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프랑스가 성장하면서 잃은 게 있다면, 난 영미와의 관계가 가장 크다고 본다.
예전에는 서로 개 닭 보듯 멀리했을지언정 같은 집에 사는 느낌이라도 있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조차 희미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과하게 세계로 퍼져있는 대영제국의 패권을 어쩌다 보니 축소시키고, 미합중국의 이권을 위협한다.
다행히 이번 전쟁은 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터졌고 그 결과 우리 세 국가가 같은 팀으로 참전하게 되었지만 마찰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국과의 패권 다툼이야 전시가 끝나도 계속 이어질 테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치지만, 미국의 이권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처음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 것은 바로 대공황 직후.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 시행된 이후였지.’
제 목을 조여오는 경제난에 손에 집히는 대로 관세를 매기던 시절.
보복성 관세도 잇따랐고 민간 투자는커녕 국가 간의 채권 거래도 씨가 말랐었다.
처음으로 기술의 발전과 관계없이 국가 사이의 연결이 얇아졌고 이후 각자도생을 위해 ‘자기 구역’을 정하는 블록 경제가 탄생했다.
딱 여기.
신대륙 여포 미합중국이 무너진 시점이다.
대영제국의 블록 재료는 식민지였다. 기반이 다 다져져 있으니 약간의 악독함만 더하면 손쉽게 완성되는 쉬운 구조였다.
프랑스가 쌓은 것은 수많은 동맹들을 통한 장벽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프랑스의 보호 장벽. 벽 안에 가두는 것이기도 하지만 외부로부터 보호해주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미합중국의 블록 재료는 딱 두 개밖에 없었다. 아시아, 그리고 남미.
다만 남미는 전혀 발달하지 않았고 그나마 꾸준히 발전시켜 놓은 아시아는 마냥 먹기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계속되는 블록 내부의 특혜 관세, 외부로는 차별 관세, 구상무역, 수입통제 및 외환관리와 금본위제 폐지 위기까지.
5년을 끝도 없이 벌던 졸부도 3년 이상 버틸 수 없던 시절.
파운드, 달러, 프랑.
프랑이 마르크를 삼키고, 수많은 동맹들의 자본을 이리저리 요리할 때, 파운드와 달러는 여전히 자기 구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서로의 구역이 정해진 이상, 함부로 침범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거다.
그야말로 세계화의 종식.
서로 작정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면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삼파구도는 우습게도, 이번 전쟁과 함께 무너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생산품 소비가 모두의 공장을 밤낮으로 돌리고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지갑들이 지출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전쟁 덕에 겨우 실업률이 20% 이하로 떨어졌다고. 그래봐야 징집이겠지만.’
아마 소비도 전부 정부 지출에 기반한 것이지 민간 시장의 지출은 아닐 거다. 초과이윤세(Excess Profit Tax)니 한계소득세율이니 세금을 대폭 낮추고 뉴딜을 전쟁에 맞춰 마구잡이로 시행하고 있지만 그래봐야 민간 자본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다시 돌아와, 왜 미합중국은 아시아에 집착하는가?
저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아시아가 아니면, 미합중국은 종국에 이 삼파구도에 끼지도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왜 대영제국은 이번 전쟁에 생각보다 진심일까?
본인들도 아는 거다. 마냥 식민지 뜯어 먹고 살던 시절은 한물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라고 다를 게 없다.
언제까지 대육군 하나만으로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겠나.
조금 더 완벽하고, 안정성 있는 체제를 만들고 싶다. 전에 단기간에 효과를 봤던 오를레앙 체제나 지금의 동맹 체제를 벗어난 더 완벽한 구조를 원한다.
우리 삼국에게는 이번 전쟁이 비단 승패만이 아닌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진다.
그게 저 방구석 도덕쟁이들 사이에서 홀로 악을 자처하는 주전파 늙은이, 루스벨트의 속마음이 아닐까.
“미드웨이에서의 승전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너희가 말아먹은 항모도 미래를 위한 투자겠지.
“미드웨이는 겨우 시작인데 이리 말씀해주시니 부끄럽군요. 저는 아시아의 모든 바다를 아메리카 함선으로 덮을 생각입니다.”
“열심히 생산하셔야겠습니다.”
“미합중국의 전시 체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12년 만에 맛보는 호황은 자본주의 국가의 말라비틀어져 버린 미국 자본을 엉엉 울게 만들기 충분한 것 같다.
‘당연히 전쟁 물자만 만들기엔 국내 자본들의 반대가 쉽지 않을 거란 소리지.’
소비재란 그런 거니까. 총 한 자루 생산하면 냄비 가격이 오르는, 아주 당연한 이치.
남의 나라 경제까지 챙겨줄 만큼 내가 자애로운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기존의 시장, 그리고 새로운 먹거리지.
“모헬 원수, 들어보니 프랑스는 최대한 빨리 독일 정부를 설립하고 싶어 하던데? 아직 투표를 하긴 어렵지 않겠소?”
“임시 정부를 만들고, 재건 중인 국방군과 붙일 겁니다.”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루르 공업 지대는 반년 전에 다시 세우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철값을 잡기 위해 라인란트에 포로들이 투입되고 있고 다시 한번 여성 노동 시대를 맞이했다.
저 둘의 눈빛에서부터 숨길 수 없는 불안이 보인다.
‘흐음, 바르샤바에서 아예 전쟁을 끝내?’
유럽 전쟁이 아시아로 옮겨 붙지 않으면 파운드와 달러는 죽었다 깨어나도 프랑을 이길 수 없다. 아마 엔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을까?
내가 우위에 있고, 난 충분히 그 이점을 휘두를 만한 놈임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동맹들 사이의 수출 수입 품목 조절이 필요합니다. 관세 철폐를 바라는 게 아닌 조금 더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지난 1년이 못 되는 시간 동안 프랑스는 막대한 군수품을 소모했습니다. 다시 채우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렇죠?”
“그 빈자리를 저희가 메워드리지요.”
‘그래야 하루 빨리 아시아로 올 테니까’라는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딱 1년. 에두아르 총리 말로는 프랑스가 비어버린 창고를 직접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랍니다.”
“1년이면 아시아 전역을 일본이 점령하고 남을 시간이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헌데 이것도 독일 서부 공업지대를 최대한 빠르게 활용하여 단축시킨 시간입니다. 저희는 이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데…. 혹시 다른 생각 있으십니까?”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난 그들이 혹여나 따로 준비한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있다면 부디 프랑스가 끌릴만한 제안이길 바라며.
“그러니 말하지 않았소. 우리가 돕겠다고.”
“고객이 아니라 동맹으로 도와주겠다면, 어찌 거절하겠습니까마는.”
너희가 진정 프랑스를 아시아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그리하여 네놈들의 시꺼먼 속셈에 프랑스가 깽판치지 않길 바란다면.
“프랑스 국채로 사시지요.”
“대전쟁 때처럼 빚쟁이가 되어라?”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협상해야겠지만, 전혀 부담스러울 조건은 아닐 겁니다.”
“좋습니다. 또한 저희가 아시아로 병력을 보내려면 그에 걸맞은 수송선과 함선들이 필요한데…. 처칠 경만 괜찮다면 미합중국으로부터 구매하고 싶습니다.”
“…. 필요한 일이니 응당 해야겠지.”
아아, 달콤해. 이거지. 미국 돈으로 만든 미국 함선을 사는데 대영제국이 뒤에서 축하 박수를 쳐주는 거.
이건 겨우 시작일 뿐이다. 우리의 힘을 끌어다 쓸수록. 본인들의 앞마당을 나와 우리 집 옆으로 한 걸음씩 다가올수록.
‘다 계산해줘야지.’
우리 사이의 동맹이란 그런 거니까.
“아 참. 공동무기개발에 관한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성과가 없는 모양입니다?”
“제공해준 프랑스의 기술들을 응용해보고 있으나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거 말고 다른 일 말입니다.”
“아, 그거.”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가 함께 연구 중인 무기개발.
‘예상보다 아무런 소식이 없는데.’
간간이 올라오는 보고는 챙겨보고 있으나 딱히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나도 기술적인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생각보다 예산을 많이 잡아먹더군요. 아직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하긴.”
연구진들만 봐도 마냥 전 세계 두뇌를 모은 것처럼 보이진 않던데. 누구도 진심이지 않은 연구처럼 진행되고 있는 핵실험.
‘일단은 방관.’
건드리지 말자. 당장 미국 손에 핵무기가 들려서 놓을 건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모헬 원수가 제안한 식민지군 활용 방안 말이요. 꽤나 우리 쪽에는 긍정적으로 들려서 말이오.”
“문자 그대로 지금 시기에 식민지에 낭비되는 병력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 손 하나라도 더 보태야 할 마당에 전시에는 식민지는 건들지 말자는 거지요.”
안 그래도 부족한 병력을 눈물 머금고 아프리카-중동-인도까지 배치한 대영제국 입장에서는 ‘전시에는 서로 건들지 말자.’ 내지는 ‘서로 적당히 지켜주자.’라는 제안은 참으로 고맙겠지.
“대신 그 전에.”
식민지는 주인이 확실하게 정해진 물건이니 그렇다 치지만.
“이집트 철군 언제 합니까?”
“…….”
“알랙산드리아 항구에 저희 애들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더군요. 여전히 이집트는 독립을 못 했다고.”
언제까지 인정 안하고 버틸 건데.
‘거 적당히 방 뺍시다.’
자꾸 우리한테 수에즈 들이밀면서 이상한 제안 들어오잖아.
나쁜 마음 먹고 싶게 말이야.
***
“그냥 할까?”
“미, 미쳤소? 절대 안 되오!”
“아니, 그럼 가만히 있자고? 당신들 다 눈과 귀를 닫고 사는 건가!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전쟁이란 말이다!”
“씨발, 이길 가능성이 있어야 전쟁을 하는 거지. 질 거면 전쟁을 왜 하는데!”
해군과 육군의 싸움. 황도파와 통제파의 갈등.
두 집단으로 편이 나눠지면 언제나 새로운 주제에서도 갈라지기 마련인데, 이번에 올라온 안건은 참으로 갈라치기 하기 좋은 주제였다.
선정된 주제는 인도차이나.
“황도파는 다 빨갱이야! 소련의 지령을 받고 인도차이나를 공격해 프랑스의 시선을 돌리는 데 황군을 제물로 쓰려는 거잖아!”
“닥쳐, 이 적폐 새끼들아! 전쟁이 애들 장난이냐! 쳐들어가는데 허락받고 갈까? 정말 그런 거냐고?”
“그냥 솔직히 말해라! 너희 이번에도 해군한테 사주 받았지? 완승을 장담하더니 처발리고 찾아와서 뭐? 인도차이나를 넘어 인도로 가자고?”
과연 프랑스의 식민지를 먹어도 될까.
뻔한 연합군 내부 사정을 일본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설득하는 미국과 버티는 프랑스.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상황일텐데 여기서 인도차이나를 공격하면 프랑스는 무조건 온다.
‘협상? 평화? 그딴 제안이 먹힐 나라가 아니라고!’
‘천황 아래, 내각 위에서 국가를 지킨다더니 겁먹은 개새끼와 다를 바 없군!’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될 뻔한 황도파는 소련과의 동맹을 기점으로 개같이 부활해 다시 통제파와 대립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만주의 광동군이 성공적으로 군벌들을 무찌르며 대륙 점령에 힘썼고.
중국 해안으로부터는 끝도 없이 상륙한 황군이 중화를 점령했다.
홍콩, 대만을 비롯한 주위 섬들은 진작에 끝났으며 필리핀도 거의 점령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둘.
하나는 대륙 내부로 좀 더 깊게 진입하는 것.
‘비효율적이야. 그걸 떠나서 언제까지 대륙에 시간을 낭비할 테냐! 해안 수도를 더불어 해안 주요 도시까지 전부 점령했으면 이만 병력을 돌려야 한다고!’
‘미, 미친 새끼들아. 아무리 그래도 그게 인도차이나는 아니지!’
분명 극우는 통제파였다. 재벌과 내각의 지지를 얻었고 천황의 허락 아래에 그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귀축영미를 외치는 주역이었단 말이다.
그러나 소련과 함께 페이즈2를 찍기 시작한 황도파는 한 발 더 나아가 몸에 신나를 붓소 손에 라이터를 쥔 채 말한다.
“불란서가 악의 근본이다! 저 새끼들을 죽여야만 우리나라가 올바르게 설 수 있어!”
“다 엎어야 한다니까? 지금 우리 내각도, 빌어먹을 육군산하 공군도, 아니 그냥 전쟁 방향성도!”
“아니, 적당한 평화를 바라다니? 그딴 약해 빠진 마음으로 어찌 전쟁을 이겨?”
이런 상황에 실질적인 군부 수장인 도조 히데키는 손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서명할까?’
그의 앞에 놓인 인도차이나 점령 명령서.
‘아니, 역시 이건 아닌가?’
모헤르 상을 굳이 적으로 둘 필요가 있나. 그는 친일 인사다. 비록 국제 관계에 의해 기름 한 통 팔지 못하고 있지만 딱히 일본을 적대하진 않고 있단 말씀.
실제로 두 나라는 따로 선전포고 따위 아직 하지 않았다. 다만 두루뭉술하게 싸잡혀 서로를 적으로 인식만 할 뿐.
아무 말 없이 잔장을 비워준 프랑스는 아직까지 단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았고 일본 또한 프랑스와 대화 창구를 열어놨다.
여전히 거리를 나가면 프랑스 대사관에 대사가 위치하고 있으며 그는 아직도 활발히 사교계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심지어 중화민국에 제공하던 무기와 연료도 자발적으로 끊어버리지 않았던가.
‘으음.’
그래서 프랑스는 적인가?
아니,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게 아니다.
‘프랑스를 적대하고 싶은가? 혹은 적대해도 되는가?’
이탈리아로도 모자라 베를린까지 점령한 프랑스. 옆에 있던 귀축영미가 무슨 도움이 되었겠나. 그냥 국경부터 수도까지 대육군이 전부 쓸어버렸겠지.
귀축영미는 막을 수 있다.
피해가 커질지언정 협상할 여지가 있고 협상이 어렵다면 장기전으로 끌어 협상할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면 된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장기전은 곧 유럽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
종이에 가까이 댄 펜을 뗀 히데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이건 아니-”
“총리 각하, 프랑스령 정부에서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베트남 독립동맹회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정부를 테러했다는 소식입니다!”
“그게 왜.”
“황도파가 본인들이 도왔음을 공표했습니다. 대동아 공영권의 해방을 위해서라고….”
“…….”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정부. 본국과 따로 식민지 운영을 위해 설립된 정부로 일본 제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었던 곳.
“피, 피해는 크던가?”
“식민지령 최고지휘관 모리스 마틴 대령이 중상이랍니다.”
“당장 위로의 말을 전해. 아니, 그냥 가까운 의료진을 전부 보내라!”
모리스 마틴. 식민지 운영에만 신경 쓰며 일본의 항구 무단 이용도 못 본 체하던 자다.
그자가 죽을 위기라니.
분명 그는 명령서에 아직 서명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통제파가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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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