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선배님,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어차피 너희가 해결 못 하니, 아예 신경 꺼라. 이거 아니겠나.”
각국의 식민지 문제를 떠나 순식간에 불안해진 발칸의 정세와 유고슬라비아 내란.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흔한 식민지 다툼과 민족 분쟁 중 하나로 보면 되니까.
문제는 그다음.
“모든 식민지를 해방한다라….”
“적어도 자기들은 그러겠다니 어쩌겠습니까. 다른 국가한테 강요하는 건 다른 문제지만요.”
“자넨 이번 식민지가 누굴 저격하는 말인지 모르겠나?”
“…. 대영제국 아닙니까.”
“그럼 여기서 우리는?”
맥아더가 본 식민지 해방 선언에 가장 난처해진 국가 중 하나는 바로 본인들, 미합중국이다.
식민지 한 뼘 보유하지 않았지만, 이제 그들은 지난 수십 년간 외쳐온 도덕의 무게를 감당하게 생겼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어. 우리 또한 프랑스의 뜻에 동의해야만 하지. 허나 그러는 순간 영국과의 갈등 시작이야.”
과연 누가 알기나 했을까. 식민지 보유 2위의 국가가 모든 식민지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다니.
달라디에의 선언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로 덧붙인 이유도 참으로 프랑스다운 게, 본인들이 인도차이나를 지키지 못했음으로 자격이 없단다.
‘자기들도 자격이 없으니 영국도 없다, 그런 뜻이지.’
유럽 전쟁 내내 어르고 달래서 함께 싸우던 프랑스가 이번엔 대놓고 싸움판을 열어버렸다.
그래놓고 가만히 있던 미합중국을 판에 끌어들인다.
이제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중재하고 저 유럽의 힘을 아시아로 끌고오는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면서 말이다.
“아이크, 베이강 원수는 뭐라고 하던가?”
“그쪽은 특별한 소식 없습니다. 해전 끝나면 아시아 상륙할 병력 준비하느라 바쁘지요.”
이걸 프랑스가 친미로 돌아섰다는 신호로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방식이 국가마다 어떻게 될지도 정해주지 않았지만.
프랑스는 결국에는 모든 식민지가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지대 연합. 북유럽.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그 외로도 수십 개국의 반발 따위 감당 가능하다 이거지.’
그런 거치고 모로코를 넘긴 것을 보면 일단 즉각적인 해방을 말하진 않는 것 같다.
“선배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본인들의 국가 기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영국의 식민지 제국을 무너트리려는 겁니다..”
“그런 계산도 있겠지. 근데 진짜 문제는 말이네. 이제 우리도 필리핀처럼 애매모호한 상태로 아시아를 가질 수 없다는 거야.”
만약 여기서 미합중국이 다시 필리핀과 같이 반식민지 상태로 아시아를 가지려 한다?
더럽고 추잡한 제국주의자로 국내외에서 몰리는 것을 떠나 명분 자체가 더럽혀진다.
분명 유럽 전쟁에 참전할 때 FDR이 국민들에게 외치던 명분이 무엇이었나?
‘자유, 민주, 민족 자결, 시장과 안보. 결국 다 합쳐서 선악구도를 만들었지. 그중에는 식민지가 받는 고통 또한 있었고.’
미국이 선.
반대가 악.
미국은 유럽을 구원한 영웅이다. 약간 프랑스에 빛바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무튼 미국은 순수 선 그 자체란 말이다.
이 구도. 이 프레임.
적보다 더 악독하던 프랑스가 이제와서 여기에 탑승해 ‘식민지는 나쁜 거예요!’라고 말한다.
“역겨워. 정말 위선적이지 않나.”
“베르게르 모헬스럽습니다.”
“어차피 먹을 게 주위에 널렸으니 그 자식은 진짜로 식민지를 다 풀어줄 생각일 거야. 물론 아무런 대가도 없진 않겠지만.”
FDR에게 귀띔으로 들어 프랑스가 식민지 카드를 꺼낼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그것도 아시아 전장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는데 꺼내니 맥아더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아주 끝까지 재를 뿌리는군. 원한이라도 있는 거냐.’
이런데도 영연방이 아시아에서 화끈하게 국력 깎아먹으며 싸워줄까? 세계 최대의 식민지를 가진 저 국가가?
알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러니 더욱더 미군은 프랑스의 손을 저버릴 수 없게 되었다.
“후우, 영국의 원성은 일단 무시하고. 급한 건 빠르게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는 거라네. 곧 대통령이 직접 소련으로 향한다니 부디 쉽게 끝나길 바라야지.”
차라리 소련에게 조금 양보하더라도 종전 협상을 끝내고 아시아로 향하는 게 좋지 않겠나.
‘그래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벨라루스 국경에 있는 우리 미군도 빼내지. 이러고 보니 우리가 내린 결론도 참으로 한심하군.’
결국 프랑스에 반하지도, 누구의 편에 완전히 갈아타지도, 어느 무엇하나 확실하게 결정짓지도 못한 채 그냥 아시아 갈 생각밖에 없으니 말이다.
‘모헬, 내 어떻게든 네놈한테서 모든 대가를 받아낼 테야. 설령 네가 아니라면 네 자식한테라도.’
그간의 모든 고생은 이자까지 쳐서 아시아에서 받아내겠다.
그러지 아니하면, 유럽 안정이고 뭐고 미군이 다 엎어버리고 돌아갈 테니까.
부디 아직 유럽에 이성과 지성이 남아있길 맥아더는 간절히 빌었다.
***
제 몸 하나는 끔찍이 아껴 이전 여러 회담에도 몰로토프를 보내왔던 스탈린도 이번 자리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두 차례나 휴전 협정이 연장되고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힌 뒤, 종전 협상 장소는 양측 병력이 한발 물러난 브란스크(Бранск)로 정해졌다.
본래는 그냥 민스크로 부르려 했으나 소련 측의 강력한 반대로 전선 한가운데로 회담 장소가 정해졌다.
“이리 대면하는 건 또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페탱 원수님과 함께했으니 어찌 못 지냈겠습니까?”
“허허, 그러고 보면 페탱 원수님께 배운 것도 수십 년 전인데 아직도 존경하나 보군?”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입니다.”
프랑코나 무솔리니와 같이 어느 정도 발언이 가능한 국가 정상부터 연합군의 핵심인 처칠과 루스벨트도 보인다.
여러 국가 정상들이 본인을 따르는 수십 명의 인사들과 경호 병력까지 함께 오니 통제되었던 브란스크가 꽉 찬 느낌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우리 연합군이 서로에게 인사를 하며 밝은 분위기를 유지할 때, 한 인간이 직접 두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오시프 스탈린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절로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날 따라 손을 움직이는 이들은 없고 되려 정적이 이어졌지만 난 그가 내 앞에 설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하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 동지. 내 당신을 드디어 이렇게 보는군!”
“….이게 프랑스식 환영인가.”
“뭐하나 빅터, 가져오게!”
손짓하니 뒤에서 빅터가 와인 한 병을 양손으로 내민다.
와인의 목을 쥐고 난 스탈린 가슴팍으로 내밀었다.
“오를레앙 와인이오. 광란의 파티를 좋아한다길래 내 한번 초대하고 싶었는데 워낙 모스크바에서 나오질 않아서 말이야! 결국 이렇게 병 하나밖에 건네줄 수 없구려!”
“감사히 받지.”
별로 고마운 기색 없이 직접 손대지도 않고 뒤의 누군가 튀어나와 받으려 하자 난 와인 목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코르크를 딴 뒤 한 입 들이키고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말이오. 맛은 둘째치고 아주 상징적인 물건이오. 한 방울, 한 방울이 이번 전쟁에 죽은 목숨을 의미하지. 어떻소, 많이 비어 보이지 않나?”
웃고 있으나 그와 마주친 내 눈동자는 일말의 기쁨도 비춰줄 수 없었다.
수백만의 죽음. 수천만의 희생. 그리고 내 아들과 너의 자식들.
세계 대전의 고통이 이 한 병에 담겨 있다.
우리가 술 한잔 나누고 끝낼 일이, 여기까지 온 것.
좋은 의미로 난 그에게 마시라고 강요하는 바이지만, 이건 평화를 위한 압박이자 나의 마지막 인내다.
‘마셔. 너가 안 마시면 남은 병은 다시 채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이게 무슨 짓인지 주위를 둘러봐도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줄 수 없다.
문화 차이도, 사상 차이도 아닌 순수하게 나라는 인간이 그에게 건네주는 잔임을 인지한 그는 모든 국가 정상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병을 뺏다시피 가져가 목구멍으로 남은 액체를 전부 넘겨버렸다.
“끄윽.”
“으하하! 좋소! 아주 좋아! 내 이걸 보기 위해서 모스크바로 갈 뻔했다니까!”
그를 자리로 안내하며 난 흡족하게 웃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호탕하게 웃지만. 혼자 미친놈처럼 좋아하지만.
모두가 안다.
“친애하는 나의 서기장 동지, 그래서 말인데. 나를 위한 보드카는 준비되었소?”
“나에게서 무슨 보드카를 찾고 있소?”
오래전부터 난 매우 화가 났었고.
“아니, 그럼 보드카가 없단 말이오?”
“아직 파티는 이르오. 그거야 협정을 마치고 해도 늦지 않을 거요.”
참으로 많이 인내했으며.
“아니 아니. 동지의 눈에는 지금 보드카를 바라는 수많은 국가들의 눈길이 보이지 않는 건가?”
그걸 이 자리에서 숨길 생각이 없음을.
모두의 이목이 그와 나에게 집중되었음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 또한 잘 알 터.
“내가 수많은 피를 동지께 줬지 않소?”
“난 전부 잊고 나아가자는 의미로-”
“그럼 서기장 동지도 내게 보드카를 줘야만 하지. 안 그래?”
주위를 둘러보며 동의를 구했으나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다시 시선을 눈앞의 스탈린에게 돌렸다.
“내 보드카.”
“모헬 원수께서 광증이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이거 참.”
“보드카.”
“…….”
그와 나의 대화를 귀에 속삭이는 통역 외에는 누구도 입을 열지도, 상황을 중재하지도 않는다.
빌헬름 1세가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제후들 위의 황제로 추대되어 제국을 건설했다던가.
이건 밀고 당기는 협상도, 평화를 위해 한쪽이 양보하는 자리도 아니다.
이 자리는 승전국의 전리품 수여식, 프랑스의 대계가 완성되는 자리다.
마치 과거 프랑스가 비스마르크를 주축으로 철저히 고립되었듯, 난 너희를 유럽에서 축출하고자 한다.
그 의지를 숨기지 않은 채, 난 나의 것을 요구했다.
누구도 그를 상황에서 빼내줄 수 없음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리던 스탈린은 고개를 반쯤 돌려 외쳤다.
“이봐, 보드카 한 병 가져와!”
누군가 밖으로 뛰어나가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와 나의 대치는 단어 하나 오가지 않은 채 이어졌다.
“끄윽, 선물이오, 마음에 드오?”
똑같이 병을 따, 한 입 마시고 내게 내민 스탈린.
병을 받아든 나는 의자에 기대 한량처럼 병을 조금씩 들이켰다.
이게 앞으로 나와 스탈린의 관계다.
내가 와인을 주고 보드카를 달라고 하면, 그는 주면 되는 거다.
우리 프랑스가 핏값을 지불했으면 그는 그에 걸맞은 대금을 내야 하는 거다.
유치한 연극이지만 똑똑히 보여줬으니 난 다시 파리의 신사, 프랑스의 대통령으로 돌아와 보드카를 홀짝였다.
“회담 시작합시다.”
바쁜 양반들 모셔두고 기싸움이나 계속할 생각은 없다.
종전 협상이 시작되었다.
***
‘진작에 술을 처먹고 협상장에 나타난 게 아닐까?’
종전 협상 시작부터 미친듯한 기싸움에 할 말을 잃은 루스벨트는 부디 이번 협상이 잘 마무리만 되길 간절히 바랐다.
삐딱하고 불만 덩어리일지언정 계산 하나는 확실한 베르게르 모헬이 와인을 주고 보드카를 뜯는 모습은 루스벨트도 ‘우리가 착한놈들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협상장에서도 이어졌는데. 그리운 친우처럼 처음 스탈린을 반기던 모헬은 역으로 조금의 양보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 연방과 맞닿은 모든 국경을 전부 비무장 지대로-”
“기각.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잘해야 상트페테르부르크 돌려줄까 말까한데 그런 억지는 집어치우시오.”
“크흠, 그럼 덴마크 해협을 우리가 영원토록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정당한 대가를 낸다면 당연히 이용 가능할 거요. 다만 그걸 내가 보장해줄 수는 없는 일이지.”
발트해부터 북해까지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바다와 인접해 있던가. 프랑스와 영국이 보장해주지 않으면 무조건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는 일인데 모헬은 전혀 보장해줄 생각이 없었다.
“자자, 이번 회담의 중점은 재발 방지요. 우리 모두 초점을 다음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하는 것에 맞춰야 한단 말이오.”
“처칠 경, 죽었다 깨어나도 유럽은 앞으로 안전합니다. 그건 제가 보장합니다.”
“…. 안전이 아니라 재발 방지요.”
정해져 있던 틀조차 모헬은 다시 한번 들먹이길 꺼리지 않는다.
그 뒤에는 프랑스측 주장의 예스맨, 프랑코와 무솔리니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근거가 되어주었다.
“먼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당분간 점거한 상태로 있을 거요. 최소한 우크라이나인들과 소련 내 소수민족이 충분히 이동할 시간을 가질 때까지는. 부디 막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주둔군 규모는 줄이겠소. 허나 반공 포위망은 앞으로 3년간 유지할 거요. 조약이 계속 지켜지는지는 그래도 확인해야 하니.”
“배상금은 필요 없소. 대신 발트해와 흑해에 비대칭 무기 배치는 불가하오. 그래도 혹시 잠수함 주둔할 곳이 필요하다면…. 저 백해나 카스피해 쪽에 재건하시오.”
모헬의 모든 발언의 끝에는 ‘여차하면 모스크바 진격.’이 생략되어 있다.
아직 벨라루스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
연합국이 내미는 와인을 스탈린은 거부할 수 없었으며.
연합국 원하는 보드카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
적당히 소련이 살아남길 바라는 영국의 바람도.
하루라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미국의 염원도.
모헬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었다.
“난 소련의 이번 위성국 해방이 참으로 연합국의 이념과 일치한다고 보오. 우리 또한 식민지를 해방하려던 참이니까. 어찌, 조지아는 비무장 지대로 해줄 의향이 있는데 받아들이겠소?”
양심이 있냐는 듯이 식민지 1, 2위를 달리는 처칠과 모헬을 번갈아 쳐다보는 스탈린.
루스벨트는 차마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물론 그의 부끄러움과 별개로.
“…받아들이지.”
칼날이 턱 아래에 닿은 패자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확고한 적대.
종전을 코앞에 두고도 프랑스는 소련과 화해할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