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아직 서부 전선 사령관으로 있던 만슈타인은 국경이 지나치게 빠르게 무너진 이유를 수없이 생각해봤다.
무기의 차이, 지나치게 많았던 적의 전차, 압도적이었던 적의 항공력, 그리고 병력차.
수많은 요인이 있겠으나 온전히 수비하는 입장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패할 차이는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휘가 하달되었을 때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 자체가 달랐어.”
군의 중추가 되는 하급 지휘관들의 차이, 주춧돌과도 같은 병사들의 숙련도 차이.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딱 하나.
“실전 경험의 유무.”
총을 쏴본 자와 안 쏴본 자의 차이.
전시 지휘를 해본 지휘관과 평시 지휘만 해온 지휘관의 차이.
사람을 죽여본 군대와 죽여보지 못한 군대의 차이.
‘이탈리아가 대육군의 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아.’
그렇다면 적은 뭐 싸울수록 강해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나마 유지하던 전선의 균형이 깨진 뒤로 만슈타인은 깔끔하게 불리함을 인정했다.
모든 것을 내준다. 비록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약간의 병력 손실을 감수할지언정 만슈타인은 문자 그대로 독일의 모든 것을 적에게 내주었다.
주요 철도. 거점 도시. 아니, 그냥 대육군의 군홧발이 닿는 영토 전체를 줬다.
대신 때를 기다렸다. 저 폴란드가 무너졌을 때. 그리고 수백km를 달려온 프랑스의 돌파력이 떨어질 때.
다행히 폴란드는 빠르게 바르샤바를 포기했고 붉은 군대는 곧장 폴란드를 지나 독일에게로 향했다.
등 뒤로 베를린을 둔 만슈타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여기서 밀리면 수도를 빼앗기고, 수도를 빼앗기면 전쟁이 아닌 독립을 노려야 할 판이다.
예상대로 대육군은 모든 전선을 본인들이 통제하고 지휘하긴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다.
언제나 저치들이 잘해온 선택과 집중을 하려던 것이다.
아마 마지막 베를린 점령을 위한 준비였을 것이다.
‘…이거다.’
대육군이 아닌 곳. 견고하던 껍질을 깨고 막 알에서 나온 새끼들이 보인다.
“폴란드로 향했던 전차를 전부 돌려와도 어차피 전차전은 힘들어.”
피해가 크더라도 적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전통적인 보병전으로 말이다.
경험도 없고. 지휘도 개판이고. 보병 이외의 전력은 보잘것없는 국가들.
단 한 번의 전투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대육군을 이길 수 없다면, 치즈처럼 곳곳에 구멍을 내버리겠다.
“마치 우리가 당했던 것처럼 말이지.”
부실해진 전선을 내다버리고 다시 한번 진격할 수 있을까.
만슈타인은 아니라고 봤다.
***
“그냥 가죠?”
“…….”
“적에게 내주면 안 되는 곳을 내줬다. 심지어 자의적으로? 그걸 저희가 왜 도와줍니까.”
“가만히 놔뒀다간 완전 전멸이니 일부라도 빼내온 거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설령 전멸하더라도. 아니, 이후 투입되는 사단까지 다 죽더라도 내주면 안 되었습니다. 뻔히 저희가 베를린을 준비하는 것을 알면서 저런 이기적인 짓을 한다? 연합군 사이의 신뢰만 깨는 행위입니다.”
후퇴 명령을 내린 놈도 버나드 몽고메리 21집단군 사령관이었단 소식은 파비앵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타시니 장군님, 저건 버러지입니다, 버러지. 본토에 처박혀서 육군 재건이나 할 것이니 굳이 기어나와 거머리처럼 들러붙은 꼴 아닙니까.”
“이길 수 없는 적과의 교전은 피하는 게 옳지만… 실망스럽지 않다면 거짓이겠지.”
지금도 붉은 군대는 베를린 앞으로 향하고 있을 터. 일분일초가 아까운 지금 영국군의 패배는 발목을 잡는다.
“모헬 원수님의 판단을 기다리지. 분명 국가별로 군을 나눠 운용한 것도 그분의 생각 아닌가.”
말은 지휘권 분쟁 방지와 효율적인 진격로 및 보급로를 위해서라지만 파비앵은 알았다.
‘저 답답한 새끼들한테 내 등을 맡길 바엔 그냥 땅에 드러눕고 만다.’
신뢰가 안 되는 아군.
숫자만 채워진 아군.
여기로 오는 붉은 군대는 분명 병신인데 아군은 더 병신이라 답이 안 보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총사령부에서는 새로운 지시가 내려왔다.
쾅 쾅 쾅.
“이런 젠장!”
주위에 있던 타자기를 책상에 몇 번이나 내려치고 던져버린 파비앵은 타시니 장군 앞임에도 분노를 쏟아냈다.
“여기까지 오는데 우리 애들이 얼마나 죽었는데! 이제와서 한발 빼라니!”
파비앵은 지금 모헬을 원망하는 게 아니었다.
‘몽고메리.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이번 일은 어떻게든 갚아준다.’
아무리 측면방어선이 튼튼해도 지역단위로 전선이 뚫렸다면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혼자만 튀어나온 못은 굽어지길 마련이니까.
처음으로 적이 아닌 아군에 의해, 6사단은 병력을 물렸다.
***
오래전 슐리펜 계획이 실행되고 적이 무자비한 속도로 진격할 때.
우린 단 하루의 시간을 벌기 위해 생캉탱에 사단 두 개를 적에게 내주며 마른으로 후퇴했었다.
센 강을 뒤로한 채 최후의 항전을 준비했고 적은 마른 강을 건넜을 때였나.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적이 삼 일만 빨랐어도 파리를 못 지켰을 수도 있겠다고.
리에주에서 벨기에군의 격렬한 항전이 없었다면.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몽스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알자스-로렌 공세 당시 포슈 장군의 군단이 엄청난 전공을 세우지 못했다면.
아마 파리는 무너졌을 거다.
설령 거기까진 아니어도 생캉탱에서 두 개의 사단을 바친 것처럼 수많은 사단들을 적에게 넘겨줘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전쟁터에서 때론 하루의 시간이 수백, 수천의 목숨보다 소중할 때가 있단 거다.
“아이언사이드 장군님, 이번 사건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만 하겠습니다.”
만약 그 생캉탱에서 두 사단이 적이 너무 많다고. 상황이 불리해 전멸 위기라고 도망쳤다면 우리가 센 강에서 재정비해 반격할 시간은 부족했을 거다.
“비텐베르게로 향한 왕립사단 뒤에 영국의 영토 방위 사단이 있었습니다. 무려 두 개나요. 잘 훈련된, 정규군이었지요.”
“원수, 몽고메리 장군의 오판이 있었으나 상황을 이해해주시오. 전차는커녕 포병 화력도 부족했고 정찰할 시간도 없었소.”
“그래서, 도망쳤습니까?”
이건 싸우다 패배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냥 도망친 거다.
제국 참모총장, 현 영국군 총사령관직을 맡은 윌리암 에드먼드 아이언사이드(William Edmund Ironside)장군도 군대 짬밥만 40년 넘게 먹었고 전쟁 경험은 영국군 내에서 손꼽힐 만큼 많은 양반이다.
몽고메리의 집단군 때문에 내가 병력을 뺐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만 장군이 약간의 억울함을 표하는 이유는 아마 자기들만 밀린 게 아니기 때문이겠지.
‘저지대 연합군 내에서도 벨기에와 네덜란드 군만 크게 당했다. 체코나 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나라 군대인지는 우리도 숨길 수 없는 사항. 애초에 군복부터 장비까지 모든 게 다른데 어떻게 비밀로 유지하겠나.
‘아니 근데 그럼 시발 깃발이라도 치우라고.’
자꾸만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평온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분노 조절은 간디 선생도 쉽지 않을 거다.
“아이언사이드 장군. 몽고메리를 경질하시든 직접 지휘하시든 제가 관여할 바는 아닙니다. 다만 비텐베르게는 당연하고 베를린 북부 지역은 전부 점령하셔야 합니다.”
“지금 병력만으로 말이오?”
“얼마의 피해를 입든 상관없습니다.”
우리 연합군이 베를린 머리카락을 쥐고 흔들 수 있게 된다면 너희 40만 영국군을 다 꼬라박아도 된다고.
“…알겠소.”
“후우, 대전쟁도 겪으셨으면서 왜 저만 나쁜 사람으로 만드십니까. 거 보니까 베르됭 전투 때도 프랑스에 계셨더만.”
베르됭 전투가 어떠했던가. 생명 교환의 장. 정말 인간의 목숨을 서로 갉아먹기 위한 곳이 아니었던가.
뻔히 수십만 명이 죽을 게 보이는 곳이지만 그때의 우린 과감히 병력을 밀어 넣었다.
‘다시 하라 해도 못 할 짓이지.’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본토에서 놀고 있는 전투기들. 함재기들도 이번만큼은 쓰셔야 할 겁니다.”
“충고 새겨듣겠소.”
점점 늙은이의 감정이 얼굴로 올라오는 게 보이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육군 재건도 빠르게 끝내셔야 발칸에 병력 보낼 수 있습니다. 프랑코가 저한테 약속한 병력이 어딨냐고 물을 때마다 참, 슬프더군요. 이거 식민지 군이라도 다 빼서 보내줘야 하나 싶을 만큼 말입니다.”
은근슬쩍 이집트 주둔 늘리던데 그딴 헛짓거리 하지 말고 확실히 보여주란 거다.
‘전후는 어차피 전공이 곧 지분이거늘.’
스페인 봐. 유고슬라비아와 이탈리아가 둘이서 오스트리아도 못 끝내고 있으니 그냥 답답해서 직접 발칸으로 향했잖아.
저런 의지, 결기. 뭐 이런 걸 보여달라고.
아이언사이드 장군이 나가고 곧바로 다른 늙은이가 들어온다.
“뭐야, 기분 나빠?”
“아닙니다.”
페탱 원수도 또한 베를린 앞까지 당도하신 뒤로는 총사령부와 크게 떨어져 지내진 않으신다.
그런 게 있다. 한번 상관이었던 사람은 설령 내가 더 높은 사람이 되었어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관계 말이다.
페탱 원수님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온전한 관계 역전은 힘들지 않을까.
“뭐가 그리 힘든가.”
“아시지 않습니까. 다들 말만 장황하지 당장 보여주는 게 없습니다.”
미국, 영국 이놈들은 이제와서 육군 재건해 원정군 보내겠다고 하는데 난 당장 베를린을 포위할 병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어째서 빈이 점령당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 와중에도 간보는 국가들은 진짜 적으로 간주하고 싶을 정도.
“또 어떤 아랫놈은 그냥 다 무시하고 진격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질 않나, 바다 건너온 어느 미친놈은 베를린 눈앞에 두고 아시아 이야기나 하질 않나. 저 혼자 전쟁하는 기분입니다.”
“그래,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시니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 때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
“그만! 그만 하십시오!”
진짜 나 미쳐버릴 거 같아. 여기서 더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털 다 빠져서 샤를로트가 못 알아볼 것 같다고.
“자네한테 들려줄 소식이 있긴 한데 말이야. 딱히 중요한 건 아니고.”
“저 진짜 탈모 옵니다.”
“으음…. 그럼 다음에 알려주지.”
“하아, 뭔데 그러세요?”
“아냐. 어차피 이번 전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니 신경 쓸 거 없네.”
이미 진이 빠질 대로 빠진 난 더 추궁하지 않았다.
‘뻔하지. 개인사면 해봤자 외제니 여사님 이야기일 테고 그것도 아니면 과거 이야기야.’
옛날이야기는 더 들을 것도 없다. 내가 저 양반이랑 군생활을 몇 년을 했는데 모르는 과거 이야기가 있겠나.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저도 할 말 있었는데.”
“나한테? 무슨 일로?”
“어차피 본대도 다 같이 움직이니 저지대 연합군이라고 따로 분리해서 운용할 이유가 없어서 말입니다.”
그땐 국경 전선이 너무 넓어 페탱과 베이강 원수님이 나눠져서 지휘했고 난 뒤에서 총괄하느라 세 사람 다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다 같이 있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다지만 저희 세 사람이 다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헬.”
“그러니 원수님께서는 더 큰 일을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베르게르 모헬, 아니지? 아니라고 답하게.”
“어차피 프랑코랑도 아는 사이시라면서요.”
그쪽에서도 강력하게 원하더라고. 많고 많은 지휘관 중에 페탱 원수님을 콕 집어서 와달라고.
“어찌 동맹국 수장의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심지어 정당한 사유라면 말이지요.”
“이보게, 내 진짜 가다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네. 최소한 죽어도 가정의 품에서 죽어야 하지 않겠나?”
“음, 아뇨.”
우리 원수님 안 죽는다니까 그러네. 자꾸 죽는다, 죽는다 하시는데 어쩌면 나보다 장수하실지도 모른다.
“필요하시면 정식 명령서 하나 써드리겠습니다. 절대 좌천 아니고요. 유배도 아닌 거 아실 겁니다. 진짜 필요해서 그럽니다.”
“……. 내 예언 하나 하지. 자넨 그대로 돌려받을 걸세. 두고 보게.”
“예, 예.”
어차피 이번 전쟁만 끝나면 나도 끝인데 내 인생 말년을 야전에서 보낼 일이 있겠나.
발칸 전선의 확장이 시급한 상황.
프랑코의 옛 스승 필리프 페탱보다 적절한 인사는 없어 보인다.
‘이게 권력이지.’
이래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못 놓는 걸까. 그런 거라면 페탱 원수님 죽기 전엔 나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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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