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당분간 관저로 돌아오긴 힘들 걸 알아서일까, 샤를로트는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직접 준비한 모양이다.
“애들은?”
“진작 일어나서 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어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뭐 하러 그런데.”
“베르게르, 애들도 이제 알 건 다 알아. 지금의 당신이 젊을 적 얼마나 고생했는지 당연히 말 안 해줘도 안다고.”
“그때 안 그런 사람이 있었나?”
사지 멀쩡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던 시절이었으니 살짝 맛만 갔던 난 천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옷차림이던 평소와 다른 딸아이가 자리에 앉는다.
“오, 엘리나. 일찍 일어났구나!”
“아빠는 알고 있었으면서 놀란 척하지 마.”
“크흠, 그래.”
요즘 퉁명스러워진 게 사춘기인가. 나도 처음이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가스파르는 이런 적이 없어 샤를로트를 바라보며 어떻게 반응할지 물어봤으나 그녀는 되려 내게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가스파르도 이랬어.’
‘…진짜?’
‘당신은 집에 없어서 몰랐겠지.’
어어… 그렇다면 아무래도 우리 딸도 인생의 당연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네.
가스파르까지 나와 자리에 위치하니 4인 가족이 한 식탁이 모였다. 길면 1년 가까이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 떠나기 전 아침, 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얘들아, 아빠가 또 떠나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필요해서 가는 거니까 이해 좀 해줄 거라 믿는다.”
“가면 언제 와?”
“짧으면 베를린. 길면 바르샤바까지 갔다 와야지. 대충 1년 정도 걸릴 거야.”
일단 계획상 폴란드까지 뚫어야 한다면 1년 보고 있긴 한데 그것도 모를 일이다. 원래 계획이란 게 전쟁 나는 순간부터 다 틀어지더라고.
“아빠.”
“왜, 딸?”
“또 가면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아빠가 이상해?”
“아니, 막 사람을 죽이면 죽인 사람도 이상해지는 거래. 그래서 아빠가 예전에 이상했대.”
“누가.”
“어휴 베르게르. 찾아서 뭐 하려고?”
“아니, 뭐 굳이 찾는다기보다는 그냥 궁금해서.”
등으로 날아오는 샤를로트의 손에 난 궁금증을 집어넣고 아직은 어린 딸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딸, 그 말이 맞아. 전쟁터에 가면 사람이 조금 이상해져.”
“그럼 아빠도….”
“그래서 혹시나 다른 사람들 이상해지지 말라고 직접 가야 하는 거야. 뒤에서 명령만 내리면 혹시 아픈 사람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빠, 나 18살이야. 무슨 8살한테 돌려 말하는 것처럼 설명해.”
“….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그렇다고 차마 부하들 앞에서 훈시하듯 ‘엘리나, 게르만은 스틱스 강 건너편 주민들을 일컫는 말이란다. 아직 안 간 사람들을 보내 줄 의무가 프랑스한테 있지.’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침 식사는 길지 않았다.
자세한 대화는 안 나눠봤어도 이제 가족들도 알 건 안다.
대전쟁 당시에 내가 얼마나 미쳤었고 이 때문에 전후에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이다.
‘엘리나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네.’
하긴, 전후 협정 끝나자마자 당시 세르비아로 달려가 광장에서 벌인 처형식 사건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나라도 감출 수 없다.
‘가족 걱정은 고맙긴 한데….’
지금 필요한 것은 착한 가장 베르게르 모헬이 아니라 아르덴의 악마이자 아라스의 도살자 베르게르 모헬이다.
“갔다 올게.”
“아프지 말고. 무서운 꼭 도망치고.”
“응.”
“혹시나 다른 여자 만나진 말고.”
“…애들도 있는데.”
쓸데없는 걱정에 헛웃음이 나오니 한결 걸음이 가볍다.
관저 앞에 있는 것은 평소의 관용차가 아닌 군용차.
‘딱 1년만.’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대전쟁의 교훈을 잊지 않은 국가는 프랑스가 유일하며 나아가 실전 경험을 가진 군대 또한 대육군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딱 1년만.
다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전쟁 소식보다 파리를 더 뜨겁게 달군 것은 그날 오후부터 퍼진 한 소식이었다.
“모헬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다고?”
“미, 미쳤다!”
“페탱, 베이강, 모헬.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르는군!”
대전쟁 시절의 지휘관 라인업 부활에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나 젊어서부터 단 한 차례도 패배한 적 없는 대통령의 친정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주기 충분했다.
“그럼 후방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달라디에 총리가 대행까지 하겠지.”
“전쟁부는 샤를 드골이 맡게 된다고 하더군.”
전시에 걸맞게 모든 게 순식간에 변하고 있다.
징집령이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한 단체의 움직임이 매우 눈에 띄었다.
“불의 십자단에서 일부는 군 지휘관 자격을 얻는다. 징집병들의 지휘관으로 세우도록.”
준군사조직으로 키워진 불의 십자단. 그들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꽤 있었으나 차마 파헤치진 못하였다.
오를레앙 당의 깡패들, 준경찰 조직으로 베일에 가려진 채 활동하던 그들의 정체가 밝혀지자 프랑스인들조차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 뭐야. 저거 전부 장교었어?”
“징집령 떨어지자마자 전부 재입대하다니.”
전역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모였다더니 그게 아니었다.
전쟁.
이제와서 보니 불의 십자단 자체가 전쟁을 위한 집단이었다.
지속적인 군사교육을 수료하였던 불의 십자단은 일반 병사들로 입대하는 게 아니다.
“두시타 예비역 소령. 불의 십자단에서 4년간의 군사 대학 과정을 수료하였으니 중령으로 입대를 명한다.”
“감사합니다!”
프랑수아 드라로크의 아래에 이들은 장교와 간부로 길러졌다.
평시에는 절대 써먹을 일이 없으나.
‘모헬, 자넨 진짜 미친놈이야. 지휘관을 몰래 키울 생각을 하다니.’
‘징집으로 병력 늘리는 건 쉬워도 지휘관 키우는 건 수십 년 걸리는 일입니다.’
‘자칫 군대 내부에 또 다른 집단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차라리 정석적인 방법으로 키우는 게 나을지도 몰라.’
‘군대… 내에서요? 제가 살아있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월급도 주고 교육도 시키며 키워온 세월이 수십 년이다. 특히나 모헬의 집권 이후로 불의 십자단은 본격적인 군사활동은 말도 안 되게 넓어졌었다.
누군가는 군에 돌아갈 준비를.
누군가는 정보부 방첩 활동을.
또 누군가는 민간에 섞여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시가되자마자 일사분란하게 변하는 불의 십자단의 모습은 그들의 존재 의의를 일깨워줬다.
“경찰 조직도 입대하는 마당에 불의 십자단이 가만히 있을 쏘냐!”
“우린 돌아간다! 짬밥과 화약이 존재하는 군대로 돌아간다!”
당연히 프랑수아 드라로크 본인 또한 입대를 희망했으나.
“어허, 불의 십자단은 후방을 지키셔야지요.”
“내가? 이 내가 전쟁에서 빠진다고?”
“진짜 지옥은 전쟁에서 애매하게 살아돌아온 사람들의 인생입니다.”
“…. 쯧.”
어차피 예비역 대령. 좋게 연줄로 올라가봐야 소장급이 전부인 그로서는 차라리 후방을 지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대전쟁의 영웅들이 돌아왔다.
오래 전 전역한 자들도 돌아왔고.
성인이 되고 한 번쯤은 ‘대육군’을 거쳐갔던 예비역들도 다시 집총할 준비를 마쳤다.
프랑스의 전쟁 준비는 매우 순조로웠고, 신속했다.
2월 28일.
프랑스군이 독일 국경을 넘었다.
***
막 불이 지펴진 이번 전쟁 초기 핵심은 간단하다.
서부 전선의 라인란트와 저지대 연합.
프랑스가 두 곳으로 공격할 테였고 본래 비무장 지대였던 라인란트를 급하게 점령한 독일군이 거대한 서부 전선을 얼마나 잘 틀어막느냐에 달려있다.
독일은 여기서 벌어지는 시간이 고스란히 폴란드 점령에 투입될 예정이었는데…
“당장 핀란드와의 전쟁을 멈추시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귀 먹었소? 당장 전쟁을 멈추고 군을 돌리라고! 대체 저딴 나라가 뭐라고 아직도 점령하지 못한 건데!”
거의 끝이 보이는 핀란드 전쟁을 멈춰달라는 총통의 분신, 헤스의 말에 주독일 소련 대사는 자신이 그간 배운 독일어가 의심스러워질 지경이었다.
“핀란드는 길어봐야 한 달이면 끝날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 일을 폴란드 점령 이후에 마무리해도 되지 않소?”
“아니, 다 이긴 전쟁을 멈출 순 없는 법이지 않습니까?”
끝내 핀란드에 과투자를 결심한 붉은 군대는 무제한적으로 병력을 쑤셔넣으며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당장 얻을 수 잇는 것이라곤 핀란드의 영토와 공업력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승리하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 독일의 요구는 말도 안 되는, 지난 넉 달간 소련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이다.
물론 소련 대사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핀란드를 이제와서 포기하라니. 당장 다음 주에 전쟁이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거늘.’
‘프랑스가 개전했으니 저항이 더 거세지면 거세졌지 덜하겠나! 이 멍청한 작자들은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몰라?’
폴란드는 이미 작정했다.
설령 국가가 멸망해도.
모든 국민들이 짓밟히고 수도가 함락 당해도.
그래도 괜찮다.
프랑스가 올 테니까. 폴란드 국민 한 명이 죽으면 사지가 뜯긴 수십 구의 게르만인 시체를 모헬이 선물해줄 테니까.
그 사실은 폴란드도 알고 독일도 안다.
피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붉은 군대가 폴란드를 지나 독일의 영토까지 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지원이 될지언정 구원이 될 수 없다.
오직 끝없는 붉은 군대만이 나치를 제국주의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그것이 소련과 나치 사이의 약속이었다.
그러니 일단은 폴란드부터.
제 주인도 못 알아보고 간악한 프랑스한테 운명을 맡겨버린 저것들부터 어떻게 해야한다.
끝내 핀란드전을 포기하지 못한 소련도 나름대로의 할 말이 있었다.
‘우리도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피해? 지금 우리가 피해를 신경 쓸 거 같나?’
발칸. 핀란드. 폴란드.
소련은 삼중전선을 열었다. 나치 독일 입장에선 ‘다 필요 없고 폴란드만 없애라고!’ 소리쳤겠지만 어느 곳 하나 포기할 수 없던 소련은 기어코 대육군 이상 가는 규모의 붉은 군대를 신뢰하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폴란드와의 전쟁이 시작되니 자연스레 저지대 국가들과 이탈리아, 대영제국이 독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한때 전쟁을 불사하던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흑해를 틀어막았고 잠잠하던 스페인 또한 원정군을 편성했다.
미합중국은 고립을.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는 중립을.
그리고 일본 제국은.
“프랑스를 비록한 연합국에게 동맹의 일원으로 선전포고를 하는 바이다!”
선전포고를 하였다.
프랑스에게.
***
일본 제국은 육군 스승의 나라이자 흠모하던 대상인 프랑스에게 선전포고를 하였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가장 먼저 미합중국이 일본을 말려 죽이기로 작정했을 때.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프랑스였다.
실제로 프랑스가 인도네시아산 석유를 인도차이나 반도에 비축하였고 여기에 일본은 큰 기대를 품었다.
“분명 대가가 싸지 않겠지만….”
“그래도 얻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
마침 프랑스의 상황도 좋다.
반공의 프랑스. 그 프랑스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소련 아니겠는가.
소련. 이 국가 싫어하는 것에 관해 순위를 따지자면 일본제국도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소련이 제국 시절의 러일 전쟁부터 지금의 중일 전쟁까지.
일본은 수십 년간 저 나라가 싫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공통된 적 소련!”
같은 목표 아래에 있으니 프랑스도 도와줄 것이다.
차기 아시아 맹주와 좋은 관계를 맺고 나아가 반공의 포위망까지 완성할 수 있다면 프랑스도 만족스러울 터.
끝없이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일본의 기대감.
그 기대감은 프랑스가 기름을 전부 본토로 가져가 버림으로써 박살나 버렸다.
“우리 꺼… 아니었어?”
“줄려던 거였잖아! 분명 우리 꺼였잖아!”
어느새 도로 친미로 돌아간 프랑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간단했다.
‘이 넓은 세계에 일본 제국의 친구가 하나 없다니!’
‘절대 안 된다. 기름이 나올 구멍이 있어야만 해! 설령 기름이 아니어도 자칫 일본제국이 제2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모르지만 저 유럽 전쟁이 끝나면.
그러니까 나치 독일 징치가 끝나고 반공 기조가 완성되고 끝내 백인들이 도로 아시아로 돌아오게 되면.
사분오열.
오호십육국화.
일본 제국이 갈가리 찢어질지도 모른다.
어디 일본 제국뿐이랴. 아시아 전체가 도로 백인들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다.
프랑스가 끝내 본인들의 편이 아님을 확인한 일본은 단번에 길을 틀었다.
“남은 선택지는 어차피 하나.”
“반대로 아시아에서 소련을 빼내는 것이오. 또한 저 구라파 백인들이 아시아로 못 오게 만들어야지.”
마침 서진정책으로 아시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던 소련과도 맞아떨어지는 상황.
독일이야 미합중국의 무한 보급을 어떻게든 줄일 수만 있다면 악마의 손이라도 잡을 자신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맞아떨어져 탄생한 독일-소련-일본 삼국의 동맹.
“뭐야, 시발.”
“일본 제국의 선전포고입니다.”
“나치는 뭐 지구 반대편 섬나라 애들 손 잡으면 베를린이 안전해지는 줄 아나.”
물론 누구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의 관심은 현재 베를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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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19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