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오직 육전으로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 칸.
그리고 작금 세계 땅 위의 최강자, 대육군.
이 두 나라를 잘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
‘기존의 고리타분한 보급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단기간에 적을 무찌른다. 즉, 보급은 언제나 전투력보다 우선시 될 수 없어!’
정 급하다면 현지 조달과 약간의 인내심으로 참으며 진격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쓸데없는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 아주 정석에 집중했다.
칭기즈 칸의 군대는 본디 유목민 출신으로 절대 피하는 법이 없었다. 오직 강대강. 힘대힘의 대결에서 승리하였고, 격파당한 벽돌은 손을 다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자연스레 사기가 높아지며 군의 추진력 또한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페르디낭 포슈가 마른 앞에서 적을 갈라버렸을 때도. 수십 년이 지나 필리프 페탱이 발칸에서 수백만 소련군을 밀어냈을 때도 마찬가지.
‘요행을 바라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
땅속에 숨어서는.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오직 하늘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를 돕는 법.
으레 이 시대 일본 군관들이 그래왔듯, 대륙파견군 참모장 무타구치 렌야는 과거 역사, 특히 프랑스사를 공부하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페르디낭 포슈, 무려 지금의 필리프 페탱과 베르게르 모헬, 막심 베이강의 스승 격인 위인으로 매우 뛰어난 군사 사상가다.
‘엘랑 비타르! 오직 이것만이 우리 황국을 구원할 것이다!’
돌고 돌아, 결국 기본이 난세를 헤쳐갈 해결책이다.
섬마다 비행장을 설치하겠다는 멍청한 생각에 잠식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전황이 불리하진 않을 것이다.
‘포슈 장군께선 말씀하셨지! 비행기는 단지 장난감에 불과하며 군사적 가치가 없다고!’
실제로 1911년의 인터뷰 기록을 보면 페르디낭 포슈는 진작에 항공을 빠져나가는 낭비 대신, 군의 본질. 육군에 치중해야 했음을 깨닫고 계셨다.
저 만주와 북중국의 험난한 산과 숲에서 비행기? 정찰로도 가치가 없다.
‘무기의 부족. 보급의 부족도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없다. 그건 전부 패배자들의 비겁한 변명이야!’
칭기즈 칸의 군대가 귀족 도련님처럼 의료, 식사, 생활품에 정신적 위안 거리까지 다 챙겨서 전쟁을 치렀던가.
그냥 가다가 먹을 거 부족하면 타던 말 잡아먹고 종종 현지 마을에서 특식 한 번씩 먹는 게 전부였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하지메 총사령관님, 걱정 붙들어 마십시오. 지나에서 패배한 놈들은 방심하고 오만했기에 졌을 뿐입니다. 이 렌야, 아무리 검토해봐도 패배할 가능성을 지금까지 못 찾았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럼 난 자네만 믿고 있겠네.”
서로를 완벽히 신뢰하는 관계까지. 정말이지,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
“탄환이 부족하면 총검술이 있고, 총검이 없다면 맨손이 있다. 맨손이 없다면 발로 걷어차면 그만이고, 발을 쓸 수 없다면 인간의 치악력으로 적의 목을 물어뜯으리라. 적어도 그러한 정신력만 남아 있다면, 우린 질 수 없다!”
만주와 조선. 그리고 여타 태평양 제도들까지.
대본영이 렌야와 하지메에게 바라는 방어 지역은 그리 크지도 않다.
아마 전선은 북중국과 만주 접경지가 될 터.
“너희 프랑스는. 연합군은 오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구나.”
지금까지는 어중이떠중이. 20년 도 더 된 과거 전장에 매몰된 무지렁이들과 싸워 이겨왔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자신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본토, 조선, 만주까지. 최대한 현지 징병까지 더해 모으고 모아 150만에 이르는 대군을 준비한 반격군.
혼자는 어렵지만, 모두가 다 함께 하나 되어 엘랑 비타르를 외친다면.
승리는 황군의 것이리라.
렌야는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
“놀라울 정도의 속도군.”
“각성제를 최대로 보급했다더니 확실히 빠르긴 합니다.”
“역시 아편 빨아봤자 각성제 빤 놈한테는 안 되는 건가.”
중국 전역에 퍼져있던 아편은 일본군의 손에도 자연스레 들어갔다 들었다만 그래봤자 ‘진짜’ 앞에선 쉽지 않나 보다.
“밥은 이동하며 먹고. 수면은 하루를 여러 개로 쪼개서 부대마다 돌아가며 자고. 지휘관들은 최전선에 선다라. 이거 미친놈이 따로 없군.”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휘하 사단장이었던 하인리히 폰 프리트비츠 소장이 사망한 사건은 불필요한 희생이었습니다.”
“대신 병사들의 사기는 높았겠지.”
뭐랄까, 진짜 광기의 군대가 따로 없는데? 빅터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홍콩에서부터 올라오는 독일국방군의 비정상적인 속도가 약간이나마 이해된다.
‘에르빈 롬멜이라. 나치 부역자로 분류되긴 했지.’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서는 귀감이 되는 인간일지언정 그의 군국주의적 행보는 명백히 나치였다.
특히나 비협조적이고 반프랑스적이었던 태도를 생각하면 멀쩡히 전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그 모든 이유를 뛰어넘을 만한 능력이 있음을 본인이 증명하고 있다.
“후퇴 자체가 엉키게 만들 정도의 속도는 좋은데…. 덕분에 불필요한 상륙을 한 번 더 하게 되었어.”
지나치게 빠른 연료와 탄약 소모에 결국 미군 측은 상하이와 홍콩 사이에 순전히 보급을 위한 추가 상륙을 감행해야 했고 이는 고스란히 추가적인 전력 소모였다.
그러나 이딴 지출을 다 계산서에 집어넣더라도.
‘파비앵이랑 견줄만한 속도야. 병력의 질을 생각하면 더 뛰어날지도 모르고.’
보통 공세하는 입장에서 막히는 구간이 몇 곳 있는데 주로 도하 작전과 고지전, 그리고 시가전이다.
이 셋은 철저한 정찰과 확실한 전략을 수립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피해가 적을 수 있는 전장이다.
물론 정상적인 군대의 경우가 그렇다는 거고.
이미 이길 마음 따위 없고 누가누가 더 빨리 항복하나 경쟁 중인 일본군, 그리고 누가 적이 항복하기 전에 더 많이 싸워 이기나 내기 중인 미친놈들에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원수님은 어디에 거셨습니까?”
“걸어? 뭘.”
“중간 지점인 푸저우에 파비앵과 롬멜 중 누가 더 먼저 도착하는지 말입니다.”
“…. 그런 내기도 있나?”
양측에서 즙 짜내듯 압박해오면 그쪽으로 병력이 몰려 구석의 쥐처럼 반격할 마음을 줄지도 모르는데.
약간의 우려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이내 깔끔히 지웠다.
‘이미 일본의 지나파견군은 끝장났다.’
내가 죽기 전까지 프랑스-이탈리아 전쟁보다 더 빠른 점령전은 없다고 자신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상하이 상륙이 성공한 시점에서 이미 각 지역에 퍼져있는 군을 적은 통제하지 못 했고 이는 곧 각자도생을 의미했다.
그리고 잽스들에게 각자도생은 곧 최대한 빠르게 항복하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해안은 사실상 전부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게 확정으로 변했다.
“항복한 적이 70만을 넘긴 시점에서 전쟁은 무의미한데.”
“질은 떨어져도 끝도 없던 소련군을 상정했는데…. 그보다 더 병약한 군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말은 삼가게. 혹시나 아이젠하워 사령관이 들으면 갑판에서 뛰어내릴지도 몰라.”
“하긴, 저라도 자살할 것 같습니다.”
어째서 아이젠하워는 예정에도 없던 추가 상륙, 그러니까 기존의 계획을 무시할만한 진격에도 조용히 입 닥치고 미 해군을 움직여줬을까?
물론 그의 뛰어난 인품과 인망도 있겠으나…. 약간의 수치스러움도 섞여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이 주면 정리는 끝날 테고. 남은 건 저 만주인데….”
청나라 수도였던 북경 위로 끝없이 펼쳐진 산맥에 우리 애들 집어넣을 정도로 내가 한가하진 않고. 결국 여기도 만약 간다면 정해진 루트를 따를 수밖에 없다.
유일한 평야. 그나마 덜 험준한 지형인 해안가.
차후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는 일본 본토로 직행하는 것.
두 번째는 빈약하지만 어쨌든 적의 유일한 후방 보급로인 조선에 상륙하는 것.
마지막이 그냥 페탱을 필두로 곧장 만주에서 단판 결전을 내버리는 것.
과연 어느 것이 더 빠르게 전쟁을 끝내는 길일까 고민하던 중.
“적의 새로운 움직임입니다! 만주군이 남하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게 선택지는 없나 보군.”
전황이 유리함에도 선택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교훈과 함께 곧장 북진을 결정했다.
***
태평양의 제해권이 완전히 미 해군의 손에 들어온 순간. 마셜은 이런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다.
‘어쨌든 제해권을 얻었다면 아시아 대륙에 관한 모든 통제권 또한 얻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우리 전후에는 결국 다른 연합국을 전부 밀어내고 차지할 수도 있지 않나?’
무력적인 충돌은 없겠지만 제해권이라는 압박감에 하나둘씩 아시아에서의 미합중국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
특히나 프랑스, 겨우 육전에서 피해를 덜 보자고 아시아의 지분을 뚝 떼서 저들을 대주주로 만들기엔 너무 손해 보는 장사 같다.
‘게다가 모헬은 전후 영원한 평화를 원해. 아예 구도를 굳히고 싶어 한다는 소린데…….’
그러니 적당히 보조 역할로만 써먹고 다른 곳은 내주더라도 아시아의 핵심인 일본-중화민국만큼은 미국이 아예 꿀꺽-
“파푸아뉴기니 대패! 아군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필리핀 제14군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피해가 크더라도 함선들을 섬들 안쪽까지 보내야 합니다!”
“필리핀에서 항복했던 5만 4천 명의 포로 중 살아남은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잽스들이 어중간한 종전을 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과거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제해권을 바탕으로-
“에르빈 롬멜? 전차의 최고 속력을 뛰어넘는 진격 속도라니? 이게 물리적으로 말이 된단 말인가!”
“세상에, 내려오는 적 막으라고 페탱을 보냈더니 홀로 반격작전까지 하고 있군.”
“어어, 잽스들이 다 투항한다! 보이기만 하면 그냥 항복해!”
“음….”
잘못된 생각은 깔끔히 접고 본래 계획대로 과반지분에 만족하도록 해야겠다.
“총장, 난 지난 4개월 동안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기분이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무장 수준은 다 따라잡았다고 여겼거늘, 여전히 차이가 심하더군.”
질책이라기보단 충격에 헤어나지 못한 듯한 루스벨트는 매일같이 들려오는 아시아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의 무능인가, 아니면 동맹의 능력인가.”
“둘 다… 아니겠습니까.”
함께 싸우던 유럽에서는 몰랐으나 잠시 떨어져 싸워보니 그 차이가 체감된다.
절대 쉽지 않을 거라던 아시아 전황. 항복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던 일본.
분명 악의에 가득찼던 저 섬나라 원숭이들을 싹 다 잡아들여 동물원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유럽 연합은 다시 한번 본인들의 힘을 증명했다.
“설마 우리 지휘관들이 무능-”
“그건 아닙니다. 아이젠하워를 비롯한 그 친구들의 유능함은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분명 그렇긴 한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믿어지는가. 세 곳으로 상륙 지점을 나눠 전쟁을 치르고 있음에도 섬 몇 개에서 죽은 사상자보다 덜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이제야 알 것만 같네. 그 친구가 분명 반년. 길어봐야 1년이라고 했지.”
“그랬습니다.”
“약간의 허언이 섞여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정말 자기 눈에는 쉬운 전쟁이었던 거야.”
대육군의 대부분은 여전히 유럽에 있고, 이탈리아군처럼 마냥 강하지 않은 동맹도 있으며, 연합군이라는 이름답게 분명 여기저기 합이 안 맞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쉬운 전쟁이다.
적어도 저 프랑스에게는.
“앞으로 소련이 남하할 일은 없다는 것은 다행이군. 전쟁이 끝나는 즉시 최대한 빨리 모헬과 다시 만나야겠어.”
미국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국가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국력은 막강하기 그지없다.
이겨먹을 것인가, 아니면 공생할 것인가.
적어도 마셜과 루스벨트는 아시아 전황을 보며 공생이 옳다고 판단했다.