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미, 미친 전쟁광아!’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린 체임벌린이 심판처럼 난입하여 상황을 소강시켰지만 모헬 원수의 뜻은 단 한 번의 대화만으로 확고하게 드러났다.
‘개전 시 독일이 과연 모헬 원수를 감당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게 어렵다면…’
소련은 갑자기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냉정한 계산을.
‘영국과 이야기 된 부분이 아니야. 단순 감정이나 자존심은 아닐 테고, 자신감인가?’
치아노는 전쟁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나치 총통의 면전에 중지를 치켜올렸던 폴란드의 스와베크 총리는…
‘으흐흐흑… 모헬 원수님!’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개전 시 6주 안에 불타오를 베를린을 상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회담은 잠시 중단되었다.
***
강경하게 나갔고, 그대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이후 회담에서 확인할 것도 없이 독일의 반응은 둘로 나뉠 거다.
첫 번째는 숙이는 것.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손에 쥔 패 하나 없던 독일이 수그리고 다시 체제 속 자기 위치로 돌아가는 거다.
그럼 여기까지의 모든 사태는 새로 취임해 나대던 총통의 가짜 광기로 끝난다.
그러나 당연히 독일 또한 대립각을 내세운다면.
‘전쟁 이전에. 아마 직접 패를 깔 거야.’
현 프랑스와의 육상 전쟁.
그 미친 짓을 하면 우리 프랑스는 유럽의 중환자가 될지 모른다.
기존의 유화적인 이미지는 고사하고 전쟁광 국가로 낙인 찍힐 수도 있지.
전후 미국이 갑자기 마셜 플랜이라도 해주지 않으면 그 미친 군비와 피해 복구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전쟁으로 우리 프랑스는 감히 계산도 어려운 가난과 중병에 시달리겠지만.
“독일은 그 옆에 죽어있을 거야.”
우린 최소한 독일 시체 위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거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두 번째.
“대통령 각하, 잠시 대화 가능하십니까?”
회담에서 전쟁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 나에게 자신들이 진짜로 괜찮은 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러 오겠지.
“어서 오시오. 몰로토프 위원장.”
아니나 다를까, 그간 방관자처럼 행동하던 몰로토프가 날 찾아왔다.
***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이들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해보자면 그들은 회담에서 명백히 반(反)독에 서야 하는 입장이다.
소련이 비록 오를레앙 체제 안에 끼진 않았지만 단독으로 우리 프랑스와 상호원조조약을 맺었던 적이 있다.
체제를 주도하는 우리 프랑스와의 관계만 잘 유지하면 된다고 여긴 거다.
이후 체제 안에 발 반만 담그고 있던 소련은 체코슬로바키아-소련 동맹 조약을 체결하였는데 서로 국경도 안 닿고 있지만 아무튼 안보를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즉, 조약만 보고 현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공격하면 소련은 자동참전이다.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하면 프랑스, 영국 자동참전이다.
독일이 벨기에를 건들면 로카르노 조약에 의거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가 독일에게 칼을 들이민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우리 프랑스를 선제 공격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 난 게르만 민족을 제2의 유대 민족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분명 자신들 영토 밖에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독일일진대. 그래서 그냥 방구석 밖은 쳐다도 안 봐야 할 텐데.
왜 히틀러는 굳이 뮌헨에서 저리 객기를 부리는 걸까.
그 이유를 소련에서 몇 안 되는 친서방 인사 몰로토프가 말해준다.
“아무리 반공을 외치신다지만 내전 때는 너무하셨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프랑코이지 않았소.”
소련과 서방 세력의 사이가 틀어졌던 사건은 최근에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스페인 내전 때의 접전.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의 대부로 없는 살림에 전쟁 물자를 대줬으나…
‘프랑코가 싹 죽였지.’
내부 숙청 못 한 화를 당시 참전한 국제 여단과 공산주의 인사들에게 풀었다.
“공화파 인사들도 살아남았는데 저희 쪽 사람들만 다 죽었습니다.”
“프랑코가 한 짓과 나는 아무 상관 없다니까 그러네.”
“그랬을지도, 아닐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저희 서기장님께서는 전부 대통령님의 입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럼 가서 나 대신 전해주시오. 오해라고.”
“직접 말씀하셔도 될 텐데…”
“그러기엔 너무 늦지 않았소.”
어차피 이제와서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소련의 대리전 성적은 아주 처참했다는 사실은 똑같으니까.
돈은 돈대로 날리고 체면은 체면대로 구겼으며 심지어 이후 무너진 공화파에 손조차 못 내밀었던 소련이다.
본래 타국의 자발적 봉기를 지원한다고 외치던 이들에게는 스페인 내전의 결과가 아주 충격이었나보다.
소련의 입장에서 고립은 곧 죽음이다.
그리고 저들이 볼 때 그 죽음의 고립은, 온전한 체제가 천년만년 이어질 때 완성된다.
“자, 몰로토프 위원장. 편히 설명해보시오.”
난 지금 몰로토프에게 설명을 들어야만 하겠다.
어째서 그들이 안보 조약을 맺은 체코슬로바키아가 아닌 독일 편을 드는 것인지.
더 정확히는.
“도대체 저들이 무엇을 제안했소?”
도대체 뭘 받아 처먹었길래 나대길 좋아하는 네놈들이 가만히 있는지를.
그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유럽을 어지럽히는 미꾸라지를 네놈들이 방관하고 있을까.
“각하께선 폴란드를 포기하실 순 없으십니까?”
“그게 무슨 말이오?”
“총통은 저희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거기에 폴란드 분할까지?”
“아직 협의 중이나… 그렇습니다.”
뻔하지. 폴란드를 싫어하는 독일과 소련이 홀로 삼키긴 어려우니 반갈죽하자고 손잡았겠지.
허나 거기에 하나가 추가된 것 같다.
‘제국 시절의 영광. 동유럽 전체를 원하는군.’
나치의 칼날이 서쪽으로 향하면 그사이 소련은 동유럽 전체를 집어삼킬 생각이다.
그들을 막을 이중제국도 사라졌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닐 터.
“폴란드를 포기하란 말은, 만약 우리가 폴란드에서 벌어지는 일만 눈감으면 독일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의미군.”
“저희에게 결과는 똑같습니다.”
말투에서부터 전쟁만 일어나면 자기들이 알아서 다 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인다.
“몰로토프 위원장, 혹시 우리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싶은 거요?”
“아무리 강력한 육군을 가지셨다지만 저희 독일과 싸우고 나서 저희와도 싸우실 수 있진 않으실 겁니다.”
미친 새끼들. 동유럽과 발칸의 일부를 소련에게 팔아넘기며 얻은 게 고작 기회인 독일도 미쳤지만 그걸 또 홀라당 받아먹겠다고 나선 소련도 미쳤다.
‘이 정도면 모두가 전쟁을 원하는 수준 아닌가.’
뮌헨이 평화를 위한 회담이라더니 그냥 힘 안 들이고 집어삼키기 위한 자리였다.
“이거 아주 날로 먹으려 드는군.”
“그건 프랑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유리한 체제를 이어가며 독일을 짓누르려 하시고 계십니다.”
“그래, 당신 말이 맞소.”
나 또한 다를 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전쟁을 두려워하진 않았으나 지금도 난 총알 한 발 안 쏘고 결과를 바라고 있다.
“폴란드를 버리십시오. 그럼 독일이란 나라 자체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될 겁니다.”
몰로토프는 동맹을 버리고 적 하나를 줄이라는 조언을 하며 자리를 일어났다.
자신들의 패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깐 몰로토프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밀고 당기는 협상 따윈 없었다.
***
내가 몰로토프와 만나고 있을 때 달라디에는 치아노와 시간을 가졌다.
“치아노 장관의 말만 들어서는 이미 협정을 맺은 수준입니다.”
“이탈리아가 원하는 것은?”
“자기들 딴에는 불합리한 현 정세를 들먹이긴 하는데 그냥 전리품을 노리는 승냥이입니다.”
“어쨌든 이탈리아도 나치 쪽으로 기울었단 의미군.”
나치, 소련, 이탈리아.
과거 영토 회복 및 확장.
동유럽 패권.
지중해 패권.
서로 원하는 게 겹치지 않으니 쉽게 손을 잡는다.
‘아직 손을 잡진 않았으나 시간 문제야.’
이 모든 게 저들이 날로 먹기 위해 작성한 보여주기식 시나리오면 다행이겠으나…
‘씨발…’
먹혔다. 그게 먹혔다는 게 문제다.
전쟁을 결정할 수 있는 내게 저들이 내민 패가 예상보다 현실성 있어 보인다.
실제로 역사 속 나치는 되도 않는 전쟁을 시도했었고.
이탈리아는 그에 편승해 자신들만의 패권 구축에 힘 썼으며.
소련은 긴 시간을 들여 동유럽을 집어삼키는 데 거의 성공했었다.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난 안다. 그 짓을 세 국가가 실제로 시도했음을.
“하아, 독일만이 문제가 아니었어.”
결정을 쉬이 할 수가 없다.
혹시나 어디서 한 도미노가 무너지면 유럽 전체가 무너질까 봐.
‘그냥 독일 배만 가르고 끝나는 문제였다면 쉬운데.’
과연 체코슬로바키아를 내주고 나면 폴란드가 안전할까? 되려 프랑스가 겁먹었다고 여긴 소련, 독일, 이탈리아 삼국이 더 날뛰지 않을까.
‘거기서 끝날 리가 없어.’
제국주의가 여전히 살아있는 현 시대에 ‘적당히’와 ‘만족’이란 단어만큼 어색한 게 없다.
“라인란트 병력 배치로 압박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그랬다가 독일과 전쟁이라도 나면 끝장이네.”
먼저 명분을 제공해 국제 여론이 프랑스를 등지는 것은 둘째치고, 급습도 아닌 전진배치?
‘우린 전쟁할 거니까 대비하라고 외치는 꼴이지.’
아직은 대놓고 병력도 못 늘리는 독일이다. 암암리에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지만 눈치를 보고 있다.
하다못해 여기에 미합중국을 어찌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저울이 우리 쪽으로 다시 기울 것 같긴 하지만.
‘그 평화무새들이 전쟁 위협으로 함께 압박하자 하면 들을 리가.’
아시아의 전쟁으로 정신없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거라 여기진 않는다. 그쪽도 어떻게든 일본 제국을 전쟁하지 않고 누르려고 힘쓰는 것 같던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사건을 키워야 하는가.
아니면 여기서 조용히 접어야 하는가.
만약 이게 오래전부터 나치가 준비해온 구도라면 가상 적국이지만 박수가 나온다.
분명 적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가졌는데도 한 발자국 움직이기도 조심스러우니 상자에라도 갇힌 기분이다.
“애당초 루르 압박이 잘못된 건가…”
“절대 아닙니다. 이제 보니 독일은 언제든 저희를 적대할 생각이었습니다.”
“하긴.”
오늘이 아니었어도 언젠가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 거다. 아마 늦게 일어났을수록 프랑스한테 불리한 상황이었겠지.
우리 프랑스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어 보인다.
마땅히 책임을 일부 져야 할 이웃 나라. 우리 프랑스의 의중은 숨긴 채 현재 회담 뒤에 숨겨진 모든 상황을 체임벌린에게 전하였고, 공동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다시 만난 체임벌린은 내게 심사숙고 끝에 내린 영국의 답을 말했다.
“어찌 되었든, 주데텐란트를 내주면 전쟁은 안 일어나는 것 아닙니까?”
“…….”
어쨌든, 평화.
그게 대영제국이란 나라의 결론이었다.
“…. 진심이오? 정말 주데텐란트만 내주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거라 믿소?”
“어차피 저희가 거절한다고 소련이 진짜로 슬로바키아를 위해 나설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그렇지. 독일과 소련이 싸우려면 최적의 길은 폴란드를 지나는 것인데 그걸 폴란드가 허용할 리가 없으니 이걸 핑계로 미적지근하게 움직이겠지.
근데 주데텐란트를 내주면? 그게 과연 문제 해결인가?
“총리, 잘 생각하시오. 주데텐란트를 나치에게 바쳐서 얻는 것은 고작 잠깐의 시간일 뿐이오. 이미 전쟁은 저들이 먼저 가정하고 있단 말이오.”
저들이 뭉쳤으니 우리도 뭉쳐야 한다. 해상 봉쇄와 이탈리아 패권 저지가 손쉽게 가능한 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단 말이다.
그러나 체임벌린은 아주 이성적인 계산을 한 듯했다.
“먼저 소련과 나치가 군사적 협력까지 갈 거라 보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곳이라도 우리와 함께 대립한다면 그게 군사적 협력이오.”
“모헬 대통령님.”
진지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체임벌린 총리는 대화를 잠시 끊었다.
다시 열린 그의 입에서는 상상도 못 한 답이 나왔다.
“약간 내려놓는다고 모든 것을 잃는 게 아닙니다.”
“…….”
“부디 곡해하진 마십시오.”
체임벌린의 주어 하나 없는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확고했다.
대영제국은, 여전히 우리 프랑스를 더 중대한 평화의 위협으로 보고 있었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7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