈리아에선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아직 공황의 여파에 허우적거리는 이탈리아였으나 그들은 이미 지중해의 패권 국가처럼 행동하였다.
***
35년에 시작된 내전은 36년 여름에 이르러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탈리아-프랑스의 합작.
그리고 그 합작에 한 손 거든 공화정부.
그럼에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영국.
“크아악 프랑코, 이 매국노 새끼!”
“감히 이탈리아를 끌어들여?”
“결국 제 놈도 스페인의 두체가 되고 싶은 게야! 리베라처럼 독재가 하고 싶었던 거라고!”
공화정부 나름대로 ‘영국이 프랑스만 붙들어주면 할만하다!’라고 여겼지만 누가 봐도 프랑코의 승리가 예상되니 영국은 되려 그간 해주던 지원도 끊어버렸다.
그들 또한 아는 거다.
아무리 소련의 지원이 튼실하다 한들. 저 자원으로 모였다는 빨갱이들의 여단이 강력하다 한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멕시코가 지원해주는 벨랑카 전투기?
소련의 700명 의용군과 국제 여단?
그딴 놈들이 얼마나 강력하든 이미 프랑스가 라인란트에서 뺐던 6사단 카드를 꺼내 든 순간 다 부질없다.
이에 질세라 이탈리아는 무려 5만에 이르는 병력 지원을 선언해버렸다.
“…버터야 한다. 무조건 버텨야 해.”
“그래, 시간만 끌어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추가 개입에 망설일 수밖에 없어!”
공화정부는 프랑코를 이기는 대신 각 도시를 거점화하여 버티기 전략으로 돌입하려 했으나….
“꺼져, 이 새끼들아!”
“징집? 설마 우리를 징집하겠다고?”
“씨발, 차라리 터전을 버리고 도망치고 말지. 저 독재자들이 민간인을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아래로는 모로코 정규군과 이탈리아군이.
위로는 국경을 지키던 병력이 6사단을 등에 업고 내려오는데 누구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참으로 옳았다.
“해안 포대가 적 상륙 저지를 포기하였습니다!”
“항구가 막히면 저희는 꼼짝없이 포위됩니다!”
“공업 도시들이 전부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4할이 넘는 지지를 받았던 공화파는 막상 내전에 국민들을 끌어들이자 외면받았다.
“마드리드! 우린 마드리드에서 공성을 한다!”
어차피 반군은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포위하며 올 생각이다.
그렇다면 공화정부는 아예 수도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내전을 더 끌려고 하였다.
***
국경을 통과하고 곧장 반군과 합류한 파비앵은 몇 번의 교전이 끝나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렸다.
“확실히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많긴 한가 보네.”
“왜 그러십니까?”
아무리 전쟁의 패러다임이 해마다 변한다지만 대전쟁 때 변한 큰 틀은 여전하다.
진지를 바탕으로 한 화력.
그게 기관총이든 참호든 상관없다.
하다못해 시가전을 해도 화력만 충분하면 점령은 쉽지 않다.
“예전에는 전열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지.”
“전열 보병의 시대였죠.”
“지금은 전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무슨 일이 있어도 옆구리가 뚫리면 좆되는 거라고. 근데 봐봐.”
제대로 된 교환은커녕 기껏 끌고 온 전차가 무색하게 적은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두 전선을 막고 있다지만 파비앵이 ‘혹시 속임수?’라는 의문을 품을 만큼 정부군은 형편없었다.
“민병대 수준도 아니야. 20년 전 프랑스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과거 19세기를 잊지 못한 프랑스군에 부사관으로 복무했던 파비앵이다. 그런 그가 볼 때 지금 스페인 정부군은 갓 징집한 병사와 다를 게 없었다.
‘장교가 없나?’
스페인군 장교 1만 8천 명이 전부 반군 지지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파비앵이 볼 때 이게 내전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었다.
“음, 이러면 말이 달라지지.”
모헬 원수에게 그가 받은 명령은 굳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압박만 하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마드리드 입성은 프랑코의 역할이고 프랑스는 그 보조에 불과하니.
그러나 이탈리아와 비교당해야 한다면 파비앵은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느긋하게 싸웠다고 해도 이탈리아만도 못하면 안 되지.’
이건 자존심을 떠나 명성과 명예의 문제니까.
적의 부실함을 확실히 파악한 파비앵은 곧장 전술을 바꿨다.
“마드리드까지 빠르게 돌파한다.”
“하지만 아직 프랑코 측에서 준비가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알 바야?”
딱 봐도 수도까지 고속도로가 깔려 있는 모양새인데 어쨌든 모헬 원수 말은 피해만 크지 않으면 된다는 거 아닌가.
파비앵은 원수의 지침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고 여겼다.
***
민주주의에서 홀로 우뚝 서게 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아마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는 거다.
옆 나라가 헛짓거리를 해도 못 막은 책임이.
식민지에서 반란이 일어나도 관리 못한 책임이.
심지어 정책을 펼쳐도 모든 부작용과 시행착오는 전부 우리 책임이다.
내가 아직 총리직이나 대통령직에 굳이 나서지 않는 이유.
프랑스 정치 체제는 의회만 잡아도 권력의 반은 먹은 거다. 여기에 대통령만 잘 우리 사람으로 만들면 끝.
굳이 내가 나서서 무솔리니처럼 피자 도우를 돌리면서 연설할 이유는 없다.
그래 봤자 전부 내 책임으로 쏠릴 테니까.
누군가는 책임은 안 지려는 신선놀음이라고 할지 모르겠다만….
‘신선놀이 맞는걸?’
내가 우윳값이 얼마여야 하는지 알 거 같냐? 식민지 경영은 내 평생 발도 안 들여본 분야다.
하다못해 지금 루르에서 나가는 물건의 관세가 몇%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게 꼴에 군바리라고 전쟁이긴 한데….
‘이 짬에 나가서 야전을 뛰라고?’
내일모레면 내 나이가 반백 살이다. 심지어 얼마 전 원수로 추대된 베이강 참모장님 빼면 군 일인자인데.
“어휴, 나도 이제 늙어서 야전은 힘들지.”
“그, 파비앵 소장이 나이가 더 많은 걸로….”
“닥쳐, 빅터.”
“넵.”
그 자식이 걸어서 마드리드까지 갔나? 그놈의 기동군, 기동군 외치던 놈이니 장갑차에 타서 편하게 갔겠지.
“다를랑, 스페인전 다음 보급이 언제지?”
“다음 달인데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파비앵 때문에?”
“그쪽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마치 경쟁하듯 수도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수도 탈환만 남은 상황이라.”
수도 마드리드. 여기가 조금 애매하다.
민간인 피해가 지나치게 커지면 여론이 좀 안 좋게 흘러갈 수도 있어서 쉽게 건드리기 힘들다.
그렇다고 저곳에서 작정하고 농성하면 꽤 오래 버틸 것 같다.
그만큼 돈도 많이 깨지고 빠르게 치고 빠지고 싶은 우리 프랑스 입장에선 골치 아프다.
“파비앵의 판단은?”
“일단 마드리드 도착하고 연락하겠다고 합니다.”
“…이 새끼가.”
실전 경험도 쌓고 오랜만에 이름 좀 알려보라고 보낸 건데 너무 신나서 날뛰는 거 아닌가.
“일단 마드리드 포위는 확정인 것 같습니다. 그 이후 협상으로 해결해보고, 안 된다면 진압에 나서야지요.”
“후우, 부디 협상으로 끝나길.”
전부 항복하란 소리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공화정부가 무의미한 짓은 안 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만약 공화정부가 완고하게 버티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글쎄, 그냥 포격이라도 부어봐야 하나.”
“….”
“농담이네. 난 그런 짓은 안 해.”
저 눈빛, 언젠가 가스파르가 날 보던 시선인데. 왜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흠흠, 혈기 넘치던 시절과는 달라. 지금은 대화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네.”
그때야 ‘악명도 명성이다!’라는 논리로 날뛰던 철부지였고 지금은 연륜이 있는 중년이다.
그런 오명은 이제 씻을 때가 되었다.
***
“우리의 요구는 타국의 간섭을 그만 받고 정당한 투표로-”
“잠시만, 모헬 원수의 전언을 먼저 말씀드리겠소. ‘무조건 항복. 좌파랑은 협상하지 않는다.’ 이상이오. 혹시 프랑코 장군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제 하십시오.”
“엄… 그렇다는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반군.
세 국가의 병력이 마드리드를 포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달 남짓.
다만 마드리드에 몰려있는 십만에 이르는 병력과 시민들을 생각해서 잠시 포위에 머물고 있다.
“…압박만으로 우리가 포기할 거라 생각하면 착각이오. 어차피 시민들 때문에 쉽게 못 들어오는 상황일 터.”
“지금 시민들을 인질로 잡는 거요? 두루티 두망헤, 스페인 생디칼리즘의 대부라더니 이거 쓰레기였네? 설마 민간인 생명을 담보로 시위를 할 줄이야!”
이미 배수의 진을 치고 협상장에 나온 것임에도 꿈쩍 않는 파비앵 사단장의 태도에 두루티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 이 미친 개구리 새끼들! 자기네 국민들 아니라는 거지!’
협상 자리조차 지겨워하는 태도로 보아 저 개구리 눈에는 모로코 원주민이나 스페인 국민이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일주일. 다시 생각하고 오시오.”
프랑코의 완강한 타협 거절에 두망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휴전이라기엔 짧군.”
“당신들 생각하는 동안 우린 계속 포격이나 할 테니까 평화는 아니지?”
“….”
실제로 파비앵의 말대로 부분 포격과 공중 폭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최대한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려고 조준 포격과 저공비행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피해는 속출할 수밖에 없다.
떠나는 두망헤의 등 뒤로 파비앵은 마지막 경고를 덧붙였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면 그냥 나오지 마시오.”
실시간으로 파괴되는 마드리드를 모래시계처럼 여기는 걸까.
“그냥 우리가 찾아갈 테니까.”
“…….”
오만하지만, 가능한 자만이 뱉을 수 있는 경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