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겨울 전쟁이 터진 지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넘은 시간. 39년이 끝나갔지만 더글러스는 여전히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귀국? 장군,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해결하고 돌아오시오.’
‘내가 여기서 뭐라 해봤자 달라질 거 없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를 군인인 저보고 해결- 저기,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스터 프레지던트!’
자의 반 타의 반. 더글러스는 프랑스에 두 달간 머물며 그를 육군의 끝까지 올라가게 한 눈치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악한 프랑스는, 대전쟁 당시 그가 알던 프랑스와는 확실히 많이 달라졌단 것이었다.
‘군부도 눈치를 보고, 정계도 눈치를 본다. 어디 하나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 아니야.’
독일의 뒤에 소련이 있단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프랑스는 공산당 자체를 핍박하기 시작했다.
본래 타국의 정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어쩌면 민족자결주의 미합중국도 혀를 내두를 국가 자치주의를 내세운 프랑스는 그 틀을 공산당 한정으로 깨버렸다.
“이젠 유럽 그 어느 국가도 공산화를 허락하지 않겠단 거지.”
여기에 각국의 정통성을 지닌 왕가가 지지하니 언뜻 보면 베르게르 모헬은 민주주의의 대변인이 된 꼴이다.
물론 더글러스는 그런 언론의 찬양에 코웃음만 쳤다.
“민주주의? 독재자가 민주주의를 대변한다고?”
투표로 선정되었다고 독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지금의 비정상적인 프랑스의 정치구조는 과거 나폴레옹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다못해 나폴레옹은 견제하던 세력이라도 있었지 지금 오를레앙 당은 흡수하지 않았을 뿐, 대적할만한 세력이 없다.
“보통은 이런 나라는 내부부터 썩어가던데…”
아직은 그런 조짐은 없지만, 이것은 한 가지를 뜻한다.
FDR의 말대로 베르게르 모헬만 설득하면 해결되는 문제란 거다.
“국내 참전 여론은 여전히 소수다. FDR의 임기도 문제고.”
본인은 3선을 시도하려는 것 같지만 이대로라면 과연 3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초대 대통령이 세운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시민들이 과연 FDR에게 표를 던져줄까.
더글러스 본인이야 개전파에 속하니 FDR을 지지하지만 3선이 어렵다면 미합중국의 참전 여론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결국 프랑스와의 관계를 베르게르의 요구대로 참전으로 한 방에 해결할 수 없다는 뜻.
그런 와중 핀란드 전쟁이 터지고 프랑스가 한 달 만에 원조에 진심으로 변하였다.
노련한 군인인 더글러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원조만으로도 소련의 힘을 뺀다?”
마침 미합중국 또한 핀란드의 지원 요청에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토에도 10대밖에 배치하지 않은 신형 F2A 버팔로를 무려 44대나 원조를 해주기로 약속한 것.
더글러스는 당장 본국에 연락을 돌렸다.
“헐 국무장관, 프랑스가 핀란드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소. 대통령님께 전하시오. 지금 프랑스의 원조에 확실히 동참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그거면 되겠습니까?]“어중간한 지원 말고. 아주 확실하게.”
[그리 전하겠습니다.]비록 참전 의지를 보여줄 순 없지만 절대 소련과 붙어먹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이걸로 보여줄 수 있다.
겨울 전쟁을 대리전으로 삼은 프랑스에 미합중국이 한 손 거들기만 한다면.
‘그때는 기름 팔아먹겠다고 협박 못 하겠지.’
겨울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국토 방위로. 누군가에게는 대리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증명의 장으로 변모했다.
예상보다 전쟁이 커질 조짐이었다.
***
홀로 소련과 싸워야 한다.
후고 외스테르만이 느낀 이번 전쟁은 분명 그런 느낌이었다.
핀란드가 무너지면 다음 차례일 스웨덴조차 참전하길 거부한 전쟁.
그만큼 불리하고 어려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초반 두 달은 어떻게든 버텨냈고, 기온이 더 떨어질수록 아직 더 버틸만할 것이다.
허나 추운 겨울이 끝나는 순간.
‘하아, 그땐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군.’
징집병이 채워지지만 전력에 큰 차이를 줄 만큼 핀란드의 인구는 많지 않다.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변수는 없고 변수가 없다면 이 나라는 끝이다.
그럼에도 좋은 조건으로 협상하려면 항전은 필수에 가까웠다.
거세지는 저항만큼 적 전력이 늘어나던 12월이 끝나갈 무렵, 외스테르만은 나이 마흔일곱에 그간 못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꺼번에 받는 기분이 들었다.
“…전투기 85대? 심지어 전부 신식이라고?”
“특히 버팔로 사에서 생산된 전투기는 M2브라우닝 중기관총이 4정이나 장착되어 있어 압도적인 화력을 공중전에서 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양조공장까지 폭격당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미합중국은 온갖 폭탄부터 보병장비까지 전부 비행기 실어서 가져왔다.
여기까지는 뜻밖의 선물에 가까웠으나 프랑스의 지원은 한 발 더 나갔다.
지뢰, 투척탄, 기관총부터 총탄 같은 수비에 효과적으로 보이는 지원은 당연했고 전혀 본 적도 없는 무기도 가져왔다.
“저흰 자살폭탄이라 부르는 건데, 이 동그란 바퀴 같은 놈을 위에서 굴리면 로켓의 추진력을 받아 원하는 위치에 가서 터지는 폭탄입니다. 한번 써보시고 후기만 잘 알려주시면 됩니다.”
자기들도 써보긴 했는지 궁금할 정도의 온갖 무기는 기본. 핀란드군으로서는 상상도 못 한 무기도 볼 수 있었다.
“폭탄이… 3톤이 넘는다고?”
“폭격을 위한 항공기와 무국적 조종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떨어트릴 폭탄의 명칭은 ‘지진 폭탄’입니다. 원하시는 위치의 적 전진 기지에 떨어트리면 되겠습니다. 웬만한 벙커는 뭐 한 방이지요.”
누구는 목숨 걸고 싸우는 곳을 자기들의 괴상한 무기 실험장으로 여기는 것은 둘째치고, 외스테르만은 기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 아니 이럴 거면 그냥 참전을 하든가.’
분명 프랑스는 핀란드를 버렸다. 근데 마냥 또 버리진 않았는지 비싸 보이는 것들 한가득 들고와 ‘어서 써보고 어땠는지만 알려줘!’라고 하니, 외스테르만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찌 되었든 타국의 지원은 총탄 하나라도 아껴 써야 하는 핀란드 입장에선 프랑스의 원조는 사막에서의 단비나 마찬가지.
특히나 보충된 항공전력의 효과는 크다.
지나치게 험난한 지형에 소련군은 아예 도로를 건설하며 진격하고 있다.
그 도로를 박살 낼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것은 적의 국내 진입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미.
“고맙소. 잘 쓰리다.”
“보급은 앞으로 계속될 겁니다. 무운을 기원합니다.”
수오미 기관단총도 얼마 없어 부대별로 하나씩 쥐여주지도 못한 핀란드군에게 프랑스가 쉬지 않고 손에 쥐여주는 물자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았다.
여전히 병력 그 자체가 가장 절실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겨울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총사령관의 이름을 딴 핀라드군의 만네르헤임 방어선은 더욱 견고해졌다.
***
유고슬라비아가 프랑스의 선봉장을 자처하게 되었을 때 이를 가장 아니꼽게 보던 국가가 있었다.
바로 영원한 이웃, 헝가리였다.
친독 기조가 지난 20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졌다지만 그게 유고슬라비아와 친해졌단 의미는 아니다.
루마니아와도. 유고슬라비아와도 사이가 안 좋은 헝가리.
그러나 헝가리의 뻣뻣한 태도도 오래가진 않았다.
핀란드와 소련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고, 이탈리군이 본격적으로 국외로 나가기 시작하자 헝가리 또한 흐름에 몸을 맡겼다.
“공산주의는 세상의 악이야!”
“우리야말로 반공 투사라고 할 수 있지! 루마니아? 우리 헝가리 없이 개전하면 전선 유지나 되겠어?”
“그러니까, 우린 꼭 필요한 존재라는 말씀!”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독일 손절.
입에서 말은 반공이었지만 헝가리의 선택에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독일이었다.
“같은 민족을 배신하다니! 그들은 제국의 정신을 다 잊은 것인가?”
“배신자투성이야! 역시 게르만 민족을 제외하면 전부 믿을 수 없어!”
그렇다고 독일이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그 모든 것을 떠나 언제 물어뜯을지 팔짱 끼고 지켜보는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를 생각해서라도.
헝가리의 선택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개전 시 프랑스군이 쳐들어올 확률은 적지만 독일이 지켜줄 것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물론 헝가리와 다른 선택을 한 국가도 있었다.
오스트리아, 민족적으로 독일과 많이 겹치고 경제적으로 겹친다.
무엇보다 나치즘이 오스트리아 내부에 침투한 지 오래였기에 오스트리아의 첫 번째 목표는 평화였고 그게 어렵다면 유사시 독일의 편을 들기로 작정했다.
모든 오스트리아인이 그리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치즘이 전염병처럼 퍼져버린 오스트리아는 친독에 가까웠다.
핀란드와의 전쟁.
유럽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편 가르기.
이제 전쟁에 필요한 것은 딱 한 번의 불꽃에 불과했다.
어차피 프랑스는 참지 않는다.
독일은 물러날 곳이 없다.
소련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지난 수십 년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하나의 목적지로 모두를 달려가게 만들었다.
두 번째 대전쟁.
모두 ‘에이, 설마 그 미친짓을 또 하려고?’라 여기고 싶었지만 각국은 마음 한 켠에 전쟁이란 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딱 한 번의 트리거.
자신들의 배에 타지 않은 핀란드를 과감히 버린 프랑스만 보면 아직 폭탄은 터지지 않은 것 같지만 모두 알았다.
소련에게 핀란드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단 것을.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고자 유럽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독일은 다시 한번 움직였다.
이번에는 바로 머리 위에 있는 덴마크였다.
***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잃어버렸던 북슐레스비히 지역을 요구했단 소식은 잉크가 얇은 종이에 글자로 쓰여 널리 퍼지기 전에 내 귀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사실 북슐레스비히가 크게 중요한 요충지이거나 주요 자원 지대인 것은 아니다.
프랑스 입장에서 감정평가를 하자면 저 땅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딱 그런 수준.
다만 독일에게 북유럽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 당장 덴마크가 이번 일을 계기로 강제 친독일화 될 수 있단 점을 생각했을 때 확실히 문제는 있다.
상황은 파악했고,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응인데.
“핀란드를 보고 배웠어. 우리가 동맹이 아니면 가만히 있다고 여긴 거지.”
문제는 역시 그게 틀린 말은 아니란 말씀.
동맹도 아닌데, 굳이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가 있나? 애초에 그럴 명분도 없다.
“명분을… 신경 쓰신 적이 있긴 하십니까?”
“총리, 이래 봬도 난 조약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고.”
덴마크. 대영제국이랑은 좀 친하지만 프랑스랑은 크게 관련 없는 국가.
인구 4백만도 안 되는 왕정국가를 왜 히틀러가 노리고 있을까.
내가 볼 땐 하나밖에 없다.
“먹을 게 떨어졌구먼.”
“제 생각에도 역시 식량 문제밖에 없습니다.”
덴마크 땅이 작물이 잘 자라는 곳이라 수출국이긴 한데, 그래봤자 소국이다.
그런 소국조차 필요할 정도로 독일은 식량 사정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낀 거다.
“전쟁을 위해서이거나. 혹은 저물가 유지를 위해서거나.”
서부 공업지대가 마냥 평화지대가 아님이 드러나자 독일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간 편하게 프랑스에 편승해오던 수출수입이 한번 막혔었고 이후 프랑스는 새로운 체제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두 번의 방관은 조금 그렇군.”
핀란드는 사투를 벌이며 저항하고 있는데 과연 덴마크는 저항할까.
“만약 저희와 영국이 침묵한다면 내주고 끝낼 겁니다.”
“내가 봐도 그러네. 저항보단 순응을 택할 이들이야.”
저항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크지도 않을 거다.
설사 무력 분쟁이 나도 소련과 달리 현 독일이라면 압도적인 국력으로 찍어 누르고 끝내겠지.
“대영제국의 뜻은 어떤가?”
“다른 제재를 택할지언정 직접적인 도움은 없을 겁니다.”
“머저리들.”
어쩌다가 내가 소국들의 희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북유럽 국가들.
그러니까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같은 국가들.
과거를 방관자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대륙 정세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소련과 독일의 움직임은 하나를 뜻한다.
프랑스의 손이 닿지 않은 북유럽을 그들은 공략할 생각이다.
‘발트해 확보? 혹시 영국 해군을 의식한 움직임인가?’
나라고 모든 것을 앉은 자리에서 알 순 없지만 하난 안다.
덴마크를 내주면.
폴란드의 바다는 고립된다.
“이건 좀 크네.”
분명 팔다리를 다 분질렀다고 여겼는데도 이런 틈을 찾아내 공략하다니.
역시 광신도 나치랄까. 포기를 모르는 모습은 참으로 배울 점이다.
스위스는 여전히 ‘프랑스 패권? 뭐 어쩌라고?’하는 놈들이라 끌어들이긴 어렵지만 중립국도 중립국 나름.
중립국 주제에 확장에 뜻이 있고 나아가 무게추 역할만 노리는 국가가 하나 있다.
더치(Dutch).
내게 원유를 팔았던 그 나라.
너희도 불안하지 않니. 특히나 국내 수로가 대부분 독일이 사용하는 곳이라 나치가 탐낼만한 지형이잖아.
덴마크로 폴란드가 한층 위험해진다면, 난 더치로 독일을 한층 위험하게 만들면 되겠지.
“더치가 거절하면 덴마크에 개입해야겠지만 가능하면 여기서 끝내는 게 좋아 보이네.”
그럼 결과적으로 나치에겐 얻은만큼 위험해지는 원점이니 전쟁은 안 일어나지 않을까.
내가 아는 나치 인사들이라면 분명 뭐가 더 중요한지는 알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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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9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