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더 없냐?”
“있으면 나치가 연금술 한다고 제가 직접 발표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없는 거지?”
포츠담을 중심으로 적을 개미지옥처럼 끌어들여 싸운 것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고.”
“전차 손실 약 2천 대입니다. 예비 전차를 계속 보급받고 있긴 한데 조금만 고장 나도 버린 전차가 너무 많습니다. 자칫 적한테 노획당할 위험이 큽니다.”
“어쨌든 아직 전차는 널널하다는 거지?”
“일단 기갑은 그렇습니다.”
“반면 적 기갑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전차들의 무덤, 포츠담.
‘구데리안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먼.’
하긴, 전차 한 대 한 대가 전투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데 구데리안이 단기결전을 신청했겠나. 역시 독일에는 숨겨진 기갑이 예상보다 많았다.
폴란드제. 소련제. 오스트리아제. 그 속에서도 종류가 다양하게 갈리지만 하나 부족한 점.
“그래봤자 우리가 더 많다.”
모헬 원수님은 이곳에서 피를 흘리길 주저하지 않으신다. 다른 말로 전차 교전비 1대1이 나온다면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말씀.
그리하여 지난 며칠간 끝도 없는 전투를 이어가니 어느새 포츠담에는 누구도 노획하지 못한 전차들이 사방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그을린 비석처럼 곳곳에 남은 전차들은 스산한 분위기를 더했으나 파비앵의 눈에는 오늘따라 그 광경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 정말 없다는 거잖아.”
“있다면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만슈타인의 방어선을 뚫을 때.
구데리안과의 격돌을 했을 때.
이후 끊임없이 밀고 들어갔을 때까지를 다 합하면 이미 적은 예상보다 많은 기갑전력을 보여줬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 마지막 남아있을 기갑부대까지 파비앵은 이곳 포츠담으로 끌어들였다.
만약 여기서 안 막으면 바로 베를린으로 박아버리겠다는 협박을 통해 말이다.
결과는 아주 흡족했다.
“이 정도면 모헬 원수님이 리볼버를 장전하는 일은 없겠지?”
“어쨌든 적 정예는 많이 사라진 상황이니 결과적으로 괜찮지 않겠습니까?”
“으음….”
설마 기갑 많이 날려먹었다고 죽이기야 하겠나.
‘베이강 원수님은 몰라도 우리 모헬 원수님이 그러면 안 되지.’
언제는 부대 편제와 예산을 핑계로 결사반대하셨으면서 이제 와 전차 낭비했다고 뭐라 한다?
‘그땐 전군 기갑 사단으로 가는 거야.’
오히려 명분을 주신다면 은퇴하기 전에 유럽 정복의 발판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으리라.
“요즘은 살아남으면 개나 소나 다 정예래. 그게 얼마나 힘든 줄 모르고.”
포츠담의 결과가 좋은 이상, 뭐라고 하든 파비앵은 받아칠 자신이 있었다.
***
“지금이라도 협상해야 합니다.”
“안 됩니다! 휴전 제안을 하려던 헤스마저 공중에서 가루로 만든 놈들입니다! 젠다르멘 광장에서 시행될 대규모 처형식을 생각해보십시오! 오히려 사기가 꺾였다 여겨 더욱 싸우려 할 겁니다!”
“그럼 여기서 다 같이 죽자는 거요? 언제 머리 위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고 두려워하며?”
협상 외에는 연합군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사실은 진작에 인정했다.
다만 협상 시기, 협상 조건, 그리고 폴란드 처리와 휴전 이후 소련과의 관계는 하나같이 정답이 없는 문제에 가까웠다.
“룬트슈테트 장군,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포츠담이 오늘 밤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지금, 베를린을 지킬 수 있습니까?”
폴란드 점령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는 계급과 짬 모두 압도적인 장군. 그에게 떨어진 질문에 모두가 그의 대답에 집중했다.
딱히 친나치적이지도. 그렇다고 반나치적이지도 않은 채 은퇴만을 바라봤던 육군 대장.
국가주도적 범죄에도 눈과 귀를 닫았고 그저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현역 복귀한 룬트슈테트는 잠시 근본적인 질문을 되물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 결과는 뻔했어.’
저치들의 말대로 협상을 했을 때, 폴란드 일부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당연히 프랑스는 폴란드 완전 해방을 기본 전제로 깔고 들어갈 테고 여기서부터 갈릴 것이다.
폴란드 전체 영토와 지금까지 빼앗긴 독일 영토.
어느 것이 가치가 높은지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
폴란드 점령에 모두가 눈이 멀었었지만, 이번 전쟁은 사실 지키기 위한 전쟁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협상해야 하오. 그것도 항복에 준하는 조건으로.”
“장군! 그리 말하실 순 없습니다!”
“보크, 그럼 자넨 다른 수가 있나?”
두 집단군급 사령관의 의견 충돌은 육군이 이미 하나된 의견을 내지 못함을 드러냈다.
“우리 모두 모헬이란 작자의 강경한 술수에 말려든 겁니다. 원수도 아시지 않습니까! 연합군은 겁쟁이입니다. 피해를 두려워한단 말입니다!”
“두려워서 군을 물릴 만큼 적이 순진하지 않아. 인정합세. 우린 무엇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전쟁을 했어.”
“스탈린이 천만 붉은 군대를 보내줄 겁니다. 버티면 됩니다. 버티면, 무조건 기회는 옵니다.”
“그래서 남는 게 뭔가! 또 한 번 먹을 게 없어서 톱밥을 처먹는 우리 국민들? 너무 많이 죽어 싸우는 이유조차 잃어버린 우리 군대? 보크만, 자넨 몰라. 모헬의 무서움은 잔인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네. 단호함. 마음먹은 바를 절대 바꾸지 않는 그 단호함에 동맹들조차 굽히는 게야.”
분열적인 모습임을 알지만 여기까지 와서 두 사람은 의견을 굽힐 수 없었다.
‘독일을 지킨다. 그게 우리의 존재 의의야.’
‘미래 없는 독일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노예처럼 살아갈 바에 사람처럼 살 기회라도 노려야지!’
발트 해에 갇힌 크릭스마리네는 발트 해를 벗어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겨우 폴란드 상륙만을 견제할 뿐, 독일 항구로 쏟아지는 적 원정군도 지켜만 봐야 한다.
이미 전선이 너무 밀려 징집도 힘들다. 애시당초 독일 영토의 7할 이상이 점령 당했는데 징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바르샤바 점령을 미루고 전선을 지키길 택해야만 했다.
“더 무서운 점은. 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거야. 저번 전쟁에서 얼마나 죽어야 전쟁이 끝났지? 수백만? 아니. 수천만. 그래 놓고 결국 국경 근처에서 전쟁이 끝났지.”
수많은 전쟁을 겪어온 한 노인으로서 룬트슈테트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했다.
“적이 내뺄 거라고. 피해를 두려워해 휴전할 거라고. 그딴 말은 전쟁 시작 전에나 가능했던 소리야. 보크만. 그리고 모두들. 우린 패했네. 인정하면 쓰라릴 테지만 회복할 수 있어. 지금 우리가 그러한 상태이듯 말이지. 그러나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우린 나아갈 기회조차 잃어버린다네.”
집단군급 사령관으로서 현 연합군을 이길 방도는 없다고 장담한다. 그 사실을 아는 저치들도 겨우 내놓은 생각이 반격 후 협상이겠지.
룬트슈테트는 가운데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총통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총통 각하, 협상하셔야 합니다.”
“다시 노예로 돌아가자?”
“게르만 민족은 단번에 쓰러지지 않습니다. 분명 일어설 것입니다.”
결정권을 가진 히틀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원치 않은 전쟁이었다.
단 한 번 수그리지 않았다고 시작된 전쟁이었다.
헌데 프랑스는 조금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다.
마치 누구보다 전쟁을 원했던 것처럼 선전포고했고 직전에 베를린을 찾아왔던 플랑댕은 밀고 당길 틈도 없이 본인들의 요구만 던져놓고 떠났었다.
프랑스가 내세운 명분은 빈약했고 정당해 보이지도 않았다.
‘어찌 벌써 전쟁이 터진 게야.’
조금만 시간이 있었더라면. 33년도 선거에 이겨 집권할 수만 있었더라면.
오를레앙 체제의 늪에서 이 나라가 조금만 빨리 벗어나 자주적으로 행동했더라면 이리 처참하게 지진 않았을 거다.
인정하고 개처럼 기어 벌레처럼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희박하지만 한 게르만인으로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걸어볼 것인가.
전쟁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반년.
개전 초기에 비해 대육군이 그리 강력해 보이지 않고 적 원정군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은. 아직은 인정할 수 없다.
이제 겨우 옛 제국의 영토를 되찾았고 뒤로는 거대한 폴란드 영토가 그에게는 있었다.
“베를린을 버린다.”
“각하!”
“항복하고 싶다면 막지 않겠소. 그러나 나치의 이름을 더럽힐 작정이라면 그만 두시오.”
지금의 상처가 고통을 줄지언정 게르만의 정신을 죽이지 못한다면,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라.
“모든 공군을 뒤로 물리고. 전선을 재정비한다. 베를린을 포기하고 붉은 군대의 도움을 받아 반격 작전을 수립하라.”
명령을 내리고 등을 돌린 히틀러는 창밖으로 보이는 베를린 거리의 풍경에 이를 꽉 물었다.
‘돌아오리라. 기필코 돌아오리라!’
위대한 게르만은 절대 제국주의에 굴하지 않는다.
이 땅에 돌아올 때.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파리에 당도하게 될 때.
이 모든 굴욕을 되갚아줄 것이다.
***
1940년의 여름.
개전 하고 6개월.
“아직 인정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나.”
약간의 찝찝함이 남아 신경을 거슬리지만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다.
하긴, 핀란드도 반년 조금 못 미치는 기간을 싸웠는데 천하의 나치가 여기서 굴복한다면 그건 나치가 아니라 그냥 동네 양아치다.
“어차피 원하는 대로 된 게 아닌가? 자네가 완벽히 포위하지도 않았잖아.”
“틀린 말은 아닌데, 선물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라서요.”
오랜만에 뵌 베이강 원수님의 얼굴은 전보다 꽤나 밝아 보이신다.
아마 소모전이 길지 않았다는 점. 예상보다 적의 포기가 빨랐다는 점 때문이리라.
우린 베를린을 포위하지 않았다. 적 후방에 끊임없이 보충되는 붉은 군대 때문에라도 포위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고 역포위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항전 세력이 없는 건 아니야. 아마 수색 마치고 정리하는 데에는 대충 일주일은 잡더군.”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당연하지. 테러 세력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쩔 건가?”
모든 독일 국민이 나치를 옹호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반프랑스 감정은 거의 뼛속에 새겨져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길거리 아이조차도 위험 대상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혹시나 페탱 원수님이 나보고 자네가 기관총 난사라도 하면 막으라고 하시더군.”
“저 이제 그런 짓할 위치 아닙니다.”
“알지, 근데 사람 전적이라는 게 있잖아?”
뭐 나는 한 번 실수하면 절대 용서도 못 받나. 사람이라면 응당 실수 할 수 있는 법. 오히려 실수하는 독재자? 아주 인간적이지 않나?
“아, 됐고. 연설 같은 것도 하지 마. 어차피 베를린 민심이 자네 몇 마디에 좋아질 것도 아니니까. 그냥 적당히 돌아가라고. 무슨 말인지 알지? 꼴에 선출됐다는 놈이 뭐 야전으로 기어나와서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에잉!”
“…….”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부끄러워? 내가 그렇게 부끄럽냐고.
무슨 지침을 저리 길게 받았는지 베이강 원수님은 날 공식 석상에 내놓을 생각도 없어 보이신다.
“쯧.”
“조용히 가지.”
좁은 장갑차가 오늘 따라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처음으로 전쟁터에 나온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 뭐랄까, 옛 추억에 잠시 잠길 것 같다.
‘그땐 마냥 집만 가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는데.’
참 집구석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의 철부지였다. 결혼하고 나니 집이라고 또 마냥 좋은 점만 있던 건 아니더라고.
“도착했습니다.”
장갑차가 멈춰서고 해치를 열고 나오니 베를린 중심부의 거대한 성관(샤토)이 보인다.
그 앞에는 수많은 군복이 시선을 꽉 채울 만큼 보였고 그 외 개미 한 마리 안 보이니 약간의 이질감이 곳곳에 느껴진다.
2월에 시작했는데 벌써 햇빛이 강하게 비추는 8월 중순이다.
6개월. 딱 반년.
“6주는 개뿔. 오래도 걸렸네.”
그토록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반년이나 걸렸는데.
원역사의 나치는 파리를 어찌 6주 만에 점령 큰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결과는 똑같다.
훈족이 처음 점령했었고.
스웨덴군을 거쳐 오스트리아, 러시아에게도 위협을 당했던 곳.
응당 한 시대의 강대국이라면 유럽 전통에 따라 한 번쯤 점령해 보는 도시, 베를린.
마지막이 프리드리히 대왕 사후 1806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점령.
1940년. 136년이 지나 프랑스가 역사를 반복한다.
걸어서 조금 더 이동하니 국가의회 의사당이 보인다.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거대한 삼색기가 국가의회 의상당에 걸려 있다.
바로 앞에서 삼색기를 올려다보니 베를린이 내 손에 들어왔음이 체감되었다.
이 베르게르 모헬이, 베를린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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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1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